제 21화
강태 1편
세면장으로 끌려간 민 하사의 군복이 한쪽에 벗겨져 던져져 있었고 민 하사를 끌고 간 베레모 병사들이 민 하사의 몸에다 물을 퍼 붇고 있었다.
헙.. 푸푸..
‘으..’
정신을 차린 민 하사가 뭐라고 하려는데 베레모 병사가 인상을 쓰며 저음으로 한마디 한다.
“좋게 말할 때 씻어..”
‘시발..’
“대가리 깨지기 전에 씻어..”
조용한 어투로 이야기하는 한 자기 또래의 베레모를 보며 민 하사가 노려보다 조금 겁이 나는지 대 들지를 못하고 씻기 시작했다.
“옷 가져와.”
후다닥..
베레모의 반말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상병 하나가 뛰어가 수건과 함께 민 하사의 속옷과 전투복을 챙겨 왔다.
“빨리 입어..”
주섬..주섬..
“나가..”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민 하사의 앞뒤로 베레모들이 따라가고 잠시 후 모두들 우르르 연병장으로 가는데 대대에서 소식을 들었던지 부사단장이 급하게 넘어왔다.
..필..승..
부우웅..
끼이익..
“필승..”
“필승.. 그래 군단에서 왔는가?”
부사단장의 물음에 박승모 대령이 별 대수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꾸를 한다.
“그렇습니다.”
“지금 바로 가는가?”
“그렇습니다, 행정 절차는 다 끝났습니다.”
“이대로?”
“상관 없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엉거주춤 서 있는 민 하사를 보며 부사단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박승모 대령이 병사들에게 차에 태우라고 한다.
“태워.”
“옛, 올라가.”
계급도 없는 베레모들을 본 부사단장이 그제야 박승모 대령이 누군지 생각이 나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아서 하라는 표정이자 박승모 대령이 인사를 한다.
“그럼 수고 하십시오.”
“그러시게..”
박승모 대령이 대충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자 이내 민 하사를 태운 차가 출발을 하였다.
“하..”
멀어지는 차량을 보며 부사단장이 참 어떻게 저 사람들이 왔냐는 표정이었다.
“누굽니까?”
“박승모 몰라? 48특전단 부대장이다.”
“예에!”
“골치 아픈 놈이긴 골치가 아픈 놈인 모양이군.. 후..”
부사단장과 함께 온 참모는 박승모 대령과 그 부대를 아는지 민 하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하고 있었다.
“수고들 해.. 대대장 복귀하면 내가 전화 넣으라고 하더라 전하고..”
“예.. 알겠습니다.”
“험..”
“전체 차렷..”
척..
“필승..”
필..승..
탁..
부르르릉..부우웅..
부사단장의 지프차가 연병장을 완전히 나가 보이지 않자 모두들 가슴을 쓸어 내리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새끼 뭐야..’
“어디로 데려간 걸까요?”
“몰라.. 시발새끼.. 속이 다 후련하네..”
중대장이 앓던 이 빠졌다며 정말 속 후련하다는 표정인데 옆에 서 있던 인사계가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를 한다.
“애들 씻기고 아침이나 먹어야겠습니다.”
“후.. 그러시고 나 한잠 자야겠으니 대대장 복귀하시면 알려주세요.”
“예.. 그리고 오늘은 도로 정비나 좀 하고 오후에는 애들 축구나 하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당분간 검열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철저히 확인하고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도록 해 주세요.”
“예.”
상당히 피곤하다는 듯 중대장이 내무반 쪽으로 가는데 뒤쪽의 한 상병이 좋아 죽고 있었다.
‘..야호.. 완전 재수네.. ㅋㅋㅋ’
뭐가 그리 좋은지 상병 하나가 얼굴이 활짝 펴 실실 거리며 자기 내무반쪽으로 갔다.
“세면하라고 하고 아침 먹어.”
“예.”
어떨지 몰라 내무반에 대기를 하라고 한 부대원들에게 세면하고 아침을 먹이라자 박 하사가 종종걸음으로 내무반으로 향했다.
“화.. 정말 제수죠?”
“그래.. 정말 재수지.. 줄줄이 모가지 될 뻔 했는데..”
“생긴 건 멀쩡하더만..”
“딸딸이 치는 것 보고 알아봤어..”
“그랬어요!”
“세면장에서.. 얼마나 기가 차던지..”
“정신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있었네요..”
“뭐 사내놈이 땡기면 그럴 수도 있지만.. 하여간 맛이 간 놈은 틀림없어.. 후.. 근심거리 주니 잠은 잘 오겠네.. 들어갑시다.”
“후가 그렇게 되어 어떻게 합니까?”
“어쩌겠어.. 내년에나 다시 봐야지..”
“형수님이 많이 기대를 하신 것 같은데..”
“쩝.. 어쩔 수가 없지 뭐.. 하필 오늘이야.. 쩝..”
금일 오전에 서울 한 산부인과에서 정자 채취를 하기로 한 인사계가 갑작스런 부대 사정으로 휴가 계획을 다 취소하고 부대 복귀를 한 것이었다.
‘..전화나 해주어야겠군..’
서울로 먼저 미리 가 있던 아내 생각을 하던 인사계가 안으로 들어가 자기 핸드폰을 가지고 나와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라라..리라라.. 라라라..
“..여보세요?”
“나야..”
“..어떻게 됐어요?”
“잘 해결 됐어..”
“..무슨 일이래요.. 다치는 사람 없어요?”
“정말 천운이다.. 아무 이상 없어..”
“..어떻게요?”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 미안해..”
“..괜찮아요.. 부대 일이 없으면 됐지..”
“지금 나가면 안되지?”
“..지금 나오면.. 물어 볼게요.”
“그래.. 한번 물어봐..”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서 인사계가 물어나 보라자 어디로 가는 것인지 조용하였다.
“..자기야, 자긴 늦게 와도 된다던데.. 난자를 보관하고 있으니 자긴 언제든지 와도 괜찮데..”
“그래.. 내일 가도 돼?”
“..그런가 봐.. 자기 정자 채취하고 나만 시간 맞추면 된다네..”
“그래.. 그럼 그기 있어.. 내가 내일 첫차로 갈게.”
“..알았어..”
“장모님께 죄송하다고 좀 해주고..”
“..자기 잘못인가.. 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돼.. 4시까지만 오면 된다더라..”
“그래, 알았어..”
“..사랑해..”
“나도.. 쪽..”
“..호호호.. 끊어..”
전화를 끊은 인사계가 지나가던 이한일 일병이 바라보자 뭘 보냐며 한 소리한다.
“뭘 봐 임마.. 우리 마누라다..”
ㅋㅋㅋ..
노는 것 같지 않게 닭살이라며 이한일 일병이 서둘러 화장실 쪽으로 가며 혼자 웃고 있었다.
‘..저 새끼가..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