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강태 1편
잠시 후..
양치를 한 강태가 침상 끝에 앉아 있으니 한 병장이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와 쪼그리고 앉아 강태에게 묻는다.
“야, 간밤에 초소에서 귀신 본적 없냐?”
“없습니다..”
강태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하자 한 병장이 놀랐다는 듯 조용조용 이야기 하라고 한다.
헉!
“야.. 놀래라.. 좀 살살 이야기해 새끼야.. 후..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그래.. 이상하네.. 그긴 귀신이 한번씩 보이는 곳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 병장의 말에 한쪽에 누워 있던 박 병장이 신병 데리고 장난질 말고 바둑이나 두자고 한다.
“어이 한 병장, 애 데리고 쓸데없는 구라풀지 말고 이리와 바둑이나 한판하자.”
“시간 없어.. 10분 뒤에 집합이란다.”
박 병장의 말에 한 병장이 꼭 어디가 하나 모자란다는 듯 바라보며 이야기 하자 박 병장이 왜 모이라고 한지 생각이 나 투덜거린다.
“시팔.. 만날 흙으로 덮어놓았으니 안 무너지고 배겨..”
“그럼 니가 잘 하던가..”
한 병장의 말에 모로 누워있던 시커먼 얼굴의 시골틱한 박인수 병장이 심심하다는 듯 다리를 달달 떨고 있는데 한 병장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 강태를 놀리려는 심산인지 실실 쪼개며 강태를 보다 묻는다.
“야, 너 애인 있냐?”
“없습니다..”
“새끼.. 안 빼앗아.. 있지?”
“정말로 없습니다..”
한 병장의 물음에 강태가 정말로 애인이 없다고 하자 옆에서 구경을 하던 박인수 병장도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그래.. 새끼.. 생긴 건 그래 안생ㅤㄱㅣㅆ는데..”
자기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자꾸 말을 거는 한명식 병장을 강태가 속으로는 귀찮다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에이.. 시발..’
“집이 울산이랬지?”
“예.. 그렇습니다.”
강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한 병장이 자기도 경상도 출신이라는 듯 이야기를 하며 묻는다.
“그래.. 우리 집은 하동이다, 섬진강 알지?”
“예, 압니다.”
“그래, 우리 집은 하동에서 쌍계사 가는 길에 있다.”
“예..”
“넌 식구가 어떻게 되냐?”
“누나 하나에 제가 다입니다.”
“그래.. 부모님들은?”
“신병 훈련을 받을 때 사고로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
싸.. 조용..
강태의 말에 내무반 안에 있던 내무반원들이 모두 일순 하던 일들을 멈추고 서로 말이 없이 보며 대답을 한 강태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냐.. 시발..”
괜히 쓸데없이 물었다는 듯 한 병장이 혼자 투덜거리며 한쪽으로 가고 강태가 가만히 앉아 있으니 박 병장이 슬거머니 일어나 담배라도 태우려고 하는지 밖으로 나가다 강태의 어깨를 두드리고 나갔다.
탁..
저벅..저벅..
박 병장이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조용해진 내무반 분위기에 강태가 조금은 멋쩍은 듯 가만히 앉아 있는데 조금 비대한 행정병이 안으로 보며 소리친다.
“서강태.. 중대장님 호출이다.”
“이병 서강태. 알겠습니다.”
후다닥..
중대장이 자기를 호출한다는 말에 강태가 벌떡 일어나 행정반으로 갔다.
“필승.. 이병 서강태.. 중대장님 호출로 왔습니다.”
강태가 행정반 입구에서 인사를 하며 용무를 이야기 하자 행정병인 조금 비대한 김동욱 상병이 다소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닥이며 중대장실로 들어가라고 한다.
“들어가봐.”
“옛.”
똑..똑..
김 상병의 말에 강태가 대답을 하고 안쪽의 중대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안에서 들어오라는 중대장의 말에 강태가 조심스럽게 중대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필승.. 이병 서강태..”
“짜석.. 거기 앉아.”
“감사합니다.”
중대장의 말에 강태가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자 그런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던 중대장이 편하게 하라며 강태에게 묻는다.
“그렇게 딱딱하게 않아도 된다, 그래 적응이 좀 되냐?”
“예, 그렇습니다.”
강태의 대답에 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생활을 하라고 한다.
“그래.. 뭐든 마음먹기에 달린 거다, 당장 나가 할 일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군 생활을 하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생활하다 어려운 일 있으면 어려워 말고 이야기 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래.. 누나가 장사를 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하시던 식당을 지금 누나가 하고 있습니다.”
강태의 대답에 피부색이 조금 까무잡잡한 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다 강태를 용기를 북돋운다.
“그래.. 누나도 힘이 들 것이고 너도 힘이 들겠다.. 그래도 지금 네 모습을 보면 부모님들이 흐뭇해 하실 것이다, 뭐든 열심히 하다 보면 다 새로운 길이 보인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네 얼굴을 보니 내가 더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
조금 의지가 굳은 듯한 강태가 마음에 들었는지 중대장이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소를 짓는다.
“마음에 힘이 들 때 일수록 더 치열하게 현실에 어울리는 거 알지?”
“예..”
“그래, 나가 부대원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려라.”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강태의 표정에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짓던 중대장이 강태에게 나가보라고 한다.
“나가봐.”
“옛, 필승..”
“짜석..”
자세를 잡아 인사를 하고 나가는 강태를 보며 중대장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음.. 그래서 대대장님이 왔었군.. 그래도 자식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침착하니 잘 적응은 하겠네..’
바로 제대를 하는 것도 가능한데 훈련소에서 계속 군 복무를 하겠다고 하여 군에서 그렇게 하도록 조치를 한 것이었다.
‘..참.. 어떻게 하나하나 챙기지..’
훈련소에서 전해 받은 자료를 본 대대장이 마음이 쓰이는지 어떻게 알고 첫 경계근무에 투입되고 나서 어떤지 직접 살피러 온 것을 보며 중대장이 진급이 빠른 이유가 다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웅성..웅성..
중대장과 면담을 하고 난 강태가 다시 내무반으로 들어가니 최 상병이 자길 찾았던지 다가와 묻는다.
“야, 어디 갔었냐?”
“이병 서강태, 중대장님 호출 받아 면담하고 왔습니다.”
“그래.. 앉아 쉬어..”
“예.. 알겠습니다.”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침상에 앉아 있으니 내무반원들이 좀 전에 강태가 한 말을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눈치였다.
웅성..웅성..
“야, 집합 안 해?”
“...!”
이제 갓 하사를 단 3내무반의 민철수 하사가 괜히 남의 내무반을 보며 한 소리를 하자 모두들 뭐 저런 놈이 다 있냐는 듯 심드렁한 표정이다 하나 둘 밖으로 나가니 부대원들이 설렁설렁 연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웅성..웅성..
이야기를 하며 모이는 부대원들이 모두 어찌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민철수 하사가 갑자기 심기가 불편해진 것인지 잔뜩 인상을 쓰다가 계단 위에서 화를 내며 얼차례를 주려고 한다.
“이 시발 놈들이.. 야, 내가 물로 보여.. 전부 엎드려 뻗쳐..”
“...”
부대원들이 전부 일순 저 또라이가 아침부터 왜 저러냐는 표정으로 민 하사를 보는데..
“이 새끼들이 안 뻗쳐..”
민 하사의 고함에 일부 상병 이하의 부대원들이 어쩔수가 없어 엎드리고 있는데 민 하사가 전부 엎드리지 않는다고 지랄을 한다.
“이 새끼들이.. 야.. 안 뻗쳐..”
‘시발 조또..’
‘시발놈이 뻑 하면 지랄이네.. 퉤..’
앞에서 욕지거리를 하며 방방 뜨고 있는 민 하사를 보고 일부 병장들과 상병들이 기분 더럽다는 표정으로 욕을 하고 있는 중에 평소 내무반에서 장난끼 많던 한 병장이 굳은 표정으로 민 하사를 보고 그만하라고 한다.
“어이.. 그만하자..”
“이 시발..”
자기보고 반말을 하는 한 병장을 보고 민 하사가 욕을 하는데 일순 한 병장의 인상이 확 구겨지며 주먹질을 하려고 하는지 앞으로 나온다.
“이 시발? 이 개 같은 새끼가.. 야, 좆까 새끼야.. 대접을 받으려면 대접을 해야지.. 왜? 함 하까? 전부 일어나 새끼들아..”
후다닥..
“뭘 봐 시발놈아.. 꼬나보면 니가 어쩔건데? 참새 좆 대가리 같은 새끼가 확 시발 밟아 뭉개뿔라..”
엎드려 있던 부대원들이 한 병장의 고함에 모두 일어나 서자 자길 보며 주먹을 쥐고 한마디 한 한 병장을 민 하사가 잔뜩 화가 나 노려보지만 걸걸한 한 병장의 욕설에 얼굴만 잔뜩 붉어지며 별 대꾸를 못하고 있었다.
“민 하사..”
그 때 나오다 상황을 본 것인지 장민호 중위가 잔뜩 인상을 쓰고는 민 하사를 부르자 민 하사가 자세를 바로 하고 대답을 한다.
“하사 민철수..”
“너 이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야?”
“예?”
민 하사가 자긴 무슨 잘못을 하였는지 모르겠다는 듯 왜 그러냐며 장 중위를 보는데 장 중위가 한심하다는 듯 야단을 친다.
“이 개념 없는 새끼.. 그렇게 이야기 했으면 알아 처먹어야지.. 병신새끼.. 뭐 이런놈이 다 있나 모르겠네.. 저리가 엎어져 있어..”
왜 자길 보며 이렇게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민 하사가 자길 질타하는 소대장을 바라보다 소대장의 명이라 옆으로 가 엎드려 있는데 마침 중대장이 밖으로 나오다 보고 무슨 일이냐고 한다.
“또 뭐냐?”
“개념 주입 중입니다.”
“개념? 쩝..”
또 그러냐는 표정으로 민 하사를 한심하다며 바라보던 중대장이 앞쪽으로 가자..
“부대.. 차렷.. 필승..”
필..승..
부대원들의 인사를 받은 중대장이 대충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 서서 긴장을 한 부대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아침이다..”
예..
“간밤에 비 오는데 경계근무 서느라고 다들 고생들 많았다, 음..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악법도 법이라고..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고참들이 잘 이끌어 주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양보하고 그래라, 너희들 마음을 다 알지만 어쩌겠냐.. 법이 그런데.. 한 병장..”
“병장 한상인..”
“알아서 좀 해라.. 낼 모래 나갈 놈이.. 밖에 나가봐.. 다들 그래..”
중대장의 말에 한 병장이 입맛이 쓰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데 그런 한 병장을 보며 뭐라고 하려던 중대장이 이야기를 않고 그 옆에 서 있는 최 병장을 호명한다.
“최 동식.”
“병장 최동식..”
“저 자식 나가면 니가 왕고지?”
“예, 그렇습니다.”
“둘이 어떻게 좀 잘 해봐.. 한 병장, 너 나가기 전에 좀 해결하고 가라..”
중대장의 말에 한 병장과 최 병장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알았다고 한다.
알겠습니다..
둘의 대답에 중대장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입맛을 다시며 둘을 잠시 번갈아 바라보다 부대원들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
“그래.. 모두들 믿는다.. 차후에 이런 모습이 보이면 너희들 전부 특별 정신 훈련을 시키겠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부대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중대장이 옆에서 엎드려 있는 민 하사를 불러 일으켜 새운다.
“민 하사, 이리와.”
“하사 민철수..”
후다닥..
“넌 오늘 하루 연병장 천천히 돌며 뭐가 잘못된 것인지 고민 좀 다시 해라.”
“예.. 알겠습니다..”
‘..시발 조또.. 또 나보고 지랄이야..’
다소 심드렁하게 대답은 하지만 민 하사가 속으로 중대장을 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