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돈 받고(5)
깡- 까아앙!
모루에 올려놓은 금속의 모양이 시시각각으로 변화를 일으켰고, 크론은 수 십 차례 정도의 망치질 끝에 유니크 등급의 창을 제작하는 것에 성공했다.
'일부로 떨구는 것도 일이네.'
형식의 재료들 중에는 미스터리 몬스터의 전리품도 있는 상태였기에 크론이 좀 더 힘을 썼다면 유니크+등급까지는 완성 시킬 수가 있었다.
허나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필수불가결 적으로 착용 제한이 올라가게 되어버린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착용해서 사용하는 것이기에 이 정도의 하향적 조절은 어쩔 수가 없다.
또한 능력치의 문제라면 추후에 대리 강화를 통해서 무기를 강화시키면 되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어디, 이걸로 퉁치기에는 아쉬우니까.'
이런말 하기 뭐하지만 크론은 철저한 자본주의자였다.
자신에게 상당한 양의 돈을 퍼부어준 형식이다.
중요 재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창에 투자했지만 남아있는 재료들도 그렇게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 아니다.
자신의 가방에 있는 쓸만한 몬스터의 재료들과 함께 사용한 크론은 유니크 등급의 상하의 갑옷과 함께 건틀렛과 신발까지 세트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무구 제작을 완료시켰다.
"이거 첫 작품이 너무 화끈한 걸로 들어와서 오래걸렸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 크론은 살짝 아이템의 옵션을 공개했다.
무려 유니크 등급의 효율을 가지고 있는 4개의 아이템의 휘황찬란한 자태에 시청자들의 눈이 돌아갔다.
"이번껀 열혈 회원님의 요청이었기에 힘 좀 썼습니다. 이 다음 분 부터는 5천 만원을 주셔도 4개나 되는 유니크 등급 안 만들어줄거에요. 아, 물론 가끔씩 이벤트가 있으니 운이 좋으시다면 걸리실 수도?"
형식에게만 특혜를 준다면 다른 이들에게 불만을 들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어쩌라는 것인가?
형식은 크론TV에 가장 많은 후원과 꾸준한 구독을 약속한 미래의 동반자인 것을.
불만이면 열혈 회원을 달아라, 그러면 쓸만한 걸로 만들어줄게 라는 뜻을 단어에 실어보낸 것이다.
아마도 극한의 멍청이와 눈치가 없는 것을 제외한다면 충분히 크론의 뜻은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불만이 빗발쳤지만 크론은 귀를 후벼파면서 피식 웃어보였다.
손님이라고 해서 전부 '갑'은 아니다.
무구 제작MAX, 레전드+등급의 무구를 제작한 존재의 제작 판매.
그 가치만으로도 돈을 내는 손님은 '을'이었으며, 크론이 곧 '갑'이었다.
지누스 : 알았으니까 제발 무구좀 만들어줘! 돈은 얼마든지 내주겠다고!
유니크 등급의 무구 4개를 연속으로 제작함으로서 시청자들은 크론의 실력을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쏟아져 오는 금액의 파도 속에서 크론은 빠르게 작업 속으로 녹아들었다.
완성한 무구를 형식에게 우편으로 붙여주면서 다음 손님과 다 다음 손님의 무구의 제작에 착수했다.
주 손님 층의 후원 금액인 50만원에게는 적당한 레어 등급의 무구를 만들어 주었고, 최하 후원 금액으로 지정한 10만원을 지불한 시청자에게는 매직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어주었다.
진짜 거짓말 하나 안 섞고 매직 등급의 아이템의 제작은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미리 용광로에서 제련시키고 있었던 금속을 망치로 뚝딱 두들겨서 완성시켰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뛰어난 실력과 가성비 좋은 재료가 받쳐준 덕분에 동레벨 대의 같은 등급의 아이템 치고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한 능력치를 자랑해주었으니까.
"후욱, 후우우우······."
쉴새없이 5시간 동안 몰아치고 있다보니 크론도 지칠 수 밖에 없다.
대장장이 일을 즐기고, 그것으로 돈이 끊임없이 벌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고 체력적 한계가 존재했기에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돈 하나는 끝내주네.'
거의 수 십억에 이르는 금액.
0이 상당히 많이 쌓여서 세기가 질릴 지경이다.
하루종일 고레벨 지역에서 사냥을 한 것보다도 많은 금액에 크론의 입가에 미소가 내걸렸다.
그야말로 행복한 중노동을 하고 있는 셈.
그렇지만 일거리에는 무릇 쉬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다행히도 쉬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눈요기는 충분하다.
크론에게는 1마리 보기도 힘든 미스터리 몬스터들이 수두룩하게 존재했으니까.
"잠시 퍼포먼스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크론이 손가락을 퉁기자 쉬면서 늘어져라 잠을 청하거나 뒹굴거리고 있던 몬스터 패밀리들이 왜 부르냐는듯한 의미가 가득 담긴 눈을 부라렸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 물러설 크론이 아니었다.
"니들 무구 안만들어 줄까? 이번 기회에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이거 안되겠네? 그리고 행콕 네 지팡이좀 줘봐. 녹여가지고 재료로 팔아치워 버려야겠네."
"주, 주인! 우리가 언제 싫은 티를 냈었던 말인가! 아니 그런가?"
"좀, 춤 되게 잘 춘다."
"큐우웃!"
"끼에에에에엑!"
게으름을 언제 피웠냐는듯이 하리보는 예의 분열 쇼를 보여주었고, 각자의 몬스터 패밀리들도 자신들의 특성을 살려서 귀여움과 무뚝뚝한 매력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시장의 북새통을 연상 시키는 복잡함의 극치!
정신 없는 그 상황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미칠듯이 쏟아져내렸다.
퍼포먼스는 집어치우고 무구 제작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잠시 지켜보던 크론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행콕을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런가?"
수줍어 보이는 얼굴로 손만 까딱까딱 거리는 춤은 뱀의 하체를 지닌 행콕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제대로 춰."
"그, 그래도······."
"녹인다?"
협박의 효과는 굉장했다.
수줍어 했던 웃음은 어디로 가고 행콕은 정열적으로 몸을 흔들어댔다.
쭉 빠진 몸매(정확히는 뱀이지만)덕분에 행콕의 허리춤은 아이돌 댄스의 뺨을 후려칠 정도로 화려했고, 다행히도 유저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 덕분에 언제 불만을 꺼냈냐는듯 시청자들은 연신 'ㅗㅜㅑ'를 연발하면서 몬스터 패밀리들의 퍼포먼스를 조용히 직관하였다.
'하여간에 남자들이란······.'
피식 웃은 '남자'크론은 몬스터 패밀리들에게 뒤를 맡기고는 장고의 몸 속에서 물을 허겁지겁 받아 마셨다.
신선도 보장 덕분에 시원하기 그지없는 물이 목을 통해서 청량함을 선사해주면서 크론은 황홀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하긴 5시간 동안 조금도 쉬지 않고 작업ㅇ베 열중했으니 이마와 온 몸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는 상황이 지극히도 당연한 것이었다.
"부족해."
목을 통한 갈증의 회복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손으로 땀을 흘긴 크론은 자빅스의 장착을 잠시 해제시켰다.
무구를 벗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표시되는 흰 면 티를 착용한 모습으로 크론은 곧장 엎드렸다.
"부어줘."
"큐르르르르!"
척하면 척.
크론의 말 뜻을 기가 막히게 알아들은 장고가 크론의 위에서 물을 흘려보냈다.
시원한 등목까지 즐긴 크론은 꿀맛같은 휴식을 즐겼다.
하여간에 사람들은 방송인의 노고를 모른다.
보통 5시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작업하는 상황이랑 땀투성이인 모습을 보면 쉬엄쉬엄하라고 권유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 걸?
이미 후원 제작을 요구한 유저들은 오히려 작업을 독촉하면서 악을 써댔다.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구매자의 입장으로서는 돈을 지불햇으니 서둘러서 무구를 받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앞 번호에 있는 이들이 끝내주는 무구를 얻고 사냥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급해서 안달이 났겠지.
본디 사람이란 자신에게는 관대한 법이었으니까.
"그레도 조금은 즐기면서 하자고."
참고로 자신에게 관대한 것은 크론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독촉하던 뭐던간에 깡그리 무시하면서 자신만의 게임 플레이를 고수한다.
그것이 자유로운 유저이자 사람인 크론이다.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크론은 행콕의 화려한 뱀 댄스를 함께 즐겼다.
@ @ @
크론이 무구 제작MAX라는 사실과 레전드+등급의 제작자라는 사실을 천명하고 난 이후 더 리셋 월드에는 꽤나 큰 여파가 뒤흔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와 그로 인해서 상겨낸 독특한 문화는 바로 메이커의 탄생이었다.
"농부인데 길드 가입 가능할까요?"
"죄송합니다만······."
"KM무구 세트 풀 파츠로 착용하고 있는 47레벨 이에요. 질 좋은 농작물 공급도 가능한데요?"
"환영합니다 동지여!"
"프르건 늪지 지역 함께 사냥하실 파티원 구합니다! KM없으신 분들은 정중하게 사절하니 오지 말아주세요!"
더 리셋 월드에 불어온 KM열풍.
요약하자면 크론 메이커라고 불리는 이것은 그 이름 그대로 무구 제작MAX에 이르른 크론이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는 무구를 통칭하는 용어 였다.
매직 등급부터 시작해서 유니크 등급까지 순식간에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데다가 재료까지 크론이 직접 분담하다보니 구매에 있어서는 단순하게 돈과 수 많은 순번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누구나 크론의 무구를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거기다가 크론은 그 무구 제작MAX답게 만들 수 있는 종류에도 한계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일컬어지는 검과 같은 무기와 갑옷등의 방어구를 넘어서서 농기구와 요리 도구들조차도 제작이 가능했으며, 크론이 직접 제작하면 그 어떠한 것도 종류를 넘어서서 가성비 하나는 끝내주었다.
지금까지 무구를 받아든 유저들 중에서 불만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 덕분에 유저들의 레벨업은 마치 발에 모터를 단 것 마냥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사냥하기 힘들었던 몬스터도 크론 메이커만 있다면 문제도 아니었다.
아주 간단하게 베어 넘길 정도로 KM은 예리함과 강력함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뛰어난 무구였다.
『크론의 무구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유저는 있지만 한 번만 사용한 유저는 없다.』
그러한 반응 덕분에 크론을 찬양하기 위한 띵언이 생겨나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크론의 무구는 가성비 만큼이나 뛰어난 만족도를 자랑한 덕분에 입소문을 타게되었고, 그 덕분에 크론의 방송은 거의 박터지듯이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그 덕분에 크론의 무구는 뜻하지 않게 가격 경쟁이 붙기까지도 했다.
시청자들의 환호 속에서 크론의 무구는 스스로 가격이 올라갔고, 시청자들은 어떻게든 크론의 눈에 들기 위해서 구독과 팔로우를 눌러댔다.
덕분에 17만 정도에 머물고 있었던 크론의 구독자 수는 예전의 스폰서들에게 제안 했었던 50만을 가뿐하게 뚫고 62만까지 치솟아 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그것과 반비례로 크론은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이것들이 내가 과로사 하는 것을 그렇게 보고 싶은건가?'
그야말로 현재의 크론은 죽을 맛이었다.
벌써 36시간 째 무구만 제작하고 있는 것이 크론의 현재의 상태이다.
하루를 꼬박 세우고도 반나절을 더해서 달려온 덕분에 크론의 눈 밑에는 절로 다크 써클이 새겨질 지경이다.
중간 마다 짬짬히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없었다.
1분만 여유를 부리면 순식간에 후원 목록이 가득 차다 못해서 터질 정도로 주문이 밀려버리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죽는다.'
크론이 아무리 체력이 넘치고 대장장이 일을 즐긴다고는 하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은 무리였다.
"······공지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