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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97화 (97/122)

# 97화.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돈 받고(6)

아무리 돈이 좋다고는 하지만 건강까지 버려가면서 플레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남들이 다 그렇듯 크론에게도 자신의 몸이 1순위로 중요했고, 돈과 명예는 2순위인 법이었으니까.

'어디보자······.'

시간을 체크하면서 크론은 퀼른이 등장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 해보았다.

『퀼른 등장까지 남은 시간 - 6 : 12 : 18, 17, 16······..』

퀼른이 등장하기까지 6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였으며, 현재 쌓여있는 후원을 통해서 주문 받은 물량은 대략 4시간에서 30분 정도의 오차가 걸릴 법한 주문양이었다.

어차피 이번 주문 제작의 보조적인 목적에는 퀼른을 저지하기 위해서 유저들을 능력치를 끌어올려서 조금이나마 죄의식을 떨궈내는 것에 있었다.

뭐, 비율로 따지자면 돈과 명예가 99.9%였고, 그런 양심의 가책은 0.1%정도 뿐이었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여하튼 할 수 있는 행동은 최대한 실행하였고, 이제 슬슬 꿀잠을 취하고도 싶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데까지 충분히 했으니까.'

계산끝에 각오를 다진 크론이 공지를 발표했다.

"이제부터 주문 제작의 요청은 받지 않겠습니다. 앞으로의 후원은 응원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크론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기미 상궁 : 그래도 책임은 지셔야죠!

토토머신 : 고럼, 고럼. 퀼른 사태를 일으킨 책임을 지세요!

거미가 되다 : 이기적이야!

ㅁㅁㄹㄷㅁㄹ : 적당히 좀 합시다. 탈모빔 맞고 싶음?

ㅁㄷㅁㄷㅃㅃㅇ : ㅇㅈ하는 부분. 솔직히 노가다 이 만큼 했으면 해 줄 만큼 한 거지.

재벌 59세 : 제발 거지들아 좀 꺼져라. 방송인에게 불만 있으면 니들이 안오면 되는거 아님?

크론을 옹호하는 세력도 있었지만 그들은 극히 적었고, 상당한 숫자를 자랑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크론에게 좋지 않은 반응이었다.

투덜대는 그들의 공격적인 말투에 크론은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금 밀려있는 것만해도 4시간은 족히 달려야하는 상황입니다. 그것만 해도 40시간째 방송 중인거 모르신가요?"

본디 인간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다른이에게는 냉철한 법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물론 존재는 하겠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이기적인 성품을 지닐 수 밖에 없다.

물론 크론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지적하거나 비난 할 생각은 없다.

크론 자신도 따지고보면 이기적이라는 것쯤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크론은 스트리밍 중인 방송의 옵션을 건드렸다.

<스트리머 크론이 채팅창의 사용을 제한 하셨습니다.>

미친듯이 올라오던 채팅창의 내역이 드디어 크론의 마음에 쏙 들게 정지했다.

세상 억울한 심정으로 크론의 시선이 방송에 맞춰졌다.

"솔직히 저 할 만큼 했습니다. 세상 어떤 미친놈이 노가다를 40시간이나 하면서도 지치지 않는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는 판매를 하는 거지,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과로사해서 죽고싶은 생각 전혀 없거든요."

주문 제작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불만을 퍼부어 내림으로서 속이 시원해진 크론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래, 이 참에 크론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는 편이 좋다.

갑과 을의 관계를 굳히는 행동은 의외로 간단한 법이다.

"이기적이라고요? 그래요, 저 이기적인 사람 맞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좋은 물건은 구매하는 사람이 아쉽지 판매하는 사람이 아쉽겠습니까? 손님이 이렇게 널리고 널렸는데?"

크론이 아무리 주문 제작에만 힘쓰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중간 마다 틈틈히 휴식을 취했고, 그러던 와중에 리셋 이루벤에서 떠오르고 있는 화제의 글도 확인해보았다.

크론 메이커.

가성비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크론의 무구는 동레벨 대의 같은 등급의 무구와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폭발하는 인기와 그에 따른 관심과 구독자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허나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힘든 건 힘든 거다.

앞서 말했듯이 돈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도 우선시 해야할 것은 다름아닌 건강이다.

몸이 건강하고 정신이 온전해야 오랫동안 방송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돈을 벌 수 있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크론에게도 대장장이로서의 책임감은 존재했다.

적어도 주문 내역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방송을 종료할 정도로 무책임한 방송인은 아니었다.

"그럼 다시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주문 요청자들의 후원들을 확인하며 크론은 망치를 움켜쥐었다.

깡- 까아앙-!

이제는 진짜 눈 감고도 망치질을 할 지경에 이르른 크론은 남아있는 주문들을 전부 마무리지었다.

당장이라도 로그아웃하고 이부자리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들끓었지만 프로 방송인답게 꿋꿋이 방송의 매듭을 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판매 제작에 되어서는 추후에 재료가 공급되면 영상편집자를 통해서 공지하겠습니다. 참고로 그 때에는 무한정으로 받지 않고 인원을 정해서 받도록 하겠습니다."

메이커의 가치.

그것은 일종의 숫자에 제한이 있는 '한정판'일 때에 비로소 빛을 뽐내는 법이다.

크론의 발언에 시청자들의 눈이 뒤집혔지만 채팅창의 제한으로 그 어떠한 채팅도 올라오지 않는다.

"아, 그리고 구매자는 열혈 회원 및 1개월 이상의 구독자들만 받습니다. 다들 고생하세요."

그야말로 독재자와 자낳괴가 뒤섞인 혼종이라 할 수 있으리라.

@ @ @

긁적 긁적-

"으음, 스멜."

멈출 수 없는 본능적인 중독성을 자랑하는 '꼬카인'의 진한 향기를 취하는 것도 잠시.

방구석 폐인마냥 옥튜브의 스트리밍을 뒤적거리던 철수의 입가에 흥미라는 단어가 꽃피웠다.

"KM? 크론 메이커? 크론 이 녀석 또 무슨 장난을 친거야."

크론은 철수도 눈여겨 보고 있는 유저중의 대표격의 인물이었다.

대장장이와 테이머라는 직업으로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분도 그렇고, 진행 속도와 레벨링 역시 평범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말같지도 않은 강화를 성공 시키는 경우도 그렇고, 미스터리 몬스터들에 대한 길들이기를 거의 100%수준으로 성공 했다.

그로인해 현재 개인이 지닌 무력 하나 만큼은 절대적으로 강력한 존재가 바로 크론이었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니까. 이레귤러의 존재는 말이야."

버그로 느껴질 정도의 운빨과 실력이었지만 이미 앞서서 정우가 AI유실을 통해서 조사를 해보았고, 그 결과는 '이상없음'이었다.

당연히 그로인한 제재는 불가능했고, 설사 만들어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철수는 그러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 리셋 월드에 운영자가 개입해서 유저에게 손을 쓰는 행위를 철수는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천재지변이라던가 전지전능한 신의 힘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라면 더 리셋 월드에 버그는 존재할 수 없다.

관리자인 AI유실의 존재 덕분에 자연적인 버그는 거의 0%에 수렴하는.

요컨데, 꼬카인의 향기와 비교하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클린하기 그지없는 게임이었으니까.

"흐음······이거라면 괜찮을 수도?"

크론의 대장장이 실력은 철수도 인정하는 바였다.

매직 등급과 레어 등급의 아이템을 거의 양산하듯이 찍어내는 것은 기본이었고, 시청자들이 돈과 재료만 공급해준다면 간간히 유니크 등급의 무구도 간단하게 제작했다.

질 좋고 가성비가 좋은 무구가 더해진 다면 유저들의 힘 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퀼른을 저지할 수 있게되는 가능성이 생겨났다.

성공률이 0%인 것과 1%라도 있는 것의 차이는 상당하다.

철수가 애초에 본래의 시나리오에 천족을 추가했었던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 유저들이 퀼른을 이길 확률은 설사 자신이 최대한 퀼른을 약화시킨다 하더라도 0%에 수렴했었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천족의 등장에 필요한 조건으로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유저와 NPC들의 희생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이 정도라면 희망이 조금은 생긴 셈이라고 할 수 있겠어."

가능성의 탄생.

철수는 힐끗 시선을 돌려서 더 리셋 월드의 세계에 관련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던전에 입장하거나 사냥터에서 파티. 혹은 개인으로 사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저들의 모습.

개 중에는 너무 과한 도전으로 죽는 유저들도 속출했지만 도전하는 이들의 숫자가 크게 증가한 만큼 성장세는 기존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가속화 되었다.

가성비가 뛰어난 강력한 무구와 빠른 속도로 레벨업에 힘쓰고 있는 유저들.

이 두 개가 합쳐진다면 퀼른을 이기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222레벨의 퀼른을 이기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불가능 하다지만, 만약 약화시키고 NPC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여하튼 철수 역시 NO.1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운영자 였기에 AI유실의 제재를 한 번 먹고 더 리셋 월드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가능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아래로 집어넣었다.

게임에 간섭해서 시스템의 물을 흐리는 행동은 철수가 가장 혐오하는 행동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때때로는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행동을 취해야만 할 때가 오는 법이다.

게다가 찰스 마틴은 이미 철수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취한 상태였다.

"병신 같네. 하, 내가 언제 이런 걸로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철수는 피식 웃어보였다.

나름 고리타분한 연구자에 속하는 철수에게도 일종의 규칙이 존재했다.

그것은 자신의 성질을 돋구는 녀석에게는 똑같이 갚아서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자신을 적대한 녀석들에게 소금을 뿌리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힘을 빌린 찰스 마틴은 철수가 애써 차려놓은 '더 리셋 월드'라는 밥상에 재를 뿌리다 못해 화려하게 뒤집어 엎어버린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여유롭게 지켜보면서 줄다리기를 해 줄 용의는 없다.

눈에는 눈. 밥상 뒤집기에는 밥상 뒤집기로 맞받아 치는 것이 상남자로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오랜만의 마계 탐방이네."

히죽거리는 웃음과 함께 운영진 캐릭터로 접속한 철수는 시스템에 침범해서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이 방법은 사실상 도박수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AI유실에게 제재를 받게 된다면 미리 설정해두었던 천족의 강림은 불가능해진다.

그렇지만 딱히 걱정은 없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모 아니면 도라는 것도 나쁘지 않고 재미있지 않겠는가?

몬스터를 진화시키고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강화시키는 알약이 존재하듯이, 약화시키는 알약 또한 존재하는 법.

묵빛의 알약을 생성시킨 철수는 마계에서 준비를 갖추고 있는 퀼른에게 어거지로 알약을 우겨넣었다.

"내 향기에 범벅이 되어 죽어라."

"이, 이런 버러지같은 녀석이!"

퀼른이 혀를 낼름거리며 철수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이미 AI유실의 호출로 인해서 철수는 단단히 제재를 받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꼬카인의 가호라는 것이다."

AI유실에게 호되게 혼나는 상황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바짓가랭이를 긁적이며 철수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소위 띵언 제조기라고 불렸던 아버지의 좌우명.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이기는 병신이 되거라 철수야.』

그것은 인생의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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