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돈 받고(2) - 유료 연재 시작
가죽이나 피와 같은 전리품도 아니고, 몬스터에게서 이런 알약 종류의 아이템이 나온 것은 맹세컨데 처음이다.
그래도 명색이 180레벨의 미스터리 몬스터였던 테트를 사냥하고 얻은 아이템이니 쓰레기는 아닐 것이다.
"일단 한 번 도전해볼까?"
'섭취시 ???'라는 표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알약의 흔적은 먹음으로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먹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이다.
과거 젬의 시독 주머니처럼 잘못 먹으면 사망할 수도 있었지만 테트는 그 때의 젬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수준을 갖춘 몬스터였기에 플러스 효과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솔직히 한 번 정도의 타임 리프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면 나름 남는 장사다.
입에 넣고 물과 함께 삼키자 비릿한 피맛이 진득하게 입 주변에 풍겨왔다.
- 찌거기로 남은 알약의 흔적이 체내에 녹아듭니다. -
- 모든 스텟이 30증가합니다. -
-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112레벨이 되셨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117레벨이 되셨습니다. -
- 지나친 힘의 폭주로 캐릭터가 '인간'의 종이 지닌 격이 상승합니다. 칭호 '초월자(모든 스텟+20)'을 얻었습니다. -
- 10시간 동안 캐릭터가 가사 상태로 접어듭니다. -
"······."
효과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로 좋다.
그렇지만 지금 가사 상태에 빠져드는 것은 결코 좋지 못하다.
10시간이면 용광로에 집어넣었던 재료들이 죄다 쓰레기가 되고도 남는 시간이었으니까.
'타임 리프.'
섭취하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아온 크론은 주어진 2가지 선택지 속에서 고민에 빠져들었다.
"먹느냐, 만드느냐 인건가."
단순하게 섭취하는 것만으로 레벨이 5나 상승하는 데다가 모든 스텟이 칭호를 포함해서 50이나 올라간다.
물론 그 효과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자그마치 10시간 동안 게임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상당한 디메리트였으니까.
가사 상태의 10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면 되기야 하겠지만 지금의 크론은 거의 겨울잠에 준하는 취침을 만족스럽게 하고 온 상태였다.
반면에 무구를 만드는데 재료로 활용한다면 제법 뛰어난 무구를 제작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생겨난다.
이 방법 역시 당연히 단점이 존재했는데, 우선 무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데다가 무구 제작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타임 리프를 하더라도 다시금 알약을 얻을 수가 없게된다.
"흐음······."
이것도 가지고 싶고 저것도 가지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지만 크론의 고민은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용광로에 투입된 '알 수 없는 알약의 흔적'이 순식간에 타오르며 쇳물과 함께 뒤섞이기 시작했다.
크론은 섭취보다는 무구의 재료로서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레벨업과 스텟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지만. 이런 재료가 흔한 것은 아니니까."
게임의 즐거움은 단순히 강해지는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창작의 재미.
특히나 생활계의 선두주자라고 칭할 수 있는 대장장이이 주직업은 크론이었기에 제대로된 완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살려보도록 해볼까."
뚜둑하고 몸을 풀어보인 크론은 풀무질을 통해서 용광로의 화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마치 지옥의 용암탕과 같은 불길이 용광로를 통해서 스멀스멀 흘러나왔고 다양한 재료들이 한 데 어우러진 쇳물이 주르륵 흘러나와서 금속의 형태로서 굳혀졌다.
"제발 잘해보자, 귀여운 것아."
레전드 등급의 방어구에다가 그에 상응하는 재료들과 신묘한 힘을 품은 알약까지 통째로 먹어치운 거대한 금속의 고고하면서도 듬직해보이는 모습에 황홀한 표정으로 크론은 망치를 휘둘러보았다.
까아앙-!
"놀라운 녀석인데?"
맑은 소리도 그렇고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방금 용광로에서 꺼낸 상태여서 변형이 자유로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변화도 없다.
깡- 까앙-! 따아앙!
크론의 높은 스텟과 20강의 시초의 망치으로도 멀쩡한 녀석의 모습에 크론은 수 십번의 망치질을 휘둘렀고, 그제서야 조금씩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굴복시킨다."
때때로 대장장이에게는 목숨이 걸려있는 전투보다도 더욱 어렵고 힘든 난이도를 자랑하는 전투가 존재한다.
좀 더 좋은 무구를 얻기 위한 금속을 다듬는 일이라는 전투가.
악다구니처럼 입을 앙다문 크론은 쉴새없이 망치를 휘둘렀다.
상당한 근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데다가 그 막강한 강도 탓에 두들길 때마다 망치가 팅겨지는 반발성으로 인해서 온 몸이 저릿저릿할 지경이다.
"생각을 비우자, 생각을!"
뜨거운 열기와 노동으로 인해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왔지만 크론은 무념무상에 빠져들며 연신 손을 움직였다.
'데오르. 최 상병, 오 이병······.'
자신의 성질을 연신 긁어댔었던 데오르를 비롯해서 군인 시절 자신을 쉴새없이 볶아대면서 챙길건 전부 챙겼던 빌어쳐먹을 맞선임.
청소 시간에 얼타길래 청소하라고 시켰다는 이유로 소원 수리를 긁었던 폐급 고문관 오 이병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크론은 망치로 금속을 때렸다.
'역시 생각을 비우는게 최고야.'
전혀 힘든 기분이 들지 않고,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마음속 깊이 차오른다.
깡- 따아앙!
크론의 망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빠르고 정교해졌다.
그리고 그 속도 만큼이나 금속의 모양 또한 이제는 얼추 갑옷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형상이 갖추어졌다.
"후우······힘들긴 힘드네."
땀이 비오듯이 줄줄 흘렀지만 크론은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금속이 굳어져버리면 그 만한 낭패가 없을테니까.
쉬지 않고 다이렉트의 속도로 다가가는 작업 속도 속에서 크론은 갑옷의 움직이는 이음새 부분에 테트의 가죽을 덧대었다.
빈틈을 차단하고, 동시에 편안하게 골격이 움직이려면 100%의 금속보다는 유연한 가죽을 사용하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다.
왼팔과 오른팔.
그리고 다리부분에도 가죽을 덧대어 나가면서 겉모습을 완성시킨 크론은 갑옷의 겉면에 동그란 홈을 파내었다.
미리 제작해 두었던 동력원을 파두었던 홈에 끼우자 '우우우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동력원이 작게 떨었다.
다행히도 높은 무구 제작의 랭크 덕분에 동력원은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는 것을 확인한 크론은 씩 웃었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크론의 의도대로 착착 풀려나가고 있었기에 기쁨이 가중된 것이다.
"마무리다."
치이이이익-!
마지막으로 동력원이 홈에 제대로 스며들도록 틈새를 메우고 요정의 가루를 뿌려줌으로서 제작은 성공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었다.
눈가로 스며드는 땀방울을 손으로 흘겨내면서 크론은 마음속으로 빌었다.
부디 좋은 녀석으로 탄생해주기를 말이다.
- 레전드 등급 아이템이 완성되었#%[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 알 수 없는 알약의 흔적이 아이템의 격을 상승시킵니다. -
- 레전드+등급 아이템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
"등급은 성공 적이고."
다른 것도 아니고 레전드+등급의 아이템이라니, 성공적이다 못해 대박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였다.
"때로는 과감한 선택이 중요하다니까."
역시나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녹이고, 알약을 섭취하지 않고 재료로서 함께 혼합한 선택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입가에 미소를 띄운채로 크론은 오래전 지저트론을 봤을 때부터 떠올려두었던 이름을 정했다.
"자빅스."
- 최초로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 '???(사라짐)' 칭호 '전설을 이룩한 장인(손재주+45)'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1,100증가합니다. -
- 최초로 레전드+등급의 아이템 '자빅스'를 제작하셨습니다! 칭호 '전설의 전설을 이룩한 장인(손재주+60)'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1,500증가합니다. -
"뭐?"
이 부분은 크론으로서도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설마하거니와 알약의 힘으로 인해서 올라간 아이템의 등급 덕분에 레전드+의 아이템 제작과 관련된 업적뿐만 아니라 레전드 등급의 업적도 함께 완료되었음으로 시스템이 인지해버린 것이다.
실로 기묘한 상황에 여간해서는 크게 당황하지 않는 크론도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이거 나중에 막 버그라고 회수조치 되거나 그러는 거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감정이 스멀스멀 흘러나왔지만 크론은 고개를 털어내서 애써 생각을 떨쳐냈다.
어찌되었든간에 자빅스는 자신이 사냥한 몬스터들의 전리품을 활용해서 혼신의 힘으로 제작한 전신 갑옷이다.
한 땀 한 땀 피와 정성으로 만든 무구와 얻어낸 칭호중 단 하나라도 회수조치 되었다가는 본사에 쳐들어가서 법 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될 일이었다.
"고민은 됐고, 귀여운 녀석부터 확인해볼까."
아이템의 옵션을 띄우면서 질끈 눈을 감아보인 크론은 다시금 기도했다.
[자빅스(레전드+) - 성장형Lv.1]
- 전설에 이름을 새긴 장인의 작품입니다. 동력원의 힘을 바탕으로 하여 방어막을 생성시킵니다. 사이한 뱀의 힘이 온전히 깃들어진 영향으로 인해서 공격에 적중당한 존재에게 독 데미지와 석화 상태를 부여합니다. 특별한 재료로 인해 아이템의 격이 상승함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특질이 개방됩니다. 재료나 금속의 무구를 동력원에 소모시킴으로서 성장 수치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 착용제한 : 힘 250이상, 민첩 250이상, 체력 300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함
* 내구도 : 368/368
* 방어막 : 2,500/2,500
* 동력 : 1,350/1,350
* 방어력 +487
* 항마력 +430
* 힘+ 105
* 민첩 +125
* 체력 +150
* 40%확률로 일반 공격을 무효화
* 25%확률로 피해 면역
* 동력 폭주(액티브) : 5분 동안 소모시킨 동력에 비례하여 모든 스텟을 1~50만큼 상승시킵니다. 쿨타임 60분
* 성장력 소화(액티브) : 10분 동안 자빅스의 성장 수치를 소모시켜서 공격력을 끌어올립니다. 성장 수치 1%당 200의 공격력이 상승합니다.(최대 리미트 100%) 쿨타임 10분
* 멸시의 일격(액티브) : 적에게 단 한 방의 응축된 일격을 꽂아 넣습니다. 방어막의 소모 수치에 따라서 데미지가 상승합니다. 무無속성 피해량 500%~800%증폭 쿨타임 10분
* 치명적인 맹독(패시브) : 공격을 받은 대상에게 추가적으로 200의 독 데미지를 입히며, 10초 동안 석화 상태에 빠트려 움직임을 둔화 시킵니다.
* 성장 수치 0%
부디 착용 제한이 자신이 착용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떠서 자빅스를 확인한 크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이스!"
다행히 착용 제한에 레벨에 대한 제한이 붙어주지 않은 상태로 완성되었다.
그야말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칭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상황.
진득한 썩소를 흩날리면서 크론은 작품에 대한 품평을 내렸다.
"완벽해."
과연 레전드+등급에 걸맞게 능력치가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상하의와 장갑과 신발까지 한 번에 착용할 수 있게 설계된 전신 갑옷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것을 따지더라도 능력치가 뛰어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여기에다가 높은 수치의 강화까지 적용된다면 진짜 말같지도 않은 무구가 탄생하는 것도 금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