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
강화의 신화를 새로이 쓰다(3)
게임계에 있어서 유일하게 허약된 마약이자 도박 행위인 강화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한 두 번쯤은 반드시 필히 접하게 되기 마련이다.
성공과 실패.
간결하면서도 희망과 절망이 함축되어 있는 익숙함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내가 제일 자신있는 것으로 몰아붙인다.'
혹여라도 더 리셋 월드에 '강화'와 같은 도박 시스템이 없었더라면 크론은 지금까지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설사 테이머의 길들이기에 큰 영향을 준다고는 했지만 현재의 크론이 타 유저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강할 수 있었던 것에는 '아이템빨'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스트리머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크론은 자신을 존재하게 만들어준 강화 시스템을 방송으로도 활용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 많이 있으시군요."
어치피 숨길 필요가 없었기에 크론은 싱긋 웃으면서 방송의 제목을 수정했다.
'크론 메이커 제작 방송'이라는 평범한 제목에서 '쵸우지 센세의 레전드 등급 무구 강화, 터질 때까지.'라는 상당히 어그로성이 다분한 제목으로 말이다.
유니크 무구의 대리 강화도 희귀한 현재 마당에 그 상위에 해당하는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강화한다.
그것도 터질 때까지 지른다는 어휘로 인해서 유저들의 유입 속도는 순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광이온 : 진짜 레전드 무구 터질 때까지 지를 생각임?
소렌 : 미친 새끼.
한손에꼬음기 : 레전드 강화 가즈아ㅏㅏㅏ
singren : !%#^!#[email protected]%
지진이라도 일어난듯 크게 태동하는 시청자들의 현황판.
글로벌 시대의 방송 플랫폼인 트위찍답게 외국인 유저들도 현란한 외국의 언어를 남발하며 떠들어대는 모습도 틈틈히 보일 지경이었다.
"외국분들의 말은 해석이 어려우니 그 부분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똑똑한 뚱이 : 그러게 공부 좀 하지 그랬냐.
맹구 마스터 : ㅋㅋㅋ 요즘 영어는 기본 아님?
번역 전문가 : 영어는 제가 해석해드립니다. 저만 믿어주세요.
기미신 : 올, 해석자 등판하셨다.
크론의 말에 까내릴 기회를 잡았다는듯이 크론의 언어 실력을 까내리는 시청자들이 등장했지만 어쩌라는 것인가.
타임 리프 능력이 받쳐주더라도 공부 쪽으로는 영 머리가 안돌아가고 관심도 없는 것을 말이다.
"욕하거나 분쟁 일으키면 벤입니다."
깔끔하게 분쟁을 종전시키는 단어, 벤을 사용하며 크론은 현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우리 손녀 쵝오 : 이봐, 터질 때 까지라니? 2, 20강까지 지를 생각인가?
광이온 : 어엌 무구 주인 오셨다.
재벌 59세 : 회장님. 폭죽 놀이 즐겁게 구경하겠습니다.
블랙 말랑카우 : 오오옷 회장님 눈호강 미리 감사드립니다.
분명 귓속말로는 마음 놓고 지르라고 폼나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당연히 빅텀의 입장으로서는 적당히 지를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방송에 대놓고 '터질 떄까지 지름'이라고 적어놓자 꽤나 당황한 것인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벌 중에서도 큰 손에 해당하는 만큼 금전적인 문제는 어찌 해결하겠지만 수집광으로서의 욕구가 있는데 아마 레전드 등급의 무구가 폭죽 놀이의 희생양이 되면 가슴 한 켠이 뜯어질듯 아프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크론 한정으로, 강화 실패란 존재할 수가 없었다.
설사 실패해서 무구가 소멸하더라도 미래의 일을 뒤틀 수 없는 힘이 존재했기에, 크론은 호언장담의 뜻을 내비칠 수가 있었다.
"쵸우지 센세, 이번 강화는 성공입니까?"
"큐우웃!"
"휘유~ 쵸우지 센세께서 이번에는 뒤도 돌아보지 말라고 하는군요. 다들 당분간 집중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솔직히 끈덕지게 질질 끌 생각은 없다.
어차피 이미 한계선을 20강으로 작정한 상황에서 1강과 2강부터 뜸을 들이는 것은 너무 모양새가 빠지지 않겠는가?
"시작합니다."
이제 부터는 조금의 노동이 섞여있는 강화 노가다에 심취할 차례였다.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 지존 갑주를 얻었습니다. -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2 지존 갑주를 얻었습니다. -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10 지존 갑주를······. -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고 무려 10강까지 단숨에 스트레이트로 직행하는 크론&쵸우지 센세의 강화.
물론 그 이면에는 자그마치 63번에 이르는 실패와 더불어서 39번의 소멸이 있었지만 타임 리프의 힘으로 다시금 원상복귀 시키고, 강화를 반복했었다.
'이 맛에 대리 강화를 하는건가?'
크론은 실패해서 지존 갑주가 소멸했을 때 보였던 반응을 떠올리며 피식 웃어보였다.
남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려는듯 상당한 금액양의 후원과 함께 '꺼-억'거리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분통을 터트리는 빅텀의 모습은 웃기고도 슬픈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분위기를 끌고오는 방향으로는 아무래도 실패보다는 성공했을 때가 더욱 좋았다.
재벌 59세 : 이런 미친······.
소렌 : 미친 새끼······.
누가 부자父子관계 아니랄까봐 똑같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둘과 난리가 나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보아서 이번 방송도 제법 성공할 것만 같은 분위기다.
하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무려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강화하는 것이었으니 이러한 분위기가 되는 것은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본래 아이템의 등급이 높으면 높을 수록 강화의 성공 확률은 천정부지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5강 이후의 강화에 있어서는 실패하는 그 자리에서 얄짤없이 소멸이다.
어지간한 배짱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힘들다.
설사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택 한 번에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 허공으로 붕 뜨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그런 반응을 보이시면 곤란합니다."
물론 크론은 그 틀에 속하지 않는 예외적 인물이었지만 말이다.
"오랜 폐관 수련을 통해서 우리들의 쵸우지 센세께서는 강화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내뱉는 거짓말.
몇몇 시청자들이 자신들을 우롱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가득 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방향이 더욱 많았다.
왜냐하면 이런 거짓말의 취향이 고스란히 먹히는 공간이 바로 방송의 세계다.
기브민 : 지린다, 리얼 이거 개지려!
god the dddd :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번역 전문가 : 스트리머님의 패기를 보고 지렸다고 합니다.
쫄쫄 : ㅋㅋㅋ 레어 등급 무구 10강 지르면서 벌벌 떠는 영상 보다가 이거 보니까 왜케 속이 시원하냐.
레전드각 : 진정한 레전드각 뽑기 위해서 슬슬 터트려 줍시다 쵸우지 센세!
가뭄의 단비.
늘상 평범한 대리 강화 방송에 있어서 슬슬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거침없이 강화하는 크론의 매력에 풍덩 빠져버렸다.
"다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터지든간에 붙든간에, 저는 이번 강화의 한계점을 이미 20강까지 가기로 무구의 구매자 분에게 허락을 받은 상태랍니다."
확률이 1%는 되나 싶을 정도의 20강의 강화.
크론이 내던진 포부에 시청자들은 환호성과 더불어서 짙은 시기심을 크론에게 여지없이 뿜어댔다.
'좋아, 아주 좋아.'
스트리머의 세계에 있어서 시청자들의 숫자와 관심은 곧 권력이며, 무관심이야 말로 가장 필요 없는 감정 중 하나이다.
개 중에는 간간히 분리수거도 안 될 악질적인 악플을 일삼는 버러지들도 존재하지만 그런 녀석들은 간단하게 '벤'해버리면 간단하다.
애시당초에 그런 녀석들은 있어봤자 크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이 돈 쓰기를 아까워하는 탓에 후원도 대체적으로 하지 않고 남이 고통 받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 비꼬는 것에만 특화된 녀석들이었으니 굳이 상대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론에게는 든든한 호갱······이 아니라 큰 손이자 열혈 회원이신 회장님의 안배가 존재했다.
우리 손녀 쵝오 : 10강 받고, 11강 가도록 하세나!
<우리 손녀 쵝오님이 45,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도끼파 두목 : 휘유~ 손 진짜 크시다.
구루마블 : ㄷㄷㄷ 무구 주인님 클라스 오지십니다.
평범한 시청자들의 후원과는 이미 차원의 궤를 달리하는 액수를 자랑하는 금액.
강화를 성공할 때마다 거침없이 쏴준 덕분에 현재까지 빅텀에게 대리 강화로 얻어먹은 금액만 하더라도 1억 3천 만원에 이르렀다.
『빅텀 : 정말 흡족스럽군. 대체 어디서 그런 재주를 부리는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야. 혹시 비결이라도 있는건가?』
『크론 : 쵸우지 센세에 관련된 비밀이라 밝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빅텀 : 끙. 그것 참 아쉽군 그래.』
속내가 진짜로 아쉬운 것인지 빅텀은 연신 입맛을 다셔보였다.
『빅텀 : 아, 그리고 후원금으로 놀라지 말게나. 저건 일종의 보너스야, 보너스. 지금까지 받은 금액의 10배의 금액을 그대로 보내주도록 할 터이니 기대하게나.』
『크론 : 알겠습니다.』
요컨데 귓속말의 목적은 요약하자면 '잘 좀 부탁하네'를 연발하는 것이다.
1억 3천의 10배인 13억의 금액은 크론에게 지불하는 순수한 금액이다.
무구 제작 비용도 아니고 대리 강화로 10강까지 띄우면서 받을 금액을 떠올리면서 크론의 입가가 초승달처럼 크게 휘어졌다.
'이거야 원. 돈 나올 구석이 흘러 넘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군.'
나름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빅텀과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방송의 진행에 있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직업적 특성상 크론에게는 타 스트리머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컨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론의 몬스터 패밀리들.
각각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미스터리 몬스터라는 특성답게 훈련 및 각인시켜두었던 리액션을 통해서 크론은 잠시 쉬는 시간 조차도 후원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압권은 역시나 반반한 미인의 형상을 띄고 있는 행콕이었다.
기도비닉 마스터 : ㅗㅜㅑ······.
<기도비닉 마스터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음흉한 마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땡중이 아니무니다님이 8,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종족이 뱀이라는 특성상 유연한 움직임 덕분에 행콕이 추는 밸리댄스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으며, 분위기가 식을 줄을 몰랐다.
'나중에 더 연습 시켜야겠어.'
쉴새없이 쌓여가는 후원금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면서 크론은 몸을 풀고는 다시금 쵸우지 센세와의 호흡을 맞추었다.
"그럼 다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강부터 10강까지는 그야말로 속전 속결의 단타치기였다면 그 이후의 강화는 한 번 한 번이 묵직하게 들어갈 예정이다.
애초에 11강 부터는 레어 등급의 무구도 몇 개 없을 정도로 희소할 지경이었으며, 레전드 등급이었으니 굳이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강화의 신 크론의 신화의 첫 장을 써내리는 영상이었으며 강화가 시도되는 영상 하나가 임팩트 있는 하이라이트가 되어줄 것이다.
'강화의 신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지.'
무한 타임 리프라는 강력한 초능력의 무기를 거머쥔 이상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크론을 향해 웃어주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