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강태 1편
강원도 철원 노동 당사 옆 야산..
비가 추적거리는 가운데 이등병 하나가 잔뜩 긴장을 하여 기분 찜찜하다는 표정으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
쏴..
우르르.. 짜자자자작..
헉!
‘시팔.. 놀래라..’
무슨 놈의 번개가 계속 내리치냐는 듯 번쩍거리는 하늘을 보며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이등병이 혼자 투들거리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우르르.. 꽈광..
경계 근무를 나가면 밤하늘의 별을 노래하리라는 생각은 애저녁에 버린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 새끼는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배가 아프다고 한참 전에 간 선임 병이 오지를 않자 적막한 주변을 잔뜩 긴장을 하고 살피는데 은근히 겁도 조금 나는 강태였다.
우르르..
뻔쩍...
짜자자자자..작.. 꽈르릉..꽈지직..
헉!
긴장감에 입술이 조금 타는 것을 느끼는 중에 갑자기 번개가 바로 옆에 내리치자 놀란 강태가 기절을 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리는데 그때 옆에서 누군가 다친 것인지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으..윽..으..’
‘..아니! 최 상병님이..’
후다닥..
철컹..철컹..
혹시 선임 병이 오다 번개라도 맞은 것인지 놀란 강태가 신음이 들리는 곳으로 뛰어 가는데 그곳에 사람인지 희미한 형상이 보여 더 놀라며 뛰어갔다.
“최 상병님.. 최상병님.. 괜찮..헉! 하..할아버진 누구십니까?”
강태가 그곳으로 뛰어가니 허연 수염의 노인이 입에 피를 물고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호비야옴바르탓..
뛰어온 강태를 본 노인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무어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데 강태가 놀란 표정으로 물으며 자기에게 업히라고 한다.
“할아버지.. 어디를 다치셨습니까.. 제등에 업히세요..”
“헉..헉.. 너는 누구냐..”
“전.. 여기 부대의 이등병인 서강태라고 합니다, 괜찮으세요?”
“이등병? 서강태? 여긴 어느 왕국이냐?”
알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하는 노인을 보며 강태가 일순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예? 여긴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쿡.. 으..윽..”
“괜찮으세요? 안되겠어요, 제 등에 업히세요..”
아무래도 심상치 안아보이는 노인의 상태에 강태가 의무실에라도 급히 데리고 가려고 자기 등을 들이대자 노인이 자기 가슴을 부여 잡으며 고통스러워 하더니 놓으라고 하고 이야기를 한다.
“허..억.. 허..억.. 후.. 놔라..인간.. 나는 이미 틀렸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나의 숙명을 대신하여야겠다.”
“...”
노인이 하는 말에 강태가 도무지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 힘겨워하는 노인을 바라보는데 그런 강태를 바라보던 노인이 강태에게 이야기를 한다.
“나 메르케인 케사볼트라고 한다, 시간이 없으니 이야기를 들어라.”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노인의 말에 강태가 노인이 피를 너무 흘리는 것 같아 우선 의무실부터 가자고 한다.
“일단 의무실부터 가요, 이러다 죽겠어요..”
“인간.. 나는 이미 수명을 다 했다, 시간 없으니 가만 있거라..”
휘리리..
‘헉!’
알 수 없는 기운이 자기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자 강태가 놀라는데 노인이 혼자 이야기를 하며 강태의 머리를 잡는다.
“나 레드의 수장 메르케인 케사볼트는 신마 전쟁에서 마족들이 탈취를 한 운명의 창을 다행스럽게 훔쳐내고 신들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쫓는 마족들을 피해 봉인하고자 차원을 넘었다, 비록 이 몸이 허물어지는 차원신의 율을 받으나 이곳에서 인간을 만났으니 참으로 다행이라 여긴다, 인간, 너는 앞으로 내가 건네주는 운명의 창을 네 목숨으로 수호를 하여 창을 창을 찾고 있는 신들에게 전해주어라.. 그리고 데카란트 대지의 안녕이 만대로 이어지게 하라.”
이게 무슨 소린지..
강태가 멍하니 있는 사이 혼자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지껄이던 노인이 강태의 머리에 손을 얻는데..
끄아아..
엄청난 기운이 자신의 머리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과 함께 말로 형용할 수가 없는 고통이 느껴진 강태가 곧 죽을 것 같은 기분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데 눈 앞의 노인이 잠깐 얼굴이 밝아지더니 서서히 그 형체가 사라지고 있었다.
‘꺼으억.. 크..’
죽을 뻔 했다는 듯 강태가 숨을 고르는데 노인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고 자기가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 들었다.
‘으.. 뭐야..’
방금 까지 느꼈던 생생한 고통과 노인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여 멍하니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딱..
“컥!”
“야, 이 시발 놈아.. 이 새끼가 뒤질라고 환장을 했나.. 야 이 새끼야, 너 미쳤냐?”
“최..최 상병님..”
초소에 있지도 않고 여기서 뭐 하냐는 표정인 최 상병이 강태를 혼내고 있었다.
“햐.. 나.. 너 돌았어? 지금 뭐 하는 거야?”
“그 그게.. 여기서 무슨 소리가 나서.. 난 최 상병님이신 줄 알고..”
강태의 말에 최 상병이 놀라 경계 자세를 잡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용히 사방을 살피다 아무런 소리도 나질 않자 소총으로 강태의 배를 꾹 찌르며 욕을 한다.
“이 새끼가.. 장난하냐?”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너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저..정말입니다.. 여기서 소리가 나서.. 난 또 최 상병님이 넘어지기라도 하신 것인지..”
“놀고 있네.. 따라와 새꺄..”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쭈삣 쭈삣 뒤를 돌아보며 앞서 초소로 가는 최 상병을 따라가고 있었다.
쏴..
“정말이냐?”
“예.. 소리가 들려 가보았습니다.”
“그래.. 정말이지?”
“예..”
강태의 표정에 최 상병이 노루라도 지나갔나 고개를 갸웃거리다 주의를 준다.
“노룬가.. 새끼.. 그래도 어떤 일이 있어도 초소를 벗어나면 안된다, 알았냐?”
“예..”
“씨바.. 먼 비가 이래 쳐 내리 붇노..”
천둥 번개가 언제 쳤냐는 듯 이야기 중에 거짓말 같이 ㅤㅆㅗㅌ아지던 비가 그치고 밤 하늘에 별이 반짝이자 최 상병이 하늘을 보며 지랄 갔다고 한다.
“시발.. 오려면 계속 팍팍 오던가.. 왜 또 오다 말고 지랄이야.. 잘 봐..”
“예..”
“쩝.. 이런 날은 어디가서 몸 한번 거하게 풀어야 되는데.. 시발.. 누구는 특휴 가고.. 누군 좆빼이치고.. 내일부터 인사계도 휴가지?”
“예..”
고개를 끄덕이던 최 상병이 좋다며 강태를 보고 이야기한다.
“교대하고 들어가 한잔 하자.”
“예..”
“너거 가시나는 잘 있냐?”
“애인 없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강태의 대답에 최 상병이 정말이냐고 묻는다.
“정말이냐?”
“예..”
“허우대는 멀쩡한 놈이..”
글적..긁적..
“하여간.. 한번 하기는 해봤냐?”
“아직..”
강태의 대답에 최 상병이 조금 그렇다는 듯 묻는다.
“햐.. 이거.. 골동품이네.. 얌마, 나이가 몇인데 아직이냐?”
“딱히 하고 싶지가 않아서..”
“여자는 있었냐?”
“잠시 사귀었던 가시나는 있었습니다.”
“그래.. 쩝.. 마이 굶어가 내 똘똘이가 성나 죽는다.”
“...”
조금 경계를 하는 듯한 강태의 표정에 최 상병이 자기 그런 놈 아니라는 듯 강태의 어깨를 치며 이야기를 한다.
“남자는 취미 없으니 신경 꺼 새끼야.. 무슨.. 그나저나 브라보 새끼들 한번은 밟아줘야 되는데.. 요새 애들은 어째 다 그 모양이냐.. 하나같이 개발이고.. 뻥 발이고.. 앞으로 졸라 깨지게 생겼네..”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자기도 좀 그래 자기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새끼 니는 고문관 짓 하면 디져..”
“예..”
대답을 하는 강태를 보며 한마디 한 최 상병이 시계를 보더니 준비하라고 한다.
“내가 같은 고향이라 마이 봐준다.. 시간됐다, 올라오면 수화 철저히 하고 암구호 잘 확인해라.. 주 터지지 말고..”
“예..”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잔뜩 긴장을 하고 아래쪽을 주시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두런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부엉이..”
“둥지 안에 있다..”
최 상병이 수화를 하며 암구호를 주고 받는 강태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짓다 총기를 울러매고는 먼저 내려가는데 초소 안으로 들어온 상병 하나와 일병이 강태에게 수고 했다며 머리를 한대씩 때린다.
탁..탁..
“수고했다.”
“아닙니다..”
“가서 자빠져 자..”
“옛.. 수고 하십시오.. 필승..”
거수 경례를 하고 밖으로 나가 최 상병을 따라 내려가는 강태를 보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새끼는 싸가지가 조금 보이지 않냐?”
“그런 것 같습니다, 원래 경상도 애들이 좀 빠릿 빠릿 하지 않습니까..”
“새끼.. 같은 경상도라고 편드냐?”
상병의 말에 같이 근무를 서는 일병이 친한지 편하게 대꾸를 한다.
“에이.. 김 상병님도.. 아닌 것 아시면서..”
“하여간 교육 잘 시켜.. 고문관 되면 골치니까..”
“알아서 하겠습니다.”
“너무 또 잡지 말고..”
“예..”
두 초병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최 상병을 따라 내려간 강태가 행정반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니 일직 하사가 수고했다고 한다.
“필승..”
"필승.."
“고생했다, 거취하고 씻고 들어가 자..”
일직을 서던 하사가 총기를 확인하고 자물쇠를 잠그는데 그런 일직 하사를 최 상병이 미소를 지으며 부른다.
“박 하사님..”
“왜 또..”
“딱 한잔만 하고 자겠습니다.”
“새끼는 매일.. 한 병만 하고 자..”
“예, 감사합니다.”
최 상병이 상병 최고참이라 사실은 박 하사와 근무 개월 차이가 그리 나지는 않았는데 서로 챙겨 주어 친하게 지내는 사이여서 이렇게 한번씩 박 하사의 일직 때 술을 한잔씩 하는 최 상병이었다.
‘야.. 이리와..’
후다닥..
최 상병의 부름에 세면을 하고 오던 강태가 얼른 다가가자 최 상병이 따라 오라고 하여 강태가 최 상병을 따라 다시 세면장으로 갔다.
부시럭..부시럭..
모퉁이 작은 간이 창고로 간 최 상병이 구석에서 작은 버너 하나와 가스통 하나를 꺼내 미소를 짓다 가져온 반합에 물을 담아와 버너에 올려두고 잘 살피라고 한다.
‘보고 있어.,’
“예..”
‘쉿..
세면한 한 모퉁이에서 강태가 반합에 물이 끓는 것을 보고 있으니 잠시 후 어딜 다녀 온 것인지 최 상병이 라면 세 개와 경월 소주 한 병을 가져왔다.
‘들고 있어..’
보글.,.보글..
반합에 물이 끓자 라면 두 개도 끓이기 부족한 물에 최 상병이 라면 세 개를 뜯어 반으로 갈라 넣고는 젓가락으로 저어주고 있었다.
‘..물이 이렇게 작은데..’
이렇게 라면이 끓여지나 하는데 금새 라면이 어느 정도 끓자 최 상병이 스프를 두 개만 뜯어 넣자 강태가 그렇다며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화.. 냄새 죽이네..’
꿀꺽..
라면이 익어가자 냄새 때문에 강태가 환장하겠다는 표정인데 그런 강태를 보며 최 상병이 미소를 짓다 소주병을 내민다.
‘머 하냐.. 먼저 한 모금 마셔..’
‘그래도..’
‘괜찮아 새꺄.,’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소주를 따 먼저 한 모금 들이키자 미소를 짓던 최 상병이 자기도 한 모금 들이키곤 같이 미소를 짓다 다 익은 것 같은 라면을 먹자고 한다.
‘대충 익었다, 먹자..’
최 상병이 반합을 바닥에 내려 먹자며 반합 뚜껑을 같애에게 주자 강타가 뚜껑을 받아 라면을 들어 먹는데 최 상병은 주머니에 구겨 두었던 라면 봉지를 겹쳐 그기에 라면을 들어 먹어 강태가 뜨겁지 않냐는 표정이었다.
‘먹어 임마.. 이렇게 먹는 거야..’
‘예..’
자대 배치 받고 처음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돌아와 선임 병이 라면을 끓여주어 함께 먹던 강타가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 모금 해..’
‘감사합니다..’
꿀꺽..
‘술은 잘 하네.. 많이 먹어..’
‘예..’
최 상병과 강타가 세면장 구석에서 둘이 그렇게 라면을 먹으며 소주를 한모금씩 돌아가며 마시는데 화장실에라도 갔다 오는 길인지 차동혁 병장이 라면 냄새를 이끌려 들어와서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묻는다.
“망보고 온 길이냐?”
“예..”
“적당히 하고 자라..”
“예.. 차 병장님.,.”
이제 갓 들어온 초임병과 경계근무를 서고 왔다는 것을 아는지 술을 보고도 차 병장이 입맛만 다실뿐 와서 거들 생각을 않았다.
후르르..
‘더 먹어.. 먹어 짜샤..’
‘예..’
후르르..
‘캬.. 좋다.. 마셔..’
최 상병이 건네는 술병을 받아 든 강태가 술을 한 모금 하고 술병을 최 상병에게 주자 최 상병이 강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한다.
‘나도 우리 고참이 이랬다..’
‘감사합니다..’
라면을 다 먹은 강태가 고맙다고 하자 최 상병이 미소를 지으며 들어가 자라고 한다.
‘감사는 무슨.. 들어가 자..’
‘제가 치우겠습니다.’
‘들어가 짜샤..’
‘예.. 감사합니다.’
촤..촤..
인사를 하고 내무반으로 들러가는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던 최 상병이 반합을 씻어두고 버너와 가스통을 분리하여 다시 청소 도구 사이에 잘 숨겨두고 있었다.
드르렁.. 푸..
어두침침한 내무반으로 들어온 강태는 적당한 취기에 자기 자리로 가 누워 좀 전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헛것은 아닌데.. 뭘까.. 에이 씨.. 머리 아프네..’
잠시 생각을 하던 강태가 골치만 아프다는 듯 그만두고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고 잠을 청하였다.
드르르르렁.. 푸푸푸..
드르르릉.. 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