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단 한 방!(3)
피식 웃으면서 크론은 손을 털어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졸음에 빠질 것 같은 자신을 이곳까지 행차하게 만든 장본인인 퀼른을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저 녀석이 행콕을 뺏으려고 했다 이 말이지?"
정확히 따지자면 그저 알림음이 경고했을 뿐이지만 본래 해석이라는 것은 인물에 따라 달라지는 법 아니겠는가?
녹빛의 독구름을 피워내면서 히죽거리는 웃음을 짓는 퀼른의 모습을 바라보며 크론도 마주 히죽 웃어보였다.
"행운의 요정. 행운의 동전. 행운의 정령. 광물 포식 - 철광석. 광물 포식 - 구리 광석. 광물 포식 - 루비. 대지모신의 가호."
가지고 있는 버프란 버프 스킬은 죄다 적용시키자 크론의 몸에 무시하지 못할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까득이나 많은 숫자의 칭호 덕분에 높은 스텟이었는데 피자에다가 토핑을 끼얹듯이 스텟은 천정부지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허나 아직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동력 폭주, 모든 동력 소모. 성장력 소화, 100%."
- 동력 폭주를 통해 모든 동력을 소모합니다. 5분 동안 130의 스텟이 상승합니다. -
- 성장력 소화를 통해 성장 수치 100%를 소모합니다. 44,000의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
순식간에 공격력의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성장 수치를 100%나 소모한 부분은 어차피 대장장이로서 직접 먹일 가치가 높은 가성비 뛰어난 무구를 제작할 수 있는 크론에게 있어서는 큰 타격도 아니다.
확실한 데미지의 증폭이 우선이었기에 끌어올라가는 힘을 느끼면서 크론은 마지막 버프를 몸에 실었다.
"행운의 집행, 힘으로."
- 행운의 집행으로 인해 행운 스텟 553이 힘으로 환산됩니다. 5분 동안 힘의 현 스텟 수치는 1,123입니다. -
사실 민첩에 분배해서 여러번 타격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곳에는 유저들이 사방에 깔려있는 상황이다.
자신에게 꼼짝도 하지 못할 임팩트를 보여주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이 섰기에 크론은 오직 한 방을 위해서 힘에 올인했다.
타다다다닷!
쇼닉의 헤이스트로 얻어지는 속도와 바람 걷기를 활용해서 몸에 가속도를 붙인 크론은 거의 유성과도 같았고, 일정 지점에 다다른 크론은 지체없이 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점프!"
쿠구구구국-!!!
압도적인 힘과 +9까지의 강화로 인해서 더욱 효과적으로 상승한 자빅스의 탑재 되어있는 스킬인 '점프'가 더해지자 엄청난 장거리의 점프가 가능해졌다.
대지를 억압하듯이 헤집은 상태로 공중으로 나비처럼 날아오른 크론은 이내 벌처럼 쏘아내듯이 양손에 움켜쥔 무기를 휘둘렀다.
"멸시의 일격. 사검死劍 - 육사분해肉死分解."
콰직-! 스거억!
폭발적인 데미지 덕분에 퀼른의 생명력은 순식간에 바닥을 쳤고, 빈사 상태로 땅에 내팽개쳐졌다.
"······."
그야말로 말같지도 않은 상황.
크론은 경악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유저들과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고 있는 퀼른의 시선을 즐기면서 유저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피로로 인해서 두 눈이 잔뜩 충혈된 상태였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맞먹으려고 드는 인간들의 습성을 빠삭하게 알고있었기에 못을 박아두는 편이 좋았다.
이루벤 때에서도 그렇듯이 공짜로 전투에 참여해서 전리품을 나눠야한다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당연하듯이 지껄이는 것들이였으니 굳이 약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터억-
기세등등하게 퀼른의 육체에 떡하니 발을 올려보인 크론은 최대한 사악한(못생긴) 표정으로 유저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이제부터 이 녀석은 내꺼니까 불만 있는 새끼는 나와라."
압도적인 전투 장면을 보여주었으니 이쯤되면 유저들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라는 유저. 특히나 중국의 유저들을 너무나도 얕 본 행위였다.
현실에서도 당연하다는듯이 불법 어획을 행하는 그들의 습성은 게임이라고 해서 불출되지 않으라는 법이 없었다.
"이봐 형씨!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고생한 건 생각해줘야 할 거 아닌가!"
"옳소, 옳소! 우리는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 전리품을 인원수에 맞추어서 나누어야만 한다!"
"그럼! 당연히 줘야지!"
서로 북치고 장구치다 못해 꽹가리까지 쳐대는 그들의 모습에 크론은 얼탄 표정을 지었다.
크론이 기억하기로, 주시자의 눈으로 데오르의 시야를 공유했을 때에는 분명히 퀼른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은 백검과 퀼른이였다.
위험한 상위종 몬스터들은 북두칠성같은 대형 길드들이 막아섰었고, 정작 지금 나서서 소리치는 중국 유저들의 연합은 고작해야 좀비나 구울같은 하급 언데드 개체를 상대했을 따름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그래, 크론도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자신도 이기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니까.
다만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과 억지를 부리는 것은 그 개념 자체가 다르다.
"말로는 안되겠군!"
"어차피 한 명 뿐이잖아! 무시하고 퀼른부터 조져버려!"
"저 새끼도 카오가 되고 싶지는 않을 걸? 좋은 건 같이 나눠먹어야지!"
"우오오오!"
팽팽한 관계 속에서 먼저 무기를 꼬나쥔 것은 어이가 없게도 중국인들이었다.
퀼른을 일격에 즉사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저런 행위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기여도를 맛봐서 제대로 눈이 돌아갔거나, 아니면 기억력이 낮은 멍청이거나.
"하아······."
크론은 짐짓 그 두개가 전부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여도를 쌓기위해서 퀼른을 향해서 무기를 휘두르려는 중국인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것들을 대상으로 굳이 자신이 나서서까지 처리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좀비나 구울이랑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조금씩 기여도만 올려나가던 40레벨. 혹은 그 이하의 유저들이었으니 상대할 가치도 없다.
"하리보, 재들 조용히 좀 시켜."
타타타탕-!
"크아아악!"
"커허억!"
크론이 손을 휘적거리자 행복한 표정으로 퀼른에게 다다른 중국인 유저들의 머리에는 제법 커다란 땜빵 구멍이 새겨졌다.
장고의 몸 속에서 기거하고 있었던 하리보의 공격에 중국 유저들의 대다수가 그대로 나자빠졌다.
- 유저 살해로 인해 카르마 수치가 상승합니다. -
- 카오 상태일 때에는 전리품 드랍에 패널티가 적용 됩니다. -
- 퀘스트 '침공 저지'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게돈 마을의 인근에서는 사망하더라도 전리품을 드랍하지 않습니다. -
꽤나 많은 숫자의 유저들을 살해한 탓에 당연하게도 크론의 캐릭터명은 시뻘겋게 물들었다.
카오 상태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론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현재의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유저는 없다.
그나마 위협이 될 수 있는 북두칠성들의 인원들은 대다수가 전면전을 통해서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고, 베히모스의 경우에는 크론의 절친인 소렌이 있었다.
소렌이라면 전투시에는 오히려 크론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뭐,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변의 유저들도 중국 유저들을 고깝게 보지 않는 점도 한몫 단단히 해줄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미쳤어?"
타앙-!
크론에게 삿대질을 하던 중국 유저는 그대로 쓰러져서 죽음을 맞이했다.
백발백중.
근래들어서 하리보의 젤리 탄환 명중률은 나날이 올라가고 있는 상태여서 보는 크론으로 하여금 만족스러움을 선사해주었다.
"불만 있는 사람?"
"······."
크론은 말 만하라는듯, 하리보를 턱으로 가르키며 씩 웃었다.
당연하게도 중국 유저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크론을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인간적으로 우리 욕심들 내지 맙시다. 예? 나도 퀘스트 받았어, 왜그래. 어차피 기여도로 고생한 만큼 받는데 왜 전리품에까지 욕심을 부리는거야? 내가 퀼른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너희들이 살았을 것 같아?"
크론의 시원스러운 팩트 폭격이 신랄하게 이루어졌다.
이쯤되면 되었겠지, 싶었는데 아직도 부족한 모양이다.
"너희들은 억울하지도 않아? 우리가 다 함께 잡고 있던 먹잇감을 홀라당 스틸해갔는데?"
"맞아! 합당하지가 않다고!"
얼씨구, 이제는 자기들끼리는 안되겠으니까 다른 유저들을 꼬드기려는 속셈이 훤히 보인다.
허나 유저들은 멍청이가 아니다.
특히나 백검과 함께 퀼른을 몰아붙였던 소렌은 특유의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크론을 슬쩍 바라보며 웃었다.
"너희들 진짜 웃긴다."
"뭐?"
"때려봤자 쥐꼬리만한 기여도 주는 쫄병들 두들기면서 힘들어 할 때는 언제고, 퀼른 빈사 상태로 만들어놓으니까 막타치려고 아주 그냥 개미떼 마냥 몰려오지 않았었냐?"
"······."
"솔직히 나는 너희들 보다는 차라리 실력으로라도 보여준 쟤가 훨씬 더 낫다고 본다만?"
소렌은 가차없는 어휘를 구사하며 이죽거렸다.
틀린 말 하나 없기는 했다.
중국 유저는 불리할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퀼른이 빈사 상태에 빠지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인해전술을 펼치면서 달려들었으니까.
아무리 약해빠졌더라도 저 정도 물량을 PK한다면 쌓이는 카르마 수치도 장난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전리품 드랍이 되지 않는다고는 하더라도 나중에 부활할 때 카오로 시작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이!"
"다 죽여버려!"
"자존심도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이판사판이라는듯 중국 유저들이 깽판을 부리기 시작하자 소렌의 단검이 빠르게 튀어나오며 날뛰는 중국 유저의 목에 꽂혀버렸다.
"하등 이득 하나 없는 일은 하기 싫었는데, 제발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듣자. 응?"
어지간히도 짜증이 치솟았던 것인지 여간해서는 유저를 상대로 PK를 즐기지 않는 소렌은 중국 유저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수가 상당히 많기는 했지만 레벨은 하나같이 낮았고 장비도 후진 상점용 무구인 탓에 소렌을 필두로한 베히모스의 손속에 순식간에 구축당했다.
중국 유저들을 죽이는데 사용했던 무기를 품에 갈무리하며 소렌은 슬쩍 백검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 쪽은 어쩔거야?"
"우리는 물러설 생각이다. 개죽음 당하기는 싫으니까."
이미 한 번 크론과 전투를 치른 적이 있는 백검이다.
그리고 백검은 크론의 무위를 보면서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괴물같은 자식.'
자신도 레벨업과 성장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실력인데 크론의 성장력은 이미 백검의 개념을 월등하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상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아도 크론을 이기는 것은 요원하다는 결과가 나온 탓에 백검과 북두칠성은 전리품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어차피 상위종 언데드들과 퀼른에게 상당한 데미지를 입히면서 쌓은 기여도 덕분에 굳이 전리품이 없더라도 퀘스트 보상으로 퉁치면 크게 아쉬울 것도 없었다.
"부디, 최대한 많이 쳐먹어서 배터져서 죽는 날을 고대하도록 하지."
그래도 그냥 물러서기에는 입이 근질근질 했던 것인지 백검은 크론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덕담 한마디를 덧붙였다.
훌륭하기 이를 데 없는 칭찬에 크론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이 쯤되면 자신도 보답해 줄 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활짝 핀 미소를 보여주며 크론이 이죽거렸다.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호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