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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86화 (86/122)

# 86화.

지저왕(1)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거대한 존재가 이변을 느끼고는 동체를 일으켰다.

[메두사 테트 Lv.165(미스터리 몬스터)]

메두사라는 명칭을 보유하고 있는 존재, 테트.

10M는 족히 넘는 크기를 자랑하는 코브라의 생김새를 지닌 테트는 코카트리스의 상위종에 해당하는 바질리스크로서 메두사라는 이름답게 테트의 공격에 당한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낱 돌부스러기가 되어버린다.

허나 테트의 석화 광선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테트의 진정한 무서움은 상대방이 어디에 있던간에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주시자의 눈'으로 대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주시하는 존재의 능력치도 자신의 마음대로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고만장하더니 꼴 하나 참 우습군. 나가 여왕이 되어가지고 고작 인간 따위에게 길들여지는 꼴이라니."

테트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과 시선도 마주치지 못했던 베누스의 행동거지를 떠올리면서 불만감을 표출했다.

"대체 '운영자'라 불리우는 것들은 무엇인 것이지?'

광산에 드리우는 지저인들의 암살하는 명령을 받았던 베누스.

단순한 갈색 사막 뱀의 네임드 몬스터에 불과했던 베누스가 뱀의 종을 초월해 나가가 되고, 더 나아가서는 나가 여왕으로서의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에는 조그마한 알약이 원인이었다.

주시자의 눈을 통해서 베누스의 시야를 공유했었던 테트는 그 상황을 전부 바라볼 수 있었고, 알약에 대한 옵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운영자'라는 존재가 만들어낸 알약을 섭취한 베누스는 단숨에 140레벨의 미스터리 몬스터로 성장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종에 대한 초월적 진화까지 이루어냈다.

허나 문제라면 그 강력함이 이제는 자신으로 향하는 송곳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녀석은 이제 '행콕'이라는 이름으로 변질되어서 자신이 주시하고 있는 인간의 부하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문제로군. 아직 나의 주인께서 깨어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상태이거늘."

현재 테트가 사막 지대에서 몬스터들을 사냥해서 레벨업을 하는 것보다도 지저인들을 습격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존재한다.

[봉혼석 - 마계로의 문(소모 아이템) - 귀속됨(테트)]

- 테트, 혹은 주시자의 눈에 영향을 받고 있는 존재에게 살해당한 생명체의 혼을 불어넣어서 진행도를 꽉 채울 시 퀼른이 자리하고 있는 곳의 마계와 연결된 문이 열립니다. 상급 마족 퀼른의 혈흔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진행도 : 18%

상급 마족 퀼른.

진혈에 이르는 뱀의 피를 소유하고 있는 마족인 퀼른은 조그마한 틈새를 열어서 한 때는 코카트리스였던 테트에게 힘을 부여한 존재였다.

그로인해서 테트는 상위종인 바질리스크로 진화를 거칠 수가 있었으며, 메두사라는 명칭을 지닌 미스터리 몬스터로 격을 끌어올릴 수가 있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족의 힘을 부여받음으로서 퀼른에게 복속당한 테트는 퀼른이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할 정도로 복속되어 버린 상태였으니까.

그렇기에 닭대가리였던 코카트리스 때와는 다르게 교활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게된 테트는 주저없이 퀼른의 명을 따랐다.

명령의 불복종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퀼른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서 선두주자로서 발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테트는 처음에는 사막 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전갈과 뱀. 그리고 자신의 하위종인 코카트리스들을 죽여서 봉혼석을 채우려고 했었다.

허나 넓디 넓은 사막 지대에서 조금씩 리젠되는 몬스터들로는 봉혼석을 채우기에는 그 속도가 턱없이 느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막 지대의 바깥 진형으로는 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더 리셋 월드의 몬스터이기에 법칙을 준수하는 AI유실의 굴레에 속해져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타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봉혼석이기에 사막 지대의 몬스터들로는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는 판단을 내린 테트는 사막 지대의 주요 몬스터들에게 주시를 걸어놓아서 살피던 결과, 마침내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지하에 자리잡고 성장하고 있는 도시인 아포카와 그곳에서 성장하고 있는 지저인들의 존재를 말이다.

그 때부터 테트는 본격적으로 지하 세계로의 공격을 행했다.

곳곳의 땅을 파내서 터널을 만들어냈고, 그곳을 통해서 몬스터들을 투입시켰다.

다만, 자신이 직접 쳐들어가는 형태의 무모한 공격은 취하지 않았다.

지저인들이 멸망이라도 하는 날에는 테트의 입장상 곤란했기 때문이다.

테트의 입장으로서는 지저인의 번영은 계속 유지되어야만 했다.

그래야지 꾸준하게 생명을 잉태할 것이었고, 그들의 생명은 꾸준히 테트의 봉혼석을 위해서 갉아먹히는 존재가 되어줄테니까.

물론 너무 강해지는 것은 사냥이 까다로워질 수도 있었기에 지저트론의 주재료가 되는 광물들의 공급을 막는 등의 행동으로 억제를 계속해왔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테트에게는 마음에 들 턱이 없었다.

훌륭한 봉혼석의 공급처이자 억제적 기능을 해왔었던 비크 광산의 베누스가 갑작스럽게 나가 여왕으로 격이 상승해서 자신의 명령에 불복하고, 그런 베누스를 길들여서 자신의 행보를 방해하는 인간의 존재가 너무나도 거슬렸기 때문이다.

"뭐지?"

그렇게 한참 동안 성질을 돋구고 있던 테트는 문뜩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이 넓은 사막 지대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자신에게 대놓고 다가올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165레벨에 이르는 미스터리 몬스터의 강함은 단연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었으니까.

"적대 할 필요성은 없어. 지금의 나는 너에게 그 어떠한 피해를 입힐 수도, 입을 수도 없는 상태이니까 말이지."

마치 도깨비불처럼 허공에 둥둥 떠있는 상태의 영체가 내뱉는 말에 테트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물었다, 네 녀석은 누구냐?"

"내 정체는 단순하게 NO.4라고 해두도록 할게. 너무 경계하지 말라고, 너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을 주러온 거니까."

'한낱 데이터 쪼가리가 건방지기 이를 데가 없군.'

운영자 NO.4의 자리를 맡고있는 찰스 마틴은 테트를 바라보며 속으로 쯧하고 혀를 찼다.

'역시 이 시스템은 게임으로 활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멍청한 노란 원숭이들. 이 정도의 VR시스템은 당연히 군사적으로 활용해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마틴은 사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마음에 쏙 들었다.

아까까지는 한정우가 자신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기에 그 감정을 내색할 수 없었지만 사실은 크론이 아포카를 발견하고, 테트와의 접점을 만들었을 때에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마틴의 최종 목적인 '게임 부수기'가 원하는 흐름대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우리 미국의 것이다.'

김철수 박사가 만들어내고 정립화한 VR시스템과 이것을 유지시키는 절대적인 질서의 추구자인 AI유실의 존재.

그것을 가장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김철수 박사에게 공급되고 있는 주 수입원인 가상현실게임 더 리셋 월드를 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마틴은 더 리셋 월드를 창립할 때의 초창기 멤버이자 운영자중 한 명이였기에 게임의 파해법에 해당하는 정보 쯤은 상당히 많이 파악해두고 있는 상태였다.

시나리오 3에 해당하는 '마계 침공'.

이곳에서 튀어나오는 마족들은 AI유실의 관리를 받고 있는 몬스터들과는 그 개념의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

보통의 몬스터들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시스템의 관리로 인해서 다른 지역을 침공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마족들은 그것이 가능했다.

AI유실의 관리를 받고는 있지만 타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설정탓에 마족들은 그 시스템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마계 침공이라는 시나리오의 이름에 알맞게 마족들은 차례대로 사냥터를 점거하고, 언데드들을 창궐시키고, 병을 퍼트리면서 마을을 습격할 것이다.

당연히 유저들은 그 흐름에 버티지 못하고 간단하게 쓸려나갈 수 밖에 없다.

물론 유저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사망 패널티를 적용받고 1시간 뒤에 다시금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나는 불사의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불사의 존재인 유저들과는 다르게 NPC와 마을은 궤멸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나 다름이 없다.

아무리 NPC가 초기에는 강하게 설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마족들은 교활하다.

정면 승부를 열어주지 않고 언데드들과 역병을 활용한 식량의 제거와 타 마을간의 접점을 없애면서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면 결국에는 굶어 죽게 되는 것은 NPC들 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운영자가 시스템에 간섭해서 NPC와 마을을 생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의 질서를 유지하는 AI유실로 인해서 설사 운영자라 하더라도 훼손되어 버린 마을과 NPC를 생성시키는 것은 단 한 번만 가능할 뿐이다.

그리고 설사 한 번의 기회로 복구하는 것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마족들을 죽이지 않는한 현 상황의 타파는 불가능하다.

결국 일이 이렇게 진행되어버린다면 결말은 뻔하지 않겠는가?

제 아무리 인기를 끌어모으고 전세계인들이 즐기는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접속하면 마족과 언데드들로 인해서 금새 죽어버리고, NPC와 마을이 사라진 무법 지대의 게임판에서 어거지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멘탈이 강한 유저는 드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발발한 시나리오의 문제였기에 곳곳에서 항의가 빗발쳐 올 것이고, 쏠쏠한 수익을 보장해주었던 접속기기 였던 캡슐은 오히려 역풍이 되어서 김철수와 그의 회사 (주)유그드라실의 목을 조여올 것이다.

자본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되고, 소위 뉴비라고 불리우는 신규 유저의 유입이 사라지게된 더 리셋 월드는 사실상 가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길이 날뛰는 고 레벨의 유저들도 결국 몰려오는 마족과 언데드들에게 지쳐서 우후죽순으로 접기 시작하게 되어버린다면 게임이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김철수가 명석한 재능을 가지고 잇는 연구원이라는 것은 인정하는 바다.

허나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김철수는 개인일 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을 뒤에 얹고 있는 마틴의 계략을 설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녀석이 제지할 수 있는 힘은 없다.

결국 상황은 마틴의 뜻대로 흐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김철수는 자신들에게 머리를 숙이게 될 것이다.

'흐흐흐.'

마틴은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밝은 미래에 웃음을 터트렸다.

VR시스템과 그것을 운영시켜 줄 AI유실의 권리를 얻게된다면 자신의 본국인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것에는 바로 마틴 자신이 앞장 설 수 있게 된다.

'그러게 진작에 군사용으로 발전시켰으면 얼마나 좋았냐고, 미개한 노란 원숭이 새끼.'

맨 처음에 함께 연구하던 이 놀랍기 그지없는 시스템을 게임에 활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치가 떨릴 지경이다.

가상의 세계, VR시스템은 결코 게임같은 곳에 사용될 정도로 하찮은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 내면을 자세히 파고든다면 현실의 1시간을 가상의 세계에서는 10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그 뿐만인가?

좀 더 심오하게 연구에 들어간다면 머지않아서 가상에서 얻게되는 강함의 척도를 현실에도 구현화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고성능의 AI유실의 보조만 따라와준다면 말이다.

물론 가상의 데이터가 육신에 스며들게 만드는 것은 자칫 육체게 큰 무리를 가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상상 이상의 정보가 들어오게된다면 백치가 되거나 불구자가 될 수 있는 위협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어차피 그 부분은 연구원인 자신이 생각할 일이 아니다.

길거리에는 사라져도 의식하지 않을 만한 노숙자들이나 사형수들을 활용해도 된다.

하루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는 현실 속에서 재료의 공급은 나라에 맡기면 될 일이다.

생각해 보아라, 당장 펼쳐져 있는 또 하나의 가상의 현실 세계인 더 리셋 월드만 하더라도 인간의 신체를 월등히 넘어가는 거구의 몬스터들이나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를 상대로도 때려잡는 강력함을 보여주지 않던가?

그것이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현실로도 구현화 시킬 수 있다면 미국의 국력은 단순히 강해지는 것을 떠나서 세계를 지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말 그대로 생체 병기를 만들어내는 힘이였으니까.

그렇기에 지금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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