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85화 (85/122)

# 85화.

유일 스킬, 행운(5)

"이왕 제작하는 거 까짓거, 기분이다. 강한 녀석이니까 풀 파츠로 제작해주지 뭐."

어차피 요정의 가루도 3개나 남아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대장장이로서의 창작 욕구가 활활 불타고 있는 상태인 크론은 즉각 행동으로 나섰다.

나가 여왕의 갑옷과 세트라고 봐도 될 정도로 디자인상 어울리는 건틀렛과 투구를 뚝딱 만들었고, 마지막으로인 지팡이의 경우에는 크론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하리보의 보석들 중에서도 마력의 집결체로 쓰이기 적절한 정수를 사용했고, 쉴새없이 망치를 휘두르면서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서 잡념을 떨쳤다.

사실 마법 계열의 무기는 처음으로 제작해보는 것이라서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높은 스킬의 랭크 보정이 있었던 것인지 크론은 대장장이로서의 본능에 따라서 망치를 휘둘렀고, 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무기를 완성하는 것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 스킬 '무구 제작Ⅹ'이 '무구 제작MAX'로 랭크업 되었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89레벨이 되셨습니다. -

뛰어난 무구의 제작 덕분에 레벨과 함께 무구 제작의 스킬 랭크도 마침내 MAX를 찍었다.

사실 크론은 행콕을 길들이면서 그 막대한 경험치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쉽기는 했다.

늘 길들이면서 하는 생각이었지만 특히나 140레벨을 자랑하는 미스터리 몬스터인 행콕이 주는 경험치는 기본적으로 레벨을 3개나 올려줄 정도로 풍족할 것이었으며, 드랍하는 전리품도 자신이 만든 것 못지 않게 뛰어난 완제품이나 특상품에 이르는 고급 재료를 드랍할 확률도 높았다.

허나 늘 그렇듯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레벨업에 목숨을 건 것도 아니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올릴 수 있는 것이 레벨이다.

미스터리 몬스터라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종류였으며, 특이한 효과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보니 백 번 천 번을 생각하더라도 행콕을 길들인 것이 이득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정설이었다.

"충성도는 이런 물건을 선물해주면 적지 않게 오를테지."

반라의 상태로 돌아다니는 행콕이었기에 장비의 소중함을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것은 지금까지 길들인 몬스터 패밀리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녀석들은 무구를 선물 받을 때마다 그 누구랄 것도 없이 기뻐했으며, 자신에게 고마움과 함께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그것은 행콕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치 세트를 이루는 것 같은 착착 맡는 디자인의 무구들은 하나 하나가 범상치 않은 등급을 자랑하는 무구들이다.

유니크 등급에 해당하는 건틀렛과 투구로 시작해서 유니크+등급에 이르는 갑옷과 지팡이까지.

만약 전부 착용한다면 행콕은 시작부터 유니크 무구를 4개나 착용하고 시작하는 셈이다.

"너희들도 만들어 줄 거니까 너무 질투는 하지마라."

행콕과의 전투로 크론이 하나 깨달은 것이 있기는 했다.

녀석들이 아무리 뛰어난 미스터리 몬스터이며 고강화 무구를 착용하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50레벨이나 차이가 나는 몬스터에게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그 부분은 레벨이 문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큰 문제는 무구의 제한이었다.

확실히 녀석들이 20~30레벨 때부터 착용했던 무구들을 그저 강화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었던 꼴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언제 한 번 시간을 제대로 내서 몬스터 패밀리들의 무구를 다시금 제작해주는 것을 기약하면서 크론은 행콕의 무구들에게로 손을 얹었다.

무구를 제작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강화라는 것쯤은 크론의 머리속에서는 이미 하나의 정의로 굳혀진 지 오래다.

어차피 오늘 게임은 달릴만큼 달린 상태이기도 했기에 크론은 하루치의 타임 리프를 전부 퍼부어서 행콕의 무구에 강화를 시도했다.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6 나가 여왕의 갑옷을 얻었습니다. -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6 나가 여왕의 건틀렛을 얻었습니다. -

-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6 나가 여왕의 투구를 얻었습니다. -

타임 리프는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방어구는 6강 정도까지만 시도해주었다.

10이상으로는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해주기로 하고 크론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무기인 지팡이에 강화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다행히도 행운이 따라준 것인지 지팡이는 수월하게 15강까지 무사히 강화를 끝맞칠 수가 있었다.

[+15 나가 여왕의 지팡이(유니크+)]

- 뛰어난 솜씨를 지니고있는 대장장이가 온 힘을 실어서 제작한 지팡이입니다. 웅혼한 마나의 힘을 품은 에메랄드와 사파이어가 정 가운데에 박혀져 있는 상태입니다. 마력의 증폭제로서 마력의 제어율과 독 계열의 마법을 강인하게 만들어줍니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 담겨있는 도구로 제작했으며, 요정의 힘이 깃들어있어서 착용자에게 행운을 가져다줍니다.

* 착용제한 : 레벨 138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합니다.

* 내구도 : 450/450

* 공격력 +2,169

* 민첩 +85

* 마력 +170

* 행운 +30

* 마법 스킬의 피해량 증폭 35%

* 마법 스킬의 마나 소모율 35%감소

* 마력 폭주(액티브) : 10분 동안 마력을 350증가시킵니다. 쿨타임 2시간

* 마력의 수정(패시브) : 지능을 70, 마력을 70증가시킵니다.

"역시 강화가 최고라니까. 그렇지만 이거 웬지 너무 차이가 나서 서글프네."

역시나 30레벨의 착용 제한을 가지고 있는 시초의 망치와 138레벨의 제한을 가지고 있는 나가 여왕의 지팡이가 가지고 있는 차이는 상당했다.

15강인데도 불구하고 최종 수치인 20강의 시초의 망치가 보유하고 있는 공격력을 월등하게 초월한 공격력을 보면서 크론은 혀를 차보였다.

이만한 무기를 쥐어준다면 가뜩이나 강했던 행콕이 얼마나 강해질 지 감이 전혀 잡히지가 않는다.

"이런 걸 줬는데 뒤통수를 후려치고 막 그러면 내가 아주 그냥 곤죽을 만들어 주겠어."

저주 섞인 말을 내뱉으면서 크론은 아직도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행콕에게로 다가갔다.

"야, 이미 깨어난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쇼 그만하고 일어나라."

"······."

요것봐라?

아직도 기절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녀석을 향해서 크론은 발로 툭툭 치는 것을 반복하자 짜증이 치솟은 것인지 누워 있던 행콕이 몸을 일으켰다.

"하등한 인간 따위가 감히······."

서슬퍼런 기세를 내보이는 행콕이었지만 크론에게 먹힐 턱이 없었다.

충성도가 아무리 개판이라고 하더라도 어찌되었든간에 현재 크론과 행콕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주종관계主從關係'가 유지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한테 봉창터지도롯 두들겨 맞고 기절한 녀석이 누구시더라?"

"······."

정곡을 제대로 찌르는 발언이라 행콕도 무어라 꼬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됐으니까 이거나 착용해. 선물이다."

"흥! 내가 그 따위 하등한 것들의 장비를 착용할 정도로 약해 보이느냐? 나를 이겼다고해서 기고만장한 것 같아보이지만, 뱀의 여제인 나 베누스를 우롱하는 것도 정도껏 하거라 인간!"

"하나 정정하겠는데. 우선적으로 너는 이제부터 베누스가 아니라 행콕이야. 베누스라는 이름은 이제는 과거의 유물일 뿐이지."

아무래도 여타의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충성도가 상당히 낮고, 지능이 상당히 높다보니 반항끼가 장난이 아니다.

그건 그렇고 그 따위 장비라고?

이거야 말로 실력에 자신있는 대장장이이자 시간의 사기꾼(?)인 자신을 크게 우롱하는 발언이다.

일단 착용하게된다면 그 효과를 여설히 알게 될 터.

크론은 말에 힘을 실어서 '명령'을 내렸다.

"닥치고 입어."

- 강제적인 명령에 행콕의 기분이 상합니다. 충성도가 1하락합니다. -

- 주의하십시오. 충성도가 0이 된다면 주종 관계가 희석되며 길들인 대상이 시전자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

"나에게 이런 치욕을 주다니······."

충성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명령이 제대로 적용된듯 행콕은 이를 앙다문 상태로 크론이 건내주는 장비들을 차례대로 착용했다.

처음에는 분노와 치욕감으로 부들부들거리던 행콕의 얼굴은 점차 희열에 가득 찬듯한 표정으로 변화되었다.

허나 그럼에도 기쁘다는 감정을 표현하기 싫은 것인지 안면에 장애가 올 정도로 꾹꾹 억누르고 있었는데, 몸은 정직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물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마냥 뱀꼬리를 거칠게 땅으로 휘두르며 기쁨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했다.

짜식. 좋으면 그냥 좋다고 말하면 될 것이지.

"이, 이따위 쓰레기에 기뻐할 줄 알았다면 오산으로 알거라!"

"아, 그러셨어요?"

- 행콕이 +6 나가 여왕의 갑옷을 선물 받았습니다. 행콕의 충성도가 15증가합니다. -

- 행콕이 +6 나가 여왕의 건틀렛을 선물 받았습니다. 행콕의 충성도가 10증가합니다. -

- 행콕이 +6 나가 여왕의 투구를 선물 받았습니다. 행콕의 충성도가 10증가합니다. -

- 행콕이 +15 나가 여왕의 지팡이를 선물 받았습니다. 행콕의 충성도가 30증가합니다. -

- 높은 격을 갖춘 존재의 충성도를 빠르게 올리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명성이 550증가합니다. -

그렇다고 치부하기에는 떠오르는 알림음들이 심히 솔직한 것 같다만?

그나저나 확실히 선물의 위력이 굉장하긴 굉장한 것 같다.

7까지 떨어졌던 저질스러운 충성도가 순식간에 72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해냈으니까.

물론 최고 충성도인 100에 도달하려면 아직 너무나도 먼 산이었지만 한 번 오르기 시작한 충성도는 본래 시간이 지날 수록 꾸준히 올라가는 법이다.

그것을 어찌 아냐고?

내가 몬스터를 한 두 번 길러봤겠냐.

지금 당장에 행콕을 제외하더라도 9마리에 이르는 몬스터들을 길들여본 경험이 있다 이 말이야.

우선적으로 몬스터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자신이 강해지는 것을 꿈꾸며 성장해 나아간다.

게임의 시스템상 그런 설정이 들어간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런 시스템이었기에 크론이 충성도를 다스리는 것은 상당히 손쉬웠다.

그도 그럴 것이 크론은 대장장이다.

뛰어난 솜씨를 기반으로한 무구를 제작하고 타임 리프를 활용해서 고강화에 도달한 무구를 건내받는 다면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을 지니고 있는 몬스터를 다스리는 것쯤은 크론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이것참. 쓰레기라니, 너무하네. 그래도 내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건데 말이지."

"이 것들을 전부 네 녀석이 제작한 것이란 말이더냐?"

"응, 내가 제작한 것 맞아. 이래뵈도 이름값 하는 대장장이거든. 그런데 말이지. 너, '네 녀석'이라니? 은근히 말이 짧은 것 같다?"

"흥! 나는 나보다 약한 자에게 존칭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느니라."

호오, 이렇게 나오시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나도 내 나름의 방법이 있단 말이지.

'줬다 뺏기'라는 희대의 악랄한 기술을 알고 있을까 몰라?

"싫으면 내놔. 그래도 네 생각해서 진짜 생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이 따위로 대접 받을 바에는 안주는 게 낫지."

"이, 이것들을 가져가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건가?"

"당연히 팔아치울건데?"

당연하다는듯이 내뱉는 말에 행콕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흠흠, 제 아무리 쓰레기라고는 하지만 사용하기 나름인 법 아니겠는가? 이 정도라면 내가 충분히 다룰 수 있······."

"시끄럽고, 쓰레기라고 생각한다면 내놔."

명령을 더해서 말하자 행콕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글썽거리는 눈의 상태로 보아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알빠냐?

이런 감수성 넘치는 공격에 당할 정도였으면 애초에 행콕을 박터지게 두들겨 팰 수도 없었다.

"크, 크으읏······."

사실 이 방법은 크론에게도 나름의 도박수였다.

선물로 올린 충성도는 따지고 보자면 인스턴트 점수라고 봐도 된다.

선물을 주자마자 뺏어버린다면 그 반발심으로 충성도가 단숨에 0까지 떨어져 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주종관계가 비틀어질 것이 뻔하고, 행콕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하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크론으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의 사태에 처하면 타임 리프로 시간을 되돌리면 그만이였으니까.

현재 오늘치의 타임 리프는 전부 사용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비장의 수단으로 한 번 정도의 한계를 초과시키는 것 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바였다.

애초에 크론은 자신의 이 도박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치밀한 도박사이자 사기꾼(?)답게 크론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고강화의 무구를 맛 본 유저나 몬스터가 그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감히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아예 몰랐으면 모를까, 한 번 고강화의 무구의 맛을 본 녀석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크론을 이길 수 없다.

"미, 미안하다. 끄으······주, 주인이여, 부탁하건데 제발 선물을 빼앗지 말아다오."

결국 팽팽하게 당겨지던 크론과 행콕의 줄다리기 싸움의 승자는 이미 정해진 바대로 몬스터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던 크론이다.

'주인'으로서 호칭을 격상시켰지만 행콕의 재미있는 반응에 크론은 괜스레 짓궃은 마음을 먹었다.

"너, 내 선물보고 쓰레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지 않다! 누가 이것을 쓰레기라고 하던가! 이, 이 무구들은 굉장한 것들이다. 나의 몸에 딱 맞아서 움직임에 방해를 끼치지도 않는데다가 부드러운 감촉은 심히 일품이다! 특히나 이 지팡이에 담겨져있는 마력적 능력은 그야말로 놀라운 수치이니라!"

"그렇겠지. 너를 참고해서 내가 손수 만든 거니까."

물론 방어구를 만들 때에는 기절하고 있었던 너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만들었다는 부분은 입이 찢어져도 말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잘 쓰도록 하겠다. 정말 고맙다, 주인이여."

"알면 됐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틈틈히 무구를 강화해줄 테니까 잘 따르라고."

"알겠다!"

주인이라는 단어를 이제는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서 종속 관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세워진 듯 했다.

140레벨의 미스터리 몬스터인 행콕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크론은 기쁜 마음으로 로그아웃했다.

"후, 기절할 것 같네."

이미 이틀에 가까운 시간 동안 조금의 취침도 없이 달려온 상태인 데다가 극한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전투와 무구 제작까지 덩달아서 치르고나니 몸이 이곳저곳 안쑤신곳이 없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인간으로서의 수면 욕구에 크론은 이를 악물었다.

"뒤는 부탁한다고······."

지금까지 방송과 함께 녹화를 진행해 두었던 50시간 짜리의 통짜 영상을 편집자인 쿨라우에게 전송시키고는 크론은 그 자리에서 몸을 누이고는 단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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