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104화 (104/122)

# 104화.

크론의 던전(1)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활기찬 미소를 뽐내면서 크론은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행운의 각성."

- 실패 확률이 존재하는 모든 시도에 있어서 고정적으로 10%의 성공 확률이 부여됩니다. -

그야말로 사기라고 일컬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스킬이다.

확률이 0.001%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행운의 각성이 더해지면 그 성공률을 최소 10%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도박사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스킬이다.

설령 실패시에는 그저 타임 리프로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금 패턴을 무한히 반복하면 될 일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준비 단계를 끝마친 크론에게 이제 남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크론은 일체의 망설임없이 빈사 상태로 헐떡거리는 퀼른에게 길들이기를 시전했다.

- 길들이기에 실패했습니다. -

- 길들이기에 실패했습니다. -

행운의 각성이 적용되었음에도 역시나 레벨이 상당히 높다보니 성공율이 한 없이 낮았다.

크론이 하고 있는 작태를 눈치챈 퀼른의 시선이 크론에게 꽂혔다.

"거, 건방진 미물이로군. 마왕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는 상급 마족인 내가 네 놈의 말을 따를 것 같으냐!"

크론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는지 퀼른은 코웃음을 쳐보였다.

정말이지 말같지도 않은 행동에 오히려 분노보다는 허탈함이 밀려올 지경이다.

그러나 퀼른은 과연 알고 있을까?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려 13번 째 감정이라는 사실을.

"쫑알 쫑알 시끄럽고. 내 품으로 들어와라."

"허나, 거절한······."

코웃음을 치던 퀼른의 눈가가 흔들렸다.

크론에게서 뿜어져나오는 길들이기의 성공 표식.

그것을 상징하는 빛이 성공적으로 퀼른의 몸에 안착해서 흡수해들어갔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돼!"

"응 안되는 건 이 세상에 없단다."

좌절하는 퀼른의 머리를 향해서 기분 나쁘게 뒤통수를 후려갈기면서 크론은 떠오르는 알림음을 홀로그램으로 확인했다.

- 길들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이름을 정해주세요. -

- 회복 속도가 950%증가합니다. -

- 상급 마족 퀼른을 길들이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상급 마족의 주인(모든 스텟+30)'를 얻었습니다. -

- 최초로 미스터리급 몬스터인 상급 마족 퀼른에 대한 길들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상급 마족 퀼른의 유일 스킬 '시초의 독구름'을 계승합니다. -

[시초의 독구름I] - 유일 스킬

* 시초부터 존재하던 강력한 독을 품고있는 독구름을 주변에 퍼트립니다. 시초의 독에 대한 터득으로 인하여 독에 대한 상당한 면역력을 얻게되며, 해당 범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존재는 시전자의 마나가 주입되는 동안 언데드로서 부활합니다.

* 독에 관한 절대적인 면역력 30%상승(패시브)

* 시초의 독구름의 영향을 받는 적들에게 매 초당 20의 독계열 피해를 입힙니다.

* 사망한 대상을 언데드로 부활시킵니다. 현재 가능한 언데드 개체 : 좀비

* 마나 소모 제한 100 ~ ∞

* 쿨타임 20분

"휘유. 이 정도면 만족이지. 만족."

확실히 상당한 고레벨의 몬스터.

거기에다가 상급 마족이라는 특징인 덕분인지 주어지는 어드밴티지가 상당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범위적인 파괴력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고, 부가적인 패시브로 독에 관련된 면역력이 생겨나는 부분도 쓸만했다.

특히나 독 계열의 스킬들은 궁수를 비롯해서 마법사 등 상당히 많은 직업이 다루는 공격 기능인 만큼 30%라고 해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었다.

"너는 내가 책임지고 좋은 이름으로 지어줄게."

이제는 퀼른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어줄 것인지 뛰어난(?) 네임 센스를 발휘하는 일만 남은 셈.

어떤 것이 좋을 지 골똘하게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였다.

- 상급 마족을 길들이는 것에 성공함으로서 마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

"어라?"

추가적으로 표시된 알림음에 의아함을 표하며 크론은 '!'가 띄워져있는 홀로그램을 클릭해서 정보창을 띄웠다.

[마왕의 자격]

* 마족의 상위종인 마왕으로서의 각성에 대한 실마리를 잡음으로서 자격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1. 총합 50,000이 넘는 명성 및 악명 - OK

2. 모든 스텟의 총합이 2,000이상 - OK

3. 상급 정신체와의 접점 - OK

- 마왕으로서의 조건 충족. 종족이 인간에서 고위종에 해당하는 마왕으로서 진화가 가능합니다. 진화하시겠습니까? 보류하시겠습니까? -

"이게 대체······."

다른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마왕이 될 수 있는 권한을 얻게되었다.

게다가 현재 마왕의 자격은 이미 퀼른을 길들이기 이전에 전부 완료되어 있는 상태였다.

세 가지 조건들 중에서 명성 수치야 현재 유저들 중에서 크론을 이길 수 있는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을 지경이었고, 2천이라는 무식한 요구 스텟 또한 각종 칭호들과 버프 스킬의 펌핑을 통해서 만족되어 있는 상태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상급 정신체와의 접점은 행운의 정령왕과 요정왕인 발리란과 헤메시안느와의 계약을 통해서 충분히 만족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저 조건을 위한 실마리만이 필요한 상태였는데, 그 부분은 퀼른을 길들임으로서 권한을 얻게된 상황이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좋게 된 거려나?"

사실 크론이 퀼른을 공격하게 된 경위는 노리고 취한 행동이 아니었다.

기껏 길들인 중요 인력인 행콕을 빼앗을 수 있다는 시스템 설정 때문에 화딱지가 생겨서 꿀밤 한 대를 강력하게 후두려쳤을 뿐이다.

물론 죽이는 것보다는 길들이는 편이 더욱 낫다는 판단하에 길들인 결과가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

"하, 하하······."

무언가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크론을 짓누르던 피로가 싹 달아나는 기분이다.

그 덕분에 퀼른의 이름 후보를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떠오르지가 않아서 갈피도 잡히지가 않았다.

"이거 미안한데. 네 이름은 퀼른 그대로 가자. 불만 없지?"

이름을 짓는 것보다는 지금은 마왕에 관련된 정보가 더욱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다.

퀼른의 이름을 그대로 지어주자 주변에서 꿈틀이를 제외한 몬스터 패밀리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퀼른을 바라보았다.

"왜들 눈빛이 그러냐?"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크론도 나름 많은 생각을 거치고 거쳐서 지어준 끝내주는 이름들인데 말이다.

솔직한 말로 좀이나 하리보같이 이름을 지어줄 때에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가?

"······."

정확하게 'ㅡ,ㅡ'와 같은 표정으로 침묵하는 몬스터 패밀리들은 '말을 말자'라고 간접적으로 말을 내뱉으면서 크론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뭔가 애매한 1승을 거머쥔 크론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마왕이라, 근데 진화란 단어만 어떻게 해주면 안되나."

무슨 90년도 시절을 풍미했던 '태일아, 진화 시켜줘!'도 아니고 인간인 크론이 진화를 한다는 표현은 아무래도 좋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부분이다.

"뭐,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어차피 더 리셋 월드에는 인간 이외에 유사 인종으로 구분되는 아인족인 엘프나 드워프등의 게임을 시작하는 이들도 넘쳐흐르는 상황이다.

크론이라고 해서 '인간'이라는 종에 크게 연연하고 그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신체 구조가 크게 변경된다면 익숙해지는 것에 조금 오래 걸릴 것이겠지만 그 정도의 패널티는 충분히 감수 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우선 마왕이 되기위한 조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결과물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또한 유저 중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마왕으로 군림하는 것도 스트리머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방향이다.

지금 당장에 크론에게는 쵸우지 센세와 같은 컨텐츠가 많이 있기는 했지만 그 숫자가 더욱 더 늘어나는 것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혹시나 마왕으로서의 진화가 함정 카드를 뽑은 결과라면 그대로 타임 리프를 사용하면 해결 될 일이었다.

"진화하겠어."

- 67,240명성이 악명으로 변질됩니다. -

- 종족이 인간에서 마왕으로서 진화를 시작합니다. -

쿠구구구구-!!

땅에서 피어오르는 묵빛의 아지랑이가 크론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로인해서 일순간 시야가 흐려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크론은 가만히 진화의 과정을 몸으로 겪었다.

꾸드드득- 뿌드득!

뼈가 뒤틀리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이곳은 어차피 게임 속이다.

칼로 등을 꿰뚫리고 사지가 찢겨나가도 그저 시스템적인 신호적 고통만 느껴지는 세상이다보니 크론으로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쿠우우우---

뒤틀리던 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깜깜했던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과 함께 크론의 눈이 떠졌다.

- 종을 초월하여 마왕이 되셨습니다. -

- 유저중에서 최초로 마왕이 되었습니다. 칭호 '최초의 마왕(모든 스텟+100, 경험치+10%)'를 얻었습니다. -

- 고위종으로의 진화로 인해 모든 스텟이 50의 수치만큼 증가합니다. -

- 당신의 악명이 주변의 NPC들에게 퍼집니다. NPC들은 마왕이 된 당신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

- 77,240의 악명에 따른 추가 어드밴티지가 마왕의 권능에 주어집니다. -

- 마왕의 권능(Lv.9)을 터득했습니다. -

"흐음······."

'마왕'이라는 거창하기 그지없는 이명과 뼈가 뒤틀리는 과정을 겪었음에도 육체에 일어난 변화는 생각외로 큰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육체의 크기는 인간일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흑염룡이라던가, 그런 거는 없는 듯 하군."

앞으로의 전투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불필요를 겪지 않아서 좋기는 한데 크론은 왠지 모르게 조금 아쉬웠다.

"주인, 괜찮은 건가?"

"큐르르르르-"

"네, 네까짓 것이 마왕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크론의 변화가 놀라웠던 것인지 몬스터 패밀리들이 제각각 반응을 보였지만 손을 휘저어보이며 크론은 추후에 얘기를 나누기를 원했다.

기껏 쌓아올린 명성을 악명으로 치환함으로서 앞으로 NPC들과의 접점이 까다로워진 만큼의 메리트가 없다면 크론은 곧바로 마왕으로 진화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생각이다.

진화 과정으로 인해서 이미 16초가 지나간 상황이었기에 초과적으로 시간을 되돌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어느정도의 빈혈은 이미 각오한 바였지만 조금이라도 더욱 많은 시간을 줄이는 편이 몸 상태를 위한 길이었다.

"권능 확인."

[마왕의 권능(Lv.9)]

* 마기를 몸에 두르게 됨으로서 마족의 왕이 된 존재에게 주어지는 권능입니다. 악명 수치에 따라서 레벨업을 거치게되며, 던전과 몬스터에 대한 생성권한을 얻게됩니다. 유저의 직업에 마왕의 권능을 쌓아올림으로서 '망치의 징표 - 대장장이'와 '목줄의 징표 - 테이머'의 능력을 추가적으로 얻습니다.

* 던전 생성(4층 플로어 던전), 몬스터 생성(Lv.90제한)

* 망치의 징표 : 리젠되는 몬스터들의 공통 무구를 제작합니다. 몬스터가 사망하더라도 망치의 징표로 만들어진 무구는 드랍되지 않으며, 새롭게 리젠되는 몬스터에게 무구가 부여됩니다.

* 목줄의 징표 : 보유하고 있는 존재를 권속으로 임명합니다. 레벨과 등급에 따라 권속에 필요로하는 골드와 경험치는 다르며, 권속이 된 존재는 사망시 일정 패널티를 부여받고 부활이 가능해집니다.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권능의 설명.

그 중에서도 크론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하게도 '목줄의 징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