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지하 도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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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이의 돋보이는 활약 덕분에 지하 도시로 향하기 위한 터널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태생이 땅 속을 누비고 다니는 자이언트 웜인 녀석답게 순식간에 흙을 먹어치우고 바깥으로 뱉어내거나 속에서 소화시키는 것을 반복한 결과 크론이 지정했던 위치에는 조그마한 싱크홀과 같은 구멍이 생겨나게 되었다.
"끼에에에엑!"
"그래. 잘하고 있다. 귀여운 것."
오늘따라 꿈틀이가 귀엽게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꿈틀이가 고생은 참 많이 했다.
꿈틀이의 터널 공사는 10여 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끝이났고, 변형된 지형 탓에 인근의 지맥은 톡 건드려도 무너질 정도로 헐렁해진 상태다.
조그마했던 싱크홀은 어느덧 굉장히 넓게 퍼져있는 상태였고, 이제 남은 것은 꿈틀이의몸에 탑승해서 약해진 지반을 뚫고 지하의 탐험을 시작하는 것 뿐이다.
"꿈틀이를 제외한 모두는 장고에게 탑승하고, 장고는 꿈틀이에게 탑승하도록 해."
열심히 일해서 꿈틀이가 귀엽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냄새나고 텁텁한 꿈틀이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장고가 있는데 무엇하러 사서 고생을 하겠는가.
"큐르르르!"
[장고가 명령에 응합니다.]
장고의 입 속으로 들어선 크론은 사막 지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천국을 느꼈다.
"히야, 진작에 장고 몸 안으로 들어올 걸 그랬네. 완전 에어컨이 따로 없네."
장고의 스킬인 '신선도 보장'덕분인지 장고의 몸 안에서는 속을 시리게 만들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수시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들이 지들끼리만 즐기려고 말을 안한건가.'
장고의 몸에들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크론이다.
어쩐지 사막 지대에 들어선 이후부터 다들 장고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냈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는 크론이다.
앞으로는 종종 더위를 피할 때 장고의 몸 속으로 들어가기로 다짐하며 크론은 명령을 이어나갔다.
"꿈틀아. 최대한 아래까지 뚫고가면 된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그곳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가."
"끼에에에엑!"
[꿈틀이가 명령을 이해했습니다.]
이제부터 남는 일은 꿈틀이에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는 것 뿐이다.
쿠구구구구!
땅을 파내는 드릴마냥 거침없이 약해진 지반을 헤집기 시작했다.
모래를 꿰뚫고 5분 정도를 쉬지 않고 나아갔을 때였다.
몸이 공중에 부유하는 느낌과 함께 꿈틀이의 몸이 허공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쿠우우우웅!
높은 방어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충격이 울리면서 크론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우욱, 거 참 운전 좀 조심하지!"
토악질이 흘러나오는 것을 억지로 우겨넣으며 꿈틀이에게 투덜거리고 싶었지만 뒤이어 떠오르는 알림음으로 인해서 불만족스러웠던 승차감은 순식간에 풀렸다.
- 최초로 지하 도시 아포카를 발견하셨습니다! 칭호 '아포카의 선구자(모든 스텟+4)'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300증가합니다. -
- 최초로 지하 문명을 발견하셨습니다! 칭호 '아포카의 문명을 처음으로 접한 자(모든 스텟+3)'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250증가합니다. -
- 최초로 지저인을 발견하셨습니다! 칭호 '지저인을 처음으로 접한 자(모든 스텟+2)'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200증가합니다. -
"와우."
한 두개도 아니고 자그마치 3개에 해당하는 칭호라니, 이건 완전히 땡큐인 상황이지 않은가.
게다가 세 개의 칭호 전부 다 효율이 좋기로 유명한 모든 스텟을 증가시켜주는 종류다.
추후에 캐릭터의 새로운 스텟이 생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꿀과같은 효과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크론은 작금의 상황을 우선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 중에서도 현재 크론에게 중요한 것은 지저인과 지하 도시에 대한 것을 방송으로 송출 시키는 것이 득이될 지 실이될 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신 문명을 발견한 것이었기에 한 편으로는 모든 것을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했기 때문이다.
'잠깐만. 방송으로 나가든 안나가든 간에 어차피 유저들은 이곳으로 못오잖아.'
하지만 이내 그 고민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현재 유저들의 경지로는 이곳에 오려면은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 지하 도시로 오려면 땅굴을 파서 터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서 지하 도시로 입성할 때에는 상당한 높이에서 떨어져야만 하는 패널티도 감수해야만 한다.
크론이야 꿈틀이와 장고의 쿠션 작용과 방어구를 통한 높은 방어력 덕분에 무사했었던 것이지 범인에 해당하는 유저였다면 입성하자마자 낙하산 없는 낙하를 하게되어서 보기 좋은 육편이 될 것이 자명했다.
'그냥 그대로 송출 시키지 뭐.'
크론은 재빠르게 어그로성이 다분한 제목으로 수정하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실이 없다시피 하는 것과는 달리 방송을 통해서 얻는 득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최초로 신 문명인 지저인과 지하 도시의 세계를 생중계로 방송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기 1위는 따놓은 컨텐츠나 다름 없었다.
100레벨 대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것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 했지만 신 문명을 통한 컨텐츠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단순한 사냥보다도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게이머들은 어느정도 모험 심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크론이 제대로 풀어만 준다면 많은 구독과 후원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동물철보 : ㄷㄷㄷ 신 문명의 발견이라니, 크론버스인가요? ㅎㄷㄷ
니나 전사 : 엌ㅋㅋ 크론버스래. 콜럼버스의 상위 버전인건가.
난민 NO : ㅋㅋㅋㅋ 꿈틀이의 터널 공략 오졌습니다.
빅마마 : 우와. 아니 무슨 칭호로 모든 스텟을 저렇게 빨아대냐. 엄청난 개사기자농.
시청자들의 채팅이 쉴새없이 갱신되어 가고 있었지만 크론은 일일이 읽어줄 틈이 없었다.
"모두우-! 지시가 떨어지면 즉각 공격할 준비를 하도록!"
바깥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리에 크론은 중재를 취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장고와 꿈틀이의 입 속에서 벗어난 크론은 자신들을 경계하고 있는 자그마한 소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지저인이라는 건가.'
생김새는 쉽게 표현하자면 두더지와 사람이 합쳐져 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두더지 아니랄까봐 손과 발이 상당히 날카로웠으며 몸의 크기는 앞서 소인이라고 설명했듯이 1M도 안되는 듯한 몸집으로 상당히 작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땅 속에서 문명을 이루고 있는 지저인들은 금속을 다루는 것에도 능숙한 것인지 각자가 손과 발에 투박하지만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금속으로 제작된 클로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나저나 저건 정말 신기하군.'
클로같은 장비류의 무기야 크론이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것을 왕창 제작해낼 자신이 있다.
다만 크론의 호기심을 끌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과 꿈틀이를 겨냥하고 있는 포신.
즉, 미니 대포였다.
그것도 그냥 대포가 아니다.
지저인들은 기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기계에 탑승 중에 있었는데 그 기계의 양 팔 부분에 번뜩이는 포신이 부착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과학적인 문명으로는 상당한 발전을 이룩한 지저인들의 문명에 크론의 대장장이 본능이 꿈틀거렸다.
'전투는 피하는게 좋겠지.'
꿈틀이의 방어력과 생명력이 상당히 괴랄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높은 곳에서 추락했던 충격의 여파로 인해서 아짂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상태다.
뭐 마음만 먹는다면 몬스터 패밀리들을 전부 끄집어내서 지저인들을 제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처음보는 신 문명에게 그런 대접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일개 몬스터도 아니고 하나의 문명과 전쟁을 치르는 것은 제 아무리 크론이라고 하더라도 꺼려지는 부분이다.
또한 저들이 NPC로 취급되어 있는 이상, 적대하고 죽이는 행동은 좋은 결과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기껏 쌓아올린 명성을 깎아먹을 수도 있는 행동이었으니까.
"반갑습니다. 지저의 문명을 이루는 자들이여."
딴에는 나름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서 인삿말을 건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지저인들이 '아 그래요? 반가워요.'라면서 경계를 풀리가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크론이라는 존재는 처음 보는 생명체이자 침입자로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꿈틀이의 살벌한 외모도 한몫 단단히 해주었고 말이다.
"못생긴 녀석과 거대한 지렁이! 둘 다 정체를 밝혀라! 테트 녀석의 하수인인 것이냐? 10초 내로 밝히지 않는다면 몸에 시원한 바람 구멍을 새겨주지!"
제법 덩치가 있어보이는 지저인이 포신을 정조준하며 위협을 가했다.
주변에 있는 7명의 지저인들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고 유독 돋보이는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저 녀석이 현재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다.
'그래도 말이 안통하지는 않는군.'
답변도 듣지않고 포신 공격을 가했으면 크론으로서도 까다로웠을 것이다.
지저인이 대화가 통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이상, 이 다음 부터는 크론 하기에 달려있다.
크론은 양손을 머리위로 들어올려서 공격할 저의가 없다는 것을 표현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닙니다. 바깥 세상에 존재하는 당신들 지저인들과 같은 문명을 이룬 인간이라는 종족이며, 주변을 탐험하는 모험가입니다."
"모험가? 흐음······확실히 네 녀석에게서 풍겨지는 느낌이 예사롭지가 않기는 하군."
역시 NPC들에게 가장 크게 먹히는 부분은 명성이다.
상상의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는 크론의 명성 수치에 지저인들도 어느정도의 적개심을 누그러트렸다.
크론이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시인하고 현재의 상황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허나 그렇다고해서 아직 의심의 끈이 전부 풀린 것은 아니다.
그 반증으로서 지저인들은 포신을 치우지 않고 여전히 겨냥하고 있는 상태였다.
"허나 그렇다고해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해라!"
목적이라······.
솔직하게 칭호와 퀘스트가 목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하에 아포카라는 문명이 존재하듯이, 지상에도 수 많은 문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 탐구하고 접하기위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사실 사냥을 통해서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는 방향이다.
그 어떤 유저보다도 높은 레벨을 갖춘다는 것은 게임 안에서 만큼은 그들을 자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군림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였으니까.
그렇지만 레벨업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존재했으니, 그것은 그 누가 뭐라 하더라도 칭호의 존재 여부와 상위 구간의 퀘스트들을 독점하는 것이다.
칭호는 크론의 캐릭터를 한껏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영구적인 촉매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었고, 퀘스트는 오스온의 비기라던가 유일 스킬과도 많은 연관이 있기 마련이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경계심은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상태로 보아 의심을 품는 것이 보통은 아니다.
물론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크론이 처음으로 지저인을 발견했듯이, 지저인들 역시 인간이라는 종족은 처음 발견했을 것이다.
지하 세계에서 자기들의 종족끼리 어화둥둥하며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생판 처음보는 타 종족이 등장함으로 인해 펼쳐지는 당연한 결과물이다.
그 모습에 크론은 가장 먼저 기본적인 접근법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저는 오래 전 부터 지하 세계에 도시가 있다는 것을 꿈꾸어 왔습니다."
오래 전이라기 보다는 하루도 안됬지만 그건 개인의 시간 차이일 뿐이니 넘어가고, 힐끗 눈동자를 굴리자 여전히 자신을 노리는 포신이 번쩍거리는 광을 뽐냈다.
"그리고 자이언트 웜을 벗 삼아 돌아다니던 도중에 마침내 찾아낸 것이죠. 위대한 지하의 문명 도시인 아포카를 말입니다. 그 찬란하고 강력한 자태에 저는 과연 아포카는 위대한 도시였구나라고 다시금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큼큼. 확실히 우리들의 아포카는 위대하지. 암, 백 번 천 번이고 옳은 말이야. 이 친구 이거 높은 명성답게 보는 눈이 있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