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유일 스킬, 행운(3)
만약 손재주에 투자한다면?
가뜩이나 무구 제작이 높은 크론의 대장장이로서의 능력이 곱절로 높아져서 유니크의 상위 단계인 레전드 등급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거 앞으로는 행운 스텟도 신경을 써야겠어."
행운 보정의 존재로 강화의 성공률이 오르고 제작한 장비의 능력치에 보너스 효과를 얻는다는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었던 크론이기에 초기에 행운 스텟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타임 리프라는 존재 때문에 더더욱 행운 스텟에 투자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강화로 얻는 최초의 칭호들을 독점하게 되면서 상승한 행운 스텟의 수치 덕분에 굳이 투자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풍족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풍족한 행운 스텟이었는데 굳이 레벨업을 통해서 얻은 포인트를 행운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차라리 당장의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체력 스텟에 투자함으로서 방어 능력을 올렸고, 공격력은 고강화 무기로 퉁치는 스타일로 나아갔었다.
허나 행운의 집행을 사용하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화의 성공 확률과 무구 제작에 쏠쏠한 혜택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원하는 능력치에 분배할 수 있는 비장의 기술로 사용할 수 있게되는 것이었으니까.
"행운의 집행도 사기지만, 행운의 각성은 더한 사기야."
크론은 행운의 각성을 보면서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다.
행운의 집행이 몸의 능력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려서 사기를 치는것이라면 행운의 각성은 말 그대로 게임의 시스템에 사기를 치는 셈이다.
모든 확률의 승부에 고정적으로 10%의 성공 확률을 추가시킨 다는 것이 얼마나 사기적인 것인지는 단순한 예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막말로 성공 확률이 5%인 강화나 길들이기에 사용한다면 15%까지 끌어올려주는 셈이었으니 이것이 사기가 아니라면 무엇이 사기란 말인가?
물론 일회성 스킬인 데다가 실패시에는 그냥 24시간이라는 쿨타임을 맞이해야한다는 단점을 받으면서 눈물을 짜내야겠지만 정말 아쉽게도 크론에게는 타임 리프가 존재했다.
즉, 성공할 때까지 시간을 되돌리면서 행운의 각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소리다.
중요한 순간 때마다 적절히 활용해준 다면 앞으로 크론이 사용하는 타임 리프의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었다.
"후훗."
크론의 입가가 교활하게 비틀어지며 베누스를 바라보았다.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눈빛.
아, 물론 베누스의 풍만한 상체를 보고 탐욕에 찬 것은 아니다.
옷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비늘로 감싸져있어서 그렇게 야하지도 않았으니까.
어찌되었든 절대로 아니라고 맹세할 수도 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종수의 장을 걸고 맹세하리라.
"일단은 저 녀석부터 조용히 만들어야겠지. 행운의 집행."
- 행운의 집행이 시작됩니다. 원하시는 스텟을 선택해주세요. -
현재의 상황에서 크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스텟은 무엇일까?
체력 스텟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우월할 정도로 높았고 방어구까지 생각하자면 공격을 당해도 일격에 절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힘 스텟도 나쁘지는 않지만 어차피 파괴력이 뛰어난 20강의 시초의 망치와 17강의 신체 분쇄자를 생각하면 어느정도 커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안되는 지능과 마력 스텟은 애초에 염두에 둘 필요성도 없다.
즉, 현재의 상황에서 크론에게 가장 효율적인 스텟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첩을 선택한다."
- 행운의 집행으로 인해 행운 스텟 406이 민첩으로 환산됩니다. 5분 동안 민첩의 현 스텟 수치는 749입니다. -
"오호라."
몸이 마치 허공에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크론은 날아갈 것 같은 충족감을 느꼈다.
순식간에 749까지 올라간 민첩 스텟.
여기에 바람 걷기와 쇼닉의 헤이스트까지 더해진 상황이었으니 크론의 속도는 이미 베누스의 경지를 훨씬 뛰어넘은 상태다.
거의 200레벨 대에 진입한 이들의 스텟치와 마찬가지였으니까.
"기다리라고, 뱀녀."
투콰아앙!
판금 갑옷의 무게가 더해진 상태에서 땅을 박차자 크론의 육체는 순식간에 베누스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
엄청난 풍압을 뒤늦게 눈치챈 베누스가 크론을 인지했을 때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퍼어어억!
"꺄아아아악!"
머리에 망치를 직격으로 얻어맞은 베누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난데없는 뚝배기 강타에 열불이 뻗친 것인지 베누스의 눈이 사납게 크론을 노려보았다.
"건방진 것! 이따위 하찮은 공격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자만하는 것이냐! 젓갈이 될 가치도 없다. 산채로 터져 죽거라, 맹독 폭발!"
콰과과과광!
"끄아아악!"
"끼에에에엑!"
베누스가 사방으로 흩뿌려두었던 여왕의 안개가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켰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폭발 속에서 피해를 받는 몬스터 패밀리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냈지만 좀과 꿈틀이가 튼실한 육체로 방어한 덕분에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피해를 입은 녀석들은 없었다.
아무렴, 녀석들에게 투자한 무구가 얼마짜린데 이런 공격에 쓰러지겠는가.
"방어 기세로 버텨라. 너희가 시선만 끌어주면 내가 끝장을 낼테니까."
"하, 네가 나를 끝내겠다고? 주제를 모르는 것. 독에 절여져서 고통에 차 죽거라. 여왕의 족쇄. 늪지대의 난!"
베누스가 사방으로 범위 계열의 마법을 난사했지만 안타깝게도 크론에게 있어서는 헛수고였다.
- 모든 공격에 회피했습니다. -
749에 이르는 민첩 스텟이 부여해주는 회피 능력은 극에 이르는 수준이다.
적어도 크론의 회피 능력을 뚫고 마법을 적중시키려면 적어도 그에 해당하는 마력 스텟이 뒷받침 되주어야만 한다.
허나 원래부터 749는 커녕 700도 채우지 못하는 마력인 데다가 그마저도 불운 주입으로 인해서 마력이 3분지 1로 줄어든 베누스의 마법 공격을 피하는 것은 크론에게는 누워서 떡먹기나 마찬가지였다.
타다닷! 퍼억! 쾅! 스걱!
최대한 많은 공격을 퍼붓기 위해서 베누스의 육체와 주변에 땅에 생성된 바람을 타면서 날아다니듯 하는 크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실행되었다.
사실 20강이라고는 하지만 30레벨의 제한을 가지고 있는 시초의 망치가 지니고 있는 공격력은 140레벨의 미스터리 몬스터인 베누스에게는 여타의 몬스터들과 같이 큰 타격을 입힐 수는 없다.
하지만 1번의 공격이 10번이 되고, 10번의 공격이 100번이 된다면 과연 어떨까?
"나는 인간이든 몬스터든간에 여자라고해서 안 봐줘."
선즙필승?
울기도 전에, 아니 울 틈도 주지않고 두들겨 패서 정신을 잃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퍽! 퍼억-! 스걱-! 퍼어억!
"꺽, 끄으윽, 우으윽!"
사방팔방으로 후두려 맞은 베누스의 육체는 곳곳이 찌그러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극한의 고통에 정신을 잃은듯 베누스의 눈 초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고, 몸은 순식간에 피칠갑으로 물들었다.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변한 베누스의 모습.
"이 쯤이면 되겠지."
일방적인 육탄전으로 승리를 점한 크론이 씩 웃으면서 지상에 착지했다.
행운의 집행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서 상승했던 민첩 스텟이 되돌아오면서 조금의 허무함이 몰려왔지만 어차피 스킬을 통해서 인스턴트 식으로 얻은 능력치였기에 크게 메달릴 생각은 없다.
"반갑다 친구야."
극한의 고통으로 인해서 기절 상태에 빠진 베누스를 바라보면서 크론은 사악하게 웃어보였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난이도를 A+까지 끌어올리는 강력함을 자랑하던 몬스터가 바로 이 베누스다.
140레벨의 미스터리 몬스터로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완벽함을 자랑하는 몬스터.
그 강력함은 이미 크론이 느껴본 바가 있다.
2개의 절대 권능 스킬로 적들의 도주를 원천 봉쇄하고 각종 범위 계열 마법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만약에 크론이 유일 스킬인 행운이 개방되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가 되었다는 부분은 크론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강력한 힘을 전부 자신의 수중으로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자신의 필살의 기술인 길들이기+타임 리프의 반복 행동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추가적인 콤보가 완성되었지."
본래대로라면 50레벨이 넘는 차이를 자랑하는 데다가 미스터리의 격을 갖추고 있는 몬스터이기에 길들이기의 성공 확률이 3%는 될까 싶을 정도로 최악의 수치겠지만 크론에게는 추가된 콤보 스킬인 행운의 각성이 생겨났다.
"행운의 각성."
일회성의 스킬로서 단 한번, 고정적으로 성공 확률을 10%나 끌어올려주는 사기적인 조작 스킬.
이로서 못해도 11%이상으로 성공 확률이 끌어올려졌다.
여기에 왕의 페로몬까지 더해진다면 적어도 12%는 쳐줘도 될 것이다.
상승된 확률 속에서 크론은 악당처럼 히죽 웃으면서 베누스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 @
모니터에 나오는 화면을 통해서 현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한정우와 찰스의 얼굴색이 시퍼래졌다.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얼을 타던 것도 잠시, 찰스는 곧장 얼굴색을 바꾸면서 정우를 몰아붙였다.
"미스터 한! 이제부터 대체 어쩔 셈인가! 원래 대본대로면 저기서 죽어야하는 것 아닌가?"
"씨발! 누군 이럴 줄 알았냐고!"
한 달 동안 누릴 수 있는 운영자로서의 권한까지 포기하면서 시도했던 빨간 알약 작전이다.
크론과 몬스터들을 죽일 요량으로 절대 권능이라는 힘까지 부여해서 지역이탈시 사망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보정 효과까지 추가했었다.
심지어 레벨 보너스까지 더해져서 무려 140레벨의 미스터리 등급이 되었던 베누스였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힘이 전부 크론에게로 돌아갔다.
녀석이 테이머인 것은 알고있었지만 레벨의 차이가 엄청났으니 애초에 길들일 수 있는 틈도 주지않고 죽일 요량이었던 것이다.
헌데 이게 웬 걸?
처음보는 요상한 스킬을 발동시킨 크론에게 비장의 수단은 손끝만큼의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고스란히 크론의 손아귀에 들어가버렸다.
자신들 역시 불법으로 저지른 일이었으니 AI유실에게 항의할 수도 없는 상태다.
애초에 그들이 뿌린 씨앗이였을 뿐더러, 크론은 그저 뿌려진 음식을 맛깔나게 먹어치웠을 뿐이니까.
"꿈이라고 말해줘."
꿈이길 바랬지만 택도 없는 소리였다.
@ @ @
- 길들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이름을 정해주세요. -
- 회복 속도가 950%증가합니다. -
- 뱀의 여제 베누스를 길들이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뱀의 왕(마력+35)'을 얻었습니다. -
- 최초로 미스터리급 몬스터인 뱀의 여제 베누스에 대한 길들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뱀의 여제 베누스의 유일 스킬 '왕의 권위'을 계승합니다. -
"흐음, 이름이라······딱 보면 왕꿈틀이나 꿈틀이2로 짓는건 어떨까?"
"주인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끼에에에에엑!"
[꿈틀이가 강력한 거부감을 표출합니다.]
최악의 네임 센스에 전투의 잔재로 인한 피해를 회복중이던 몬스터 패밀리들이 단체로 일어섰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꿈틀이의 반응이 굉장히 강렬했다.
"끼엑. 끼에에엑! 끼에에에엑-!"
[꿈틀이는 이 네임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짜식. 질투심은 참 많아요. 내가 지어준 이름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
"끼에에에엑!"
[꿈틀이가 긍정의 뜻을 내비칩니다.]
"뀨우······."
그런 이유였던 거냐, 라는 표정으로 쵸우지가 신기한 병신을 쳐다보듯이 꿈틀이를 흘겨보았다.
"어디보자, 그렇다면 어떤 이름이 제일 어울릴까?"
베누스의 생김새만 보면 왕꿈틀이가 제격이었지만 그 부분은 이미 선점권을 가지고 있는 꿈틀이의 거친 반대로 무산된 상태다.
"뱀과 여자라······꽃뱀은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크론은 머리에 떠오른 네임에 딱하고 손바닥을 쳐보였다.
"행콕으로 하면 적당하겠어."
쵸우지의 이름을 닌자 만화의 캐릭터에게서 따왔듯이 행콕 역시 해적 만화의 캐릭터에게서 따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참으로 속편한 네임센스라고 볼 수 있겠지만 크론이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니겠는가?
누가 말리는 것도 아니었기에 크론은 빠른 손놀림으로 이름을 입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