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81화 (81/122)

# 81화.

유일 스킬, 행운(1)

-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

[비크 광산의 골칫거리(단일 퀘스트) - 주의]

- 비크 광산은 지저인들에게 중요한 자원적 요지입니다. 최근들어 비크 광산에서 늘어나고 있는 실종자들에 관해 조사하고,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십시오. 성공적으로 클리어할 시 지저인들과의 관계가 대폭 개선됩니다. 특수한 사태로 인하여 퀘스트의 난이도가 상향 조정됩니다. -

난이도 : A+

보상 : 종족 '지저인'과의 관계 개선, 아포카로의 입장, 골드, 경험치

실패시 : 종족 '지저인'과의 관계 하락, 테트의 주시 해제

"뭐라고?"

뜬금없이 떠오르는 알림음에 퀘스트의 내역을 살펴본 크론의 얼이 빠져버렸다.

난이도 B였었던 퀘스트가 껑충 뛰어올라서 A+까지 상승해버렸다.

'이거 대체 뭔데?'

퀘스트의 난이도가 종종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자유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더 리셋 월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없기는 했지만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오르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론의 입장으로서는 어찌 할 방도가 없다.

크론이 지저트론의 정보와 지저인들의 문명을 접하기 위해서는 아포카에 진입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냥 전부 포기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거나 다른 방향의 아포카 진입 퀘스트를 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많이 되돌아가버리는 꼴이기에 크론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 방법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계속 안내를 해주시면 됩니다."

난이도가 상승한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이왕 칼을 뽑은 상황인데 무라도 썰지 않고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크론은 의뢰주인 메던과 함께 계속 앞으로 전진했고, 마침내 거대한 터널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비크 광산이라네. 우리 지저인들의 중요한 자원책이자 공급소라고 볼 수 있겠지."

"오오······굉장히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럼, 그럼.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천연의 보고라고 할 수 있지. 크흐흐."

만물의 공통인듯 자기들 자랑에는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는 듯 입을 나불거리는 메던에게 크론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분이 뭣 같아도 어쩌겠는가.

말로 NPC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뿐인 것을.

"자 그럼 가도록 하지."

"아포카로 돌아가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응? 처음 보는 타 종족인 자네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라도 같이 들어가는 편이 좋지 않겠나? 입장의 설명이라는 것이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야."

확실히 그 부분은 메던의 말이 맞지만 크론의 입장으로서는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미끼로라도 활용할 수 있는 녀석들이라면 모를까 메던 같은 경우에는 퀘스트를 수주해준 NPC이기도 했고, 나름 지저인들의 세계에서도 6성호로서 적지 않은 입지를 가지고 있기도 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크론이 괜히 메던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서 비크 광산까지 오는 동안 칭찬과 뇌물을 퍼부은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부터는 저 혼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괜찮겠나? 안의 지저인들이 자네를 곱게 보지 않을 텐데?"

"설득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알겠네. 그렇다면 이따가 아포카의 입구에서 만나도록 하지."

메던을 돌려보낸 크론은 사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는 상태다.

원래의 퀘스트인 B등급이면 모를까 A+등급으로 상승된 퀘스트의 내용에서는 90레벨에서 끽해봐야 120레벨인 지저인들로서는 살아남지 못하고 전부 죽었을 것이다.

난이도를 상승시킨 존재에 의해서 말이다.

"쇼닉, 헤이스트."

"큐르르르르!"

크론의 말에 기다렸다는듯이 튀어나온 쇼닉이 곧장 헤이스트를 시전했다.

넓은 지하 세계에서 비크 광산의 위치를 몰랐기에 메던의 안내를 받으면서 상당한 답답함을 느꼈던 크론이다.

지저트론의 특성상 이동 속도를 상승시키는 헤이스트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니 그 답답함은 오죽했을까.

사실 메던을 돌려보낸 이유에는 느린 이동 속도도 88%정도는 포함되어 있었다.

비크 광산을 모르고 있을 때면 모를까, 알게 된 데다가 아포카로 향하는 방향도 미니맵에 저장되었으니 이제는 크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될 뿐이다.

"쇼닉 너무 빠르게 앞서가지는 말고 나한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위험을 알리도록. 상황상 위험할 것 같으면 뒤도 보지 말고 돌아오고."

"컹컹!"

[쇼닉이 명령을 이해합니다.]

짧게 대답한 쇼닉이 압도적인 속도로 뛰어나갔다.

새삼 뻥뚤리는 속도에 속의 청량함을 느끼면서 크론도 앞으로 나아가면서 주변의 동태를 살폈다.

마음같아서는 가만히 앉아서 쇼닉의 몹몰이를 기다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높은 난이도로 보아서는 제 아무리 빠른 쇼닉이라고 하더라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쇼닉과의 거리가 많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쇼닉이 나아가는 방향을 향해서 크론 역시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로 전진하고 있을 때였다.

"크르르르릉!"

저 멀리서 쇼닉의 하울링이 울려퍼졌다.

보통의 몹몰이의 경우에는 그저 오고 있다는 신호로서 '컹컹'거리는 울음과는 달리 이 정도로 짙은 하울링을 토해내는 경우는 처음이다.

동시에 이곳으로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쇼닉도 쉽사리 도망칠 엄두를 못 낼 상대와 조우한 것이 분명했다.

"먼저 갈테니 너도 서둘러!"

"큐르르르!"

자칫 쇼닉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크론은 곧장 바람 걷기를 통해서 속도에 박차를 가했고, 쇼닉이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 이게 무슨······."

4M에 이르는 육중한 뱀의 하체와 꽉 차있는(?) 상체를 지니고 있는 몬스터, 나가.

[뱀의 여제 베누스 Lv.140(미스터리 몬스터)]

어쩐지 퀘스트의 난이도가 그렇게 큰 폭으로 상승했는지 알 만도 했다.

140이라는 말도 안되는 레벨 수치를 자랑하는데다가 최상의 몬스터의 격인 미스터리를 갖추고 있는 녀석이다.

단순한 생김새만 보더라도 얕봤다가는 사냥 당하는 쪽은 오히려 크론이 될 수도 있었다.

"내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다."

확실히 한 동안 길들이기를 시도하지 못해서 심심하던 차의 크론이다.

네임드 급 몬스터는 크론의 성에 차지 않고, 보스급도 좀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입장이었다.

단순히 강한 것을 떠나서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미스터리를 찾다보니 생겨버린 푸념이었는데 대뜸 140레벨의 미스터리를 건내주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길들였었던 미스터리 몬스터인 꿈틀이의 초창기 레벨이 50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그마치 90레벨의 차이가 잇는 셈이다.

뭐 그 부분에 있어서는 크론이 빠른 성장을 위해서 무조건 앞 선 사냥터를 선호해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서 딱히 반박할 수 있지는 없지만 말이다.

쇼닉을 견제하던 베누스는 인기척을 느낀듯 고개를 돌려서 크론을 바라보았다.

"······인간? 어떻게 이 지하 세계에 인간이 들어온 것이지?"

하체는 징그럽게 생긴 뱀의 꼬리이지만 상체는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베누스는 또렷한 발음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있었다.

초기에 단순한 대화만 가능한 좀과는 달리 초기부터 저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몬스터라면 가지고 있는 파괴력도 얕볼 수가 없는 데다가 크론이 장비를 맞춰주기만 한다면 어떤 결과를 낼 지 에상할 수도 없을 정도다.

베누스는 미스터리의 격을 갖추고 있는 나가 여왕을 종족으로 두고 있는 거물급 몬스터였으니까.

'길들이기만 한다면 천만 대군이 부럽지 않겠어.'

초기부터 완전하게 완성되어 있는 몬스터.

테이머로서의 포획 욕구와 대장장이로서의 치장 욕구가 들끓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제 아무리 고강화 무구를 두르고 있는 자신과 몬스터 패밀리들이지만 50레벨에 가까운 렙 차이를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 등급을 상대로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시초의 망치가 제 아무리 최종 형태인 20강을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초기 레벨 제한이 30이었다는 점과 몬스터들의 특성상 생명력이 유저들에 비해서 높은 점을 생각하자면 그렇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힐 수는 없을 것이리라.

허나 그렇기에 크론은 기대가 되었다.

상대하기 손쉬운 녀석이 아닌 까다로운 녀석을 잡는 것 만큼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길들이기를 성공 한다면 저 까다로운 상대가 든든한 아군이 된다.

크론의 높은 강화 수치를 자랑하는 무구를 착용해서 더욱 강해진 상태로 말이다.

"모두 전투 준비."

크론의 말에 기다렸다는듯이 장고의 입이 벌어지며 몬스터 패밀리들이 뛰쳐나왔다.

"후후훗, 스스로 진미들이 찾아올 줄이야."

주변을 둘러보는 베누스의 눈이 요사스러운 빛을 뿜었다.

"지저인들만 먹다보니 속이 텁텁하던 차였는데 오랜만에 싱싱한 짐승들을 먹어보도록 할까!"

상대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베누스는 오히려 기쁨에 가득 찬 모습이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140레벨인 녀석에게 80레벨부터 90레벨 대인 크론 일행들은 그저 맛 좋은 음식으로만 보일 것이다.

특히나 쵸우지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모습을 보아하니 크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빌어먹을 뱀새끼가, 어딜 감히 나의 쵸우지 센세를 건드리려고?

"선빵 필승이다. 하리보, 최선을 다해서 녀석을 묶어! 쓸 수 있는 건 전부 사용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주인. 광물 포식 - 루비."

상대가 쉬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 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하리보도 처음부터 최선의 수를 두기로 마음 먹었다.

"육체 조작 - 속박의 형상!"

몸에 저장한 상태로 아끼고 아꼈던 정수가 가득 담긴 루비를 포식함으로서 화火속성을 온 몸에 두른 하리보는 그물의 형상을 갖춘 채로 베누스를 향해 쇄도했다.

"주제도 모르는 하찮은 슬라임 주제에!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 구나!"

몸에 타오르는 불길을 두르고 있는 하리보의 거칠게 떨쳐내려 몸을 움직이는 베누스의 모습에 크론은 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달려들어! 다구리로 린치해버려!"

"우오오옷! 기가 슬래시!"

"끼에에에에엑!"

"뀨!"

좀의 거검에 이어서 꿈틀이와 쵸우지의 몸통 박치기에 정통으로 후려맞은 베누스의 몸이 흔들거렸다.

역시나 최강의 전술인 '다구리'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면서 망치와 신체 분쇄자를 휘두르는 크론이었지만 베누스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끼아아아아!"

"컥!"

실컷 얻어맞아서인지 분노를 토해내며 베누스의 꼬리가 거칠게 사방을 훑었다.

웬만한 공격은 우습게 받아내는 크론이지만 레벨의 차이가 막심한 덕분인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피해량에는 크론도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하찮은 것들이여. 주제를 알고 덤비거라!"

다시금 고고한 자태로 일어선 베누스의 눈이 파충류의 눈처럼 쫙 찢어졌다.

"꿇어라, 여왕의 억압."

쿠구구구구-!

순식간의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지며 숨을 쉬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이 몰려들었다.

- 베누스의 여왕의 억압에 영향을 받으셨습니다. 높은 레벨의 차이로 인해 저항에 실패합니다. -

- 베누스와 전투가 지속되는 동안 모든 스텟이 30감소하며, 공격력이 80만큼 추가로 감소합니다. 이 효과는 절대 권능으로서 그 어떠한 수단으로도 해제할 수 없습니다. -

- 베누스가 선포한 영역의 바깥으로 도주할 시 즉각 사망합니다.(특수 보정) -

- 여왕의 억압은 시전자가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거나 지정된 대상이 사망하면 해제됩니다. -

"뭐 이런 개떡같은 스킬이 다 있냐."

따로 지속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녀석이 지정한 위치를 벗어나게 되면 즉시 사망하는 특수한 보정 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니 도주할 생각은 진즉에 접어야만 한다는 소리다.

"아직 승산은 있어."

능력치의 감소가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고강화 무구의 공격력과 방어력에는 이상이 없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숫자라는 절대적 우위가 존재했으니 명불허전의 다구리로 조져버리면 된다.

어차피 시간은 자신의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나 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베누스의 스킬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가라는 종족의 모티브는 뱀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뱀하면 떠오르는 것은 '독'이다.

아니나 다를까 설마하고 쳐다보는 베누스가 교활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슴을 부풀렸다.

"여왕의 안개."

푸화아아아악!

마치 드래곤이 브레스를 내뿜듯, 입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게 만드는 보라빛깔의 독가스가 사방으로 살포되었다.

피하고 싶지만 기체로 이루어진 녀석의 공격인 데다가 여왕의 억압으로 인해 제한된 필드 속에서 크론과 몬스터 패밀리들은 보기좋게 베누스의 독에 노출되었다.

- 베누스의 여왕의 안개의 영향을 받으셨습니다. 높은 레벨의 차이로 인해 저항에 실패합니다. -

- 베누스와 전투가 지속되는 동안 초당 5의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이 효과는 절대 권능으로서 그 어떠한 수단으로도 해제할 수 없습니다. -

- 여왕의 안개는 시전자가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거나 지정된 대상이 사망하면 해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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