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
강화의 신화를 새로이 쓰다(5)
"저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하지만, 아쉽게도 저한테 권한은 없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본래 주인이 있는 아이템이니까요."
대리 강화를 치뤘다고는 하지만 크론의 말마따나 무구의 주인은 이미 노대혁과 한형식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받아먹을 돈이 흘러넘치는 상황이었으며, 이미 시청자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여기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시끄러운 빵파레 브금이 크론의 귓전을 때렸다.
<우리 손녀 쵝오님이 10,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리 손녀 쵝오 : 어차피 이미 노강 보여준 거, 20강이라고 안보여줄 이유는 없지. 마음대로 하게나. 아, 그리고 이건 우리 길드원 챙겨준 답례라네.
재벌 59세 :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
<재벌 59세님이 500,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재벌 59세 : 그리고 나도 옵션 공개는 상관없네. 원래 수집광들이 뽐내는 거를 좋아하니 말일세. 그러니 어서 그 광택이 반질반질한 것 좀 띄워보게나.』
『크론 : 20강 추가 옵션이 공개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두 분 다?』
『우리 손녀 쵝오 : 상관 없네. 어차피 다이아몬드는 악질 녀석들도 못건드리는 철혈의 길드라고.』
『재벌 59세 : 우리는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으니까 말일세.』
거침없는 두 수집광의 반응.
크론은 머리를 긁적이며 허탈한 웃음을 내비쳤다.
'고인물들의 종특은 등급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가.'
다른 이에게 자신의 강점을 뽐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고인물 유저의 본능이다.
특히나 재벌이라는 특징까지 곁들어져 있는 이들이었으니 얼른 20강의 무구를 선보여서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모습을 보고싶어서 안달이 나있으리라.
'이것 참. 쩝. 뭐 나한테 나쁜 결과는 없을테니까.'
굳이 보고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아이템을 들이대면서 자랑하는 것은 꼴불견중의 꼴불견이지만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입장의 이들에게 선심쓰듯 보여주는 것은 충분한 파장을 일으킬 수가 있다.
쿨라우에게 영상 편집을 맡기게된다면 아무래도 빅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20강의 아이템의 옵션을 공개하는 부분이다.
분명히 굉장한 여파를 가져올 것이며, 조회수와 구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솔직히 옵션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주작에 관련된 루머가 퍼질 확률도 높았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공개되는 방향이 크론으로서도 백 번 이득이었다.
존버하는 소나 : 옵션 공개 가즈아ㅏㅏㅏ!!!
버스의 맹세 : 궁금하드아앙!
초고속 모드 : 아, 버퍼링 씨부레;
이과 야스오 : /고속 모드
기브 미 쵸코틴 : /고속 모드
무구의 주인이 허락의 뜻을 비추자마자 시청자 게시판은 금방이라도 폭주할 기세로 활활 불타올랐다.
도무지 적당히를 모르는 시청자들의 행동 덕분에 옥튜브의 스트리밍은 물론, 트위찍의 영상 플랫폼에도 영향을 끼쳐서 여간해서는 잘 걸리지 않는 렉으로 인해서 답답할 지경이었다.
'조만간 신식으로 하나 맞춰야겠네.'
종수가 구매해준 이 캡슐도 나름 최신형이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게임 쪽으로만 발달되어 있다보니 방송 쪽에 있어서는 한계가 금방 드러났다.
방송용으로 쓸만한 부품의 구매를 마음 속으로 결정하면서 크론은 곧장 방송의 진행을 서둘렀다.
"지금 공개하도록 하죠."
마음같아서는 이번에도 '60초 후에 계속됩니다'의 뜸들이기를 시전하고 싶었지만 지속적으로 걸리는 렉 때문에 자칫 이러다가는 시청자들이 팅길 수도 있다.
이미 무구 제작과 20강까지 달리는 대리 강화를 2번이나 연속으로 진행함으로서 많은 시청자들이 생방송을 관람하는 중이었고, 옥튜브에 올릴 영상의 분량은 충분히 뽑을 만큼 뽑은 상황인 점도 한몫 단단히 해주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돈을 받기는 하지만 충분히 보답하고도 남을 겁니다.'
20강에 도달한 지존 갑주와 게이볼그의 창의 옵션을 힐끗 바라보면서 짧은 탄성을 내지르며 크론은 본격적으로 질투에 불을 지폈다.
[+20 지존 갑주(레전드)]
- 전설에 이름을 새긴 장인의 작품입니다. 동력원의 힘을 바탕으로 하여 방어막을 생성시킵니다. 각종 희소한 재료들을 통해서 적절한 밸런싱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착용제한 : 레벨 70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함
* 내구도 : 550/550
* 방어막 : 3,100/3,100
* 동력 : 1,800/1,800
* 방어력 +686
* 항마력 +950
* 체력 +80
* 지능 +150
* 마력 +220
* 마법 피해 증폭률 30% 상승
* 프로텍트 배리어(액티브) : 2분 동안 1,500의 피해를 흡수해주는 방어막을 생성합니다. 동력 소모 150 쿨타임 5분
* 피해 증폭(액티브) : 10분 동안 마법 피해 증폭률을 110% 상승시킵니다. 쿨타임 20분
* 속성의 갑주(패시브) : 방어력 350증가, 항마력 530증가
* 엘리멘탈 과부화(액티브) : 5분 동안 마법 피해 증폭률을 200% 상승시키며, 4대 원소의 속성을 주입시킵니다. 쿨타임 1시간
[+20 게이볼그의 창(레전드)]
- 놀라운 솜씨를 지닌 명장의 솜씨로 빚어진 전설적인 창입니다. 관통력을 중점으로 제작되었으며, 날카롭게 벼려져있는 겉면으로 인해서 적중시 상당한 치명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중요한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입니다.
* 착용제한 : 레벨 65이상 힘 230이상
* 내구도 : 780/780
* 공격력 +2,640
* 힘 +110
* 민첩 +120
* 체력 +85
* 관통력 200% 상승
* 전장의 출혈(패시브) : 공격당한 개체에게 치료가 불가능한 출혈을 일으킵니다. 1스택당 초당 50의 피해를 입히며, 총 3번까지 중첩이 가능합니다. 전투가 끝날때까지 지속됩니다.
* 필사의 돌진(액티브) : 적으로 지정한 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여 꿰뚫습니다. 이 상태일시 이동 방해 계열의 상태 이상에 면역상태가 되며 이동 속도가 200%상승합니다. 무無속성 피해량 1,500%증폭 쿨타임 5분
* 필드 구축 - 결의의 맹세(액티브) : 20분 동안 시전자를 기점으로 반경 450M내에 필드를 구축합니다. 해당 필드에 위치한 아군의 피해량 60%를 대신 받습니다. 필드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있는 적군에게 전장의 출혈이 발동중이라면, 출혈으로 입는 피해량 만큼 시전자의 생명력을 회복시킵니다. 쿨타임 5시간
유저들이 옵션을 읽어내릴 시간도 감안한 크론은 1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마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나름 쓸만하지 않습니까?"
이미 지존 갑주와 게이볼그의 창보다 더욱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자빅스를 보유하고 있는 크론의 입장을 따지자면 그 말대로 별 것 아니다.
허나 이미 시청자들에게 크론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마치 귀신에 홀린듯이 옵션을 읽어내려가던 시청자들은 하나 둘 감탄사를 내지르더니 이내 키보드 워리어가 빙의라도 한듯이 쉴새없이 채팅을 이어나갔다.
키에인 : 미쳤다······.
오도팔맨 : 아니 저거 스킬 추가된 거 뭡니까? 노강 때는 분명히 없었는데?
기룽 : 엘리멘탈 과부화랑 필드 구축 - 결의의 맹세 보셈. 와 진짜, 효과 정신 나갔음.
조지아vs탑 : 그런거 다 떠나서 저거 옵션 뭔데? 아주 그냥 혼자서 일당백 찍겠네 ㅋㅋㅋ
키홀 : 일당백은 이미 크론 님도 띄웠잖음.
포테토칩 : 헐? 그러면 설마 그 때 당시에 벌써 저 만한 무구를 끼고 있었다는건가?
아이템의 성능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면서 며느리를 대하는 시어머니 처럼 이것저것 따져나가던 시청자들은 별에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무구의 본주인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을 여지없이 뿜어냈다.
하지만 자그마치 2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시청하고 있는 현장이다.
수 많은 유저들의 인파 속.
그 곳에는 크론이 미리 준비해둔 안배라고 칭할 수 있는 바람잡이가 존재했다.
사신의 낫 : 크론님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착용하신 무구들도 공개해주실 수 없을까요?
<사신의 낫님께서 5,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사실 스트리머.
아니 모든 유저에게 있어서 장비의 공유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다.
앞서 말했듯이 장비의 공개는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 시키는 꼴이었기에 굉장히 실례가 되는 발언이었고,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들어도 마땅한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렇지만 5백 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과 현재의 물타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이템 공개로 인해서 이미 시청자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그 전에 시기심에 눈이 먼 유저들은 오히려 사신의 낫에 동조하며 크론에게 후원금과 함께 장비의 공유를 요청해왔다.
'역시 도가 텄군, 텄어.'
어차피 미리 계획하고 있었던 일.
크론은 겸사겸사 후원금까지 챙기면서 어쩔 수 없다는듯이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여러분들이 원한다면야. 저는 열린 스트리머라서 언제든지 공개를 해드릴 의양이 있습니다."
약올리는듯한 눈웃음과 함께 크론은 덧붙였다.
"전부 20강으로 말이죠."
크론의 발언과 동시에 눈치빠른 시청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20강화.
이것의 성공 확률은 그야말로 극악 중의 극악이다.
보통의 유저들이라면 20강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기껏해야 10강 수준의 무구 하나 가지고 있으면 굉장한 하드 유저라고 치켜세워지는 것이 현재의 더 리셋 월드다.
그런데 20강의 무구를, 지금 기적을 일으킨 지존 갑주와 게이볼그의 창 이외에도 존재하다니?
이를 바득바득 갈아붙이며 크론을 몰아붙이는 시청자들의 행동에 크론은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크론이 시청자들을 모으기 위해서 무구 제작과 20강의 대리 강화를 2번이나 연속으로 진행한 이유가 괜히 있겠는가?
자신의 뒷배경이 되어줄 구독자와 팔로우의 숫자를 늘리고 후원을 받을 목적도 분명히 존재했지만 홍보 팀장까지 바람 잡이로 활용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던전에 대한 홍보.
크론의 경험치와 전리품이 되어줄 호갱님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크론은 자신 그 자체를 미끼로서 홍보의 밑거름으로 삼은 것이다.
"요청하신 대로 제 것 또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론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착용하고 있는 무구들의 정보를 생방송을 통해서 고스란히 송출시켰다.
(+20 자빅스를 공개 설정하여 송출합니다.)
(+20 뚝배기 헌터를 공개 설정하여 송출합니다.)
(+20 분신수의 혼을 공개 설정하여······.)
수 없이 좌르륵 나열되기 시작하는 크론의 무구들.
하나같이 20강에 도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레전드 등급의 지존 갑주와 게이볼그의 창을 월등히 뛰어넘는 옵션의 자태를 영접한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왜, 그런 말이 존재하지 않던가?
사람이 너무 경우가 없는 일을 겪게되어버리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않는 경우를 말이다.
자그마치 2만 명이다, 2만 명.
이 많은 시청자들이 플랫폼을 동결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채팅창은 한 동안 너무나도 조용한 상황을 유지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몇몇 유저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세상의 불편을 논하기 시작할 때.
타임 리프로 적절한 타이밍으로 시간을 되돌린 크론은 채팅창을 동결시키며, 시청자들보다 더욱 빠르게 치고들어갔다.
"가지고 싶으십니까?"
던전에 관련되어 있는 홍보.
뭐든지 길게 늘여서 쓸 필요성은 없다.
"그럼 크론의 던전에 오셔서 저를 죽여보세요. 20강 무구를 드랍하는 마왕. 탐나지 않습니까?"
깔끔하고 스윗하게 시청자들을 도발하며, 크론은 종족이 마왕이 되면서 자동적으로 시뻘개진 카오를 뜻하는 이름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면서 생방송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