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돈 받고(3)
"잠깐, 성장형이라고?"
희희낙락하면서 설명을 읽어내려가던 크론은 뜻밖의 설명에 멈칫했다.
여태까지 수 많은 무구를 제작하고 종종 대박이라고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무구를 탄생시킨 크론이지만 그 무구들 중에서도 '성장형'이라는 형태는 맹세컨데 처음이었다.
모든 무구들과는 다르게 강화외에도 성장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무구의 교체 과정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거 잘하면 평생 쓸 수도 있겠는데?"
타임 리프라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크론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입장이다.
타임 리프의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크론은 늘 그것을 인지한 상태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크론은 대장장이 이전에 테이머였다.
자신의 무구외에도 함께 활동하는 몬스터 패밀리들의 무구도 시시 때때로 갈아치워야만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선택은 나쁘지 않았어."
역시나 알 수 없는 알약의 흔적을 섭취하지 않고 무구 제작에 사용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당장에는 모든 스텟+50과 막대한 경험치가 더욱 좋을 수 있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성장형 무구가 더욱 효율이 좋았다.
"기분도 좋아졌으니, 강화 가즈아아!"
강화 비용이 1회에 15만 골드라는 말같지도 않은 금액을 요구했지만 어차피 재정 상태라면 남부럽지 않을 만큼 가지고 있는 크론이다.
거침없이 타임 리프와 함께 쏟아부은 크론은 타임 리프가 4번 정도가 남은 상태가되자, 행운의 각성과 함께 강화를 시도했다.
'진짜 더럽게 안붙네.'
기분이 좋다고 해서 강화의 확률은 올라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유니크 등급의 상위격에 해당하는 레전드+등급인 영향 때문인 것인지 22번의 타임 리프와 행운의 각성까지 겸비해서 쏟아 부었음에도 9강이 한계였다.
그나마 기본 옵션들의 상승폭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자빅스는 전신 갑옷입니다. 착용한 방어구를 벗은 상태에서 착용하도록 하십시오. -
"역시 꼼수는 무리라는건가."
혹시나 싶어서 지금 착용한 방어구들에 덧씌워서 착용하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불가능했다.
하긴, 전신 갑옷으로 제작한 곳에 그저 지저트론의 동력원만 적용시킨 꼴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주인······."
크론이 착용한 방어구들을 하나씩 벗어던지자 아이템 냄새는 기가막히게 맡는 하리보가 눈을 희번뜩였다.
과거 18강에 이르렀던 금빛 나래 태도를 섭취한 경험이 있었던 하리보였기에 특히 고강화 무구에 관련된 섭취에는 사이비 교도 수준의 광신도였다.
"왜 불러?"
"그거, 이제 필요 없어 진 거 맞는 거지? 나에게 맡기도록 해라 주인. 조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울 자신이 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자빅스의 성장을 위해서 고강화 무구는 하리보에게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 상당량의 광물과 보석을 하리보에게서 뜯어내다보니 괜히 안 주기도 뭐했다.
'욕심만 더럽게 많아가지고.'
솔직히 하리보의 몸 속에 있는 광물과 보석은 전부 크론이 직접 구해서 하리보에게 넣어둔 종류들이었지만 정말이지 소유욕 하나는 끝내주는 녀석이다.
아마 이번에 무구를 먹이지 않는다면 단단히 삐져가지고 토라져 있을 확률이 다분했다.
"이거나 먹어라."
하리보의 츤츤이 두려워진 크론은 20강의 판금 건틀렛을 먹이로 던져줬다.
"오오오! 고, 고맙다 주이인!"
분명히 본질은 슬라임일텐데 발정난 망아지마냥 건틀렛을 핥아대는 꼴이 오래 보고싶은 면상은 아니다.
꾸물텅거리는 역겨운 하리보를 뒤로하고 크론은 나머지 방어구중에서 신발부터 자빅스에게 소모시켰다.
- 자빅스가 +20 행운을 품은 판금 신발의 힘을 흡수합니다. -
- 성장 수치가 2265%상승합니다. 성장 수치를 소모해서 성장력을 상승시키시겠습니까? -
제화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의 뜻을 비추었다.
- 2100%의 성장 수치를 소모합니다. 자빅스의 성장력이 Lv.7에 도달합니다. -
- 자빅스의 레벨업으로 인해서 기본 옵션이 상승합니다. -
- 자빅스의 레벨업으로 인해서 기본 옵션이 상승합니다. -
- ······자빅스의 레벨업으로 인해서 기본 옵션이 상승하며, 추가적으로 스킬 '점프(액티브)'가 부여됩니다. -
"이런 구조라는 건가."
자빅스의 레벨업은 당연하게도 성장 수치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2레벨로 올라갈 때에는 100%의 성장 수치를 요구했으며, 3레벨로 올라갈 때는 200%, 4레벨은 300%식으로 매 레벨업이 더해질 때마다 100%의 성장 수치가 더해지는 방식이었다.
"그리 나쁘지는 않네."
다행스럽게도 강화 수치에 따른 성장 수치는 꽤나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20강의 30레벨 제한의 방어구가 2265%나 상승할 정도였으니까.
혹시나 싶어서 가방에서 굴러다니는 쓸모 없는 잡템들의 경우에는 0.1%의 쥐꼬리만큼 올라갔고, 네임드 몬스터의 재료같은 경우에는 20%가 올라갔다.
"투자 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겠어."
성장력은 따지고 보면 강화와는 어느정도 유사한 시스템이다.
아니, 사실상 강화의 상위호환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이기는 했다.
더 리셋 월드에서의 강화는 20강이라는 한계가 존재하는 반면 자빅스가 가지고 있는 레벨 개념의 성장력은 지속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공급만 유지된다면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었으니까.
게다가 강화의 상승 효과도 겸해서 얻을 수도 있다.
실제로 레벨업을 통해서 자빅스가 얻은 '점프'스킬은 상상 이상의 거리를 단숨에 도약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거리를 넘어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행운의 집행 - 민첩 버전과 바람 걷기를 겸해서 사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먹고 커라."
투자하는 20강의 방어구들이 아깝지가 않았다.
@ @ @
마계 침공의 주모자가 크론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어가고 있는 지금.
크론은 제대로된 욕받이가 되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가며 쉴새없이 까여댔다.
"이것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론은 히죽여지는 입가가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크론TV의 구독자와 팔로우 숫자가 상당히 증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본디 세상 일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그렇다.
남의 고통이 곧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이기적인 사람들과 이루벤에서 쉴새없이 언플을 시전해대는 데오르 덕분에 오히려 크론의 입지는 더욱 넓어졌다.
크론에 대해서 모르던 유저들 조차도 관심을 가지고 구독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니까.
"이거 나중에 밥 한끼라도 사줘야 되려나."
의도치 않았던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에 크론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한 번 데오르를 만난다면 밥 한끼라도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죽빵이라는 아주 달달하면서도 둘이 먹다가 하나도 죽을 맛을 자랑하는 빵을 말이다.
"그럼 이 기세를 타서 본격적으로 나서 볼까."
퀼른의 사건이 터지고 난 이후 크론은 리셋 매니아를 돌아다니면서 가지고 있는 골드를 현금화 시키면서까지 재산을 탈탈 털었다.
물론 더 리셋 월드를 접으려는 행동은 아니다.
내가 총 맞았냐?
이제서야 기껏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고 레전드+등급의 성장형 아이템도 얻었는데 그깟 허언증이 가득 담긴······뭐, 사실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런 것 때문에 접을 정도로 멘탈이 쿠크다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크론은 리셋 매니아에 가득 쌓인 현금을 바탕으로 해서 등록되어 있는 철광석과 석탄들을 대대적으로 매입했다.
방송의 후원을 통해서 얻은 금액을 제외했음에도 가득 쌓였던 골드를 전부 털어버린 탓인지 철광석과 석탄을 동을 내고도 꽤나 많은 금액 남아 있었기에 크론은 남는 금액으로는 종류별로 다양한 보석과 네임드 몬스터들의 재료도 매입했다.
이러한 크론의 행보 덕분에 일순간 매물 동결이 걸리는 바람에 초보 대장장이들은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통곡하겠지만 그들의 사정까지 봐 줄 수는 없었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 인지상정이겠지."
크론도 완전히 양심이 없지는 않다.
적어도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질 줄 아는 남자였다.
다만······.
"공짜는 아니지만 말이야."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겠나?
그리고 너무 공짜만 좋아했다가는 순식간에 대머리되기 십상이다.
솔직한 말로 크론의 이 방법은 유저들에게도 크게 나쁜 방향은 아니었다.
크론이 선택한 방법.
그것은 바로 비기, 강철의 심장을 토대로 해서 가성비가 월등히 뛰어난 패도를 머금은 강철을 활용해서 무구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아직 퀼른이 강림하려면 42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였으니 크론의 무구를 활용한다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레벨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요컨데, 크론은 돈 벌고 유저들은 가성비 뛰어난 무구를 얻게 되니 서로 윈윈이지 않겠는가?
'지금 풀어도 딱히 문제 되지는 않아.'
패도를 머금은 강철은 확실히 가성비가 끝내준다.
하지만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소리는 역설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크론에게 위협적이지가 않다는 것이다.
112레벨에다가 자빅스까지 착용한 크론의 방어를 뚫고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는 적어도 미스릴과 같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그 만큼 스텟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야만 했으니까.
"어디, 게임이 망하지 않게 힘 좀 써볼까."
고이다 못해서 썩어서 석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재 크론의 상태이다.
그리고 크론이 가장 두려운 것은 몬스터 패밀리들을 잃는 것과 더불어서 더 리셋 월드의 유저들의 유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뉴비의 유입이 한없이 0에 수렴하게 되는 게임은 당연한 말이지만 망하는 루트를 타게된다.
더 리셋 월드를 즐기고 사랑하는 한 명의 유저로서 마음에 드는 게임이 망 루트를 타는 것은 크론도 원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퀼른을 저지하고 싶다면 크론이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굳이 초보 마을까지 달려가는 것에 투자할 시간에 차라리 몬스터 하나를 더 때려잡거나, 무구라도 제작하는 편이 이득이었고, 동시에 돈과 인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사람이라는 족속은 원래 쉽게 믿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축하하는 것보다 남이 망하는 것을 더욱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는 이들이 언제 뒤통수를 후려칠 지 어떻게 알겠는가?
거의 99.9%의 확률로 퀼른을 처리하면서 지쳐있는 크론을 공격해서 전리품을 뜯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물에 빠진 것을 구해줬는데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녀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지는 않다.
뭐, 사실 애초에 물에 빠트린 건 크론이였지만······.
"시작해볼까."
크론은 활기찬 기분으로 즉시 트위찍과 옥튜브의 동시 스트리밍을 통한 방송을 시작했다.
마계 침공 업데이트 덕분에 크론에게 향해진 관심이 극대화에 도달한 지금.
알람으로 크론의 방송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자 순식간에 시청자들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그 기세가 어찌나 심한지 최고급 캡슐에도 잠깐의 버퍼링이 걸릴 정도였다.
사실 시청자들이 이렇게 몰려오는 것에는 제목의 효과도 톡톡히 해주었다.
(무구 제작MAX(레전드+아이템 제작 경력있음)가 제작한 무구 팝니다 #내 똥은 내가 치웁니다.)
흑우맨 : 양심 무엇?
선비가 꿈입니다 : 거,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맙시다.
검정고무신 : 똥 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