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79화 (79/122)

# 79화.

지하 도시(6)

만물의 공통 분모로서, 칭찬 싫어하는 생물은 없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하듯이 지저인들은 기쁨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상태다.

말 뿐인 칭찬을 제대로 먹인 크론은 곧장 장고를 호출했다.

칭찬이야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니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문제는 없지만 아무래도 반복적으로 칭찬만 하는 것은 오히려 거슬리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말로 구워 삶는 것도 좋지만 좀 더 확실하게 구워 삶는 것은 역사를 통틀어서 뇌물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쯧, 아깝기는 하지만 별 수 없지.'

마음같아서는 과실주나 저렴한 돼지나 토끼 육포를 건내고 싶었지만 사막 지대를 거쳐오면서 값이 저렴한 음식들은 전부 먹어치워버렸다.

그 결과 남은 고기라고는 값비싼 코카트리스와 전갈, 그리고 도마뱀 고기 뿐이다.

크론은 이왕 주는 것, 어차피 많이 가지고 있는 코카트리스의 고기를 던져주었다.

던져진 고기를 건내받은 지저인은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크론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짓이지?"

"약소하지만 제 성의입니다.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뇌물이라 이건가. 쯧.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것을 받을 수는 없······서, 설마 이 고기는?"

거부하던 손짓을 보내던 지저인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크론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것은 코카트리스의 부산물인건가."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칭찬을 받으면서 헤벌레하던 지저인의 분위기가 역변했다.

그러더니 크론을 바라보는 눈길에 선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뭐, 뭔데.'

땅딸보에다가 두더지 인간에 가까운 지저인들이 보내오는 선망 가득한 눈길은 크론에게 있어서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의심의 빛을 보여서 미안하네! 테트의 포악한 하수인들을 죽이고 왔을 줄이야! 정말이지 놀랍기 그지없군!"

- 1명의 8성호 지저인과 6명의 9성호 지저인에게 신뢰 관계를 쌓았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영향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명성 보너스를 부여받습니다. 명성이 40증가 합니다. -

"호오?"

40이나 되는 명성의 증가에 크론의 눈이 번쩍 뜨였다.

7,435에 해당하는 크론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큰 수치는 아니었지만 아포카에 존재하는 모든 지저인들에게서 신뢰 관계를 쌓을 수만 있게 된다면 크론의 명성 수치는 뻥튀기 마냥 불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또한 명성을 떠나서 얻은 정보도 있었으니, 그것은 코카트리스와 지저인들의 관계가 그리 좋은 편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까부터 지저인들이 거론하고 있는 '테트'라는 존재가 지저인들에게는 철천지 원수와도 같은 존재란느 것쯤은 상황을 파악할 줄만 안다면 쉬운 일이다.

'그렇다면야.'

크론은 주어진 기회는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주의이다.

벌어진 틈을 파고들어가서 지저인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자 마음 먹었다.

"그 멍청한 새대가리들이 긍지 높은 지저인들과 무슨 일이 있었나 봅니다."

"마음에 들었어."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을 앞에서 까는 것 만큼 친밀도를 올리는 것이 또 있으랴.

크론은 거기에 주저하지 않고 가방에서 코카트리스의 깃털과 가죽들을 꺼내며 지저인들에게 자랑했다.

거기에 은근슬쩍 접근하자 지저인들은 더 이상 크론을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좋게 받아들였다.

크론을 겨냥하고 있던 포신은 고기를 던져주었던 순간부터 이미 치워져있던 상태였으니까.

"오, 오오오!"

눈 앞에서 코카트리스의 전리품을 흔들어주자 지저인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좋아라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줄 생각은 1%도 없다.

자신이 가공할 수 없는 고기류라면 모를까, 깃털과 가죽은 쓰기에 따라서 대장술로 충분히 가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짜리 재료 아이템인데 그냥 턱턱 주겠는가.

그저 코카트리스를 사냥하고 얻은 전리품인 것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지저인들은 이제 크론을 추켜세우기 바빴다.

- 지저인과의 신뢰 관계가 호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8성호 지저인 키잔은 당신의 제안이 크게 그릇되지 않는 한 수용해 줄 것입니다. -

'이 정도면 충분히 구슬린 것 같고.'

구워 삶을만큼 구워 삶았으니 이제 남은 일은 지저인들만이 지니고 있는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들의 문명을 알아가는 과정과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크론의 캐릭터는 레벨과는 별개로 한층 더 성장을 거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에 올라가는 명성 수치만 해도 그렇다.

NPC에게 있어서는 공통적으로 절대적인 권력이자, 신분으로서 활용되기도 하는 명성은 지금이든 후반이 되었든간에 올릴 수 있을 때 최대한 올려두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옳았다.

'일단 중요한 것은 기술이지.'

지저인들의 문명 중에서도 크론이 가장 호기심을 품게 되는 것은 지저인들의 기술이다.

현재 지저인이 탑승하고 있는 기체에 대한 지식과 기술은 무조건 적으로 섭렵하는 편이 좋다.

현재 지상에서는 아직 총기에 관련된 무구는 제작된 이례가 없다.

보통 원거리 공격이라고 하면 다들 활이나 마법을 떠올리는 판타지 세계에서 SF도 아니고 무슨 총을 떠올린단 말인가.

허나 지저인들의 세계는 지상과는 다르다.

땅 속에서 문명을 이루었기에 당연히 활과 화살의 주 재료라고 할 수 있는 나무가 없다.

마법의 존재 유무는 알 수 없지만 당장에 눈 앞에 있는 지저인만 하더라도 기체를 활용한 전투 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지식과 문명은 어찌보자면 크론에게 레벨업 보다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크론의 대장술과 혼합해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다분했으니까.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 말입니다."

"테트의 적이라면 우리들의 친구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물어보도록 해."

"그 탑승하고 있는 기체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음? 지저트론을 말하는 건가?"

기체를 내려다보던 키잔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메달렸다.

"우리 아포카 문명의 고대 시절 때부터 내려오던 엔지니어들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물건이지. 지저트론이 없었더라면 우리들은 진즉에 쓸려나갔을 것이야."

"과연······.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 만큼이나 대단한 물건이로군요. 한 번 구경을 해도 괜찮을까요?"

"물론. 친구라면 환영이지."

앞서 말했듯이 NPC들에게는 칭찬이 가장 중요하다.

채찍은 주지않고 오로지 당근만 먹여준 덕분에 싱글벙글해진 키잔은 지저트론의 정보를 공유해주었다.

[+2 보급형 지저트론 A - 1호(매직)]

- 지저인들의 정수가 담겨있는 기체로서 가장 많은 보급을 받은 부품입니다. 엔지니어 지저인들만이 지니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만든 동력원만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동력원이 끊기면 작동이 중지됩니다.

* 착용제한 : 레벨 85이상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 내구도 : 122/122

* 방어막 : 1,580/1,580

* 동력 : 530/530

* 방어력 +230

* 클로 공격력 200

* 이동속도 고정

* 동력 가속을 제외한 이동계열 스킬 제한

* 탄환 11/11

* A - 지저탄(액티브) : 적에게 포신을 날립니다. 명중시 3초의 경직과 함께 무無속성 피해량 1타당 400 - 600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탄환 1소모 쿨타임 30초

* 동력 가속(액티브) : 일시적으로 지저트론을 가열시켜 10초 동안 이동 속도를 200%상승 시킵니다. 동력 소모 300 쿨타임 30분

* 재충전(액티브) : 동력원의 힘을 바탕으로 탄환을 1, 동력을 50충전시킵니다. 쿨타임 10분

'흐음······.'

아이템의 정보를 읽어내려가면서 크론은 이것을 좋게 봐야할지, 나쁘게 봐야할 지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확실히 방어력이 230이나 상승하는 것은 높게 봐줄 수 있다.

당장에 크론이 착용하고 있는 20강의 판금 갑옷만 하더라도 313의 방어력을 갖추고 있었으니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닌 데다가 무구이다 보니 강화를 통해서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고정적인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포탄 탄환을 사용한다는 부분까지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대가로 잃게되는 단점도 명확하다.

우선 착용 제한이 85레벨 이상이라는 현 유저들의 시점으로는 정신나간 조건과 더불어서 이런 디메리트 적인 부분을 굳이 감싸 안을 정도로 효율적인 기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전투에 있어서 중요한 능력치로 손꼽히는 이동 속도가 고정된다는 부분도 그렇고, 근접전에 활용할 수 있는 클로의 리치도 상당히 짧았다.

심지어는 지저트론에 탑승한 상태에서는 탑재되어 있는 스킬인 동력 가속을 제외한 이동 계열의 스킬이 봉쇄되어 버린다.

요컨데, 크론이 보유하고 있는 스킬인 바람 걷기와 쇼닉의 헤이스트가 이동 속도에 영향을 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손 봐야할 곳이 넘쳐나는 군.'

물론 키잔이 사용하고 있는 지저트론은 보급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저 문명에서도 가장 아랫 단계에 해당하는 기체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리고 그 말은 다르게 말하자면 상위 버전에 해당하는 지저트론이 존재한다는 소리이기도 했으며, 만약 크론이 지저 문명의 대장장이 술을 터득한다면 보급형 보다는 상위의 기체에 대한 지식을 섭렵하는 편이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굳이 키잔에게 캐낼 필요성은 없었다.

8성호 지저인이라는 명칭과 보급형 기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키잔이 지저 문명에서 차지하고 있는 권력은 그렇게 막강한 편은 아닐 것이다.

제대로된 지저트론의 정보는 아무래도 엔지니어에게 알아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현재 크론에게 주어진 첫 번째 난제는 아포카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거기, 멈춰라!"

폐쇄되어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테트라는 적수가 존재하는 영향인 것인지 흙으로 둘러쌓인 아포카의 입구에는 경비병이 존재했다.

하나 특이한 점은 단연 경비병이 탑승하고 있는 지저트론이라고 할 수 있다.

키잔의 보급형과는 다르게 그 용모가 투박함이 많이 개선되었으며 제법 리치가 긴 대거가 양 팔에 장착되어 있었다.

동시에 등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는 거북이 등딱지마냥 기관총으로 보이는 것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면 원거리 공격에도 상당한 화력을 자랑할 것만 같았다.

'점점 더 궁금해지는 걸.'

한낱 경비병이 저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지저트론을 사용한다면 1성호에 해당하는 아포카의 지저인이라면 대체 어떠한 것을 사용할 지 호기심이 절로 일었다.

게다가 그것을 20강 까지 강화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크론이 지저트론에 대한 지식을 얻기만 한다면 크론이 유일하게 부족했던 원거리 공격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상당한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속도가 느린 활보다는 총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었으니까.

"소속과 성호를 밝혀라!"

"72정찰 부대 소속 8성호의 키잔입니다. 뒤에 8명은 9성호로서 제 부대원들입니다."

"무사 복귀를 환영한다만, 뒤에 있는 생명체는 무엇이지?"

"정찰 구역을 살피던 중에 조우하게된 인간이라 불리우는 생명체입니다."

키잔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경비병은 의심을 가득한 표정으로 크론을 노려보았다.

자신과 다르게 생긴 생명체가 들어섰으니 좋게 봐줄 수 없는 것은 어찌보자면 당연한 결과다.

경비병은 키잔조차도 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인지 시퍼렇게 빛나는 검신을 들이밀었다.

"지상의 생명체를 데려오다니, 키잔 네가 단단히 미쳤나 보군. 처음 보는 생명체를 제압하지도 않은 상태로 우리들의 아포카까지 안내를 해?"

금방이라도 크론을 베어버릴 기세를 뿜어내는 모습에 크론은 가만히 지켜봤다.

어차피 저런 공격.

수 십 수 백개가 꽃혀도 크론은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경비병 하나쯤 제압하는 것은 크론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문명과의 전쟁을 불사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자신을 공격한 녀석을 봐주고 넘어갈 정도로 크론의 아량은 넓지 못하다.

나중에 이 일로 덜미가 잡힌다면 먼저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을 하면 되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러나 키잔의 난입으로 다행히도 유혈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

"화, 확실히 지상의 생명체는 저희들의 적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이 자는 테트의 하수인들을 사냥하는 실력있는 존재입니다. 받아들이면 아포카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어쩄다는 거냐. 이름없는 테트의 하수인들 쯤은 우리들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

"확실히 그렇지만 이 자는 그 악명 높은 코카트리스들도 다수 처치한 존재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증거가 있습니다. 이봐 친구······."

라고 말하면서 힐끗 크론을 쳐다보는 키잔.

어차피 보여준다고 해서 닳는 것도 아니기에 크론은 가방에서 코카트리스의 부산물들을 끄집어냈다.

"······."

처음에는 표정 변화없이 크론을 노려보던 경비병이었지만 코카트리스의 전리품이 수 십, 수 백 개를 넘어서자 얼굴에 핏기가 가실 정도로 질린 표정으로 크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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