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강태 1편
...
강태의 내무반..
기어이 TV앞으로 당겨 앉으라는 병장들 때문에 강태가 할 수 없이 TV 앞에 앉아 있는데 일부 이등병들과 일병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하하하.. 저 새끼 웃기네.. 하하하..
오락 프로를 한참 보는데 내무반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한 강태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최동식 병장이 어디 가냐고 묻는다.
“어디가?”
“이병 서강태, 화장실 갑니다.”
최 병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녀오라고 하고는 이내 TV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화장실을 그렇게 자주 가.. 갔다 와.”
내무반 분위기를 피해 강태가 엉거주춤 밖으로 나가 화장실로 가는데 한 일병이 슬쩍 뒤따라 화장실로 왔다.
“서강태.”
“이병 서강태.”
“십새끼.. 개기면 뒤져..”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였다는 듯 강태가 자세를 바로하고 대답을 하자 이충식 일병이 그런 강태를 보며 그렇게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 풀어진 목소리로 상황을 이야기 해주며 묻는다.
“고참들이 TV 보라고 한다고 그렇게 앞에 앉아 TV보는 너 때문에 우리 다 깨지고 있다는 것 알아?”
“몰랐습니다..”
“적당히 알아서 해.. 시발.. 너 처지가 그렇다고 봐주는 것 없어..”
“알겠습니다..”
옆에서 시커먼 고추를 까고 소변을 보며 한마디 하는 이충식 일병을 보며 강태가 괜히 미안해 하고 있었다.
“최 상병님이 아무리 너 선임자지만 엉기면 죽어..”
“알겠습니다.”
“알아서 기어..”
“예..”
자기를 보는 눈들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안 강태가 알겠다며 대답을 하는데 화장실 안에서 한 상병이 나오며 이충식 일병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다.
“시발 놈이.. 화장실에서 시끄럽게..”
“죄송합니다..”
“화장실은 조용하게 명상을 하는 곳이야..”
“시정하겠습니다..”
괜히 모른 척 나가면 되는데 낄자리도 모르고 한마디 하고 나가는 김동규 상병을 이충식 일병이 더럽다며 침을 뱉고 있었다.
“시팔.. 퉤..”
“...”
“저 새끼도 싹수가 노란 놈이야.. 저는 고참 모르면서 고참 행세나 하려고.. 시발.. 저런 놈은 챙길 필요 없어, 알았어?”
“예..”
밖으로 나간 김동규 상병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인지 이충식 일병이 저런 놈들에겐 대충 알아서 개기라고 하자 강태가 알겠다고 하는데 그런 강태를 보며 조금 풀어진 목소리로 이충식 일병이 충고를 한다.
“하여간 내부만 분위기 조지지 말고 알아서 기어라.”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강태가 그리 싫지는 않은지 이충식 일병이 조근조근 몇 마디 더 주의를 주고는 먼저 나가고 강태가 단추를 잠그고 밖으로 나갔다.
‘후..’
“서강태..”
“이병 서강태..”
후다닥..
강태가 화장실을 나와 막사 모퉁이에서 잠시 멀리 산들을 보는데 내무반 쪽에서 일직 하사가 마침 나와 자기를 불러 뛰어가니 일직 하사가 대대에 면회가 왔다고 한다.
“너 면회 왔다.”
“예?”
이 시간에 면회는 무슨 면회고 누가 왔냐는 표정인 강태를 보며 일직 하사가 빨리 내무반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빨리 내무반으로 들어가라, 고참들이 준비를 하고 있을 거다, 얼른 준비해서 나가봐, 대대 일직사령이 늦었는데 너 외박 허가했어..”
“예..”
자꾸 인사를 하는 강태를 보며 일직 하사가 빨리 내무반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빨리 들어가, 최 상병이 옷 다리고 있을 거다.”
“예.”
후다닥..
늦은 시간에 누가 면회를 왔다는 말에 강태가 얼른 내무반으로 뛰어 들어가니 내무반 한쪽에서 최 상병이 자기 전투복을 급하게 다리고 있었고 침상 끝에선 상병 하나가 자기 군화를 열심히 닦고 있었다.
“머리는 안 깎아도 되겠고.. 바지 입어..”
“예..”
최 상병이 능숙한 솜씨로 후딱 자기 전투복을 다려주고는 강태의 두발을 살피더니 옷을 입으라자 강태가 얼른 옷을 입고 최 상병이 강태의 복장 상태를 살피더니 군화를 제촉한다.
“야, 빨리해..”
“예..”
잠시 후 김성훈 상병이 반질반질하게 광을 낸 군화를 가져오자 강태가 미안해 하며 받아 신었다.
“보자.. 됐네.. 빨리 가봐..”
“...”
강태가 머리를 긁적이자 최 상병이 미소를 지으며 빨리 가보라고 한다.
“새끼.. 행정반에 가서 신고하고 외박증 받아 빨리 대대 위병소로 가.”
“예.. 알겠습니다..”
“새끼.. 잘 갔다 와.”
“옛, 필승..”
내무반 고참들을 보며 악을 쓰곤 인사를 한 강태가 내무반으로 가자 장민호 중위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병 서강태.”
“그래, 면회 왔다니 가서 보고 와.. 외박증 여기 있다, 읍으로 가려면.. 지금쯤이면 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테니 내가 확인해 줄게, 일단 가라.”
“예, 알겠습니다.. 필승..”
장민호 중위에게 외박증을 받은 강태가 얼른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 대대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는데 멀리 초병들이 뛰어가는 강태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필..승..”
초병들에게 인사를 한 강태가 대대로 뛰어가자 그걸 초병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다다..
헉..헉..
“필승..”
“그래..”
“필승..”
부지런히 달려 고개를 넘어가 대대로 접어들자 많은 장교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여 강태가 지나치는 장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지나가자 일부 장교들이 그런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다 지나가고 있었다.
“필..승.. 이병 서강태 면회 왔습니다.”
“새끼.. 고함은.. 저 안으로 들어가라.”
“필승..”
상병 계급의 위병에게 강태가 인사를 하자 위병이 안쪽으로 가라고 하여 강태가 안쪽으로 들어가니 위병소 옆 면회실이 나왔다.
“필승.. 이병 서강태 면회 왔습니다.”
“그래.. 서강태가 너였군.. 면회하고.. 좀 있으면 수송관님이 퇴근을 하실 거니 그 차 편으로 외박 나가라, 수송관님 나오시면 부를게, 저 안으로 들어가라.”
“예, 필승..”
“그래..”
강태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배길성 하사가 이내 자기 업무를 하고 있었고 강태가 안쪽의 문으로 들어갔다.
“누..나..”
면회실 안에는 한 예쁘장한 아가씨가 초조하게 시간을 보고 있었는데 강태가 안으로 들어서다 자기 누나가 자리에 앉아 있자 순간 마음이 먹먹하여 제자리에 서서 누나를 부르고 있었다.
“어머! 강태야..”
“누나.. 여기까지..”
강태가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 누나더러 왜 여기까지 면회를 왔냐는 표정인데 그런 강태를 보며 강태의 누나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멋지다고 한다.
“와.. 너 멋지다..”
“누나.. 뭐 하러.. 힘들게..”
강태의 말에 강태의 누나가 힘들어 죽겟다고 엄살을 핀다.
“왜 이렇게 머니.. 오는데 죽는 줄 알았다..”
“가계는 어떻게 하고..”
“가계는 휴가.. 나도 휴가 겸..”
이야기를 하는 누나를 보며 강태가 가슴이 울컥하여 천장을 보니 그런 강태를 보며 누나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강태를 안아준다.
“내동생.. 살쪘다..”
“누나..”
“자식.. 씩씩하게..”
“혼자 왔어?”
누나에게 엉거주춤 안겨있던 강태가 혼자 이곳까지 왔냐고 묻자 강태의 누나가 그렇다고 한다.
“그럼 혼자 오지 누구랑 와?”
“그 사람은?”
강태의 물음에 강태의 누나가 별 대수럽지 않게 대꾸를 한다.
“헤어졌다.. 별로인 것 같아서..”
“누나..”
누나의 대꾸에 잔뜩 걱정을 하는 강태의 표정을 보던 강태의 누나가 완전 실망을 했다는 듯 이야기를 한다.
“아빠 엄마 장례도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랑 내가 어떻게 한평생을 살아.. 그래서 관뒀어..”
“그래도..”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키도 좀 크진 것 같은데..”
“몇 일이나 됐다고..”
“호호호.. 그런가.. 밥은 잘 먹니?”
“응..”
“여긴 정말 골짜기다..”
“조금 그렇지.. 철책이 바로 옆이야.. 4km도 안돼..”
“세상에.. 그러니..”
“응.. 비상도 자주 걸리고..”
“그렇구나.. 힘든 일은 없어?”
“뭐 재미는 있을 것 같아..”
“그래.. 다행이네.. 성질 좀 죽이고 잘 지네..”
“내가 뭐 앤가..”
“호호호.. 외박 시켜 준다던데..”
“응, 외박증 끊어왔어..”
“그래.. 택시를 불러야 하나..”
“좀 있으면 읍으로 나가는 분이 태워 주신데.”
“그러니.. 잘됐다..”
“가계는 잘돼?”
“뭐.. 그럭저럭..”
누나의 표정에서 별로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 강태가 속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잘 안되나.. 음..’
“서강태..”
그렇게 누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40대 후반의 대위 한 명이 문 앞에서 강태를 불러 강태가 얼른 일어나 인사를 한다.
“이병 서강태.. 필승..”
“그래, 외박 간다고?”
“예, 그렇습니다..”
강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대위가 강태의 누나를 보며 미소로 인사를 한다.
“가자,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누나신가 봅니다..”
“네..”
강태의 누나가 예뻐 그런지 문 앞의 대위가 강태의 누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사근사근 대하고 있었다.
“갑시다, 퇴근 하는 길이니까..”
“네, 감사합니다..”
퇴근을 한다는 대대 수송관을 따라 밖으로 나가자 정문 옆에 수송관의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타라, 타세요.”
“네, 감사합니다.”
누나가 먼저 뒷자리에 오르자 강태가 대대 수송관의 옆 자리에 올랐다.
부르르..
필..승..
위병들이 모두 인사를 하는 중에 수송관이 대대 정문을 나가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따라 차를 몰며 강태의 누나에게 묻는다.
드르르..끼리..
“울산에서 오셨다면서요..”
“네.. 늦었는데 면회를 시켜주시고 또 외박도 허락해 주시어 너무 감사 드려요..”
“예.. 여기까지 오려면 하루 종일 왔겠네요..”
“예.. 면회 시간 맞추어 온다고 새벽 6시에 출발을 했는데도 부대 찾느라고 늦었어요.. 택시 기사가 먼저 있던 부대 자리로 가서..”
누나의 대꾸에 수송관이 그렇냐며 택시 기사가 장난을 친 것 같다고 여기고는 대충 묻는다.
“그래요.. 부대를 옮긴지 얼마되지 않아 그럴겁니다, 울산서 오려면 멀긴 멀죠?”
“예..”
“민통선 안이라 차량이 없어 더 그렇죠?”
“예, 택시비 장난이 아니에요..”
“그럴 겁니다, 바가지 심하죠?”
“조금요..”
환경이 어쩔수가 없다는 듯 수송관이 입맛을 다신다.
“버스가 자주 없으니.. 쩝..”
“매일 이렇게 출퇴근을 하세요?”
“매일은 아니고요.. 사나흘에 한번씩 나갑니다, 애들이 다 학교를 다니느라 읍에 이사를 해서요.”
“예..”
수송관과 누나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강태가 주변 경관을 살피고 있었다.
부르르릉..
잠시후 읍에 도착을 한 수송관이 강태에게 주의를 준다.
“헌병에게 티 잡히는 짓 말고 복귀할 때 35번 타고 가면 된다, 4시가 막차니까 늦지 않게 주의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럼 면회 잘하고 가세요..”
수송관의 안사에 강태의 누나가 고맙다며 허리를 숙였다.
“네.. 감사 드려요..”
“예.. 그럼..”
부르르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