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
마왕 크론(2) [완결]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 과연 이기는 쪽은 누구일까?"
테이밍된 몬스터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20강의 무구를 몸에 둘둘말고 있는 크론과 크론의 무구를 탐하는 욕심이 그득한 유저들.
그 결과는 지금은 알 수가 없다.
단지, 미래를 두고봐야할 문제였으니까.
"일이나 하자."
트위찍의 스트리머들은 외국까지 합쳐서 아직도 넘쳐나는 상황.
데오르가 아무리 일처리 능력이 빠르다지만 그들 전부를 돌려면 시간이 촉박한 것이 현 상황이다.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잡념을 털어낸 데오르는 돈을 벌 생각에 히죽 웃어보였다.
언플과 날조.
그것은 정보상에게 있어서 기본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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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저지르는 전체 유저를 향한 거친 도발.
솔직한 말로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건방지기 짝이 없고, 신중한 이들이 보기에는 크론의 행동이 너무나도 경솔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크론이 거느리고 있는 몬스터 패밀리들은 하나같이 강력하기 짝이 없다.
당연한 것이 100레벨 이하가 단 한 개체도 없을 뿐더러 착용하고 있는 20강의 무구들은 몬스터 패밀리들의 강함을 한층 더 돋보기에 만들었다.
또한 중간 보스 격에 해당하는 행콕은 현재 146레벨을 자랑했고, 퀼른은 자그마치 222레벨이다.
게다가 퀼른은 이미 일전에 수 많은 유저들을 휩쓸어버린 보스 중에서도 보스 격에 해당하는 데다가 무려 SSS등급 퀘스트의 주인공격 몬스터였다.
그런데 하나 잊으면 곤란하다.
그 때 당시와는 다르게 현재의 퀼른은 크론이 손수 제작한, 거기에다가 사용 제한은 생각하지도 않고 좋은 재료를 있는 힘껏 팍팍 집어넣어서 만들어낸 레전드+등급의 무구를 풀파츠로, 무려 20강으로 착용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말이다.
"먹잇감들아. 빨리 와라."
솔직히 까놓고 단언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숫자가 온다고 한들 굳이 크론이 나서지 않아도 현 시점의 유저들의 수준으로는 몬스터 패밀리.
아니, 언데드들을 다룰 줄 아는 마족인 퀼른만 나서더라도 도전해오는 유저들은 훌륭한 전리품 덩어리로 화하리라는 것을.
"그럼 시작해볼까."
헌데 더욱 소름이 끼치는 것은 아직 이것만으로도 크론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던전 생성. 세부 설정."
- 권속의 투입으로 인해 레벨 제한이 없는 플로어 던전이 권속화 됩니다. -
- 권속화된 인스턴트 플로어는 클리어하기 이전까지 오직 1개의 던전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유저 입장 제한 : ∞ / ∞ -
- 권속화된 던전의 몬스터들에게 추가 능력치가 부여됩니다. 던전의 몬스터들의 경험치와 전리품 보상이 대폭 증가합니다. -
- 던전의 마왕이 출현하게 됨으로 인해 기존 몬스터들의 모든 스텟이 50만큼 추가적으로 상승합니다. -
- 현 던전은 추가적인 설정으로 유저들의 추가적인 난입이 가능합니다. -
- 현 던전은 마왕이 자리를 비울시 일시적으로 비활성화 됩니다. -
이곳은 크론의 던전이다.
이름 그대로 '크론'이 직접 만들어낸 던전인 관계로 버그나 어뷰징과 같은 행동이 아닌 던전 내부에서의 조정은 충분히 정당한 선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조정하는 만큼 그 대가도 어느정도 지불은 해야만 한다.
모든 스텟을 50증가시키는 버프를 던전 내의 몬스터들에게 적용시킴으로서 크론이 지불한 대가는 유저들의 한계치를 ∞로 설정해야만 했고, 이곳에서 생성된 몬스터들은 사망시 보너스에 걸맞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와 더불어서 상당량의 전리품을 드랍하게 된다.
허나 이 또한 크론으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이곳에 들어온 유저는 결국에는 사망해서 크론에게 경험치와 전리품을 환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테니 말이다.
결국 어떻게 진행되든간에 최대한의 이득을 챙기는 것은 '크론'이었다.
"타임 리프로 조절한 보람이 있네."
물론 너무나도 강한 힘 앞에서 유저들의 흥은 금방 식을 수도 있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시피 한 존재를 무슨 수로 취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욕심과 도전심리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최초의 성공.
그것도 시끌벅적한 인기를 자랑하는 크론을 사냥하는데 성공만 한다면 그것을 등에 업고 엄청난 명예와 더불어서 20강의 무구까지 덩달아 따라온다.
괜히 현실에서 로또의 당첨 확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인기를 가지고 팔려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설사 사망하더라도 유저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은 없다.
마왕의 버프가 적용된 던전의 몬스터들을 사냥함으로서 어느정도의 보상은 챙겨갈 수 있으니 사채업자마냥 전부 털어먹을 정도로 크론은 사악하지 않았다.
"많이 와라.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줄테니까."
그렇지만 그들은 과연 알 수 있을까?
겉으로 무서운 사채업자보다도 진정으로 무서운 존재는 웃는 낯으로 야금야금 갈취해가는 금융기관이라는 것을 말이다.
@ @ @
세상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소소하면서도 어찌보자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대의 분위기가 확 바뀌고는 한다.
정보화 시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트북을 제외하고서 컴퓨터를 휴대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던 사회였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도입된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지금은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와이파이로 즐기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변화 만큼이나 세상의 인식에서 많은 변화를 거친 것도 있었으니, 그것의 주를 꼽자면 게임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게임이란 단순하게 따지자면 오락으로 분류되고, 나이를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보면 예전에는 한심하게 쳐다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시점.
정확히는 가상현실게임인 '더 리셋 월드'가 오픈한 이후부터는 그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오픈한 이후부터 2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에서도 최후의 가상현실게임으로서 군림하고 있는 더 리셋 월드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있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게임의 랭커가 인기 아이돌이나 연예인들 못지 않은 인기를 선보였으며 더 리셋 월드 내에서도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까지 개발되었다.
그로 인한 변화는 곧 사회에서도 일어났다.
젊은 세대는 누구나 더 리셋 월드의 랭커를 꿈꾸었으며,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회인들에게는 일종의 휴식처로서 친목을 다지거나 취미 생활을 육체적 노동없이 이루게 해주는 훌륭한 쉼터가 되어주었다.
노년에 이르른 어르신들에게는 활동적으로 움직여지는 튼튼한 가상현실의 육체에 기뻐하며 제대로 씹지 못하는 음식을 먹거나 가족끼리 길드를 결성해서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여전히 게임을 하는 이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지만 결국 사회란 것은 흐름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힘있는 이들이 더 리셋 월드에 힘을 실으면서 분위기는 결국 정보화 시대로 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 더 리셋 월드의 최강 유저를 손꼽으라고 한다면 가장 첫 순위로 꼽히는 이는 불변의 랭킹 1위의 유저인 크론이었다.
늘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자 유저이면서도 몬스터로 구별되는 '마왕'의 권위를 손에 넣은 템빨 괴물.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는 크론에 관련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실정이었다.
(마왕 크론, 이번에도 신화 등급의 대리 제작에 성공시키다!)
(천 만 구독자 크론, 이번에 20강 무구를 다시금 대리 강화을 달성. 도대체 몇 번 째인가?)
(나날이 고공행진하는 행콕의 인기. 그 섹시함은 어디까지?)
(쵸우지 센세의 애교 모음)
(운영자와 마왕은 한 패다. 그렇지 않은 이상 20강의 무구를 찍어내듯이 만드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마왕, 크론의 던전 권속화 던전 '크론의 전장'이 오늘부터 하루동안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여태까지 수 많은 이들이 크론의 20강 무기를 얻기위해서 도전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크론의 늪. 과연 이번에는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손만대기만 하면 빵빵 터지는 소란의 주인공.
크론 덕분에 게임계의 기자들은 집중적으로 크론과 관계된 이야기를 써내려갔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크론의 던전에 몸을 던져서 취재를 감행할 정도였다.
물론 그 중 100%는 크론에게 인터뷰를 따기는 커녕 죄다 죽어서 전리품을 떨구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말이다.
냉혹한 성격과 평타는 치는 외모 덕분에 크론의 인기는 나날이 올라갔고, 결혼 적령기에 든 20대 여성들은 크론을 선망했으며, 2, 30대의 남성들에게는 게임계의 우상으로 손꼽혔다.
그 어떠한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독불장군으로 플레이하면서 대장장이의 모든 스킬들을 MAX단계까지 찍은데다가 수 많은 몬스터를 길들인 던전의 지배자.
그 뿐이랴?
수 많은 랭커들의 무기들 대부분이 크론 메이커일 정도로 크론의 힘은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있었고, 무구 제작 및 대리 강화로 크론이 벌어들이는 수익만 하더라도 억대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었다.
"건방진 녀석."
크론에 관련된 정보를 읽어내리면서 백검은 피식 웃었다.
"이 정도 성장했으면 적어도 개죽음은 당하지 않겠지."
오직 이 날을 위해서 백검은 근 2년 동안 쉬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며 자신의 인생을 더 리셋 월드에 투자했다.
넘을 수 없는 벽, 크론.
녀석의 존재는 백검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입히기도 했지만 다른 면으로는 완벽주의자 였던 백검에게 하나의 배움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피지컬과 판단 능력을 토대로 늘 1위라는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백검.
그랬던 그가 유일하게 개인 대 개인으로서 크론에게 패배한 이후 백검은 오로지 크론만을 쫒으며 성장의 집념을 불살랐다.
그 덕분에 알게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1등보다는 그 1등을 쫒는 2등의 성장 속도는 더욱 불이 붙는다는 것을 말이다.
'고마운 건 딱 이거 하나뿐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현재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크론은 대체 어떠한 재주를 부리는 것인지 단 한 번도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크론의 입지를 보며 백검이 환하게 웃음지었다.
"이제 내려올 준비 해야지?"
영원한 2인자가 없듯이 영원한 1인자도 없다.
날고 있는 크론의 날개를 뜯을 생각에 차오른 백검은 자신과 함께 성장을 거듭한 북두칠성을 거느린채 던전에 입장했다.
"호오, 이게 누구실까?"
그 동안 거래 외에는 접점이 전혀 없었던 백검과 대면하게된 크론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타임 리프라는 초능력 덕분에 일단은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고는 하지만 크론에게 있어서 백검의 존재는 나름 특별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단신으로 크론에게 유일하게 죽음을 선사해주었던 인물이라는 점은 쉽게 간과할 수 없다.
뭐, 타임 리프로 시간을 되돌린 탓에 백검 본인은 크론을 이미 죽인 것 조차 기억도 못하겠지만 크론이 기억하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꼬리를 말고 도망치더니, 이제는 좀 해 볼만 해졌나봐?"
"비꼬는 건 적당히 하고, 한 번 부딪쳐보자고."
지금은 비록 자신에게 밀려서 만년 2위를 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세계의 유저들이 즐기고 있는 더 리셋 월드에서 2위를 거머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랜만에 심심하지는 않겠어."
간만에 즐길 만한 상대가 온 덕분에 유희를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크론은 마왕답게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