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119화 (119/122)

# 119

강화의 신화를 새로이 쓰다(4)

돈 많이 벌고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함께 가지고 있는 스트리머.

자신의 취미 생활을 활용해서 돈까지 많이 버는 인생이야말로 즐겁고 성공한 인생이지 않겠는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면서 크론은 인생의 성공으로 향하는 한 걸음을 크게 내딛었다.

"쵸우지 센세. 이번 강화는 성공입니까?"

크론의 사기극.

그것인 이제 막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일 뿐이었다.

@ @ @

"하아?"

옥튶브에서의 꾸준한 활동으로 어느덧 69만의 구독자를 거느리면서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키리 더 맨.

나름 준 연예인 급의 인기를 거머쥐고 있는 빅 스트리머인 그는 크론TV의 방송에서 나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면서 어이가 털릴 수 밖에 없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을 수가 있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초로 유니크 등급의 강화를 12강까지 성공시킴으로서 옥튜브에 큰 파장을 일으켰었던 녀석이 이번에는 최초로 레전드 등급을 강화하고 있다.

그것도 20강까지 물러섬 없이 달려들겠다고 단단히 선포를 내리면서까지 말이다.

그리고 스트리머 크론은 상남자답게 그 말을 그대로 실현화 시켰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수 십억을 호가할 수 있는 레전드 등급을 사용해서 제물조차 바치지 않고 강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미친 새끼······."

한 때 대리 강화의 아들이자 산 증인으로서 행운의 남자라 불리던 키리 더 맨은 이제 자신의 타이틀이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크론이 12강의 유니크 무구를 띄우는 모습에 자존심을 되찾을 요량으로 키리 더 맨은 인맥을 끌여들여서 더욱 과감하게 강화를 시도했었다.

수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건지지 않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레어+등급의 아이템을 14강까지 띄우고, 유니크 등급도 11강을 띄움으로서 부족하지만 어느정도의 자존감 회복을 누릴 수가 있었고, 그 계기로 인해서 이제는 구독자도 70만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허나 크론의 방송을 통해서 키리 더 맨은 자신의 행동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하려고 했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듯이,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고민없이 지르는 크론의 모습을 통해서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빅 스트리머인 만큼 키리 더 맨은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인생 참 씨발 같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롭게 등장하는 강화계의 샛별 정도로 생각했다.

초창기의 행운이 뒤를 받쳐준 덕분에 반짝 스타로서 잠깐 뜨는 정도라고 치부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전설.

아니, 이제는 강화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강화의 신 그 자체와도 같은 크론의 모습은 진짜로 행운의 여신이 그 뒤를 받쳐만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저런 열혈 회원만 잔뜩 있다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 많은 강화를 시도해보았던 키리 더 맨이기에 알 수 있었다.

강화.

도박과도 같은 이것은 순수하게 자본이 많다고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많아짐으로서 대리 강화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시도하는 횟수의 증가'일 뿐이었으니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노력하는 천재를 이기지 못한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영상 속의 크론은 레전드 등급의 무구인 지존 갑주를 17강까지 성공시키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던가?

"씨발, 그래 네가 다 해쳐먹어라. 이 괴물같은 자식."

질투와 시기심도 어느정도의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의 탁월한 능력과 운까지 겸비하고 있는 크론의 모습을 통해서 키리 더 맨은 질투보다는 오히려 존경의 마음을 품었다.

비록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인정을 담은 그 만의 표현방식이었다.

"진짜 부러운 새끼."

대리 강화를 업으로 삶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부러워서 미칠 것만 같은 재능.

끝내 20강을 달성시키는 모습에 키리 더 맨은 그저 허탈하게 웃으며 축하의 후원금을 보냈다.

그 자체가 1인 방송 업체인 스트리머.

그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생존해왔던 키리 더 맨이기에 살아남는 방법 또한 잘 알고 있다.

딱봐도 올라갈 것만 같은 유망주에게 줄이라도 대면서 친근함을 표현하다보면 그 쪽에 있는 구독자들도 호감을 가지고 찾아오기 마련이었으니까.

"본격적으로 선을 이어볼까."

보통 20강을 띄우는 영상을 찍어냈으니 영상감은 충분히 뽑아내다 못해 엮어놓은 굴비마냥 넘쳐날 것이다.

남는 시간 동안 대화라도 붙여볼까 했지만 실로 놀랍게도 크론의 대리 강화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예정된 다른 고객님의 작품을 만들고, 다시 대리 강화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고작 1개'의 20강으로 크론이 만족할 턱이 없었다.

아직 열혈 회원이 넘쳐나는 상황이었고, 크론은 다이아몬드 길드의 재벌들에게 받은 재료를 토대로 무구를 제작해 줘야할 의무가 있었다.

치가 떨릴만한 재능과 쉬지 않는 활동량을 자랑하는 노력.

크론의 행동에 키리 더 맨은 할 말을 잃었다.

@ @ @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착각 중의 하나는 바로 자신이 직접 겪는 일이 아니라면 해당 일을 손쉽게 여기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게임 방송이 여기에 많이 해당되는 편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물론, 다른 이의 아이템을 대리 강화함으로서 돈을 벌어들이니 '이거 완전 개꿀인데?'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때 E-스포츠가 큰 바람을 타게 되었을 때에도 프로게이머는 수 많은 중고딩들의 꿈의 직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진짜 막말로 게임만 잘하면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은 금액을 벌어들였으니 어찌 마다한단 말인가?

허나 세상에서 남의 돈 타먹는 것이 어찌 쉬울 수가 있겠는가?

본디 게임을 취미 생활로서 '즐기기만 할 때'랑 일이 되어서 '억지로라도 즐겨야할 때'의 차이는 천지차이 수준으로 갈라질 수 밖에 없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돈을 받음으로서 더욱 나은 플레이를 선보여야만 했고, 노력과 정진은 당연하게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기본 옵션이다.

당연히 그 과정 속에는 능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슬럼프를 겪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스트리머들의 대리 강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저 보는 이에게 있어서는 다른 유저의 아이템을 강화하는 것이었으니 그저 몇 번 움직이고 클릭하는 것으로 돈을 쓸어담을 수 있으니 꿀 직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허나 앞서 말했듯 눈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1차원 적인 행동이었다.

강화라는 것에는 우선 필수적으로 '미신'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소위 '제물'이라 칭해지는 버리는 패와 같은 무구도 준비해야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정신력의 단련도 필요했다.

대리 강화라는 것이 성공시킨다면 상당한 인기와 더불어서 무구의 본주에게 믿음과 후원금을 얻게되는 반면,

실패를 하고, 그것을 더욱 많이 반복하게 된다면 인기는 얻을 수 있을지 언정 좋은 등급의 무구를 대리 강화할 수는 없게 된다.

돈 많은 이들이 멍청이도 아니고, 밑 빠진 독에 무슨 이유로 물을 붓겠느냔 말이다.

결국 대리 강화를 업으로 삼는 스트리머의 경우에는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량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로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감내할 줄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직업중 하나였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 모든 것에 있어서 크론은 조금의 고민도 할 필요성이 없었다.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20 게이볼그의 창을 얻었습니다. -

- 대장장이로서 놀라운 업적을 새로이 기록합니다. 명성이 800증가합니다. -

- 종족 '마왕'으로 인하여 800의 명성이 악명으로 전환됩니다. -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강화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타임 리프 덕분에 자유로이 조작이 가능한 크론이기 때문이다.

겪고 싶지 않다면 실패할 때마다 시간을 되돌리고 다시 시도하면 되는 것이었고, 애초에 크론은 다른 이들의 시선에 자신을 억지로 맞출 생각은 없다.

인기 많은 빅 스트리머들의 공통적인 성공 비결중 하나가 남들과는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 대리 강화는 여기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열혈 회원 님들도 조만간 시간을 투자해서 제작해드릴 예정이니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오늘 완성하게된 20강의 무구인 지존 갑주와 게이볼그의 창.

지존 갑주는 당연히 노대혁의 것이었고, 게이볼그의 창은 한형식이 요구했던 작품이었다.

······뭐랄까, 참으로 아재스로운 두 재벌의 네임센스에 혀를 차는 크론과 시청자들이었지만 어차피 본인이 만족하면 다 좋은 일이다.

'너무 대량으로 찍어내면 버그로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

이미 2개의 레전드 등급 아이템을 20강에 도달시키는 말같지도 않은 일을 벌였기에 운영자들에게 몇몇 시청자들은 항의글을 보내겠지만 어쩌겠는가.

증거도 없고, 버그도 아닌 것을 시청자들의 '저건 버그야!'라는 말만 듣고 처분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을 말이다.

'이 기회에 빠르게 랭커로 오시길 바랍니다.'

자신을 위해서 두 손 걷어붙이고 도와주었던 형식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크론은 고마운 감정이 깃들어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벌들에게도 각자의 입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20강의 레전드 무구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인 것과 아닌 상태.

이 두 차이만으로도 길드 '다이아몬드'에서 형식이 펼칠 수 있는 입지는 상당할 수 밖에 없다.

키놉시스 : 야 이 사기꾼아!

홀 오브 윈 : 무슨 20강을 한 번의 영상본으로 2개를 띄울 수가 있지? 그것도 노 제물로?

배째식 : 이거 버그임. 아무튼 버그임.

블랙 말랑카우 : 제발, 제발 좀 아이템 옵션을 보여주세요! 벌써 2시간 째 눈도 깜빡이지 않고 시청중입니다.

곧 리신될 예정 : 앞이 보이지 않소.

만자옹 : 아니, 크론님아. 이 쯤되면 되지 않았나요?

<만자옹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더 리셋 월드에서 최고의 강화 단계라고 할 수 있는 20강.

크론이야 이미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몬스터 패밀리들도 주렁주렁 착용하고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유저들의 입장으로서는 절로 호기심이 치밀어 오를 수 밖에 없다.

노강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보면서도 질질 싸면서 호들갑을 떨어대던 시청자들인데 20강의 레전드 등급을 본다면 그 자리에서 게거품을 물 것이 불보듯 뻔했다.

'상상도 못할 거다.'

특히나 특정 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20강에 도달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성능을 자랑하는 특수한 스킬이 생성된다.

시초의 망치의 '대지모신의 가호'나 뚝배기 헌터의 '초전박살 - 화火'와 같은 스킬들은 기존의 스킬들의 성능을 월등히 상회했으며, 당연한 말이지만 레전드 등급인 지존 갑주와 게이볼그의 창에도 20강이 도달하면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스킬들이 추가로 탑재되어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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