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무한의 뱀 테트(3)
"이런 뱀술로도 담굴 가치도 없는 새끼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좀을 노리려고 들어?
지금까지 들인 노력을 떠올린 크론은 행운의 집행이 끝나기 직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테트에게로 쏟아부었다.
좀과 행콕을 제외한 몬스터 패밀리들과 화염 거인에 힘 입어서 이루어진 대규모 린치에 동네북마냥 쥐어터진 테트가 몸을 흐느적거리면서 꼿꼿이 세워져있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
- 보상으로 180,000골드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지저인들의 멸망을 억제시킨 영웅으로서의 업적이 널리 퍼집니다. 명성이 2,000증가합니다. -
- 아포카에 존재하는 모든 지저인들과의 관계가 존경으로 변화됩니다. -
- 칭호 '지저인의 영웅(모든 스텟+8)'를 얻었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106레벨이 되셨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107레벨이 되셨습니다. -
굳이 테트를 죽이지 않고 빈사 상태로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퀘스트의 조건은 충족 되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아포카가 거의 멸망하다 싶이 한 영향인지 높은 랭크를 자랑하는 난이도 치고는 골드의 보상이 영 싱거웠다.
그래도 경험치는 짭잘하게 주어줬기에 딱히 큰 불만은 없다.
명성이랑 모든 스텟을 크게 올려주는 칭호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수, 숙적이 쓰러졌다아아아!!!"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테트가 무너져내리자 살아남은 지저인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대 급부로 테트의 하수인들은 테트가 졌다는 소식에 기겁하면서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아나던 녀석들의 일부는 갑자기 가슴 언저리를 움켜쥐면서 쓰러졌는데, 아마도 행콕의 여왕의 억압에 적용을 받고 있는 녀석들로 유추되었다.
뭐 죽어나간 녀석들의 전리품은 나중에 차차 획득하기로 하고, 지금 중요한 난제는 테트를 길들이는 과정이다.
그런데 기껏 빈사 상태로 만들어놨더니 어느새 테트의 머리에 올라탄 지저인들이 테트를 향해서 무기를 휘두르면서 초를 치고 있는 중이다.
"이봐, 미안하지만 그건 내 사냥감이야."
"무슨 소리인가, 영웅이여! '우리'가 함께 잡은 숙적이지 않은가!"
"그게 도움이었어?"
내가 테트에게 붙어있든 말든간에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의 총질같았는데 말이지?
"용서하게, 영웅이여. 그대에게 양보하기에는 우리 지저인들의 피가 너무많이 흘렀어."
같잖은 보상 분배 다음에는 감성팔이라,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건 그 쪽 사정이고. 나는 내 꺼 나눌 생각 없다."
"······쳐라!"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지저인들은 테트를 향해서 다시금 무기를 휘둘렀다.
180레벨의 테트답게 빈사 상태임에도 지저인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제법 오래버틴다.
크론은 그들의 행동에 곧장 반격에 나섰다.
"이러면 곤란하지?"
가장 성호가 높아서 크론에게 감정팔이를 시전했던 지저인의 뒤를 점해서 칼을 들이대자 공격을 지속하던 지저인들의 몸이 동시에 멈춘다.
"너희들은 영웅한테 이런식으로 대접하냐?"
"그 점은 미안하네 영웅이여. 하, 하지만 부디 이해를 해주기를 바랬으면 한다. 우리들은······."
"야, 적당히 하자? 어디서 건방지게 남의 먹이에 손을 대."
지저인들은 모르겠지만 이제 크론은 지저인들을 죽이는데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다.
퀘스트에 대한 보상도 받은 상황이고 아포카도 거의 멸망직전 상태였기에 살아남은 지저인들도 고작해야 300마리가 조금 넘어갈 정도다.
우호도의 문제?
당장 여기서 지저인을 멸종시켜버리면 우호도고 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지저인을 살려두는 것에는 처음으로 만났던 키잔이라는 지저인이 마음에 들었던 것과 자신을 반겨주었던 지저왕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종족이 멸망하는 꼴 보기 싫으면 꺼져."
"······."
크론의 인내심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행콕의 여왕의 권위를 통해서 조종하는 방법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싶지는 않다.
더 이상 귀찮게 굴면 곧바로 지저인들을 죽일 요량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말귀를 알아들은 것인지 지저인들은 꼬리를 말고 아포카의 건물 잔해로 무리를 이끌었다.
"역시 매가 약이라니까."
그야말로 게임에도 적용되는 만물의 이치다.
좋은 말로 하면 우습게 볼 뿐이니 성격이 점차 더러워지는 기분이다.
"너는 어떤 이름이 어울리려나."
테트를 길들일 생각에 행복해진 크론은 곧장 길들이기를 시전했다.
- 이미 누군가에게 종속된 존재입니다. 길들이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
"엥?"
"킄크크으······내, 내가 네 놈의 밑으로 들어갈 것 같았나?"
"하, 이거 완전 개똥 밟은 기분이네."
기껏 고생이란 고생은 전부 치룬 크론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미 테트의 주인이라는 녀석이 존재한다니, 그 말은 즉, 180레벨인 녀석보다도 레벨이 높고 이 흑막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따로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후, 재밌네.'
더 리셋 월드는 넓다.
크론이 레벨을 올리고 계속 올려도 위에 있는 몬스터들이 한가득이며, 지저인들과 같은 신종족은 어디에든 존재할 것이다.
"흐흐흐, 네 녀석은 퀼른님의 훌륭한 먹이가 될 것이다!"
"그걸로 유언은 끝이겠지?"
피식 웃은 크론은 지체하지 않고 곧장 무기를 휘둘렀다.
퍼거억!
수 많은 지저인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테트의 머리통이 일격에 박살나며 숨통이 끊어졌다.
첫 미스터리 몬스터의 사냥.
아쉬운 감정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주인이 있는 녀석이기에 크론이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죽인다.
이 얼마나 심플한 논리인가.
- 무한의 뱀 테트를 죽이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주시자를 죽인 존재(민첩+20, 체력+30)'을 얻었습니다. -
- 무한의 뱀 테트의 유일 스킬 '주시자의 눈'을 얻었습니다. -
- 무한의 뱀 테트에게 적용받고 있던 '주시자의 눈'의 쇠약 효과가 사라집니다.
- 800,000골드를 획득합니다. -
- 테트의 가죽(재료)을 획득합니다. -
- 테트의 혈청(재료)을 획득합니다. -
- 테트의 독니(재료)를 획득합니다. -
- 알 수 없는 알약의 흔적(재료)를 획득합니다. -
- 테트의 눈이 새겨진 갑옷(레전드)을 획득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108레벨이 되셨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111레벨이 되셨습니다. -
레전드 등급의 갑옷부터가 대박인데 그 뒤를 이어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침을 질질 흘릴 것만 같은 값진 재료들이 다량으로 드랍되었다.
특히나 경험치 같은 경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막대했다.
107레벨에서 순식간에 4단계의 레벨업을 거치면서 111레벨에 도달할 정도였으니까.
"두둑하군 그래."
아마 이래서 미스터리 몬스터들을 발견하면 황금 고블린을 얻는다고들 비유를 하는 것이겠지.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크론은 가장 먼저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부터 확인했다.
[테트의 눈이 새겨진 갑옷(레전드)]
- 무한의 뱀 테트의 눈이 감겨져있는 상태로 새겨진 갑옷입니다. 비록 죽었지만 눈에 남겨져 있는 석화의 힘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 착용제한 : 레벨 175이상, 민첩 260이상, 체력 250이상.
* 내구도 : 285/285
* 방어력 +188
* 항마력 +153
* 민첩 +55
* 체력 +60
* 마력 +15
* 15%확률로 일반 공격을 무효화
* 석화의 눈빛(액티브) : 1분 동안 피아를 구별하지 않고 갑옷의 눈에 마주한 대상에게 500의 데미지를 입히고 5초간 석화 상태로 만듭니다. 쿨타임 3분
* 뱀의 허물(액티브) : 5분 동안 뱀의 허물을 뒤집어씁니다. 방어력 800증가, 이 상태에서는 공격이 불가능합니다. 쿨타임 10분
* 치켜 떠진 눈(패시브) : '석화의 눈빛'이 기능중 일 때 공격력이 150, 민첩이 50증가합니다.
다양한 특수 능력과 공격적인 기능과 방어적인 기능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은,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로 다양한 효과를 품고 있는 무구라고 칭할 수 있으리라.
허나 크론은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장난하냐고······."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습득했을 때부터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었다.
착용제한에는 랜덤적으로 스텟이 한계에 걸릴 대도 있고, 레벨이 걸릴 때도 있다.
그러나 테트의 눈이 새겨진 갑옷은 착용 제한으로 스텟과 레벨을 둘 다 요구하는 종류였다.
스텟이야 충분히 칭호작으로 맞추는 것이 가능했지만 레벨이 제한으로 걸리면 현재로서는 답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다.
"이건 꽝이라는 건가."
푸념 섞인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전리품들을 확인하려던 찰나, 회색빛깔로 바스러지기 시작하던 테트의 육신에서 사이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자신을 공격하는 건가 싶었지만 빛에 영향을 받아도 크론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뭔데 이건?"
자세히 보니 빛을 뿜는 물체는 검은색의 자그마한 구슬이었다.
크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전에 구슬은 공중으로 치솟아올랐다.
지하 세계의 벽을 뚫고 사막 지대 저 멀리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크론의 귓가를 간질거리는 알림음이 울렸다.
- 조건을 충족함으로 인해서 리아드 문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내용이 많기에 편지로 첨부파일을 전달합니다.) -
- 조건을 충족함으로 인해서 마계 침공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내용이 많기에 편지로 첨부파일을 전달합니다.) -
"······?"
이 무슨 뜬금포 터지는 상황이란 말인가.
거기다가 하나의 업데이트도 아니고 동시에 두 개의 업데이트가 진행된다니,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그래도 왠지 모르게 상황이 꺼름칙했던 크론은 아이템 확인보다도 업데이트의 내역을 살펴보았다.
[리아드 문 업데이트]
- 대륙 판게아에 두 번째 달, 리아드 문이 떠오릅니다. 낮과 밤의 개념이 생겨나며, 던전과 미스터리 몬스터들의 등장 빈도가 상승합니다. -
* 낮과 밤의 개념이 생겨납니다. 밤에는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상승하며, 그 대신 얻어지는 보상이 강화됩니다.
* 던전이 임의의 장소에 추가됩니다. 모험가 분들은 이미 지나쳐온 길을 다시금 되돌아보세요. 일확천금의 던전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마계 침공 업데이트]
- 사악한 뱀의 계략으로 인하여 마계의 귀족, 상급 마족인 퀼른이 판게아에 강림하게 되었습니다. 퀼른이 세력이 불리기 전에 모험가 분들은 서둘러서 처치해주시길 바랍니다. 퀼른의 강림 장소가 공개됩니다.(게돈 마을) -
* 퀼른의 강림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 48시간
* 단, 봉혼석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기에 강림하는 퀼른의 레벨은 222입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학살을 벌이는 퀼른의 레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 퀼른이 강림할 시 모든 유저들에게 SSS급 퀘스트인 '침공 저지'가 부여됩니다.
* 퀼른은 어디로든 갈 수 있습니다. 설령 그곳이 안전 지대인 마을이라 하더라도, 퀼른은 침공을 가할 것입니다. 온 힘을 다해서 퀼른의 세력을 저지하시길 바랍니다.
왠지 그리운 숫자인 2가 3개나 붙어있는 222레벨 몬스터의 등장.
이것은 이미 이벤트성 몬스터라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직 100레벨을 넘긴 유저가 오직 크론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222레벨이 날뛰는 것은 말그대로 재앙이라고 볼 수 있다.
"헉!"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눈치챈 크론은 즉각 송출중이던 방송부터 긴급하게 종료시켰다.
허나 크론이 아무리 빠르게 손절했다고 할 지라도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사악한 뱀'과 '무한의 뱀 테트'가 관계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너무나도 손쉬웠다.
심지어 타이밍 자체가 너무나도 적절했다.
더 리셋 월드를 플레이하면서 크론의 방송을 시청하는 유저들이라면 이 일을 발생시킨 존재가 크론이라는 것을, 바보가 아닌 이상 알아차리는 것은 금방이었다.
"좆됐네."
크론의 의도치 않은 더 리셋 월드를 향한 똥 뿌리기.
즉, 광역 트롤링을 시전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