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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76화 (76/122)

# 76화.

지하 도시(3)

4마리의 몬스터를 잡았을 뿐인데 15%에 해당하는 경험치가 올라갔다.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몬스터 패밀리들과 나누게됨으로서 줄어든 영향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패널티는 크론으로서도 충분히 감수할 만한 부분이다.

애초에 몬스터 패밀리 중에서 쇼닉이 없었더라면 코카트리스를 이렇게 골라서 몰아올 수도 없었고, 4마리 이상과 전투를 벌이는 것도 크론으로서는 곤란했기 때문이다.

크론은 적어도 밥값을 할 수 있는 녀석들이라면 투자를 할만한 가치를 느끼는 편이다.

다만, 그런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독불 장군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현재 유저들의 기준으로는 백검을 제외하고는 딱히 만족스러운 녀석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크론이 무슨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뭐가 부족해서 밥값 못하는 모지리들을 주렁주렁 달고 사냥해서 경험치와 전리품을 나누어야 되겠는가.

차라리 혼자 독차지 하는 것이 좋지.

"코카트리스는 덩치 값을 해줘서 좋다니까."

전리품들을 가방으로 챙겨넣으며 크론은 희희낙락했다.

4마리의 코카트리스를 사냥하고서 벌어들인 골드양먄해도 37,300골드다.

뿐만 아니라 코카트리스의 전리품은 깃털과 가죽. 고기와 맹독 주머니는 쓰기에 따라서 각종 생활직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높았다.

색깔이 똥색이라 조금 볼품없기는 하지만 코카트리스의 가죽은 상당히 질기고 여간한 금속보다도 튼튼하다.

거기에 고기같은 경우에는 태생이 치킨(?)이라 그런지 단순하게 불에 구워먹는 것도 상당한 진미였으니 요리사들을 통해서 제대로 가공이 이루어 진다면 굉장한 요리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짭짤하네."

단순하게 재료들을 제외하고 골드만 치더라도 크론은 방금의 사냥을 통해서 37만원이라는 거금을 벌어들인 셈이다.

여기에 귀중한 재료들을 적절히 가공한다면 얻어지는 수익은 상상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니 무엇하러 지잡대 졸업해서 회사 생활을 하겠는가.

돈 버는데에 주력하는 전문 게이머가 되서 사냥 잠깐 하면 하루 일당치를 넘는 금액을 벌어들이는데 말이다.

공기팡 달인 : 와······사냥 한 번 했다고 무슨 40만원 넘게 벌어. 나는 하루종일 뼈빠지게 일해도 저 정도도 못버는데.

이등병 타미미 : 저는 시급 200원인데요?

국방부 쓰레기 : ㄹㅇ 군대 개쓰레기 ㅇㅈ?

중령 오지랖 : 에이,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의무로 가는 거지 않습니까.

선비 출몰 : 응, 다치면 느그아들이요.

소렌 : 미친. 벌써부터 거기서 사냥하고 자빠졌네.

재벌59세 : 이제부터 네가 재벌하려무나.

<재벌59세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크론이 벌어들이는 금액이 심히 불편하긴 한 듯 했다.

그런데 알게 뭐람.

꼬우면 자기들도 무기랑 방어구 20강 띄워서 착용하면 되는 노릇 아닌가.

물론 그 전에 화려한 폭죽 놀이를 구경하겠지만 말이다.

"잠깐만. 이거 괜히 억울하네."

아니 그런데 그 전에 갑자기 왠 군대 얘기를 꺼낸단 말인가.

크론도 명색이 이등병부터 시작해서 병장까지 무사 전역한 사람으로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휘휘 털어냈다.

시청자들이랑 싸워봤자 득 볼 것 전혀 없다는 것은 많은 스트리머들의 전례를 통해서 확인된 부분이였으니까.

"후. 근데 이쯤되면 슬슬 마을 하나쯤은 보여야 되는거 아닌가."

아무리 고레벨 몬스터들이 출몰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레벨 존일 수록 마을의 치안은 좀 더 발달되어 있었고, 실제로 크론은 이 사막 지대에 오기전까지만 하더라도 3차례나 마을에 들린 적이 있었다.

물론 되돌아가서 마을로 간 것이 아니고 앞으로 나가다가 우연찮게 개척하게 된 마을이였는데 3개의 도시 중 2개는 최초의 마을 발견자 칭호를 부여받았기에 나름 쏠쏠한 이득을 본 경험이 존재했다.

"칭호는 아무리 약소한 거라도 일단은 따고 보는게 좋으니까."

사냥을 통한 레벨업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칭호를 통해서 얻어지는 영구적인 공짜 스텟도 쉬이 넘길 수는 없다.

특히나 이 정도 고레벨존의 마을의 최초 방문 보너스라면 칭호의 가치도 한껏 올라갈 터.

"일단 주변에는 아예 없고."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모래먼지만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을 뿐이다.

몬스터들을 차근히 사냥하면서 사막 지대를 7시간 가량 누비고 있던 크론이였기에 이쯤 되면 그냥 마을이 없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목숨 걸 일도 아니고 그냥 포기할까.'

제 아무리 칭호가 좋다고는 하지만 찾는 것에 몰두하다가 사냥 속도가 늦춰지는 것은 사양이다.

지금도 충분히 유저들을 앞서가는 레벨을 자랑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크론은 더욱 많은 레벨업을 원했다.

고고학자가 고고했어 : 마을이 숨겨져 있는 거 아니에요?

비밀의 방 :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있을 듯. 마을이라고 해서 꼭 보이는 곳에만 존재할 리는 없으니까요.

"호오?"

단순하면서도 제법 창의적인 의견이 크론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실 생각을 달리하자면 지극히도 간단한 이론이 아닌가.

던전이라는 것이 숨겨져있는 것처럼 마을 또한 숨겨져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하는 바이다.

다만 문제라면 그걸 알았다고 한들 어떻게 방향을 잡는지가 당면한 문제점이다.

"정보상들의 정보는 애초에 불가능 할 테고."

리셋 매니아에 개시되어 있는 정보상들의 정보는 이제 사실상 크론에게는 쓸모가 없다.

앞서 말했듯이 현 시점에서 사막 지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유저는 크론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제 아무리 정보상들의 탐험 능력이 출중하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코카트리스나 갑주 전갈만 만나기라도 했다가는 찍소리도 못하고 짓밟혀서 죽을 것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크론을 도와준 것은 시청자들의 채팅이었다.

애니 : 쵸우지 센세를 이용해보면 어떨까요?

강화의 甁신 : 오오, 우리의 소라고동님!

"나쁘지는 않은 것 같네요."

확실히 쵸우지의 높은 행운과 토끼라는 종족이 지닌 감각 확대 및 파악 능력을 활용한다면 시도할 만한 가치는 있다.

쵸우지는 이전에 이미 오아시스를 발견한 전적이 있기도 했었으며, 애초에 꽝이더라도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아마 이 부분이야 말로 방송의 장점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얕은 지식들이 모이면 등잔밑이 어둡다고, 색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가 있는 것이다.

확실히 단점으로는 자신의 개인 정보라고 할 수 있는 모험 일지가 노출이 된다는 것이지만 애초에 이것 자체가 크론의 비전이였으며, 인기를 끌 촉매제로 활용할 뿐이다.

어차피 크론으로서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고강화 무구의 정보만 띄우지 않으면 되는 것이였으니 말이다.

"쵸우지 혹시 인근에 마을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

"큐우웃?"

[쵸우지가 의문을 표합니다.]

"그러니까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없는지 묻는거야. 인기척같은 것 말이야. 문명을 이룬 녀석들을 찾고 싶어."

"큐우웃!"

[쵸우지가 말하는 바를 이해 했습니다.]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는 솜사탕······이 아니라 쵸우지는 곧장 크론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뭐야, 애교 떠는거야?"

칭찬해달라고 머리를 들이미는 건가 싶었는데 쵸우지가 뒤이어 하는 행동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르릉, 그릉!"

시뻘건 눈을 크게 치켜뜨며 쵸우지는 처음으로 그릉거리는 소리를 내뱉으며 크론을 주시했다.

- 길들인 몬스터 쵸우지가 감응을 시도합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

"뭐?"

예상치 못한 요청에 크론은 잠깐 당황했다.

여지껏 크론이 감응한 적은 있어도 몬스터들에게 감응을 요청 받은 적은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애시당초에 감응이라는 스킬 자체의 효과가 단순히 몬스터들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던 크론이다.

실제로 언어 구사가 불가능한 쇼닉이나 꿈틀이 같은 경우에도 속마음을 내비추는 용도로 활용되지 않았던가.

'신기하네.'

이유 없는 시도는 없는 법.

이번 만큼은 크론도 쵸우지가 원하는 대로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큐우웃!"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쵸우지의 귀가 안테나마냥 맹렬하게 쫑긋거리기 시작했다.

- 감응을 통해 스텟 '행운'에 동조합니다. 일시적으로 당신의 행운이 쵸우지에게 적용됩니다. -

- 쵸우지의 행운이 80증가합니다. -

- 이 효과는 쵸우지가 피해를 입을 시 자동적으로 해제됩니다. -

이 부분은 크론도 처음으로 알게된 감응의 히든 효과다.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수단이 아니라, 이렇듯 감응의 동조를 활용해서 행운을 공유하는 방법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니······.

크론은 새삼 더 리셋 월드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서 한 번 깨우칠 수가 있었다.

단순히 텍스트의 설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방향성에 있어서 숨겨진 기능은 '감응'외에도 수 많은 스킬 속에 분명히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거 이러다가 내가 만들어낸 컨셉에 내가 먹히겠는데?'

자신도 모르는 것을 쵸우지가 파악했다는 사실에 크론은 가슴 한 편으로는 놀라움을 표했다.

단순히 행운이 좀 뛰어난 했는데 이거, 영특한 부분이 상당하지 않은가.

'귀여운 녀석.'

솜사탕같은 흰 솜털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싶은 욕구가 쏟았지만 크론은 참았다.

지금의 쵸우지는 극도로 감각을 확장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방해를 하는 것은 성숙한 판단이 아니었으니까.

파닥- 파다다닥-!

쵸우지의 토끼귀가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 쉴새없이 움직이던 것도 잠시.

요지부동의 자세를 지키던 쵸우지의 시뻘건 눈이 크게 떠지며 크론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찾았구나?"

"큐웃!"

[쵸우지가 주인을 부릅니다.]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깨에게서 벗어난 쵸우지가 총총거리며 길안내를 시작했다.

만화속에 나오는 팔랑귀인 덤보마냥 귀를 팔랑팔랑 거리는 모습이 심쿵사를 유발할 것 같았지만 크론은 진지한 마음으로 쵸우지의 안내에 따라 나섰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을이 숨겨져 있는 경우라니.

못해도 꽤나 좋은 효과를 자랑하는 칭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크론의 발걸음은 가볍게 그지 없었다.

발걸음이 향하는 와중에도 뻥 뚫려있는 황무지 속에서 크론은 몇 번 몬스터들과도 조우했다.

102레벨을 자랑하는 갑주 사막 전갈과 109레벨의 코무라 키모스트 왕 도마뱀. 98레벨의 알파이토스 모기 떼등이 떼거지로 등장했지만 크론과 몬스터 패밀리 앞에서는 그저 좋은 단백질 수단이 되어줄 뿐이었다.

"무아지경으로 반복하던 보람이 있군."

대략 7시간 가량을 사막 속에서 헤맨 끝에 쵸우지가 반응을 보였다.

"큐우우······."

[쵸우지가 반응을 잡아냈습니다.]

"오오! 드디어 인가!"

크론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이 쵸우지의 귀가 축 늘어졌다.

상당히 지친듯 낑낑거리는 소리와 함께 쵸우지가 크론에게 안아달라고 보챘다.

육탄 전차 모드만 아니라면 깃털과도 같은 가벼움을 자랑하는 데다가 상당히 고생했을 노고를 치하하며 크론은 아기를 안아올리듯 쵸우지를 품에 안았다.

"끼우웅."

[쵸우지가 기분 좋아합니다.]

"그래, 고생했다. 이제 좀 쉬어라."

쵸우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크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단순히 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주변은 여전히 황무지였고 혹시나 해서 고개를 위로 올려봐도 눈알을 태울기세로 내리쬐는 햇빛만이 존재할 뿐이다.

"역시 아래에 있는 건가?"

"큐웃, 큐우웃!"

[쵸우지가 아래에 수 많은 인기척이 느껴진다고 전합니다.]

"역시 그렇군."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했던 부분이다.

사막 내에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라면 위 아니면 아래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혹시나 싶어서 하늘을 올려다 봤지만 유치하게 하늘섬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일은 사실상 땅파기 뿐이다.

땀을 파는 일 쯤이야 크론에게는 심히 간단하다.

굳이 먼지를 묻혀갈 필요도 없이 크론에게는 땅파기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들의 귀여운(?) 청소부인 꿈틀이가 있었으니까.

"꿈틀아, 땅 좀 다져놔라."

"끼에에에에에!"

어차피 땅을 파는 일은 꿈틀이에게는 일상이였기에 사막의 부드러운 모래를 뚫는 것 쯤은 일도 아니다.

"간만에 길들인 보람이 느껴지는 군."

새삼 토실토실한 꿈틀이가 예뻐 보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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