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크론의 던전(4)
더 리셋 월드에서 한국인이 최고라는 것을 빛내고 있는 유저, 크론.
생활계열의 직업과 쓰레기 직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테이머로 평범한 유저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업적을 이룬 존재가 바로 크론이었다.
100 : 1로 불리우는 그의 옥튜브 첫 영상은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조회수가 상승되고 있을 정도였으며 댓글로는 주작 논란도 펼쳐지고 있는 실정이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진실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작을 시도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최강의 몬스터로 유저들을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퀼른을 손쉽게 제압한 것이 다름아닌 크론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최근 들어서는 KM이라 불리우는 메이커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업적 탓인지 크론의 일대기는 세계로 퍼져나가는 실정이었고, 크론의 이름을 한국인이 모르면 더 리셋 월드의 게이머라고 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른 상태였다.
"그 쪽도 크론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신가봐요?"
"그야 당연하죠.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이 무기도 엄연히 크론에게 직접 주문 제작을 요청한 크론 메이커니까요."
랜소는 자신의 애검을 선보이면서 씨익 웃어보였다.
솔직히 재수 없어보이기는 했지만 크론 메이커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생각하자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이거 한 번 보시겠어요?"
랜소에게 파티를 제안했던 유저는 길게 설명하는 것이 귀찮았던 것인지 리셋 이루벤의 홈페이지 주소 하나를 공유해주었다.
"이게 뭔데요?"
"요번에 올라온 리셋 이루벤의 화제글이에요. 거짓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글쓴이가 제법 힘이 있는 것 같아보여서요. 인증 이미지도 있고."
"호오,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크론의 던전, 대장장이 크론과의 연결점. 과연 그 던전은 유저의 던전인가? - 내용 요약 : ······던전을 클리어하자 KM이라고 새겨진 무구가 드랍되다.]
* 글쓴이 : 데오르
[크론의 던전은 일단 기존에 존재하던 던전들과는 확연하게 차별된 점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한 개만 존재하던 인스턴트식 플로어를 갖추던 던전들의 시스템과는 다르게 다양한 종류의 레벨별 인스턴트 플로어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법 신경을 쓴 것인지 30레벨부터 시작해서 10레벨씩 총 100레벨까지 무려 8개의 플로어가 존재했고,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인지 각각의 유저당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횟수는 하루 정시를 기준으로 딱 1회 뿐이었다.
말 그대로 클리어하기 전에는 무한하게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인지 지금도 수 많은 유저들이 클리어하기 위해서 도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많은 패배와 죽음을 겪더라도 유저들이 도전 의식을 불태우면서 다시금 접속해서 던전을 시도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존재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로는 던전의 간소화다.
보통의 던전들처럼 거치적거리는 함정들이 전혀 없었고 오로지 강력한 무구를 두루 갖춘 몬스터만이 등장해서 이런 저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이 화끈한 전투를 벌일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끝내주는 보상이 약속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크론의 던전이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가장 큰 존재는 다름아닌 이 끝내주는 보상이 KM.
즉, 크론 메이커가 새겨진 상태의 무구로서 드랍된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추론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뜻하는 바, 크론의 던전은 '유저 크론'과 분명히 연관점이 있다는 것이다.]
"근데 듣자하니 이거 성공한 파티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랜소의 말대로 강력한 무구를 둘둘말이한 몬스터들의 공세 때문인지 대부분의 유저 파티는 보스방까지 가지도 못하고 뻗어대기 일쑤였다.
특히 압권인 것은 대형 길드와 몇몇 랭커 유저들이 합세해서 공략에 나섰다가 실패했다고 전해지는 설명문이었다.
듣자하니 그곳에 등장한 것은 자그마한 솜털 뭉치같은 토끼였다고 하는데 보스방에 들어서자마자 유저들은 그 솜털 뭉치에게 제대로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깔려죽었다고 전해진다.
"토끼라면 설마 쵸우지 센세인 겁니까?"
"생김새는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쵸우지 센세.
크론 만큼이나 인기를 끌고있는 미스터리의 격을 갖춘 몬스터.
그 유명세를 이끌게 만든 것은 당연하게도 크론TV에 등록된 대리 강화의 영상이었다.
현재 높은 조회수를 계속해서 갱신해나가고 있는 해당 영상은 무려 +12 유니크 무기를 탄생시킴으로서 쵸우지 센세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새겨넣은 영상중 하나였다.
"그럼 저 성이 진짜 그 '크론'이 주인인 던전이라는 겁니까? 유저가 만든?"
"그거야 저도 확신은 못하지만 이런 추론이 있는 이상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겠죠?"
대장장이와 테이머 유저들의 우상으로서 강력한 실력을 겸비한 존재로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유저, 크론.
크론이 거느리고 있는 미스터리 몬스터중에서 대표격 역할을 하고 있는 쵸우지와 비슷한 존재가 보스 몬스터로 출현한다는 시점에서 이미 저 크론의 던전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계속 고민만 해봤자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랜소는 저도 모르게 도전 의식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현재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크론 메이커 애검.
이미 사용해 봤기에 추가적인 크론 메이커를 얻고 싶은 욕망이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럼 던전 사냥 함께 가실거죠?"
"물론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소개가 늦었군요. 62레벨 전사랑 기사를 직업으로 두고 있는 랜소라고 합니다."
'66레벨 마법사랑 주술사를 갖춘 토크입니다. 저 곳에서 이미 일행이 기다리고 있으니 함께 갑시다. 던전 속으로."
@ @ @
"기여도 1등이라. 판은 소렌이랑 백검이 다 깔았는데 조금 미안하긴 하네."
크론은 전혀 미안한 감정이 없는 웃음과 함께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바라보았다.
[용사의 증표(레전드) - 귀속]
- 세계를 위협하는 악마의 침공을 저지하는 것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용사에게 주어지는 증표입니다. 결코 부서지지 않는 성질을 지녔으며, 다른 유저에게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 착용제한 : 없음
* 내구도 : ∞/∞
* 방어력 +50
* 항마력 +80
* 모든 스텟 + 10
* 절대적 파괴 저항(패시브) : 내구도가 소모되지 않습니다.
* 용사의 권위(패시브) : 모든 스텟이 30증가합니다.
* 맹세의 외침(액티브) : 10분 동안 용사의 패기가 실린 외침을 내지릅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아군들의 방어력과 항마력을 100증가 시킵니다. 쿨타임 60분
용사의 증표라는 이름을 지닌 레전드 등급의 팔찌.
당연한 말이지만 이 아이템은 침공 저지 퀘스트를 통해서 보상으로 수령하게된 아이템이었다.
착용의 제한이 없고 +20 시초의 망치와 마찬가지로 '절대적 파괴 저항'효과를 가지고 있기에 내구도가 무한이어서 평생을 울거먹을 수 있다는 부분은 좋았지만 '귀속'되어서 판매할 수 없다는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어차피 팔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유니크 등급도 귀한 마당에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판매하는 멍청한 짓거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거 강화하면 진짜 수 백명이 덤벼도 멀쩡할 것 같은데?"
용사의 증표는 악세사리임에도 불구하고 부여되는 능력치가 레전드 등급인 영향인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에 속했다.
현재 강화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방어력과 항마력을 든든하게 챙겨주는 데다가 대지모신의 가호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아군들에게 방어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스킬도 갖추고 있었다.
뭐가 되었든간에 테이머라서 기본적으로 혼자 다니지 않는 크론의 성격상 이렇게 아군들에게 버프 효과를 함께 적용시켜주는 능력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그나저나 아이템 이름은 변경이 불가능한가? 이거 괜히 찜찜한데."
생김새는 영락없는 인간이기는 했지만 종족상 마왕이 되어버린 크론은 전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용사의 증표라는 아이템명을 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뭐 됬다. 모쪼록 생성한 던전이나 꾸며보실까."
크론이 던전 생성에 앞서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단연 겉모습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자신의 첫 보금자리와도 같은 던전인데 허름하면서도 단촐한 이미지보다는 화려하게 꾸며서 유저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간지하면 성이지. 암."
웅장하기 그지없는 성의 형태로 던전이 생성되었고, 이후에는 던전을 구성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스턴트 플로어와 몬스터들을 추가했다.
"골드가 안들어가서 이 부분은 마음에 드는구만."
몬스터를 생성하는 것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크론이 보유하고 있는 악명 수치였다.
그렇다고 해서 사용한 악명 수치 만큼 감소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마치 주식 회사에 주를 구매해서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이 언제든지 몬스터에 소모한 악명은 회수할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게다가 악명을 투자해서 생성된 몬스터는 인스턴트 던전 내부에서 무한히 리젠되며, 결코 소멸되지 않는 성질을 지니기도 했다.
"악명 수치가 널널해서 쓰는 맛이 있는걸."
거진 8만에 가까운 악명 수치 덕분에 크론은 몬스터를 생성하는 것에 있어서 큰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추가적으로 4개의 던전을 생성할 수도 있는 악명이었지만 크론은 여러개로 나누어서 일일이 처리해서 일을 곱절로 늘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나 하나 차근히 풀어나가는게 최고지."
크론은 우선 하나의 던전부터 완벽하게 구성하고 싶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함정은 머리쓰기 싫으니까 그냥 넣지 말자. 어차피 몬스터만으로도 깨기 어려울테니까."
크론이 직접 만든 무구를 착용하게 될 몬스터들만 하더라도 던전의 난이도는 크게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굳이 함정까지 설치할 정도로 크론은 잔혹한 성격이 아니었다.
"몬스터 구성은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크론이 가장 많은 신경을 곤두세운 플로어는 고레벨과 저레벨 구간의 플로어가 아니었다.
"뭐든지 중간을 차지하는게 최고지."
크론이 신경을 쓰는 구간은 저레벨과 고레벨 구간의 사이인 어정쩡한 레벨의 구간인 40레벨의 플로어와 50레벨의 플로어였다.
더 리셋 월드에서 현재 수 많은 유저들의 레벨 수준으로 봤을 때 라이트 유저들은 대체적으로 30레벨 이하에 해당했고, 하드 유저들은 60레벨 이상에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는 평범한 노말 유저들의 레벨은 대략 40레벨 중 후반 쯔음에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모름지기 공략을 하려면 최대한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인원들을 다스릴 줄 알아야 제대로된 장사를 해먹을 수가 있다.
"난이도는 무조건 어렵게. 유저들이 많이 죽어야 나한테 좋은 거니까."
크론은 실실 웃으면서 강력한 몬스터들로 플로어를 가득 채워나갔다.
여기에 망치의 징표가 적용된 무구를 착용하게 된다면 몬스터들의 파워는 더욱 상승한다.
몬스터의 난이도가 말같지도 않게 높게된다면 당연하게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유저들의 발 길이 차츰 끊기게 될 것이고, 비주류 던전으로 나뉘어질 수도 있는 노릇.
하지만 크론에게는 전혀 걱정이라는 감정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 번만 터지면 게임 끝이라고."
비주류가 되는 이유는 보통 투자한 노력에 비해서 얻어지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다.
솔직히 10의 노력을 했는데 얻어지는 것이 각각 1의 보상과 10의 보상이라면 변태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유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10의 보상이 주어지는 길을 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