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크론의 던전(5)
"보상이 쏠쏠하면 유저는 알아서 모이는 법."
100의 노력을 해서 100. 혹은 그 이상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던전.
하이 리스크와 하이 리턴이 공존한다면 그곳은 더 이상 '비주류'라고 칭할 수 있는 던전이 아니었다.
본래 힘든 고생 끝에 좋은 과실을 얻는다면 유저들은 알아서 꿀을 발견한 벌 떼처럼 몰려들 것이었다.
"어디, 힘 좀 써볼까."
크론의 무구 제작 속도는 이미 주문 제작의 방송을 통해서 입증이 된 상태다.
적절한 재료를 통해서 KM마크가 새겨진 레벨별로 다양하게 구성된 무구를 제작한 크론은 그것들을 선별해서 던전의 보상 상자에 적당양의 골드를 함께 집어넣은 이후에 곧장 마왕의 권능을 발현시켰다.
"망치의 징표."
- 망치의 징표가 적용된 무구는 회수가 불가능 합니다. 발현하시겠습니까? -
경고성 발언이 울려퍼졌지만 크론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크론에게 있어서 무구란 재료만 받쳐준다면 레어 등급 쯤은 눈 감고도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몬스터라고 얕보다간 피를 볼 것이여."
몬스터들 전용으로 만들어지는 무구의 제작을 시작한 크론은 최대한의 솜씨를 발휘해서 재료가 가지고 있는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무구를 제작해냈다.
거기에 더해서 강화까지 무난하게 5강 정도까지 적용해서 입히자 몬스터들의 떄깔이 한층 두드러졌다.
본래 능력치만 보더라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반 몬스터들은 어느새 겉모습부터 시작해서 능력치까지 거의 정예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 뿐 만이 아니다.
던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보스들의 경우에는 일반 몬스터들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플로어의 보스 역할을 맡게되는 고블린 로드나 데빌 그렘린과 같은 녀석들에게는 특별히 더욱 신경을 썼다.
하나 하나의 무구가 레어+등급 부터 시작해서 유니크 등급에 이르는 수준까지 이끌어냈고, 타임 리프도 적절하게 활용해서 8강 이상으로만 착용시켰다.
덕분에 던전의 난이도가 괴랄한 수준까지 폭등했다.
이걸 과연 깨라고 만든 것인지 모를 정도인 상황이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나는 주머니만 두둑해지면 만사 오케이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지속적으로 무구를 제작하던 크론은 80레벨 대의 상위 플로어의 보스 몬스터들을 생성시키는데 들어가는 악명 수치를 보고는 입을 떡 하고 벌렸다.
"아니 뭔 놈의 악명이 곱절로 올라가는 건데."
30레벨의 보스 몬스터인 고블린 로드나 40레벨의 보스인 데빌 그렘린과 같은 경우에는 각각 1,500과 2,800정도의 악명을 요구했던 것과는 달리 70레벨 이상 부터는 1만이 넘는 무식한 악명 수치를 요구했다.
거의 플로어 한 개의 생성 수치에 맞먹는 요구 수치에 크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지극히도 간단한 해결법을 제시했다.
"너희가 잠시 동안 보스 역할을 맡아줘야 할 것 같다."
"큐우웃!"
"좀은 보스 역할 잘 해낼 수 있다!"
그야말로 재활용의 극치!
본래대로라면 죽으면 끝인 1개의 목숨만 보유하고 있는 크론의 몬스터 패밀리였지만 이제는 목줄의 징표가 새겨진 덕분에 권속이 된 녀석들이다.
사망시에 패널티가 부여되는 것은 아쉽지만 사실상 현 시점에서 고강화 무구를 착용하고 있는 몬스터 패밀리들을 이길 수 있는 유저들의 파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 권속의 투입으로 인해 70레벨 플로어 던전이 권속화 됩니다. -
- 권속화된 인스턴트 플로어는 클리어하기 이전까지 오직 1개의 던전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유저 입장 제한 : 0 / 20 -
- 권속화된 던전의 몬스터들에게 추가 능력치가 부여됩니다. 던전의 몬스터들의 경험치와 전리품 보상이 대폭 증가합니다. -
쵸우지와 좀.
그리고 하리보를 보스 몬스터로 설정하자 3개의 인스턴트 플로어에 대한 권속화가 진행되었다.
"흐음, 궁금하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된다는 건가."
처음부터 던전에서 생성시킨 몬스터들이야 언제든지 분열체가 나오더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몬스터 패밀리들은 다르다.
혹시라도 쵸우지가 보스 몬스터로 있는 인스턴트 플로어에 각각 2파티가 2개의 던전으로 들어가게된다면 사실상 쵸우지가 2마리가 존재해야하는 셈.
그런 문제점을 이런식으로 해결한다는 부분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여보인 크론은 눈을 반짝이고 있는 행콕을 말렸다.
"미안한데 널 보스로 설정했다가는 도전이고 자시고 없을 거다."
143레벨의 고강화 무구를 풀장착 하고있는 행콕이 보스 몬스터로 설정되었다가는 도전 의식이 타오르다 못해 물을 끼얹어 버리는 꼴이다.
적어도 1%의 승산이라는게 있어야 유저가 도전할 수 있는 껀덕지라도 남는 법.
0%의 행콕와 1%의 퀼른을 제외한 나머지 몬스터 패밀리들.
아직 크론의 양심은 살아 있었다.
"던전 구성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던전에 관련된 정리를 전부 끝마친 크론은 머리 쓰느냐고 고생한 두피를 꾹꾹 누르면서 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 크론의 던전에 존재하는 총 골드는 1,373,750 골드입니다. 존재하는 골드가 0원이 될 시 던전의 몬스터가 골드를 드랍하지 않습니다. -
- 전리품으로 활용할 몬스터들의 무구 공간입니다. 드랍 확률 설정은 현재 15%입니다. -
- 보스 몬스터의 무구 드랍 확률은 현재 100%입니다. -
바쁘게 던전의 전리품으로 활용 될 골드와 무구들을 채워넣으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마침내 신호가 울리며 크론이 기다리던 님이 오셨다.
- '주시자의 눈 - 데오르'가 활성화 됩니다. -
"후, 드디어 접속했나보네."
미리 주시자의 눈 - 시야 공유를 새겨넣은 대상인 데오르의 접속을 확인하자마자 크론은 던전을 박차고 나섰다.
"하 이 새끼 봐라?"
공유되고 있는 시야를 통해서 데오르는 추종자들과 함께 크론에 대한 뒷담을 까내리고 있었다.
이런 이런, 빤히 지켜보고 있는데 호박씨를 까는 행동은 곤란한데 말이지?
어차피 데오르의 위치야 뻔하다.
폐허가 된 게돈 마을의 부활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데오르와 추종자들을 보며 크론이 입가를 비틀며 이죽거렸다.
"옛말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다는 말 못 들어봤나봐?"
"······."
무슨 진짜 사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 마냥 데오르와 추종자들은 한 번 멈칫거리더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믿기지가 않는다는듯 새파랗게 질린 얼굴 표정으로 크론을 마주보았다.
"히, 히이이익!"
특히나 그 중에서 데오르의 반응은 가히 발작적이었다.
지금까지 크론에게 단 두 번의 죽음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서 받은 데오르의 정신적 고통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꿈틀이의 먹이로서 잘근잘근 씹혀 죽은 결과 이제는 지렁이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에 이르렀다.
그 뿐이랴?
초창기에 크론의 정보 약탈로 인한 금전적 피해에 덧붙여서 포식이라는 스킬로 빼앗긴 중요 칭호만 하더라도 스텟적 손해 역시 상당했다.
"네가 왜 여기에······이익!"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과 실질적인 스텟의 피해까지.
그야말로 삼위 일체.
데오르는 주저없이 로그아웃을 시도하려고 행동에 나섰다.
"어허, 그러면 곤란하다고. 점프."
타아앗- 콰아앙!
로켓 추진장치라도 달고 있는 것인지 순식간에 데오르와 추종자들이 있는 곳까지 당도한 크론은 힘을 조절해서 죽이지 않는 선으로 데오르 일행들을 툭툭 건드렸다.
선제 공격으로 인한 카르마 수치의 증가는 상관없다.
어차피 종족상 마왕이 되어버린 순간 크론은 모든 유저의 '적'으로서 공표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 전투 상황에서는 게임의 로그아웃이 제한됩니다. -
"이, 이럴 수는 없어!"
좌절스러운 표정으로 주저앉는 데오르.
데오르의 주변으로는 마치 데칼코마니 마냥 추종자들 역시 털썩 주저앉기 바빴다.
사실상 숫자의 우세는 데오르 쪽이 크론을 압도한다.
현재 데오르와 추종자들은 합쳐서 20명이라는 숫자를 갖추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상대는 100명의 유저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크론인데 말이다.
거기다가 이미 두 번에 이르는 전투를 통해서 크론과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데오르 일행이다.
달려 들어도 죽고, 도망쳐도 죽는다.
그렇다고 빌면 살려준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미 그들에게 있어서 크론이라는 존재는 감히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라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지경이다.
까드득!
특히 그 중에서도 크론에 대한 데오르의 공포는 유별나다고 할 수 있었다.
칭호의 포식.
유저에게 있어서 칭호의 존재는 어찌보자면 굉장히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레벨업과 무구의 착용을 통한 보조를 제외한다면 영구적으로 스텟을 올릴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칭호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오르는 이미 크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칭호 2개를 빼앗긴 상황이다.
두 개 다 모든 스텟을 올려주는 깨알같은 칭호인 만큼 얻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인데 빼앗긴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쏟구치는 기분이다.
"죽여!"
여기서 칭호를 더 빼앗기면 정보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쓰레기같은 칭호만 남는 상황.
그래서 였을까?
데오르는 악독한 표정으로 추종자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독촉했다.
"죽이라고 씨발! 저 새끼가 날 죽이기 전에 빨리 죽여!"
"누, 누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데오르가 길길이 날뛰었지만 곧 죽을 상황에서 카오가 되는 미친짓을 벌일 녀석들이 아니다.
추종자들은 기본적으로 데오르를 따르는 것이지만 그들 대부분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데오르를 섬기는 것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자면 추종자들 대부분은 콩고물이라는 '이득'앞에서 데오르를 중심으로 모인 개인주의자들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카오가 되어줄까?
정답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NO였다.
"흐음······."
이대로 펼쳐지는 상황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흥미보다 중요한 일이 존재했다.
"어이, 홍보 팀장. 기다려봐. 이번에는 죽이려고 온 거 아니니까."
"뭐?"
예상치 못했던 크론의 말에 데오르가 맹한 표정으로 크론을 바라보았다.
평상시의 교활했던 정보상의 모습은 온데가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의외로 멘탈 공격에는 취약한 느낌이다.
"말 그대로야. 홍보 팀장이라고 지어준 이름대로 거래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찾아온 거니까."
히죽 웃어보이며 크론은 데오르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크론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본능적으로 움찔한 데오르는 순간 치욕감이 몰려왔던 것인지 얼굴을 붉게 물들였지만 크론은 크게 신경쓰지 않은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정보상. 사신 데오르의 힘을 사고 싶은데 네 대답은 어때?"
"그 말은 나를 고용하겠다는 말이야?"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과연 정보상이라고 해야할까?
바들바들 떨었던 멍청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데오르의 모습.
뼛속까지 장사치인 녀석답게 돈에 관련된 얘기를 듣자마자 자세를 달리했다.
"원하는 거래를 알려줄 수 있을까?"
"간단해. 네가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홍보를 맡아줬으면 하거든."
"너에 대해서는 굳이 홍보하지 않더라도······."
"자세히 말하자면 내 던전에 관련된 홍보를 맡기고 싶어서 말이야."
"던전? 네 녀석의 던전이라고?"
크론의 말뜻을 이해한 데오르의 눈이 동그랗게 치켜떠졌다.
던전을 유저가 개인으로서 소유하는 경우는 더 리셋 월드의 정보상 일생 동안 처음 들어보는 경우였을 테니까.
'말귀는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듣네.'
답답하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는 정보상의 확보.
이것이 바로 던전을 얻게되었을 때 처음부터 짜두었던 크론의 목적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는 자신을 공격하면서 우연찮게 크론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만약 간접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크론은 '진짜'홍보 팀장을 얻음으로서 그 유명세를 더욱 떨치게 될 것이고, 데오르는 그 나름대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그야말로 서로 윈윈하는 전략.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크론과 데오르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초기 만남 때부터 크론은 타임 리프를 통해서 데오르의 정보를 상당량 공짜로 이용해 먹었다.
그리고 정보에 능통한 데오르는 추측끝에 크론에게 접근해왔고 크론이 개인이라는 약점을 이용해서 협박을 가했었다.
그렇지만 데오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크론은 약자여서 개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독불장군으로서 그 강함이 이미 유저들의 틀의 한계를 벗어난 존재였다는 점이다.
약육강식.
게임 속에서의 가장 원초적인 법칙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크론은 약자가 아닌 강자 중의 초 강자였다.
당연하게도 약자로 취급된 데오르 일행은 크론에게 잡아먹힐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참 재밌지 않아?"
"응?"
"사람이라는 거 말이야. 조금 편하게 대해 줬을 뿐인데 갑자기 편하게 말도 놓고 그러는 거 말이야."
말을 내뱉으면서 크론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인간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면 금방 맞먹으려고 든다.
이런 경험은 군대에서 지겹게도 겪었다.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었기에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의 거래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관계를 확실하게 다져두는 편이 좋았다.
"우선적으로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한 정리부터 해야겠다. 꿈틀아."
"어, 어엇?"
크론은 주저없이 데오르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압도적인 크론의 악력에 공중에 대롱대롱 메달린 꼴이 된 데오르가 발버둥쳤지만 전혀 소용없는 짓이었다.
주변에 추종자들은 이미 크론의 무력을 한껏 맛 본 이들이었기에 당연히 덤벼들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밀림의 사자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여우와 하이에나들의 모습.
이제야 만족스러운 관계가 된 크론은 침을 번들거리는 꿈틀이를 가르키며 말했다.
"칭호 빼앗기고 저 안에서 사탕처럼 이리저리 굴려지기 싫으면 앞으로 나한테 반말할 생각은 하지 말고, 앵간하면 '다,나,까'로 단어 끝에 붙여라. 알겠지?"
"······."
데오르가 그저 말없이 딸꾹거리기만 하자 크론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알겠냐고."
"아, 알겠습니다."
"이제야 대화를 나눌만한 상태가 됬군."
성공적으로 기선 제압을 마친 크론은 지상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멀뚱거리는 추종자들을 둘러보았다.
"데오르 일으키고 따라와라."
"아, 알겠습니다!"
크론은 데오르 일행들의 속도에 맞춰서 그들을 이끌었고 거룩해 보이는 성.
바로 자신의 던전의 앞에 당도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이, 이런 건축물이 존재했었던가?"
몇몇 얼타는 추종자들과는 달리 눈치빠른 데오르는 크론이 내뱉었던 '내 던전'이라는 말에서 간단한 정답을 유추해냈다.
"설마 이게 크론 네 녀석의 던전 인······."
"존댓말."
"······겁니까?"
"응, 내 던전이다."
크론은 씩 웃으면서 자신의 완성한 성의 모습을 한 던전을 바라보았다.
웅장한 겉모습을 포장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악명을 사용했지만 후회는 없다.
겉을 중시하는 성격상 사람들을 모으는 데에는 성과 같은 차별화된 포장지가 필요한 법이니까.
"너희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냐?"
"56입니다."
"62입니다."
"57······."
추종자들이 차례대로 손을 치켜들면서 말하는 꼬라지에 크론이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전부 말 할 필요는 없고 새끼들아. 내가 너희들 레벨을 일일이 기억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잖냐."
"그럼 왜 레벨을?"
"그냥 평균을 말하라고 평균을."
그제서야 말 뜻을 이해한 것인지 던전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던 데오르가 대표로 대답했다.
"60정도 될 겁니다."
"60? 흐음, 그럼 잘됬네. 이게 60레벨대의 내 던전에서 나오는 전리품인데 한 번 보고 평가좀 부탁한다."
KM이라는 글귀가 검신에 멋들어지게 새겨져있는 검.
척봐도 크론이 직접 만든 무구라는 것을 직감한 데오르는 검을 받아들어서 옵션을 확인하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진짜 이런 걸 전리품으로 뿌릴 생각입니까? 이거 그 주문 제작으로 판매하면 족히 수 백 만원은 호가할 것 같은데?"
레어+등급의 무기.
허나 이 무기가 갖추고 있는 능력치는 레어의 상위격에 해당하는 유니크 등급에 비하면 아주 조금 하자가 있었을 뿐이었으며, 내구성과 공격력 등의 옵션으로는 이미 충분한 상등품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우와, 이거 진짜 물건인데?"
"이런 걸 전리품으로 드랍시킨단 말입니까?"
"너무 아까운데······."
데오르의 추종자들도 무기의 옵션을 확인하면서 탄성을 내지르기 바빴다.
크론도 결국에는 대장장이인 것인지, 자신의 무기가 칭찬 받는 것이 기분 나쁠 턱이 없었다.
옵션을 공유했던 무기를 돌려받으면서 크론은 데오르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대답은?"
"최고입니다. 이런 무구가 전리품으로 드랍되는 던전이면 무조건 뜰 거라고 확신합니다."
정보상이기에 물건의 안목을 볼 줄 아는 데오르다.
나름 사신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정보상답게 데오르는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지난 과거는 잊어주시고, 부디 저와 거래를 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첫 만남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 이어져온 인연은 사실상 외나무에서 만난 원수격인 관계였다.
물론 원수 사이라고 해봤자 데오르 측이 일방적으로 뜯어먹히는 먹잇감이었지만······.
"알았으니까 너무 고개 숙이지는 말아라. 그리고 사실상 관계가 내가 우위에 있지만 그걸 이용해서 수익에 큰 차이를 둘 생각은 없다."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아야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합당한 만큼의 금액이 지불되어야지 거래하는 사이끼리 최대의 능력으로 보답해 주는 것은 당연한 논리였으니까.
"네 실력을 믿어. 괜히 내가 널 고용했겠냐?"
데오르의 화려한 언플 솜씨는 당해 본 경험이 있는 크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만약 크론이 힘이 없는 유저였다면 사실상 데오르에게 찍힌 순간 끝이라고 볼 정도로 데오르는 집요했고, 인맥도 넓은 편에 속했다.
데오르가 나선다면 크론의 던전은 뜨기 싫어도 뜰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 말로 좋은 관계로 발전해 보자고."
크론은 그렇게 쓸만한 홍보 팀장을 득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