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106화 (106/122)

# 106화.

크론의 던전(3)

크론의 주 사냥터는 아무래도 길드들의 관리를 받고 있는 던전보다는 주로 필드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던전에 대한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던전 마스터라······."

직접 던전을 창조하고 그곳의 지배자로서 던전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독점한다.

욕심이 넘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인 크론으로서는 쌍수를 치켜들고 환영할 일이다.

"던전으로 유저를 끌어모으는 방법이야 간단하지."

벌써부터 크론의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유저들을 던전으로 유인하는 방법.

그것은 사실 너무나도 뻔한 정석이었기에 정답이라고 할 것도 없다.

크론도 그렇고 모든 유저들이 던전을 많이 찾는 것에는 무릇 이유가 존재했다.

물론 개 중에는 까다로운 난이도 탓에 비주류로 구분되는 던전들도 상당수 존재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던전들은 바깥에 존재하는 사냥터보다도 인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던전은 대체적으로 사냥터보다 평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았다.

인스턴트 형식으로 만들어진 던전들은 늘 생성될 때마다 함정의 위치가 바뀌고 마치 움직이는 미로처럼 지형 또한 매번 달랐다.

허나 이러한 단점들을 뒤로 하고 장점 또한 나열하자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우선 다른 유저들.

흔히들 카오, 머더러로 칭하는 PK유저들의 간섭도 받지 않는데다가 던전의 보스를 클리어하면 상당히 높은 등급의 전리품과 함께 칭호를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던전인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인지 던전은 늘 대형 길드들이 서로 선점하기 위한 각축장이 되기 마련이었다.

"다시 힘 좀 써야겠네."

즉, 유저들을 모이게 만드는 방법은 지극히도 간단했다.

'비주류'로 취급되는 던전들과는 반대되는 구조로 던전을 조성하고 효율이 좋은 무구를 전리품으로 드랍시킴으로서 유저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전리품은 놀랍게도 크론이 스스로 만들어내면 된다.

그야······크론은 대장장이였으니까.

그것도 일반적으로 평범한 대장장이 유저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실력파 대장장이 이기도 했다.

뛰어난 가성비와 돈과 재료를 지불한다면 유니크 등급도 능히 손쉽게 제작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저라는 것은 이미 일전의 주문 제작을 방송을 통해서 이름을 널리 퍼트린 상황이다.

오죽하면 방금 막 시작한 뉴비들도 크론을 알고 있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크론을 본받아서 많은 돈을 끌어모을 야망으로 대장장이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렇듯 이미 선례를 통해서 크론 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인정을 받은 크론인 만큼 유저들을 모이게 하는 달달한 꿀을 충분히 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던전의 난이도를 약하게 설정할 생각은 없다.

유저들이 던전을 손쉽게 클리어하는 꼴이 나오는 것은 크론으로서는 상당히 곤란한 방향이었으니까.

던전에서 크론이 이득을 쟁취하려면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던전 내에서 사망해야만 한다.

마왕이 된 크론에게 경험치와 더불어서 골드와 전리품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구조였으니까.

"미끼를 던지는거지."

유저를 모으는 데에 있어서 적절한 선동과 날조는 필수적이다.

크론은 우선 몇 시간 정도는 던전의 난이도를 평상시보다 약하게 설정할 생각이다.

그렇게 해야만 많은 유저들이 '고의적'으로 드랍된 크론의 무구를 손에 넣을 것이고, 크론이 일부로 문신처럼 새겨넣은 KM.

즉, 크론 메이커를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정보상들을 꼬드겨서 이루벤에 글을 싸지르게 한다면 수 많은 유저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서 불나방처럼 뛰어들게 되어 알아서 북새통 이루게 될 것이다.

그 이후부터 크론이 할 일은 별 것 없다.

그저 누워서 경험치와 골드를 쓸어담으면서 방송을 통해서 강화나 제작 판매 등으로 구독자 숫자를 늘려나가면 되는 것이니까.

"좋았어."

순식간에 결정을 내린 크론은 마왕이라 칭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권능을 발현시켰다.

"던전 생성."

@ @ @

유저들의 문제거리로 많이 거론되었던 업데이트, 마계 침공.

상당한 레벨을 자랑하는 몬스터의 강림으로 인해서 수 많은 유저들은 골머리를 앓았지만 수 많은 유저들의 희생으로 끝내 퀼른을 저지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로 인해서 죽음을 당한 유저들은 막론하고 조금이라도 기여도를 쌓는데에 일조한 유저들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보상을 수령할 수가 있었다.

SSS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침공 저지'퀘스트 답게 그 보상도 결코 적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이 레벨업을 하는 쾌거를 달성했고, 기여도에 따라서 작게는 매직 등급부터 시작해서 레어 등급의 질좋은 무구를 지급받았다.

조금의 기여도로 이러한 보상을 받았는데 높은 기여도를 쌓은 유저들이라면 과연 어떨지에 대한 유저들의 갑론을박이 오갔고, 소문으로는 유니크 등급의 무구부터 시작해서 레전드 등급의 무구를 보상으로 얻었다는 말이 떠돌기까지 했지만 보상에 관련된 소문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단 한 방의 격퇴』

유저들의 관심사는 보상 쪽 보다는 흥미를 이끄는 쪽에 끌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퀼른을 저지하는 과정을 찍는 몇몇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통해서 화끈한 막타로 퀼른을 한 방에 보내버린 크론의 모습에 많은 유저들은 환호했고, 배째라 식으로 우겨대는 중국 유저들을 참교육하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통쾌한 이야기였다.

물론 중국 당국의 유저들의 반응은 싸늘했지만 그들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였기에 세계의 매스컴은 중국을 지지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번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게 만든 주역의 한국인들을 지지했다.

사실 이번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발생한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유저였기에 어느정도의 비난은 있었지만 그래도 실수를 만회한 만큼 유저들의 비난은 서서히 잠재워지고 오히려 환호성이 더욱 들끓게 되었다.

『한국 유저는 자신의 실수를 매듭 지을 줄 아는 뛰어난 이들이다.』

퀼른을 저지하는데에 있어서 혁혁한 공을 세운 북두칠성과 베히모스.

특히나 각각의 길드 마스터인 백검과 소렌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퀼른의 1페이즈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고, 기적적인 타이밍에 등장해서 단 한 방으로 퀼른의 2페이즈를 아작낸 크론의 포스는 세계의 게이머들을 전율시켰다.

본래는 한국에서만 돌려보던 크론TV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세계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고 옥튜브에 올라온 크론의 영상의 조회수는 그야말로 불이 붙어서 활활 지펴오르는 중이었다.

『크론, 그가 그토록 강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싶다.』

『쵸우지 센세에게 대리 강화를 맡길 수만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별에별 말들이 떠돌고 있는 수 많은 게이머들의 중심에 서서 폭풍의 눈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크론.

모든 대장장이의 존경과 질투, 그리고 크론의 영향력으로 인해서 쓰레기 같은 직업인 테이머로 전직한 유저들의 증오(?)를 받으면서 크론의 이름은 한국에서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 @

"젠장. 첫 죽음이라니."

시스템 상으로 사망 패널티로 인한 전리품 드랍과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의 상실은 없다지만 처음으로 겪게된 죽음이 썩 유쾌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랜소에게 있어서 게돈 마을의 존재는 나름 특별했다.

왜냐하면 랜소가 처음 1레벨부터 성장할 때의 시작 지점이 다름아닌 게돈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늘 활기찬 기운을 뿜어내던 시작의 초보 마을 중 하나였던 게돈 마을은 이미 지도상에서 사라질 정도로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비록 데이터에 불과하다지만 게돈 마을에서 쌓아올린 NPC들과의 추억은 랜소의 가슴에 먹먹하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하아······게임이라지만 슬플 수도 있구나."

랜소는 아련한 눈빛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게임 속의 고향을 눈에 담았다.

침공 저지 퀘스트를 부여받으면서 어떻게든 마을과 NPC들의 죽음을 막고 싶었지만 그는 일개 평범한 유저일 뿐이었다.

나름 60레벨의 유저로 하드 유저인 축에 속하기는 했지만 제대로된 인맥도 길드도 없는 개인 유저인 그가 침공 저지 퀘스트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떼거지로 몰려오던 언데드들을 처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 이런 것까지 어찌 할 수는 없으니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어찌되었든간에 이곳은 게임 속이다.

감성을 되새김질 하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부디 고통 없이 소멸됬기를 빌어요. 구렌 아저씨."

초보자 시절 자신에게 잘 대해주었던 게돈 마을의 촌장을 비롯한 NPC들을 떠올리면서 랜소는 '침공 저지'퀘스트의 보상을 수령했다.

"와우."

60레벨이었던 레벨이 순식간에 퀘스트 경험치 만으로 2개의 레벨이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보상은 경험치 뿐 만이 아니다.

랜소는 퀘스트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지급된 레어 등급의 악세사리와 15만 골드를 확인하면서 기쁜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유저인 이상 보상에 기쁜 감정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어디, 편하게 휴식도 취했겠다. 오늘은 빡세게 가볼까나."

첫 죽음으로 인해서 실로 오랜만에 숙면이라는 달콤한 수면욕을 채운 상황이었기에 이제부터 랜소에게 남은 것은 빡센 레벨링 뿐이다.

그의 레벨대에 맞추려면 게돈 마을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있기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라?"

하지만 그런 각오가 무색하게 랜소는 달려 나가려던 몸을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저런 성이 존재했었던가?"

궁전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한 채의 거대한 성.

분명히 랜소의 기억에 저런 성은 존재하지 안항ㅆ다.

이 쪽 지리에 대해서는 게돈 마을이 시작 지점이였기에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 랜소다.

"새로 생긴 상점같은건가?"

인간에게 있어서 호기심은 땔 수 없는 덕목중 하나였다.

그리고 비단 성과 같은 건물에 관심이 쏠린 것은 랜소 뿐만이 아니었다.

침공 저지 퀘스트로 인해서 주변에는 사망했던 유저들이 꽤나 많이 존재했고 그들중 일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성의 문을 열고 건물 내부로 입장했다.

"저기요. 혹시 전위 역할이 가능하시다면 같이 가시겠어요?"

"예?"

"아, 그게 실은 던전 공략에 나서려는데 탱커 역할의 자리가 비어서 파티원을 구하고 있는 입장이거든요. 장비로 봐서 레벨대도 비슷한 것 같고 혹시나 일원이 없으시다면 같이 가실 수 있나 해서 여쭈어보는 거에요."

"던전이라니요? 게돈 마을의 인근에는 던전이 없지 않나요?"

랜소의 질문에 파티를 제안했던 유저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듯 성과 같은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크론의 던전입니다."

"예? 저 성이 던전이라고요?"

보통의 던전들은 공개된 이후에도 숨겨진 형태를 취하거나 동굴과도 같은 형상을 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던전이라니 난생 처음 보는 던전의 자태에 할 말을 잃은 것도 잠시.

랜소는 던전의 이름에 대해서 의아함을 품게 되었다.

"크론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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