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마계 침공(2)
"이런 효과는 업데이트 내용에 없었는데?"
"꼬카인의 가호는 대체 뭐냐고!"
"근데 이거 개꿀아닌가? 약해진다는 거잖아."
"씨발 것들아 얘기 나눌 시간 있으면 언데드들 부터 정리해!"
뜬금포 터지는 알림음으로 인해서 유저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사이.
다가오는 언데드들의 공세를 쳐내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새끼들 진짜 마빡터지게 많네!"
언데드들의 숫자는 죽은 유저들의 숫자와 일치한다.
퀼른이 시전하는 네크로맨서 계열의 스킬에는 '시체'라는 매개체를 필요로 했으니까.
다만, 언데드들의 숫자는 제 아무리 죽이고 쳐내도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머리통을 부수고 몸통을 두 갈래로 찢어발겨도 퀼른이 존재하는 한 티끌만한 시체 조각만 있더라도 흘러 넘치는 마나를 토대로 육체를 수복시켜서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즉, 퀼른을 죽이지 않는한 언데드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유지가 될 것이라는 소리였고, 그것은 앞으로 죽어나가는 유저들의 숫자에 따라서 계속 증가한다는 소리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언데드들의 육체는 상당히 취약했다.
레벨로 치자면 30레벨 정도의 수준 밖에 안되는 몬스터였으니까.
"이런 씨발!"
좀비들을 쳐내면서 일단의 무리들이 불만스러운 '걱정'을 토해냈다.
"전리품 드랍이 0%면 죽여도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 아니야?"
"하아, 한 탕 하나 싶었는데."
유저들과 수 많은 길드들이 모이다보니 당연히 PK를 전문적으로 하는 카오 길드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들은 모가지를 원한다'라는 통칭 '우모원'이라는 길드는 44명으로 이루어진 중형 길드의 일원들은 이 말같지도 않은 공지에 울화통을 터트렸다.
기껏 쌓여있던 카르마 수치를 어떻게든 내려서 카오도 풀고 길드도 비공개로 한 상태로 로브까지 뒤집어 썼는데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우모원의 길드원들은 재미로 PK를 취하지만 그 목적은 거의 대부분은 약탈의 충족감이다.
그러니 보상 없는, 카르마 수치만 올라가는 PK를 시도할 턱이 없었다.
"이거 근데 레벨이 저하되면 보상도 그 만큼 줄어드는 거 아니야?"
"에엑? 유저가 이렇게 많은데 더 쪼개 먹으라고?"
반면 제대로 돼먹은 '걱정'을 하는 유저들도 존재했다.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는듯이 추가적인 알림음과 함께 홀로그램의 내용이 갱신되었다.
- 시나리오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
[침공 저지(시나리오 퀘스트)]
- 진혈의 피를 머금고 있는 뱀의 종주 퀼른을 저지해주세요. 다행히도 상당히 이른 시기에 등장하게된 퀼른의 능력치는 본신의 능력치에 비해서 상당히 감소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퀼른에게 가해진 패널티는 서서히 해제될 것이며, 모든 능력을 되찾고 더욱 더 세력을 불려나갈 것입니다. (하향 조정되어도 전리품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
난이도 : SSS
보상 : 기여도에 따른 분배(사망시에도 가방에 자동으로 추가 됩니다)
실패시 : 마을 및 도시의 붕괴, 퀘스트 보상 없음
다른 내용은 다 넘어가더라도 SSS등급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퀘스트 보다도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퀘스트의 내용 중 '전리품의 하향은 없다'라는 설명 문구를 확인한 유저들의 눈에 짙은 욕망과 희망이 동시에 새겨졌다.
"이거, 이 정도면 할 만 하겠는데?"
"뒈져도 기여도는 유지되는 거 아니야? 씨발 지금 놀고 있을 때가 아니야!"
사망하더라도 기여도는 그대로 유지가 된다.
누군가가 퀼른을 저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SSS등급의 난이도인 만큼 한 대라도 퀼른을 후려치거나 언데드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기여도가 쌓인다는 것을 알게된 유저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어차피 죽게 되어도 1시간 접속 패널티 외에는 전리품을 드랍할 일도 없었으니 망설일 이유가 하등 없는 셈!
"우오오오오오!"
"보상을 챙기자!"
전체적으로 레벨이 취약한 개인 유저나 약소한 소형 길드에 속하는 이들의 선택한 방식은 퀼른을 공격하는 것보다는 언데드를 저지하는 행위였다.
어차피 그들의 공격력으로는 제 아무리 크론 메이커의 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퀼른에게 데미지를 적중시키지도 못할 뿐더러 퀼른의 공격을 버틸 정도의 방어력도 없기에 얍삽하면서도 꾸준한 기여도 쌓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쁘지 않은 정답이었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퀼른의 방해만 없었더라면 정답이 되었으리라.
"좀비 개체 - 독소 주입."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물고 뜯기만 하는 공격 방식을 취하던 좀비들의 행동이 멈칫하더니, 이내 녹빛으로 몸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한다.
척 보기에도 터질 것만 같은 살벌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유저들이 기겁을 하며 달아났지만 이미 늦었다.
"터지고, 터져서, 전부 모조리 녹아내려 나의 노예가 되어라!"
콰아앙- 콰앙- 푸드드드득!
사방으로 좀비 폭탄의 시체가 비산하며 영향권에 있던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뱀의 종주라는 마족답게 좀비들의 폭발 공격을 맞은 유저들은 그 자리에서 한낱 독수가 되어서 녹아내렸다.
이곳이 게임상이여서 고통이 사소해서 그렇지, 현실이었다면 끔찍하기 그지없는 죽음을 당한 유저들의 고여있던 독물은 퀼른의 손짓에 점차 모여서 아이스크림마냥 하나의 고체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재료가 좋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사역마로군."
따악-
퀼른이 손가락을 퉁기는 것과 동시에 독수는 하나의 몬스터로 변화되었다.
크어어어어어!
[독수 - 어보미네이션 Lv.94(생성된 몬스터)]
시체들을 기워맞춘 데다가 몸 속에서 출렁거리면서 움직이는 녹빛의 액체를 담은 역겨운 생김새.
좀비와 구울도 징그럽게 생긴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굳이 수치로 쳐서 좀비가 10점이라면 독수 - 어보미네이션의 점수는 적게 쳐줘도 1000점을 줄 정도로 토악질이 나올듯한 생김새였다.
"죽여서, 숫자를 불려라."
크워어어엌!
주변의 좀비들을 투사체마냥 집어던지면서 달려드는 녀석의 공격에 순식간에 유저들의 기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씨발! 공격 하지말라고! 독물 쏟아지잖아!"
"그럼 어쩌라······으아아악!"
독수를 품고있는 어보미네이션 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가 있을까?
여간한 공격들은 전부 튕겨내는 튼튼한 방어력에다가 94레벨이라는 막강한 공격력, 거기에 공격 당하면 사방으로 뿌려대는 출렁대는 독수 탓에 나름 단합되어 있던 길드들이 오합지졸로 변모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멍청한 새끼들. 대가리에 든 건 욕심 밖에 없는 건가?"
"그래도 저 독 다루는 녀석은 역귀 형님한테는 밥 아닙니까?"
"까다롭긴 해도 독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면역이 있기는 하니까······잠깐만, 너 씨발 지금 나한테 저런 더러운 새끼를 짬처리하는 거냐?"
"독이랑 불은 상극이라서 참아주세요, 형님. 그냥 좀비라면 모를까 저 돼지 새끼한테 폭렬전신으로 들이박는 순간 대폭발이 일어날 거라고요."
제로의 말에 역귀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상황에서 모든 유저들 중에서 독에 관한 면역력 하나 만큼은 역귀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일성인 백검 조차도 꺼려하는 것이 독 계열의 지속적인 딜링 계열의 스킬이였으니까.
"내가 저 녀석 맡으면 백검 넌 어쩔 셈이냐?"
"당연히 가장 강력한 본체를 친다."
"그렇겠지? 하아······그래, 느그들이 언제 나이 대접을 해줬다고. 어보미네이션은 내가 어떻게든 묶을테니까 너희들은 최대한 조져라 알겠냐?"
"오케이, 아저씨!"
"씨발년."
역귀가 아리안느를 보면서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이.
백검은 일체의 고민 없이 대답하며 손을 휘저으며 유저들을 학살하고 있는 퀼른을 노려보았다.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도 좋지 않다.
유저들의 숫자는 양날의 검이 되어서 오히려 유저들을 옥죄는 언데드로서 유저들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실정이었다.
'크론······.'
크론이 주문 제작으로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북두칠성의 소식통에게 그 내용을 전해들은 백검은 곧장 쌓여있던 재료들과 정산한 금액을 토대로 크론에게 의뢰를 부탁했다.
자그마치 4억이라는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과 함께 재료들까지 붙여주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물론 백검은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이러한 요구를 취하고, 98레벨에 이르른 유저는 랭킹 2위인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크론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었다.
레벨을 낮춰서 정보를 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제대로된 무기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게 될 확률이 너무나도 높았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크론 이 새끼, 무구 하나는 진짜 더럽게 잘 만든다.'
크론은 가장 큰 금액과 한형식을 뛰어넘는 재료를 공급해준 백검의 성의를 받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호갱님, 최선을 다해서 보필하겠습니다.』
본래대로라면 자신을 적대하는 존재에게는 무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꺼려지는 크론이다.
백검은 자신을 한 번 죽였던 전력이 있는 데다가 전투 센스 만큼은 개인전으로는 크론을 뛰어넘는 강자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러한 백검도 이제는 크론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레전드+등급의 자빅스가 지니고 있는 방어막을 토대로한 방어 능력은 우월하기 그지 없었고, 그로 인해서 더 이상 백검은 상대거리가 안되었다.
우월한 템빨 앞에서는 전투 센스고 뭐고 간에 소용 없는 발버둥일 뿐이다.
'이 무기라면······신체 분쇄자보다도 강하다.'
백검은 특별하게 강화까지 더해서 보내준 무기를 움켜쥐면서 눈을 빛냈다.
그리고 백검이 들고있는 것 외에도 북두칠성의 간부진들은 다들 휘황찬란한 무기들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대로 그 무기들 역시 크론에게 제작을 요청하고 구매한 무기들이었다.
"그 새끼 진짜 요상한 힘이라도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어떻게 된 게 유니크+등급 무기를 10강까지 강화할 생각을 하는거죠? 대체 무슨 똥배짱이야? 터지면 좆되는 걸 모르는 건가?"
"너는 숙녀가 좆이 뭐냐 좆이. 하여간에 귀여운 맛이 없어가지고 쯧쯧."
"흥, 짠내나는 아저씨가. 웃겨!"
"옛날에는 오빠, 오빠거리면서 제대로 말도 못 붙였으면서. 많이 컸다?"
"사랑 싸움은 거기까지하지?"
백검의 말에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던 역귀와 아리안느가 동시에 백검을 쏘아보았다.
"된장녀는 사절이라고!"
"저는 아저씨 취향 딱 질색이거든요!"
"누가 뭐라고 했냐?"
서슬퍼런 둘의 기세에 백검도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가 상황을 파악했는지 이내 백검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일성 백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그는 중증에 이르는 효율 주의자다.
그러했기에 효율 주의자가 길마의 역할을 맡았을 때에는 늘 신중하고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장난은 여기까지하고, 역귀랑 이온은 어보미네이션을 맡는다. 레오파드랑 제로는 언데드들의 길을 뚫고, 메린이랑 아리안느는 거리 유지하면서 엄호 하도록."
"알겠어."
백검의 말에 북두칠성은 빠르게 움직임을 개시했다.
각자가 스티리머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사실상 따지고 보면 7명의 파티라기보다는 각자의 개인전이었지만 그들의 무력은 여간한 중형 길드도 상대할 정도로 어느정도의 전투 센스는 갖추고 있었다.
촤르르르륵!
화르륵!
가장 먼저 역귀가 어보미네이션을 묶고, 제로가 폭렬전신爆裂全身으로 언데드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력과 나이 모두 가장 막내에 속하는 칠성 제로였지만 그의 폭렬심법爆裂心法의 파괴력은 다수의 적에게 뒤어난 효율을 자랑했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불길을 몸에 두른 채로 언데드들의 파도의 길을 묵묵히 뚫어나가고 있었으니까.
"그럼 나도 가볼까."
북두칠성도 강하기는 하지만 백검이 보기에 퀼른에게 제대로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녀석은 노련한 역귀와 강력한 화력의 스킬을 사용하는 메린과 제로 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지구전에 취약하다.
혈투를 넘어온 횟수 자체가 달랐기에 그들의 실력은 백검의 입장으로서는 도토리 키재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나서야 한다.
이제부터 이곳은 자신의 독무대가 되어야하니까.
"오버 샤프니스. 오러 소드. 요수의 발걸음. 벼려진 칼날."
스킬이 중첩되면서 백검의 손에 쥐여진 검의 색깔이 오색찬란하게 빛을 내뿜었다.
그렇지만 아직 스킬은 끝이나지 않았다.
"리빙 소드."
오색찬란하게 빛을 뿜어내던 검은 순식간에 악령의 힘이 깃들어 검은 묵빛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백검은 발을 구르면서 앞을 가로막는 좀비들을 베어갈랐다.
"형님!"
"이곳이다!"
백검이 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제로의 폭렬권爆裂拳과 레오파드의 야생의 포효가 쌓여있는 언데드들을 날려버리면서 시원스럽게 구멍을 뚫어주었다.
일체의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뚫고 지나간 백검은 곧장 검을 휘둘러서 허공에 악령을 쏟아냈다.
"리빙 데드의 망령 - 포식가 구루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