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88화 (88/122)

# 88화.

지저왕(3)

잠깐만 있어보자.

애초에 유일 스킬인 왕의 권위의 효과도 여왕의 권위랑은 같지 않겠는가?

단순한 성별의 차이 때문에 스킬의 이름이 달라진 것 뿐이였으니까.

이 말은 즉, 여왕의 권위를 통해서 지저왕에 대해서 60분간 조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한다.

정확히 따지자면 자신이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행콕이 조종하는 것이지만 행콕은 본래 자신의 부하였으니 지저왕을 다루는 것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거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솔직히 말로 지지고 볶는 것 보다는 그냥 편하게 조종해서 얻는 방법이 가장 간편한 방법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솔직한 말로 지저인들에게 있어서 지저트론의 존재는 생존과 전투에 크게 관여되어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과연 이러한 정보를 아무리 친구까지 우호도를 쌓은 크론에게 지저왕이 '그래 너 가져'라고 쉽게 건내 줄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크론은 지저인에게 있어서는 그저 자신들을 도와준 외지인일 뿐이다.

'결정은 빠르게 내리는게 좋겠지.'

시간은 금이다.

타임 리프라는 초능력이 존재했기에 크론은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잘 알고 있다.

"행콕. 나와라."

"후훗. 마침 출출하던 참인데, 간식거리를 준비한 것이로군요. 주인님."

요사스런 웃음을 흘리며 장고에게서 튀어나온 나가 여왕, 행콕.

그들의 숙적인 테트가 '무한의 뱀'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지저인들에게 있어서 뱀이란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사이다.

자신들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준 것이 테트이기에 뱀만 보면 치를 떠는 지저인들에게 그 아름다움 따위가 먹힐 턱이 없었다.

특히나 뱀 종족의 상위종에 해당하는 나가 여왕을 보는 눈이 곱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요망한 것!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들어오는 것이냐!"

- 1성호의 지저왕 디그다가 당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경계합니다. 지저인들과의 우호도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당장 디그다를 설득하십시오. 그러지 못한다면 당신은 지저인의 적으로 간주될 것입니다. -

- 당신의 악명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명성이 500감소합니다. -

"친구여,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디그다가 설명을 바라는 표정으로 크론을 노려보았다.

동시에 애써서 올려두었던 우호도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부분은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진짜 뱀이라는 종족 자체를 이 정도로 싫어할 줄은 몰랐다.

보자마자 우호도가 반절로 뚝 떨어질 정도라니······.

뭐 딱히 상관은 없다.

어차피 여왕의 권위를 적용시키면 해결될 일이었고, 설사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크론에게는 타임 리프가 존재했다.

여차하면 타임 리프를 2번 연속으로 사용해서 16초 이전으로 되돌아가면 될 일이었으니까.

"여왕의 권위로 디그다를 조종해."

"과연, 주인이로군. 조종시키면서 먹어치우려는 건가? 근데 그러면 경험이 쌓이지 않아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무슨 이상한 소리야. 안 잡아 먹을거야. 써먹을 곳이 있으니까 서둘러서 조종이나 해봐. 가능하지?"

행콕이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내게는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지."

득달같이 달려드는 행콕의 모습에 눈치를 보던 디그다가 재빠르게 반응을 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상대가 좋지 않았다.

무구를 착용하게 된 현재의 행콕은 이전에 크론이 상대했을 때와는 그 힘의 차이를 비교할 수가 없다.

심지어 현재의 디그다는 지저인에게 가장 중요한 무구라고 할 수 있는 지저트론과 어느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나름 크론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배려를 한 것 같은데, 그것이 바로 치명적인 실수였다.

"이, 이것 놔라! 감히 그 더러운 손을 나에게 들이대다니!"

"더러워?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짐승이로군. 여왕의 권위!"

"으아아아······."

짧은 팔다리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난리블루스를 쳤지만 행콕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한 디그다의 초점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 행콕의 여왕의 권위가 성공적으로 발동합니다. -

- 60분동안 1성호의 지저왕 디그다의 조종권이 행콕에게 주어집니다. -

- 지저인들과의 우호도의 감소가 중지됩니다. -

"잘했어."

"흐흠, 칭찬을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한 번 주인으로 인정시켰던 것이 꽤나 큰 것이었던지 처음의 앙칼졌던 모습은 거의 사라진 행콕이다.

이 부분은 왠지 모르게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그나저나 왕의 권위, 이거 별로 안좋을 줄 알았는데 나름 쓸만한데?'

솔직한 말로 처음에 행콕을 길들였을때에 상당히 좋은 유일 스킬을 얻을 줄 알았다.

꿈틀이 이후로 오랜만에 길들이는 녀석이기도 했고, 무려 140레벨을 자랑하는 미스터리 몬스터를 길들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왕의 권위라는 사용하기 애매한 유일 스킬이었다.

애초에 크론은 테이머라는 직업적 특성상 몬스터를 길들이면 되는데 굳이 조종해서 어디다가 써먹는단 말인가.

차라리 사냥해서 전리품을 얻는 것이 더 나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활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잘만 활용한다면 마을의 촌장이나 도시의 영주같이 높은 위치에 있는 NPC를 조종해서 자신의 뜻대로 이용해 먹을 수 있는 노릇 아닌가?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니까.'

그렇지만 제 아무리 유일 스킬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막 설치는 것은 불가능 하다.

왜냐하면 이 스킬의 지속 시간은 고작 60분일 뿐이었고, 중복된 대상에게는 재차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패널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하 도시처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도시나 마을같은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인 셈이다.

"어디······시간의 제한이 있으니까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도록 할까."

크론은 우선 행콕을 통해서 디그다에게 지저인들 중에서 가장 솜씨가 뛰어난 엔지니어를 불러올 것을 명령을 내렸다.

동력원의 제작에 필요한 재료도 첨부해오라는 옵션을 추가한 상태로 말이다.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 동안 지저왕의 지저트론은 어떤지 한 번 구경이나 해볼까."

아이템의 소유권을 얻을 수가 없다 뿐이지 옵션의 확인 정도는 가능했다.

[+5 개조된 고출력 지저트론 - 트랜스 기체(몽구스)(유니크+)]

- 지저인들의 정수가 담겨있는 기체로서 오로지 지저왕을 위해서 제작된 단 1기의 기체입니다. 지하의 깊은 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지저석과 미스릴을 활용하여 굉장히 튼튼하며, 쉽게 부식되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몽구스의 특징을 띄고있는 형태로 트랜스 폼이 가능하며, 동력원이 끊기더라도 시전자의 마나를 운용해서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 착용제한 : 레벨 125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함

* 내구도 : 280/280

* 방어막 : 6,500/6,500

* 동력 : 1,830/1,830

* 방어력 +550

* 항마력 +650

* 공격력 780

* 이동속도 고정

* 동력 가속을 제외한 이동계열 스킬 제한

* 탄환 350/350

* S - 지저탄(액티브) : 적에게 기관총을 발사합니다. 명중시 0.8초의 경직과 함께 무無속성 피해량 1타당 110 - 140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쿨타임 없음

* 동력 가속(액티브) : 일시적으로 지저트론을 가열시켜 3분 동안 이동 속도를 250%상승 시킵니다. 동력 소모 500 쿨타임 20분

* 트랜스폼 - 몽구스(액티브) : 지저인들의 수호신인 몽구스의 형상으로 모습을 변환시킵니다.

* 재충전(액티브) : 동력원의 힘을 바탕으로 탄환을 100, 동력을 230충전시킵니다. 쿨타임 10분

"쩐다······이거 보급형이랑은 비교가 안되잖아?"

8성호의 지저인이었던 키잔이 사용했던 지저트론과는 비교가 안되는 효과다.

하긴, 지상의 세계로 치자면 영주랑 일개 병사의 차이였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지저트론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단점은 제 아무리 기체가 고급이라고 하지만 개선할 수는 없었다.

"뭐, 이 부분은 내가 차차 고치면 되니까."

애초에 이 단점은 지하 세계에서만 살아가면서 지저트론에만 열중한 지저인들로 인해서 발생한 단점이다.

크론은 충분한 개량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고, 그것을 20강까지 강화해 줄 수 있는 능력도 있다.

그렇기에 지저트론의 가장 중심이 되는 재료인 동력원에 대한 제작법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

"지, 지저왕께서 불러주셔서 영광입니······그런데 저 뱀은 대체?"

"행콕, 여왕의 권위."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다.

2성호의 지저인인 닥트의 눈이 흐리멍텅 해진 이후로는 일처리는 순식간이었다.

제작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크론의 간이 대장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궁전으로 오면서 살짝 곁눈길로 봤었는데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지저트론의 제작소에서도 용광로와 모루를 사용했다.

"하리보."

"먹을 거!"

"아직은 없고 광물이나 보석 좀 뱉어봐라."

일방적인 광물과 보석을 강탈당한 하리보가 젤리를 뚝뚝 흘렸지만 지금은 녀석을 상대해 줄 정도로 시간상 여유롭지 못하다.

"동력원 제작할 때 이런 재료들도 쓰이는 편인가?"

"이 정도면 고급 동력원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광물은 동력원의 제작에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한 번 제작해봐."

여왕의 권위 때문에 흐리멍텅한 눈이기는 했지만 2성호의 엔지니어 답게 실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닥트는 자신이 준비해 온 재료를 토대로 동력원을 제작했고, 크론은 옆에서 닥트의 행동을 보면서 따라했다.

기술을 카피하는 것이었기에 단 한 번에 성공할 수는 없었다.

몇 차례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재료를 날려먹은 것은 제법 뼈아프기는 했지만 MAX에 이르는 무구 제작의 능력과 대장장이로서의 크론의 감각과 노력이 더해진 결과 동력원에 대한 제작의 성공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지저트론의 동력원이 완성되었습니다. -

- 최초로 지저트론의 동력원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칭호 '지저인의 정수를 깨우친 자(모든 스텟+6)'를 얻었습니다. -

- 특별한 업적의 달성으로 인해 대장장이 계열의 스킬들의 숙련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

- 스킬 '제련Ⅵ'이 '제련Ⅶ'로 랭크업 되었습니다! -

[지저트론의 동력원(재료)]

- 지저트론을 작동시킬 수 있는 동력원입니다.

"나이스!"

제대로된 물건을 얻었으니 사실상 지저인에게 볼 일은 없다.

최초의 칭호도 상당량 얻기도 했으니 투자한 시간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렇지만 그냥 나가기에는 무언가 2%부족했다.

죽여봤자 여왕의 권위의 패널티로 경험치와 전리품의 획득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뭔가 죽이기에는 양심상 찔린다.

고민하던 크론의 머리속에 순간 벼락이 치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템은 얻지 못하지만 칭호를 빼앗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혹시나 싶어서 크론은 반항하지 못하는 디그다의 멱살을 잡아올렸 상태로 탐욕스럽게 입을 벌렸다.

"포식."

역시나!

포식의 효과는 조종 당하는 상대에게도 정상적으로 작동이 된다.

"허허, 이 양반 이거 아주 풍족하군 그래."

지저왕이라는 위치에 있는 디그다였기에 형연색색의 뛰어난 칭호가 만연했지만 사실상 가장 좋은 것만 뺏어먹는 크론이 포식할 칭호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지정한 대상의 칭호 '지저왕(모든 스텟+10)'을 포식합니다. -

- 포식 스킬의 소켓이 소모 됩니다. 현재 소켓 현황 2/3 -

"그럼 고맙게 잘 쓰겠수다."

부족했던 2%마저 채운 크론에게 이제 남은 것은 신속한 빤스런 뿐이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개인이 원하는대로 딱딱 떨어질리가 있겠는가?

쿠구구구구궁-!

듣기 거북한 살벌한 소리와 함께, 궁전의 바깥에서 지저인들의 함성과 비명 소리가 뒤엉켜서 크론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 무한의 뱀 테트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

- 돌발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

[아포카를 수호하라!(돌발 퀘스트)]

- 무한의 뱀 테트가 무리를 이끌고 아포카를 집어삼키려 합니다. 멸망의 위기에 빠진 아포카를 수호하십시오. 공을 세운다면 지저인들은 당신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

난이도 : S+

보상 : ???

실패시 : 지하 도시 아포카의 멸망

"갑자기?"

아무래도 빤스런은 잠시 보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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