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95화 (95/122)

# 95화.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돈 받고(4)

시청자들의 말대로 무구 제작의 단계가 최고 랭크인 MAX라는 부분은 믿겨지지 않는 말이었다.

현재 대형 길드들에 소속된 상태로 꾸준히 재료를 공급받고 무구를 제작하는 퍼거론과 아이언 마스터와 같은 대장장이들도 Ⅶ~Ⅷ의 랭크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를 감안하면 얼마나 말같지도 않은 말인지 금방 알 수 있으리라.

흑토룡 : 크론님은 대장장이 일에만 몰두하지 않았잖아요!

또한 시청자의 말대로 크론은 오로지 무구 제작에만 온 힘을 싣지 않았다.

유저들과 PK도 치르고, 지저인들과 전쟁을 펼치는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크론은 대장장이 일을 많이 하기보다는 오히려 전투 직업에 더욱 어울리는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했었다.

헌데 그러한 크론이 무구 제작의 끝자락인 MAX랭크인데다가 아직 있는지 없는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레전드 등급의 윗단계인 레전드+등급을 제작했다고?

어이가 가출한 것을 떠나서 믿겨지지 않는 헛소리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크론도 충분히 예상했다.

그러했기에 크론은 과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믿지 않을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잇몸이 만개하는 상큼한 웃음과 함께 크론은 착용하고 있는 '+9 자빅스'의 옵션을 공개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1,000명의 유저가 달려들어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너무 많은 유저가 몰려온다면 '행운의 집행 - 민첩'에 투자해서 장고를 끌어안고 성공적으로 도주할 자신감도 있는 상태인 만큼 크론은 꿀릴게 없다.

즉, 이제는 굳이 힘을 숨기기 위해서 안간힘을 쓸 필요성이 사라져버린 크론인 셈이다.

'슬슬 반응이 오겠지.'

그리고 유저 본신의 강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컨텐츠가 된다.

당장 크론을 제외하면 랭커에 드는 일성 백검이나 THE ONE같은 유저들은 자신의 전투 센스와 강력함을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어모으는 것이 주류 일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크론은 단언 할 수 있다.

레전드+등급의 아이템인데다가 '성장형'이라는 사기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는 전신 갑옷 자빅스는 수 많은 유저들을 끌어모을 촉매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으리라고.

루시 : ?

인간 성기사 뿌뿌뿡 : ?

아린 : ?

재벌 59세 : ······.

그리고 그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다.

자빅스의 옵션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거의 전부가 '?'를 표하며 경악어린 반응을 보이고 잇었으니까.

잠시 동안의 정적.

배탈이 났을 때 대변이 반응을 보이듯이 시청자들의 뒤이은 글은 거의 '폭동'이었다.

바운팅 : 이거 실화임? 레전드+등급에다가 강화를 9까지 쳐지른 거 실화냐고!

이고깽 일리단 : 옵션 봐봐······스킬도 몇개가 쳐붙은 거야 대체?

@3314 : 나도 오이언맨 슈트를 가지고 싶드아아아!

재벌 59세 : 이, 이런 눈호강을 시켜주다니······.

<재벌 59세님이 2,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리 손녀 쵝오님께서 팔로우를 하셨습니다.>

<우리 손녀 쵝오님께서 1개월 구독을 하셨습니다.>

우리 손녀 쵝오 : 나 형식이 친구일세. 구독으로 눈도장만 찍으려고 했는데 이런 호강을 시켜주니 안 낼 수가 없군 그래.

<레부아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흑우 아니제 : 미친, 흑우님들이 오셨드아아 풍악을 울려라~♬

거의 팡파레가 터지듯이 엄청난 양의 후원금이 밀려들어 오는 반응에 크론은 피식 웃어보였다.

'역시 아이템이 최고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뛰어난 무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돈이 된다.

이곳은 능력치 우월주의인 게임 속이였으니까.

"다들 궁금한 게 많으시겠죠?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그로 톡톡 튀는 제목선정도 그렇고 특히 궁금한 부분은 아마도 마계 침공이겠죠."

크론이 말을 마치자 많은 내용의 글이 삽시간에 채팅창을 잠식해들어갔다.

대체적으로 항의하는 녀석들부터 시작해서 네가 벌인 일이니 네가 해결하라는 등의 내용도 존재했다.

몇몇은 그저 크론을 향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원래 잘 난 사람은 좋게 볼 수가 없다.

'장난 없네.'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이러다가 무병 장수해서 너끈하게 200살까지도 살 수 있게 될 것만 같다.

"자자, 진정들 하시죠. 저는 그 해결법을 가지고 온 거니까요. 이래뵈도 저, 나름 양심있는 스트리머입니다. 하핫, 제가 싼 똥은 저 스스로가 치워야하지 않겠습니까?"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크론의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잘생긴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는 제법 비싼 몸이거든요."

도끼병 말기에 다다른 크론의 발언에 채팅창은 침묵했다.

심지어 여간해서는 크론의 편을 들어주던 재벌59세 마저도 '······.'로 화답하고 있는 상황이였으니까.

흐음······그래도 나름 화장실 거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쁘지 않다고 품평했었는데 그 정도도 안되는 건가?

"방금 발언은 잊어주시고, 일단 한 번 보시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굳이 입아프게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이해시키는 데에는 더욱 효과적이다.

화르르륵!

땅- 따아앙!

용광로에 광물을 부어서 패도의 힘을 머금은 강철들을 뻥튀기 튀기듯이 제련해낸 크론은 가벼운 손놀림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모루에 올라가자마자 강철은 순식간에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명검이라고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예리함을 번뜩이는 검의 형태였다.

마지막으로 능숙하게 가죽으로 손잡이에 덧대어서 만든 이후 크론은 손잡이와 칼날을 서로 연결시켰다.

여기까지의 작업 동안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높은 랭크에 도달한 제련과 무구 제작의 스킬과 높은 손재주 스텟의 보정 효과와 20강에 다다른 시초의 망치가 만나면서 얻어진 시너지 덕분에 일어난 결과였다.

[행운을 품은 패도의 강철검(레어)]

- 실력이 극에 이른 명장의 손에서 탄생한 걸작입니다. 행운에 대한 힘이 왕성한 대장장이의 기운이 함께 응축되어 있습니다.

* 착용제한 : 레벨 40이상

* 내구도 : 125/125 힘 100이상 민첩 80이상

* 공격력 +133

* 힘 +15

* 민첩 +10

* 체력 +10

* 행운 +2

* 40%의 확률로 2배의 데미지

* 패도의 일격(액티브) : 대상을 강하게 내리쳐 200%의 무無속성 피해를 입히며 1초간 경직시킵니다. 마나 소모 20 쿨타임 1분

간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의 능력치다.

보통 동레벨 대의 착용 제한을 가지고 있는 레어 등급의 무구들과 견주어봐도 단연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었으니까.

물론 처음에 보여주었던 레전드+등급의 자빅스가 지니고 있던 놀라운 능력치 덕분에 패도의 강철검이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허나 시청자들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 것이다.

자빅스가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말같지도 않은 상상 속의 물건이라면 패도의 강철검은 충분히 자신들의 수준으로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무난하면서도 상당히 괜찮은 무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크론이 노린 부분도 바로 이러한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 중에서도 한형식과 같은 재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시청자들 대다수는 유니크 등급의 무구를 구입할 정도로 넉넉한 자본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크론이 유니크 등급의 무구를 공급해봤자 제 값을 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높은 등급의 무구를 지닌 유저들만 늘어난다면 퀼른을 처리할 수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유니크 등급의 무구를 지닌 유저들은 퀼른에게 절대적인 승산이 없는한 도전하지 않을 요량이 클 테니까.

괜히 나섰다가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유니크 등급의 무구를 떨굴 위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욕심이 가득한 PK유저가 뒤통수를 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크론은 뛰어난 무구를 한 개 제작하는 것보다는 다량의 가성비 좋은 무구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퀼른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강력한 유저외에도 다수의 서포팅은 필수적이였기에.

"보시다시피, 저는 이 패도의 강철검을 제작하는 것에 1분 정도 걸렸습니다. 즉, 레어 등급의 무구는 이제 눈 감고도 거뜬히 만들 수 있는데다가, 상위 몬스터의 값진 재료들이 있다면 유니크 등급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죠. 레전드+등급도 제작해 낸 경험이 있으니까요."

자랑질로 한 번 유저들에게 염장을 질러준 크론은 씩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 만큼 다양한 종류의 무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검은 물론이고 창과 방어구도 판금과 사슬 갑옷. 그리고 가죽을 덧댄 것도 가능하죠. 또한 원하신다면 보석으로 치장해서 특수한 능력을 이끌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무구 제작 스킬은 대장장이를 대표하는 스킬이다.

그것을 MAX의 단계에 이른 만큼 크론이 만들 수 있는 종류는 실력과 도구. 그리고 손재주가 받쳐준다면 거의 무한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저는 방송의 제목대로 여러분들의 주문을 받아서 제작을 시작할 겁니다. '후원'으로 원하시는 무구의 종류와 레벨을 적어주시면서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후원해주시면 곧바로 작업에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무구의 판매가 곧 후원과 구독으로까지 이어지는 관계가 이렇게 구축되었다.

돈만 있다면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

돈만이 장점인 재벌들도 상당수 몰려올 것이고, 그로 인해서 크론은 당연하게도 어마무시한 돈을 벌어들이게 될 것이다.

리셋 매니아에서 광물들을 구입하는 것에 사용했던 현금이 오히려 우스울 정도로 수 십억. 아니 어쩌면 수 백억을 벌어들일 수도 있는 일.

"참고로 10만원 이하는 응원 비용으로 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철저한 순번제입니다. 돈을 많이 후원한다고 해서 먼저해주거나 하는 혜택은 없으니 서둘러 주시길 바랍니다."

말을 내뱉은 크론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내걸렸다.

그야말로 돈미새. 자낳괴의 형상이 가득 담겨있는 웃음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태클을 걸 생각을 하지 않았다.

MAX에 이르는 무구 제작의 스킬 랭크와 레전드+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대장장이의 주문 제작.

이것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기회가 아니다.

당연스럽게도 그 반응의 여파는 장난이 아니었다.

몇몇 시청자들은 주문 제작에 필요한 후원을 위해서 수수료가 심한 핸드폰 결제를 시도했고, 몇몇은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서 편의점으로 뛰쳐나갔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크론의 '시작'이라는 단어와 함께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인지 후원이 물 밀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재벌 59세 : 잘 부탁함세. 재료는 첨부하도록 하지. 무구는 우선 창을 원하네. 재료가 남는다면 갑옷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군. 참고로 내 레벨은 67이라네.

<재벌 59세님이 50,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첫 타석을 끊는 이는 종수의 아버님이신 형식이었다.

재벌 59세라는 닉네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59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뒤지지 않는 테크닉을 지닌 노장의 속도에 크론은 피식 웃었다.

우편함을 통해서 도착한 형식의 재료들은 하나 하나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과연 재벌은 재벌인 것인지 네임드 몬스터들과 보스급의 재료들은 기본이었고, 몇몇은 미스터리 등급의 몬스터의 부산물도 존재했다.

'감평은 여기까지만 하고.'

크로와 : 30레벨이 쓸만한 단검을 만들어주세요!

<크로와님이 3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총알 장전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비비탄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계속 감탄하기에는 쏟아지는 후원이 너무나도 빠르다.

이제부터 크론의 관심사는 오로지 제작, 그리고 또 제작이었다.

다량의 광물과 형식에게서 받은 보석과 재료들을 용광로에 꽉꽉 채워서 들이부은 크론은 거칠게 망치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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