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
무한 타임 리프(2)
"너희들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을 건드렸어."
형식의 보고를 들은 재벌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각자의 인맥을 통해서 이들을 유입시키는데 일조한 브로커를 알아냈으며, 중국인들이 비밀적으로 운용하고 있던 본거지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뾰족하게 파고들어갔다.
물론 걸림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처우는 곤란합니다."
재벌들이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에 대해서 마구잡이로 쑤셔대고 있는 데다가 자신들의 국민을 속박하고 있다는 사실에 중국 정부에서 갖가지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한 것이다.
"피해자는 멀쩡하지 않습니까? 이거 이렇게 되면 너무 복잡해지지 않겠습니까?"
정부에서 파견된 인물은 거침없는 입담을 쏟아냈다.
사실 나라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러한 대처는 정부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중국과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면 한국이 받게 될 손해는 결코 적지 않을테니 말이다.
나라 전체를 본다면 파견인의 말이 백 번 옳은 말이겠지만 피해자를 입장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던 자국민을 위로하기는 커녕 피해자가 멀쩡하니 가해자들을 풀어주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형식의 감정에 분노가 서렸다.
"당신 자식이 이런 꼴을 당해도 그 따위로 말할 수 있습니까?"
"아니, 제가 언제 그렇게 말을 했습니까."
"말 돌리지 마시죠? 저희는 계속 일을 진행할 겁니다. 방해만 할 생각이거든 지금 당장 나가주셨으면 하군요."
"이봐요. 지금 정부와 척을 지시겠다는겁니까? 그 쪽 사업에 지대한 영향이 미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면전에 대놓고 가해지는 협박에 형식이 혀를 차는 동안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노대혁이 앞으로 나섰다.
"젖비린내 나는 아가야."
자글거리는 주름이 엿보이는 불혹의 나이.
그렇지만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노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가장 돈이 많은 만큼 권력 또한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재벌 갑부였기에 그것은 정부의 파견인도 마찬가지였다.
"협박도 대상을 생각하고 사용해야 하지 않겠니?"
"······."
"국민을 지키지 않고 협박을 일삼는 정부라니, 이것참 내 친구가 받으면 신바람 낼 자료겠는 걸?"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정부 사람을 향해서 노대혁이 미소지었다.
"주제를 알았다면 이제 꺼지도록 해라. 일자리라도 붙들고 있고 싶다면 말이야."
돈을 지니고 있는 자는 권력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결국 파견인은 핼쑥해진 얼굴로 도망치듯 물러섰고, 노대혁인 일의 진척도를 서둘렀다.
"더 고용해. 돈은 부족함 없이 지원해줄테니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법.
재벌들은 각기 지니고 있는 인맥이 닿는 선에서 실력있는 탐정들은 물론이거니와 심부름 센터까지 동원했다.
실력있는 거물급 사냥개를 푼 덕분일까?
중국인 본거지는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여간에 눈 뜨고 볼 수는 없군."
강제적으로 묶인채 생활하는 것은 양반이었다.
감식 결과 사방이 피투성이였으며, 너무도 많은 실종자들을 집어삼킨 탓에 제대로된 신원 파악도 힘들 지경이다.
납치하는 꼴을 보아서 더러운 행동을 할 것은 예상 했지만 진짜로 이렇게 인간의 목숨을 개돼지처럼 여기는 행태가 고스란히 매스컴을 탔다.
그와 함께 시끄럽게 본국의 신원 확보를 위해서 울어재끼던 중국 정부의 목소리는 거짓말처럼 줄어들었다.
@ @ @
꼬리 자르기.
불법적인 사업을 행하는 이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익히고 있는 덕목(?)답게 양첸은 붙잡힌 첸따오를 비롯한 중국인들이나 본거지와 관련된 자신의 정보를 전부 소거 시켰다.
"재수도 없지. 벌통을 건드릴 줄 누가 알았냐고."
납치를 행하려고 했었던 일개 국민이었던 김제화가 한국의 재벌들과 선을 닿고 있을 줄 그 누구가 상상했겠는가.
이번 건으로 기껏 벌려 놓았던 판을 전부 엎어버린 결과 발생한 손해를 생각하며 양첸은 이를 갈아붙였다.
"나 하나라도 살고봐야지."
양첸은 후일을 도모하기로 했다.
룡두파의 용두인 자신만 살아남으면 언제든지 소속원을 늘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한국의 포위망이 서서히 좁혀져오는 것을 오랜 삶을 통해서 알았기에 양첸은 점차 다가오는 밀항선을 보면서 최대한 서둘렀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가오는 밀항선에 탑승한 인물은 양첸이 호출했던 이가 아니였다.
"어, 어떻게······."
"더럽게도 놀았더군, 양첸."
룡두파의 용두인 양첸.
그도 나름 잘나가는 조직원이라고 할 지라도 중국의 최상위 조직인 흑사회와는 비빌 수 있을 위치가 아니었다.
따닥- 딱-!
흑사회의 처형인이라는 명성답게 양첸은 제대로된 항변도 하지 못하고 미간이 꿰뚫린 채 즉사했다.
@ @ @
"역시 인맥이 최고라는 건가."
사방으로 돈을 아끼지 않고 물쓰듯이 투자한 재벌들의 공세 덕분에 중국인의 사업 구조가 붕괴되는 것은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끔찍하군."
나름 한국의 치안이 외국에 비하면 굉장히 준수하고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토피아와 같은 꿈의 공간이 아닌한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
하마터면 크론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극소수에게 발생하는 인신매매의 적나라한 모습에 크론은 한껏 눈쌀을 찌푸렸다.
현재 뉴스에서는 중국인들이 벌인 행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기를 권고하는 내용이 가득했으며, 미처 회수하지 못한 장부를 통해서 중국인들에게 협조하고 있었던 고위층 인물들을 적출해내고 있음을 알려왔다.
"이제는 신경쓰지말자."
사실상 중국인들의 사업체가 망한 원인의 시발점은 크론이었지만 이쪽 분야에 있어서는 신경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크론은 경찰도 아니고, 딱히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도 아니다.
어차피 자신과 가족의 안위가 최고로 꼽히는 세상 아니겠는가?
"역시 세상은 살만 하다니까."
게다가 중국인들의 습격이 오직 나쁜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했던 목숨의 위협.
세상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느낀 그 운명에 대항하기 위해서 크론은 그 날 어떤 때보다도 많은 횟수의 타임 리프를 시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당시에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상쾌감은 분명히 어떠한 계기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무제한이라니······."
크론의 초능력, 타임 리프.
본래였다면 시간을 다스리는 초능력인 탓에 하루에 30번의 제약과 더불어서 2번의 연속 사용이 한계였던 초능력이다.
물론 시간을 멈추는 타임 스톱도 1초 동안 1번에 한해서 사용할 수 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새로운 계기로 인해서 크게 능력의 상승을 겪게된 실정이다.
크론의 타임 리프는 이제 10초를 되감을 수 있게 되었으며, 사용횟수에 있어서 이제는 제한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간을 정지시킬 수 있는 타임 스톱의 시간이 3초로 증가되었으며,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안타깝게도 타임 리프와는 달리 하루에 5회가 한계였다.
타임 스톱과 마찬가지로 연속적인 타임 리프의 사용에도 역시나 제약이 붙기는 했다.
총 3번까지, 총 30초의 시간을 마음껏 되돌릴 수 있는 대신 그 이상을 되돌리려고 하면 여전히 그 때의 거북한 기분이 크론을 감싸고 들었다.
"과도한 사용이 어느정도 각성에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죽고싶지는 않으니까."
무구를 강화하거나 몬스터를 길들이는 데에 있어서 무한한 횟수의 타임 리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황.
굳이 목숨을 걸고 또 다시 그런 위험한 도박수를 던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일단은 노가다부터 시작해볼까."
무제한의 타임 리프.
즉, 골드만 받쳐준다면 크론으로서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소리다.
[+20 뚝배기 헌터(레전드)]
- 행운이 따르는 대장장이가 온 힘을 다해 제작해낸 양손 망치입니다. 한계에 다다른 재료들의 활용도 덕분에 그 강대함이 배가 되었습니다.
* 착용제한 : 힘 450이상 민첩 380이상
* 내구도 : 1,093/1,093
* 공격력 +3,880
* 힘 +250
* 체력 +100
* 손재주 +130
* 행운 +60
* 특수 행동(제작, 수리)가능
* 상위의 제작품 제작 확률 대폭+ 증가
* 파괴의 정수(패시브) : 힘을 120증가시킵니다.
* 박살(액티브) : 단일 개체의 적에게 강력한 일격을 가합니다. 무無속성 피해량 1,200%증폭 쿨타임 1분
* 초전박살 - 화火(액티브) : 형용할 수 없는 피해량을 단일 개체의 적에게 가합니다. 화火속성 피해량 4,000%증폭 지속 시간 5분 동안 상태이상'꺼지지 않는 불꽃 - 절대권능'적용 쿨타임 30분
"이제부터 네가 나의 트레이드 마크다."
뚝배기 헌터라는 고고한(?) 네임을 갖추게된 양손 망치.
크론이 이번 기회에 마음 먹고 제작한 무기로서 사용자는 당연히 크론 본인이었다.
실력이야 이미 둘 째가라면 서러운 크론이었고, 재료의 수급은 재벌들에게 제작 의뢰를 받으면서 남은 것들을 삥땅 쳐둔 것을 활용했다.
하나같이 보스급이거나 미스터리 등급의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들 답게 그 가치가 상당했고, 과거 오스온에게서 받았던 목걸이도 녹여서 사용한 결과물이 바로 이 레전드 등급의 무구, 뚝배기 헌터였다.
"그 동안 고마웠다. 백검의 애검."
한 때 랭킹 1위를 섭권하고 있던 백검의 애검인 신체 분쇄자.
나름 고강화 수치를 달성하고 있는 덕분에 지금까지 쓸만하게 사용해왔지만 아무래도 레벨이 100이 넘어간 크론으로서는 30레벨대의 무기가 만족스러울 턱이 없었다.
뚝배기 헌터가 생긴 지금으로서는 크론의 눈에 띄지 않는 무기였기에 크론은 신체 분쇄자 20강까지 강화시킨 후에 자빅스에게 흡수시켰다.
'대지모신의 가호'처럼 광역 버프의 효과를 준다면 스위칭 무기로라도 써먹을 가치가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20강에 다다르면서 신체 분쇄자에 추가된 스킬은 사검死劍 - 육사분해肉死分解의 강화 버전이었기에 내린 결정이다.
"반갑다 친구야."
크론은 번들번들한 뚝배기 헌터를 양손에 쥐며 좋아라했다.
상당한 스텟을 요구하는 양손 망치는 제작됨과 동시에 무한 타임 리프의 반복으로 상당한 노가다 끝에 20강에 도달하게 된 상황.
그로인해 3,880이라는 양손 무기다운 무식한 공격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뚝배기 헌터라는 이름답게 탑재된 스킬인 박살과 20강에 도달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초전박살 - 화火의 일격은 웬만한 네임드 몬스터도 일격에 즉사 시킬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은 머리통을 날리는 맛을 진즉에 깨우치고 있는 크론으로서는 충분히 흡족스러울 뿐이다.
"하나만 띄우면 섭섭한 법."
타임 리프의 제약이 없어진 상황에서 크론이 뚝배기 헌터로 만족할 리가 없었다.
크론에게는 아직 레전드 등급의 무구가 2개나 더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두 개의 무구 모두 다 강화 수치는 낮은 상태였으니까.
모름지기 20강은 무엇이든 옳은 법이다.
공격과 방어. 그리고 특수성까지.
완벽한 삼박자를 고루 갖춘 전신 갑옷인 자빅스부터 시작해서 SSS등급의 퀘스트 '침공 저지'의 1등 보상으로 얻게된 용사의 증표를 20강까지 강화 노가다를 펼치며 크론은 겸사겸사 분신수의 혼도 함께 강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