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목숨의 위협(2)
양첸이 거느리고 있는 대다수의 노예 유저들과 더불어서 나름 수입원으로 키우고 있던 조직원 유저들과 함께 자금을 들여서 중국의 유명 유저들도 고용했다.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대신 양첸은 퀘스트 보상으로 나오는 전리품의 권한을 자신에게 양도하라고 지시했었다.
허나 생각외로 퀼른의 힘은 너무나도 강대했고, 고기 방패로 써먹으려고 데려왔던 노예 유저들은 제대로된 장비도 없었기에 퀼른의 공격에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어차피 녀석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양첸은 조직원들과 용병들을 믿었다.
자신들이 야금야금 언데드들을 사냥하면서 기여도를 쌓아가는 동안 퀼른을 저지하는 것에 성공하자마자 양첸은 본색을 드러냈다.
숨겨두었던 물량들을 뿜어내면서 빈사 상태에 있는 퀼른을 오로지 중국이 전부 독차지하기 위해서 달려들었지만, 아쉽게도 그 계획은 단 한 명의 유저로 인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돈만 쳐 밝히는 도움 안되는 새끼들."
그래도 숫자적 우위가 압도적이었기에 당연히 찍어누를 줄 알았던 기대와는 다르게 용병들은 수수깡처럼 쓰러졌고, 결국 양첸이 얻은 것은 자금적 손해와 더불어서 중국 정부의 실망이었다.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새끼."
양첸은 크론이라는 녀석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산채로 해부시켜버리고 싶었다.
녀석이 제 아무리 게임 속에서 강력하다 하더라도 현실 속에서는 그저 한낱 성인 남성일 뿐이다.
양첸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모습에 앞에 있던 첸따오는 몇 번 입을 달싹이며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을 내린듯 입을 열었다.
"형님. 하나 더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뭔데?"
"크론이라는 녀석이 바로 이번의 업데이트를 발생시킨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뭐라고?"
랭킹 1위를 이긴 유저 크론.
사실 크론에 대한 정보는 이루벤에 광범위하게 깔려있다보니 조금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다면 금방 알아차릴 문제다.
허나 양첸은 앞서 말했듯 게임 외에도 다른 방향으로도 사업망을 펼치고 있는 통에 상당히 많은 발을 놀리고 있는 상태였다.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게임의 개인 유저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아예 몰랐으면 모를까 크론에 대한 정보를 알게된 양첸은 정신없이 크론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돈이 되는 녀석이었군. 이거, 제법 욕심 나는데?"
조사를 반복할 수록 양첸의 눈에 짙은 탐욕이 어렸다.
스스로 크론 메이커라 불리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잇는 실력이 뛰어난 대장장이의 존재.
기존에 있는 형편없는 실력의 대장장이들과 비교할 수가 없는 압도적인 능력이 있다면 양첸의 게임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금액도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너는 특별히 평생 동안 부려먹어주지."
본래대로라면 산 채로 찢어죽일 요량이었지만 크론의 가치를 알아본 양첸은 계획을 수정했다.
한 번에 죽이는 것에서 평생 동안 작업장 노예로 활용하면서 중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서 부려먹기로 말이다.
아까까지의 분노를 씻은듯이 지워버린 양첸은 입이 귀에 닿을듯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
"뒤탈없이 처리해라.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 첸따오."
@ @ @
"빌어먹을 새끼들. 게임 회사 주제에 그깟 개인 정보도 알려주지 않아?"
개인 유저의 정보에 대한 열람을 거부하는 (주)유그드라실 측의 행동에 첸따오는 마음에 들지 않다는듯 혀를 차보였다.
가장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정공법이 불가능 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직선 통행로가 없어진다면 우회해서 정보를 얻어내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한국이 이래서 좋다니까."
외국. 특히나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쉽게 일을 벌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선 법 자체가 설사 꼬리가 잡히더라도 대타를 내세워서 감옥에 가거나 본국으로의 추방인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게다가 한국에서는 불법적으로 지정된 일도 '돈'만 있으면 거의 뭐든지 '합법'으로 변질되기 마련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개인 정보이 유출 된다고 해서 설마 사람이 죽겠어? 싶기도 했고 설사 죽더라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타인인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낱낱히 털어주지."
일을 벌이는 데에 있어서 첸따오는 거침없이 행동에 들어섰다.
첸따오가 나선 방향은 트위찍 코리아였다.
이미 그 쪽 측의 상층부와는 양첸과 거래를 튼 사이었기에 첸따오는 간단하게 그를 통해서 크론TV에 관련된 개인 정보를 얻어냈다.
"김제화. 내가 네 녀석 때문에 죽을 뻔 했던 것을 생각하면······."
양첸은 한다면 하는 존재다.
진짜로 이번 일로 인해서 육편 고기가 될 뻔 했던 첸따오는 부하들을 이끌고 즉시 행동에 나섰다.
"연장 챙겨라. 후딱 끝내자."
현대 사회판 노예로서 죽을 때까지 부려먹어야만 직성이 풀릴 것만 같다.
김제화. 녀석은 결코 쉽게 죽이지 않는다.
"내 밑에서 평생을 부려먹어주지."
파가각!
이를 갈아붙이며 첸따오의 연장이 제화가 살고 있는 자취방의 정문을 때려부쉈다.
@ @ @
"역시 홍보가 대세야. 괜히 옥튜브가 방송계의 이단아로 뜬 게 아니라니까."
크론은 정보상인 데오르를 홍보 팀장으로서 고용한 부분을 상당히 흡족하게 생각했다.
이미 언플을 통해서 그 실력을 입증한 데오르 답게 크론에게서 받은 인증 이미지와 크론 메이커의 드랍 내용과 능력치까지 덧붙인 홍보글은 이루벤 운영자들의 지원 사격으로 인해서 순식간에 화제의 글로 올라갔다.
크론의 던전은 이미 인기 던전의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였다.
30레벨 부터 시작해서 100레벨까지 구성되어 있는 다양한 플로어를 제공하는 데다가 크론 메이커를 드랍하는데 인기가 없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덕분에 국적을 불문한 거의 모든 유저들은 크론의 던전에 열을 올렸고, 그 덕분에 데오르의 인증글은 모든 유저들의 참고글로서 우뚝 섰다.
"이걸로는 부족해."
사신 데오르.
그녀는 돈을 버는 부분에 있어서는 소름끼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존재였다.
데오르는 크론에게 요청해서 추종자들과 함께 크론의 던전을 공략하는 영상을 찍었다.
크론의 몬스터 패밀리들이 등장하는 '권속화'가 진행된 던전을 제외한 모든 던전을 데오르와 추종자들은 공략에 성공했고, 그것에 관련된 공략본을 짜서 맛보기로 소량 유출시켰다.
그리고 풀 공략 영상 본은 리셋 매니아에 따로 비싼 값에 판매함으로서 상당한 현금을 만질 수 있는 수익 구조를 탄생시키기까지 했다.
역시 돈을 버는 귀신, 정보상 다운 데오르의 훌륭한 능력에는 크론도 혀를 내둘렀다.
허나 과연 매니아에서 풀 공략본을 산 이들은 알고 있을까?
데오르의 인증글에 올라간 이미지와 영상들은 모두 크론과 데오르의 합작한 자작극이라는 것을 말이다.
데오르를 포함해서 추종자들은 전부 하나같이 얼굴을 가리는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다.
당연히 그 중에는 크론도 몰래 숨어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말이다.
크론은 은근슬쩍 힘을 조절하면서 던전에 대한 공략 영상에 동참해주었다.
몬스터들의 약점을 크론이 모를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 던전은 크론이 창조주였으니까.
"짭짤하니 좋군 그래."
던전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보면서 크론은 기쁨에 벌려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부나방처럼 달려들어서 스스로의 몸을 태우는 유저들.
그 들의 희생 덕분에 크론은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습득했고, 전리품 격인 보상도 장난이 아니었다.
골드도 골드지만 간혹 무구를 얻었을 때에는 그것을 새롭게 녹여서 무구의 재료로써 활용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게다가 오히려 데오르는 던전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금액에 있어서는 조금의 요구도 없었다.
그저 리셋 매니아에 올라가는 던전의 공략본.
그곳에서 얻어지는 수입중 40%만을 자신이 챙겨가고 싶다고 직접 뜻을 밝혀온 것이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자랑스러운 세종대왕님의 발음으로 크론은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리셋 매니아에서 이미 크론의 던전 공략본은 수 일 만에 판매 순위를 1위로 찍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벌어들이는 금액은 크론의 던전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
이 방법을 데오르가 고안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퍼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20% 그 이상으로는 얄짤 없다."
"3, 30%라도 안될까요?"
"10%."
"······20%로 할게요."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한다.
특히나 돈 거래에 있어서는 더더욱 확실하게 해두는 편이 좋았다.
데오르에게 전해지는 금액을 완고히 다진 크론은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두었다.
"거 참 표정 좀 풀지?"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행콕과 퀼른.
그 이유는 당연히 경험치였다.
던전을 생성하면서 이번 기회에 크론이 새롭게 알아낸 사실.
그것은 바로 목중의 징표가 새겨진 권속의 존재에게는 던전에 대해서 얻어지는 경험치의 분배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크론은 주저없이 몬스터 패밀리들에게 적절한 경험치의 분배를 적용시킬 수 있게 되었다.
레벨이 낮은 쵸우지나 장고에게는 좀 더 많은 양의 경험치를 분배시켰고, 반대로 레벨이 높은 행콕과 퀼른에게는 경험치를 분배하지 않았다.
성장을 바라는 것은 몬스터의 당연한 본능이었기에 크론의 결정이 마음에 들 리가 없는 것이다.
"너희들 레벨 높잖아. 당분간은 다이어트 좀 하자. 나보다 높으면 쓰겠냐?"
부하의 레벨이 주인보다 높으면 뭔가 모양새가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법.
그나마 146레벨의 행콕은 희망이라도 있었지, 222레벨인 퀼른은 아마 한참 뒤에야 레벨업을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슬슬 진상을 밝혀보실까."
크론의 던전, 그곳의 주인이 바로 크론 자신이라는 소문을 확실하게 밝힐 생각에 크론은 기대감이 차올랐다.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크론의 던전.
그것만으로도 크론은 상당한 숫자의 시청자와 함께 국적을 불문하고 구독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방송을 송출시키려는 크론의 행동은 잠시 접어들 수 밖에 없었다.
- 강력한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강제 종료를 시행합니다. -
"뭐?"
처음 들어보는 알림음.
크론이 의아함을 품은 것도 잠시.
순식간에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크론은 현실의 김제화로 시야가 전환되었다.
콰아아앙!
"······!"
천둥처럼 들려오는 묵직한 파열음에 멍했던 정신을 차린 제화는 눈 앞에서 깨져나가고 있는 캡슐의 겉면을 지켜보면서 당황스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뭐, 뭔데 이거?"
현실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꿈이라고 하기에는 이 생생한 충격이 더욱 말이 안된다.
"$!%!#%#%(이 새끼 눈 떴습니다 형님!)"
"%!#^#$^$%#$(신고 들어오기 전에 서둘러 새끼들아!)"
"#@%!%$!%^$#^#$$(꼬마 새끼. 공포에 질린 낯짝이 볼만 하군! 크큭!)"
신경질적으로 들려오는 알아듣기 힘든 중국어.
현재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확실하다.
현재 캡슐을 부수기 위해서 연장을 휘두르고 있는 이들은 결단코 제화에게 좋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아마도 잡혔다가는 결코 좋은 꼴 보지 못할 것이다.
'도둑인가?'
하지만 자취방을 터는 도둑이라면 그냥 몰래 들어와서 훔치고 달아나면 될 일이다.
캡슐을 두들기고 있는 녀석들은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더 리셋 월드.'
제화는 녀석들의 목적이 바로 자신.
크론이라는 캐릭터에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파가가각!
그와 동시에 굳건하게 버티고 있던 캡슐의 겉면이 버티지 못하고 박살났다.
제화를 잠시동안이나마 지켜주었던 강화 플라스틱이 뜯겨자나가며 동시에 훅-하고 역한 담배 냄새가 제화를 엄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