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강태 1편
대답을 하는 민 하사를 중대장이 한심하게 바라보다 들어가 준비하라고 하고는 부대원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한다.
“넌 들어가 군장 준비하고.. 1소대부터 3소대까지는 2진지부터 5진지까지 이동로를 다시 정리한다, 그리고 6소대까지는 델타 진지로 가는 길을 다시 정비하고 나머지 소대는 전부 저기 무너진 곳을 다시 재 정비한다, 이상 질문?”
“...”
부대원들이 모두 조용히 있자 중대장이 소대장 들에게 직접 인솔하에 작업하라고 한다.
“모두 각 소대장 인솔하에 작업하도록.. 얼마 전 양구에서 빗물에 나타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을 잊지 말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모두 철저히 조심하고..”
예..
“오후에는 전투 축구 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예..
질척한데 무슨 축구를 하냐는 듯 부대원들이 모두 속으로 잔뜩 짜증이 났지만 꼭 이런 날 더 축구를 시키는 중대장이었다.
“수고들 해..”
예..
대답을 하는 중대원들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중대장이 미소를 짓다 손을 흔들고는 행정반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모두 주목..”
조용..
중대장이 안으로 들어가고 장 중위가 조금은 시큰퉁한 모두를 보며 이야기를 한다.
“중대장님 말씀대로 멍청하게 먼 산 때리다 사고 나는 일 없도록 주의하고 모두 작업 준비해서 작업장으로 갈 소대 별로 20분까지 집합해라.”
“예..”
“최 병장, 한 병장은 나 좀 보고..”
부대원들이 우르르 이쪽 저쪽으로 몰려들 가 작업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고 육사 출신으로 장교 소대장들 중에 제일 선임인 소대장인 장민호 중위가 최 병장과 한 병장을 앞에두고 이야기를 한다.
“그 새끼 문제가 좀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계속 이러면 너희들도 다친다, 그 놈 문제가 있다는 건 대대장님도 아시는 일이고..”
“하지만 애들 스트레스는 어떻게 합니까.. 이러다 치고 받아도 모릅니다.”
“그 정도냐?”
골치가 아프다는 투로 이야기를 하는 한 병장의 대꾸에 장 중위가 그렇게 심하냐며 묻는 데 옆에 있던 최 병장이 정말 미치겠다고 한다.
“점호 때는 아주 그쪽 애들 잡습니다, 참다 참다 이러는 것 아닙니까..”
최병장의 말에 장중위가 다 일지만 그래도 그러지 말라며 충고를 한다.
“음.. 내가 다시 한번 유심히 살필 테니 너희들은 더 나서지 마라.. 행여 대대에라도 말이 가면 둘 다 영창이야..”
“그 정도는 각오한 일입니다.. 영창이 뭐 대숩니까..”
퉁명스러운 한 병장의 대꾸에 장 중위가 인상을 쓰며 야단을 치려다 그만두고 더 이상 문제 만들지 말라고 한다.
“새끼들이.. 고충 알겠으니 더는 문제 만들지 마라..”
예..
두 병장이 그리 똑 부러지게 대답을 않자 장 중위가 뭐라고 더 야단을 치려다 속으로 한숨을 쉬며 가보라고 한다.
“좌우지간 내가 대책을 강구 할 테니 너희들 더는 나사지 마라.. 가봐.”
예..
대충 인사를 하고 한쪽으로 가는 두 병장을 보며 장 중위가 머리 아프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 참.. 별 거지 같은 놈이 하사 지원을 해서는.. 인성 검사도 않나..’
원래 부대 내 유명한 고문관 이었던 놈인데 어느 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사 지원을 하더니 통과가 되어 다시 자대로 돌아 왔는데 그 후로 그자식 때문에 한동안 조용한 날이 없었다.
“비가 많이 와 미끄러워 걱정이 됩니다.”
“그러게..”
2소대장인 김 소위와 통신 부관인 박 소위가 하는 말에 장 중위가 그렇겠다며 조심들 하라고 한다.
“조심들 해.. 괜히 다치면 서로 피곤하니까..”
예..
장 중위가 후배 소대장들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밖으로 나오던 중대장이 잊었다는 듯 장 중위를 부른다.
“장 중위..”
“옛..”
“잊었는데 작업에 이등병들은 열외 시키고, 취사반에 취사지원 두 명 보내줘.”
“예..”
화장실로 가는지 중대장이 신문을 들고 가다 이야기를 하자 장 중위가 알았다며 대답을 하고 군장을 매고 한쪽에서 나오는 민 하사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후.. ’
후다닥..
민 하사가 연병장을 도는 중에 잠시 후 삽이며 곡괭이 그리고 단가를 든 부대원들이 소대 별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등병들 다 이쪽으로 열외..”
후다닥..
“취사지원 2명 지원자 옆으로..”
장 중위의 말에 최 상병이 일병들 중 두 명을 나가라고 눈짓을 하자 두 명이 옆으로 나갔다.
“좋아.. 너희는 곧장 취사반으로 가고.. 3소대 까지는 기다리고 나머지는 두 소대장을 따라 이동한다, 이동.”
“이동.. 하나 둘.. 한나 둘.. 한나 둘, 군가.. 군가는 멋진 사나이.. 군가.. 시작..”
사나이로 태어나서.. 허이.. 할 일도 많다만.. 허이허이..
소대장인 장 중위의 말에 두 명의 일병들이 후다닥 취사반으로 뛰어가고 나머지 부대원들이 모두 인솔 소대장을 따라가며 군가를 부르고 있었고 남아있는 소대원들이 이등병들을 바라보는 중에 장 중위가 상병 하나를 부른다.
“이상철이..”
“상병 이상철..”
“넌 애들 데리고 여기부터 저기까지 수로 정비하고 입구 화단 좀 정리해라, 무리하지 말고..”
“옛, 알겠습니다.”
땡잡았다는 표정인 이 상병이 좋아라 하며 옆으로 나가고 장 중위가 계단에서 내려가 출발 하자고 한다.
“장 하사, 인솔해서 출발해..”
“옛.. 좌향..좌.. 3열 종대로 출발한다.. 출발과 함께 군가 부른다, 군가는..”
남아있던 소대가 출발을 하고 나자 이상철 상병이 연병장을 도는 민 하사를 한심하게 바라보다 이등병들에게 따라오라고 한다.
“따라들 와.”
옛..
이등병들을 데리고 한쪽으로 간 이 상병이 얼마 남지 않은 삽과 호미를 꺼내 성한 것을 골라내더니 연장을 하나씩 챙겨주었다.
“수로에 흙이 많이 찼으니 너희는 그걸 좀 긁어내고 너희는 화단에 잡풀 좀 처리하자.”
예..
“급하게 할 것 없고 쉬엄쉬엄 해.. 담배 피냐?”
예..
“그럼 담배부터 일발 장전하자.”
이 상병의 말에 모두들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당기곤 화단 축대에 앉아 담배를 피는데 화장실에서 중대장이 나오다 다가와 묻는다.
“너흰 뭐 하려고?”
“상병 이상철.. 예, 소대장님께서 내무반 주변 수로 정비와 내무반 앞 화단을 정비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 급한 것 아니니까 무리하지마..”
“예.. 알겠습니다.”
이 상병의 대꾸에 중대장이 미소를 짓다 행정반으로 가고 자리에 다시 앉은 이 상병이 담배를 태우다 묻는다.
“너 공은 좀 차냐?”
“그냥 뻥 축구 좀 합니다.”
“새끼.. 너 동기 중에 1중대 간 놈이 공을 그렇게 잘 찬다며?”
“사회 있을 때 축구부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쩝.. 얌마, 공도 좀 차고 그래야 되는 거야.. 대대 우승이면 휴가 티켓이 세 장이다, 매년 우리가 땡깃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힘들겠네.. 어찌 다들 개발이라.. 한 병장님이라도 제대를 않으면 그나마 나은데..”
한 상병이 그 전에 제대를 하는 것인지 아쉽다며 이야기를 하는 이 상병의 말에 모두 그러냐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너희 다섯은 수로 가고 너희는 화단 대충 알아서 해라.”
예.. 알겠습니다..
담배를 다 피운 이 상병이 이야기를 하며 일어서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연장을 들고 작업을 하러 갔다.
팍..까각..팍..
수로 정비 작업을 하는 강태가 한참 수로의 흙들을 박박 긁어내고 있는데 이 상병이 대충 하라고 한다.
“야.. 너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물만 잘 빠지게 대충 해.. 흙은 나중에 저쪽으로 가져다 버리고..”
“예.. 알겠습니다..”
수로에 삽질을 하며 이상하게 힘이 좋아진 강태가 머리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상한 기억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팍..팍..
‘..뭘까.. 너무 생생한데.. 마나라..’
알 수 없는 수 많은 언어들과 이상한 기억들 때문에 강태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같이 삽질을 하던 이등병 고참이 묻는다.
“뭐하다 입대 했냐?”
“그냥 백수였어요..”
“백수?”
“예.. 고등학교 졸업하고 잠깐 재수 한다고 학원 다니다 치우고 입대 했어요.”
“그래.. 난 부산 사대 다니다 입대했다.”
“와.. 그러세요.. 집이 부산에세요?”
“아니.. 진주..”
“유학 하셨네요..”
이명진 이병의 집이 진주라고 하는 말에 강태가 유학을 하였다고 하자 이명진 이병이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를 한다.
“진주 사대 가려고 하다 사귀던 가시나가 자꾸 부산 사대 가자고 해서..”
“애인도 있어요?”
“시발.. 어떻게 1년도 못 참냐..”
“왜요?”
“고무신 뒤집었다..”
“예!”
“가시나.. 한달 편지가 없길래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새 딴 놈이랑 팔짱 끼고 다닌다더라..”
“그래요..”
“아쉬운 것 없어.. 지가 손해지..”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자 이 이병이 실컷 먹었다고 한다.
“할 것 다 했는데 뭐.. 뭐 좀 아쉽긴 해도 그렇게 그런 건 아니고.. 그런데.. 아니다..”
뭘 물으려던 이 이병이 관두고 삽질을 하자 강태가 보다 자기도 삽질을 하고 있었다.
“야.. 그렇게 삭삭 필요 없다니까.. 대충 긁어..”
예..”
한쪽에서 삽질을 하던 이 상병이 한 소리를 하자 둘이 대답을 하고는 설렁설렁 삽으로 수로의 흙과 찌꺼기를 긁어 낸다.
웅성..웅성..
점심때가 다 되어오자 작업이 끝난 것인지 부대원들이 복귀를 하고 있었고 다가온 1소대장 장 중위가 수로를 보고는 그만하라고 한다.
“전부 그만하고 가서 쉬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