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무한 타임 리프(4)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더 리셋 월드의 유저로 백검을 뛰어넘는 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크론이다.
저번 방송을 통해서 공개했던 자빅스.
굳건해 보이기까지 하는 레전드+등급의 전신 갑주를 착용하고 있는 유저는 전세계 유저들을 뒤져보아도 크론이 유일하리라.
'흐음······.'
솔직히 마음같아서는 귀찮다.
일일이 다독일 필요 없이 그냥 뚝배기 헌터 몇 번 쓰윽 휘둘러서 쓸어버리는 편이 귀찮음도 느낄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허나 그러한 행동은 던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곳에 도전할 정도면 나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하드 유저라고 봐도 무방할 터.
막말로 이것들이 크론의 일방적인 던전 플로어에서의 학살을 리셋 이루벤과 같은 사이트에 뿌리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던전 내에서 랜덤적으로 명분없는 학살을 자행한다면 던전의 인기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남들의 시선에 일일이 신경쓰는 크론은 아니었지만 미꾸라지 여럿이 넓은 물을 흐리듯이 수입과 직결된 문제에 있어서는 크론도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일단은 꼬드겨 보고 그걸로 되면 넘어가고, 안되면 뭐 그냥 성격대로 하는게 좋겠군.'
고민 끝에 크론이 내린 결정은 회유였다.
물론 첫 회유에 넘어오지 않으면 그 뒤의 결과는 스스로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
크론은 너무나도 착하고 클린을 1순위로(?)꼽는 몇 안되는 유저중 한 명이었으니 고통 없이 한 방에 보내줄 자신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한껏 장사꾼으로 꾸며진 웃음을 흘리는 크론의 모습에 유저들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이들의 시선은 중요치 여기지 않는 크론은 보상 상자에서 적당한 크론 메이커 작품 몇 개를 꺼낸 이후 유저들에게 나누었다.
"설마 크, 크론 메이커?"
"이걸 왜 저희한테······?"
의아함을 품는 유저들의 의문점을 크론은 깔끔한 답변을 내놓았다.
"크론의 던전 숨겨진 이벤트입니다. 쵸우지 던전 플로어의 100번 째 입장자들에게 드리는 저의 축하 선물입니다."
"저희가 100번 째라고요? 그럴리가 없을텐데? 야, 우리가 몇 번째로 도전하는 건지 아냐?"
"글쎄. 한 30번 째 쯤 되지 않냐?"
······사실 몇 번째인지 일일이 세 본 적은 없다.
내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기억해야할 의무는 없으니까.
애초에 이런 걸 기억하고 있는 저 쪽이 특이한 케이스 이리라.
"큼큼. 받기 싫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번 이벤트는 없었던 것으로 합시다."
"아, 아닙니다!"
크론이 짐짓 회수할 모양새로 얘기하자 유저들이 기겁을 하면서 반박했다.
그들로서는 공짜로 크론 메이커를 얻은 것인데 그것을 집어던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럼 이제."
따악-
유저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크론은 간단히 손가락을 퉁겨서 던전의 바깥으로 향하는 출구 포탈을 생성시켰다.
"이제 저 곳으로 나가주시면 됩니다. 다시 한 번 이벤트 당첨에 축하드립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이루어진 절차과정.
그러나 이 세상에 욕심없는 유저는 없는 법이다.
특히나 꽤나 인지도 있는 길드에 속해있는 유저들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이벤트 당첨인데 더 없습니까?"
"쪼잔하게 왜그러십니까. 더 팍팍 줘보세요."
"고작 레어+? 유니크도 잔뜩 만드시던데 하나만 만들어주쇼. 포레스트 길드에서 섭섭하게 드리리다."
"이봐 크론. 좋은 말 할 때 그냥 줍시다? 정 없으면 그 뒤에 있는 거라도 주시던가."
"흐음······."
일단 협박을 가해오는 부분은 만약을 위해서 녹화본으로 따두었으니 딴 말이 세어나올 걱정은 없다.
그렇단 말은 이제 남는 것은 크론의 본심이었다.
어떻게 요리를 해줄까 하면서 등에 메고 있던 뚝배기 헌터를 양손에 움켜쥐었다.
"진작에 이렇게 나올 것이지."
그런데 그것이 녀석의 눈에는 자신에게 주려는 줄 알았나 보다.
"넌 멀었어, 새끼야."
"뭐?"
어차피 착용 제한의 스텟 요구치가 미쳐가지고 저딴 하등한 녀석은 착용도 못한다.
포레스트 길드? 하드 유저?
그러한게 무슨 상관인가.
크론은 당시에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이들이 속해있던 유저들의 무리 100명을 쓰러트린 전적도 있다.
그런데 자신보다 레벨이 한참 아래인 유저들이 과연 두려울까?
트럭 단위로 몰려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크론에게 있어서 그런 존재들은 훌륭한 경험치 공급원이었으며, 스트레스 해소의 중요 역할을 맡아줄 수 있었으니까.
"어떻게 자비를 베풀어주려고 해도 지랄일까."
하여간에 좋게좋게 말해주면 끝까지 기어오르려고 드는게 인간의 심리다.
군대에서도 느꼈지만 역시나 사람은 갈궈야지 제대로 행동하고 말귀를 알아들어 먹는다.
"테스트나 해볼까."
뚝배기 헌터의 첫 신고식을 위해서 크론은 주저없이 그립을 움켜 쥔 이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파각-!
순식간에 눈 앞에 있던 유저 둘이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하고 회색빛깔로 물든다.
거진 4천에 이르는 말같지도 않은 공격력을 갖춘 +20의 뚝배기 헌터를 과연 견딜 수 있는 유저가 존재는 할까?
게다가 크론이 방금 처리한 두 명의 유저 중에서 한 명은 판금 갑옷을 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탱커 클래스중 하나였을 확률이 높았다.
탱커도 한 방에 죽을 정도였으니, 딜러라면 맞기 이전에 스치기만 하더라도 최소 즉사였다.
"나쁘지 않네."
평타의 타격음이 참 마음에 든 크론은 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이들을 실험용 쥐로 삼았다.
"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냐!"
"글쎄. 북두칠성이라면 조금 무서울 지도?"
이미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크론에게 길드의 개념은 퇴색된 지 오래다.
"끄아아아악!"
"다음에 두고보자!"
"거 되게 무서운 대사도 칠 줄 아시네, 박살!"
어깨를 으쓱하며 박살로 분쇄시켜버린 크론은 그들이 드랍한 전리품들을 챙겨넣었다.
아, 물론 타임 리프를 통해서 가장 좋은 전리품을 습득하는 것은 기본이다.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정도 기본기는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나와라, 쵸우지."
- 권속이 벗어남으로 인해 70레벨 플로어 던전이 잠시 동안 이용 불가 상태로 전환됩니다. -
"큐우웃!"
[쵸우지가 주인을 반깁니다.]
보스 몬스터로 활동하면서 제법 많은 유저들을 학살한 덕분인지 상당히 토실토실해진 쵸우지가 크론을 반겼다.
더욱 보드라워진 털을 부비는 쵸우지의 모습에 애완동물을 기르듯 크론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그래, 나도 간만에 반갑다. 잠깐만 무구좀 벗어줄래?"
크론에게 있어서 몬스터 패밀리는 이용해먹기 좋은 노동자들 이전에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용하되, 투자할 수 있을 때는 과감하게 투자한다.
크론은 주저없이 조금의 시간을 들여서 타임 리프를 통해 쵸우지의 무구를 20강까지 강화시켰다.
- +20 가시 갑옷(유니크+)이 장비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스킬 '절대자의 거울'를 습득합니다. -
- +20 콩콩이(유니크+)가 장비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스킬 '튕기는 점핑'를 습득합니다. -
[+20 가시 갑옷(유니크+) - 비활성화]
- 실력있는 명장의 솜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갑옷입니다. 전설적인 명장의 마력이 담겨있어 사용자의 신체에 맞춰 변화합니다. 고슴도치와 같은 날카로운 가시에는 치명적인 맹독이 묻혀있습니다. 신묘한 힘이 깃들게 되어 장비가 한계를 초월합니다. 그 어떠한 형태의 공격이든간에 모든 공격에 피해를 증폭시켜 반사합니다. 가시 갑옷의 가시는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활성, 비활성화가 가능합니다.
* 착용제한 : 레벨 75이상 민첩 350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함
* 내구도 : 1,360/1,500
* 방어력 +873
* 힘 +45
* 민첩 +150
* 체력 +55
* 행운 +60
* 20% 확률로 기본 공격을 무시합니다.
* 굳건한 맹세(액티브) : 30분 동안 방어력과 항마력이 50%상승합니다. 쿨타임 45분
* 치명적인 맹독(패시브) : 가시에 가격당한 적을 중독시킵니다.
* 절대자의 거울(패시브) : 모든 종류의 공격의 피해를 반사시킵니다. 반사되는 공격의 피해량은 250%가 됩니다.
[+20 콩콩이(유니크+)]
- 실력있는 명장의 솜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신발입니다. 전설적인 명장의 마력이 담겨있어 사용자의 신체에 맞춰 변화합니다. 충격완화 능력이 탁월하며, 속에 내재되어 있는 동력원을 통해서 사방으로 튀어나갈 수 있습니다. 신묘한 힘이 깃들게 되어 장비가 한계를 초월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튕겨나갈 수 있으며, 공기와 바람 또한 튕기는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집니다.
* 착용제한 : 레벨 75이상 민첩 380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함
* 내구도 : 1,210/1,300
* 동력 : 1,100/1,100
* 공격력 +2,213
* 힘 +30
* 민첩 +180
* 체력 +30
* 행운 +30
* 충격 완화율 95%
* 부스터(액티브) : 10분 동안 이동 속도가 300%상승합니다. 동력 소모 300 쿨타임 15분
* 튀어오르기(패시브) : 지형에 동력원을 접촉시킴으로서 크게 튀어오릅니다. 속도에 비례하여 피해량이 증폭됩니다.
* 튕기는 점핑(액티브) : 동력원을 폭주시켜 5분 동안 공기와 바람을 지형 지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동력 소모 450 쿨타임 20분
"괜찮네."
20강이 되면서 추가된 절대적인 거울의 반사 능력은 쵸우지에게 상당히 어울리는 기술이다.
쵸우지의 전투 방식은 대게 탱커같으면서도 도적과도 비슷했다.
토끼발의 가호와 축복을 통해서 얻어지는 피해 면역과 회피를 통해서 공격을 흡수하면서, 반대로 자신의 공격은 거의 늘상 치명타로 적용시킨다.
당연히 회피한 기술도 공격 받음의 판정으로 절대자의 거울의 효과가 문제없이 발동한다.
그것도 자그마치 2.5배의 파괴력으로 반사시켜서 말이다.
헌데 쵸우지의 강력함은 그 뿐만이 아니다.
지저트론의 정수를 쵸우지의 체구에 맞춰서 극히 축소시키고, 신발 형태의 방어구에 적용시킴으로서 탄생하게된 콩콩이.
요근래에 주문 제작을 한창 받고 있을 때 짬짬히 시간을 내서 만든 크론의 걸작중 하나로서 아담한 사이즈답게 쵸우지의 무기로서 활용되는 콩콩이는 방어구인 가시 갑옷과의 연계에 특출난 효력을 자랑하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제 '튕기는 점핑'을 연동해서 사용한다면 쵸우지는 말 그대로 공중에서 미친듯이 날뛰는 거대한 가시 토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개쩌는 구만."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토끼라, 이것은 큰 후원의 리액션으로 활용하기에 있어서 그야말로 적합한 스킬이지 아닌가.
후후후, 하는 돈미새의 웃음 소리에 호응하듯 크론에게서 가시 갑옷과 콩콩이를 건내받은 쵸우지는 기분좋은 울음 소리를 흘렸다.
"큐, 큐우웃!"
[쵸우지가 감동합니다!]
무구를 착용하면서 자신의 강함이 한층 더 올라갔음을 깨달은 쵸우지가 미친듯이 볼을 부벼대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크론은 형식을 비롯한 재벌들을 떠올렸다.
"날 위해서 도움을 준 만큼 나 역시 보답을 해줘야겠지."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던 일이다.
제 아무리 돈과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재벌이라고 하더라도 눈 먼 연장에 후두려 맞으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인 인생이었으니까.
물론 경호원들로 인해서 그럴 위험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지만 그들이 본 손해를 생각하면 고마움을 가지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섭리였다.
크론은 원수를 잊지 않듯이 은혜를 받은 것 또한 잊지 않는다.
현실에서 이미 거의 대부분의 것을 가지고 있는 재벌들.
크론은 그들의 수집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는 대장장이였다.
"쇼타임을 시작해볼까."
던전에 대한 주인의 발표는 사실상 겉절이일 뿐이다.
이번 방송에서 주력이 될 것은 무구 제작과 대리 강화다.
물론, 평범하게 방송되고 있는 수 많은 더 리셋 월드의 스트리머들과 비빌 생각은 전혀 없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스트리머의 신화를 써내려보자고."
대리 강화의 마스코트 쵸우지 센세가 있고, 타임 리프도 제약없이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업적을 이룰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크론은 방송의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