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화
강태 1편
...
그날 밤..
모두 코를 골고 자는 중에 내무반 불침번이 강태를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
“...”
‘근무야..’
“이..이병 서강태..”
‘야.. 쉿..’
‘죄송합니다..’
조용히 하라는 불침번의 말에 강태가 얼른 일어나 옷을 챙겨 입는데 한쪽에선 벌써 최 상병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천천히 해..”
잠시 후 행정반으로 가는 최 상병을 따라 복장을 갖춘 강태가 따라가니 행정반 안에서 인사계인 박 상사가 책상에 다리를 올라고 있어 박한수 하사가 조용히 하라고 손짓한다.
철컥..
총기를 확인하고 탄창을 챙긴 최 상병이 강태와 함께 나가려는데 인사계가 잠이 깬 것인지 묻는다.
“근무 나가냐?”
“이병 서강태.. 예, 그렇습니다.”
“짜식.. 비 온 뒤라 바람이 차다, 옷깃 세우고 나가라.”
“예,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던 인사계가 다시 눈을 감고 강태가 최 상병을 따라 부지런히 경계 초소가 있는 곳으로 갔다.
“서라.. 움직이면 쏜다, 잠자리..”
“호수..”
초소에서 수화를 하고 확인을 하자 강태가 암구호를 대고 이내 초소로 다가가 인사를 한다.
“필승.. 이병 서강태,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수고해.. 노루 나오는 시기니 조심하고..”
“예, 필승..”
상병 하나와 일병 하나가 강태와 초소 교대를 하고 아래로 내려가다 최 상병에게 인사를 한다.
“필승.”
“수고했다.”
“수고 하십시오..”
“그래..”
최 상병보다 후임병들이 모두 최 상병에게 인사를 하고 아래로 내려가고 최 상병이 초소로 들어와 주변을 한번 살폈다.
“여긴 누가 올 곳도 아니니 그렇게 긴장해서 있을 필요 없다, 긴장해서 서 있으면 피곤해.. 여기 기대 있어..”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기대라면 기대 새끼야..”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조금 모서리 부분에 붙어 기대어 경계를 서니 그런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던 최 상병이 그 자리에 기대 서서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이 오나..’
눈을 감고 있던 최 상병이 잠을 자는 것 같자 강태가 힐끔거리다 경계를 계속하고 있었다.
드렁.. 푸..
‘..나 참..’
어느새 코까지 고는 최 상병을 보며 참 느긋하다고 여기던 강태가 자기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내용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음.. 그렇게 하면 마나가 모인다고.. 어디..’
‘홉바..크라차카라타야크라야..’
스스스..
자기 머릿속의 내용대로 주문 같은 것을 읍조리자 이내 자신의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과 함께 전신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이상한 느낌이 점점 선명하게 생겨나고 있었다.
‘..음.. 이게 마나인가..’
저벅..저벅..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인지 아래쪽에서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강태가 최 상병을 깨운다.
‘최 상병님..’
‘흡.. 쩝.. 함..’
벌써 교대 시간이냐는 표정인 최 상병을 두고 강태가 초소 앞으로 나가 자세를 잡고 수화를 한다.
“서.. 꼼짝마, 움직이면 쏜다.. 잠자리..”
“호수..”
저벅..저벅..
아래서 강동욱 병장과 이한일 일병이 올라왔는데 강동욱 병장이 강태에게 알밤을 준다.
탁..
“이병 서강태..”
“똑바로 해라..”
“예.. 알겠습니다..”
“필승..”
대답을 한 강태가 바짝 긴장을 하는데 이한일 일병에게 인사를 받고 초소를 나온 최 상병이 강동욱 병장에게 인사를 한다.
“필승..”
“수고했다.. 제 뭐냐?”
“아까 앞에 애들이 장난을 쳐 그렇습니다.”
“새끼.. 어벙하기는.. 고생했다.”
“수고하십시오.. 가자.”
“수고하십시오.. 필승..”
“새끼..”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던 강 병장이 초소 안으로 들어가고 최 상병이 강태 옆을 걸으며 이야기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해야 한다.. 정신이 없으면 당해.. 여기도 예전에 실제 교전이 있었던 곳이야.. 셋이나 전사를 한 곳이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조용하게 이야기 하고..”
“예, 알겠습니다.”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대답을 하고 소로를 따라 내려가는 최 상병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철컥..
“필승..”
“필승..”
“그래, 수고했다, 들어가 자.”
곧 있으면 기상 시간이지만 10분이라도 아쉬운 때라서 총기와 탄창을 반납한 최 상병과 강태가 곧장 내무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후..화..’
마나라는 것이 정말 사람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어 강태가 전혀 피곤하지 않고 잠이 오질 않아 누운 체로 다시 마나를 느껴보고 있었다.
사르르..
‘으음..’
뒤척.. 뒤척..
양 옆에 누워있던 고참들이 느낌이 이상한지 몸을 뒤척이자 마나수련을 그만 둔 강태가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내용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이상한 곳이군..’
뭐랄까..
굉장히 판타스틱 하면서도 말로 표현이 곤란한 현상들이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다 실현이 가능한 내용들이라 눈을 감고 머릿속의 내용들을 되새기던 강태가 잔뜩 호기심으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기상.. 기상..”
후다닥..
“모두 상의 탈의하고 집합한다..”
후다닥..
취침 점호는 조금 너그럽지만 기상 점호는 칼인 인사계 때문인지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강태도 서둘러 주변 고참들과 모포 정리를 하고 상의 탈의와 함께 군화를 찾아 신고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갔다.
“기준..”
“기..준..”
후다닥..
내무반에서 서둘러 뛰어나가는 일병들과 이등병들을 보며 병장들이 느긋한 걸음으로 연병장에 와 서자 잠시 후 인사계가 같이 웃통을 벗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