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
강화의 신화를 새로이 쓰다(2)
[지존 갑주(레전드)]
- 전설에 이름을 새긴 장인의 작품입니다. 동력원의 힘을 바탕으로 하여 방어막을 생성시킵니다. 각종 희소한 재료들을 통해서 적절한 밸런싱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착용제한 : 레벨 70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함
* 내구도 : 210/210
* 방어막 : 1,300/1,300
* 동력 : 730/730
* 방어력 +309
* 항마력 +267
* 체력 +30
* 지능 +70
* 마력 +90
* 마법 피해 증폭률 3% 상승
* 프로텍트 배리어(액티브) : 2분 동안 800의 피해를 흡수해주는 방어막을 생성합니다. 동력 소모 45 쿨타임 5분
* 피해 증폭(액티브) : 10분 동안 마법 피해 증폭률을 20% 상승시킵니다. 쿨타임 20분
* 속성의 갑주(패시브) : 방어력 80증가, 항마력 175증가
초라하기 그지없는 아이템명과는 상반되는 놀라운 옵션.
명실공히 레전드 등급의 무구의 자태를 영접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운 감자마냥 불타올랐다.
구스코닌 : 와······레전드 등급 방어구 나도 가지고 싶다. 노력하면 살 수 있겠지?
tkskdldhkd : 응 꿈이야 ^ ㅅ ^ ㅗ
쿠룩쿠룩 : 위에 인성 실화임?
트랜스 : 아이엠, 메카트로오온!
키리 더 맨 : 개쩔어어어어!
구독안하면 내 프로필 네 여친 : ㄴ ? 님이 왜 여기에?
이미 일전에 +9 자빅스를 확인한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위의 지존 갑주와 크론의 자빅스는 아주 큰 차이가 존재했기에 유저들이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레전드+등급에다가 성장형의 옵션이라는 것이 주렁주렁 메달고있는 자빅스는 솔직히 말해서 억만금을 주더라도 골수 게이머라면 판매하지 않고 상위의 아이템이 등장할 때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꿈도 꾸지 못할 것만 같은 아이템일테지만 그에 반해서 지존 갑주는 다르다.
뛰어난 능력치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돈만 받쳐준다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구매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고 있는 아이템이었으니까.
물론 여기서도 돈이 없는 유저들은 그저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재벌들은 몸이 달아올랐다.
재벌 59세 : 내 것도 얼른 제작해줘! 첫 열혈 회원한테 이러기냐!
<재벌 59세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리 손녀 쵝오 : 엇흠. 자네는 첫 열혈이겠지만 나는 최강 회장일세. 그리고 먼저 양보한 마당에 금수같이 굴지말고 인간답게 하세나.
<우리 손녀 쵝오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블랙 말랑카우 : 잠시 바지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회장 센빠이.
지존 갑주의 놀라운 옵션을 확인한 레난은 후원을 빌미로 자신의 것에 대한 제작을 요청해왔다.
허나 자고로 일에는 순서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
그리고 빅텀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 무구 제작의 순서를 뒤로 물린 것은 다름아닌 레난이었다.
크론으로서는 솔직히 자신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주었던 레난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첫 번째 무구 제작의 수혜자로 삼을 생각이었다.
허나 레난은 명색이 소속 길드의 마스터인 빅텀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첫 순서를 양보했고, 그 결과 지존 갑주를 보고선 눈이 돌아가버렸다.
레난 뿐만이 아니라 수집가를 자처하는 다이아몬드 소속의 재벌들은 꾸준히 크론에게 후원을 가하며 열혈 회원이 되기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크론 : 회장님 그럼 지금부터 강화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허으음······."
대리 강화.
미리 언질을 받아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귓속말을 통해 훅 들어오니 잘난 빅텀으로서도 당황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게다가 평범한 무구도 아니고 방금 막 제작한 따끈따끈한 레전드 등급의 무구에 관한 강화다.
솔직히 까고 말해서 강화라는 것 자체가 게임에 있어서는 모 아니면 도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성공하면 엄청난 이득을 얻게되고 실패한다면······그냥 아무것도 없다.
태초에 나뭇잎만 걸치고 있던 아담과 이브와 같은 꼴이 되는 셈.
아무리 돈과 재력이 많다고는 하지만 방금 막 얻은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 강화로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빅텀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미치겠군."
사실 빅텀은 도박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노력없이 얻는 것은 결국 쉽게 잃는 다는 좌우명을 내세우고 있는 빅텀은 노력과 근면성실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리셋 월드는 게임이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더 리셋'
현실과 똑같은 삶을 다시금 반복하는 게임이라······.
같은 패턴으로 2번을 살아가는 것 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재미없는 삶은 한 번으로 족해."
오랜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씁쓸한 웃음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그래, 이것이 자신의 본심이다.
『크론 : 강화가 꺼리시면 시도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때마침 들려오는 크론의 귓속말에 빅텀은 다시금 결정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우리 손녀 쵝오 : 크론. 자네이기에 맡기는 거라네. 될 수 있는 한계까지 강화를 부탁함세.』
『크론 : 될 수 있는 한계까지 말입니까? 터질 수도 있는데······감당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우리 손녀 쵝오 : 터져도 상관없네. 그리고 강화가 잘 된다면 내 추가금도 넉넉히 더 챙겨주도록 하지.』
추가금.
돈미새에게 있어서 이 만큼이나 달콤한 언어가 또 있을까?
『크론 : 저와 쵸우지 센세만 믿어보시죠. 너무 놀라서 넘어지시면 곤란합니다.』
『우리 손녀 쵝오 : 그래, 내 한 번 믿어보도록 하겠네.』
당돌한 크론의 말에 빅텀은 우스갯 소리로 받아들이며 웃었다.
한계까지의 강화.
아마 빅텀은 끝자락의 강화인 20강은 생각에도 두지 않고, 끽해봐야 7~8강 사이를 잡고 있을 것이다.
보통의 유저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강화라고 칭하는 편이었으니까.
허나 빅텀은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평범한 유저'들이 고강화라고 칭하는 8강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크론에게 있어서는 한낱 소꿉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 @ @
'어떻게 하는게 좋으려나.'
빅텀에게 확정적으로 따내게 된 레전드 등급의 대리 강화.
보통 여기서 고민이라고 한다면 무구가 실패해서 소멸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해야 정상이겠지만 타임 리프를 사용할 수 있는 크론의 사전에 이제 강화 실패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예전처럼 횟수에 제한이 있다면 그 부분을 감안해야 정상이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횟수의 제한이 없는, 말 그대로 무한한 타임 리프가 가능해졌는데 실패를 걱정할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그러한 크론에게 지금 생각되는 고민은 다름이 아니라 지존 갑주를 몇 강까지 시도를 하느냐였다.
'10강이 무난하긴 하지만, 뭔가 모양새가 안 산단 말이지.'
평범한 유저들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다못해 나자빠질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크론에게 있어서 강화란 어느정도의 노가다만 받쳐준다면 너무나도 손쉬운 행위인 것을 말이다.
'모처럼이니까 과감하게 나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크론이 대리 강화를 시도하는 목적이라고 한다면 우선적으로는 시청자들의 빠른 유입과 후원금이 첫 번째 우선 순위였고, 두 번째 우선 순위는 바로 방송이라는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깊숙히 새겨넣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전세계의 더 리셋 월드의 스트리머들을 통틀어서 최초로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강화한다.
사실상 이것만으로도 초기의 '강화의 신'때 처럼 크론TV의 성장에 있어서 엄청난 발돋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크론의 욕심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자는 한 방이지.'
강력한 스트라이크.
레전드 무구를 뛰어 넘는, 한 번 보게된다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방송 영상을 뽑아내는 것은 어찌보자면 스트리머가 된 크론의 희망 사항이자 숙명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신화를 써내리는 것에 있어서 가장 효과가 탁월한 것은 역시나 강화, 그것도 보통의 강화가 아니라 '최초로 20강'을 찍는 방송을 직접 실시간으로 송출시키는 것이다.
'옳은 일이겠지.'
물론 자신외의 유저에게 20강의 무구를, 그것도 레전드 등급을 소유하게 만드는 것은 크론으로서도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만약에 빅텀과 다이아몬드 길드가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친다면 20강의 무구를 두르고 있는 빅텀은 크론에게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적수가 될 확률이 높았다.
허나 이 부분은 조금만 생각하면 결코 빅텀은 크론과 척을 질 일이 없다는 것이다.
톡 까놓고 말해서 지금까지 더 리셋 월드를 플레이하면서 수 많은 유저들이 크론을 노리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돈.
PK유저들이 환장하는 자본을 크론은 개인 유저인 주제에 웬만한 길드 뺨칠 정도로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의 길드원들은 전부가 재벌들이다.
돈에 있어서 크게 연연하지 않고, 수집광을 해소시켜주는 크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가오면 모를까,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 다가올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얘기였다.
'믿어보겠어, 다이아몬드.'
중국인들의 검거에 있어서 다이아몬드 길드의 도움이 크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
따지고 보자면 생명의 은인들인 재벌들을 두고 이런 저런 간을 볼 정도로 얌생이가 되고 싶지는 않은 크론이다.
'그럼 슬슬 발동을 걸어볼까.'
히죽 웃어보이면서 크론은 쵸우지를 호출했다.
"큐우우웃!"
일부러 리액션을 위해서 장고의 몸 속에서 발진 준비를 하고 있던 쵸우지는 쇼닉의 등에 탑승한 채로 토끼 특유의 귀여움과 복실스러움을 뽐내며 등장했다.
콩콩- 코오옹-
발에 착용하고 있는 쵸우지의 무기이자 방어구인 +20 콩콩이로 폴짝 폴짝 뛰어오른 쵸우지는 유성과도 같은 속도로 크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애니 : 헉! 쵸우지 센세다!
오오가미류 : 엌 심쿵사······.
하이딘딘 : 대리 강화 하시려고요?
큐레이터 : 어떤 아이템을······설마 레전드 등급 아이템 강화?
한손에꼬음기 : 헐? ㄹㅇ입니까?
수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던 크론의 영상들 중에서 하나의 거대한 대미를 장식했던 '강화의 신'영상.
그곳에서 주력으로 함께 영상에 나왔던 몬스터는 쵸우지였으며, 특유의 컨셉으로 인해서 이제 쵸우지는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쵸우지 센세'로서 크론TV에서 '대리 강화'의 마스코트가 된 지 오래였다.
그러한 쵸우지를 리액션을 위해서 잠깐 부른 것도 아니고 호출한 것만 보더라도 눈썰미 있는 유저들이라면 단박에 크론이 의도하는 바를 눈치챘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권속화된 쵸우지의 던전에 도전했던 것으로 유추되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속출했지만 몰려오는 시청자들의 미친듯한 채팅 속도에 순식간에 묻혔다.
사실 이 부분은 크론에게 있어서는 다행이었다.
오늘의 방송에서 던전에 대한 자신의 공개도 있을 예정이지만 그것은 일종의 하이라이트로서 더욱이 많은 시청자들이 몰렸을 때 빵 터트려서 제대로된 홍보 효과를 받을 생각이었다.
'사람 모으기에는 자극적인 컨텐츠가 최고란 말이지.'
게임 내에서 자극적인 컨텐츠하면 강화는 둘 째가라면 서러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