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지하 도시(2)
"코카트리스 4마리라. 쇼닉 이 녀석, 몹 몰아오는 능력이 점점 발달된 단 말이지."
그야말로 훌륭한 몰이 셔틀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사방으로 역한 맹독을 흩뿌리면서 쇼닉에게 석화 광선을 뿌려대고 있었는데 몹몰이의 달인답게 쇼닉의 회피 능력은 발군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코카트리스를 얕봐서는 안된다.
녀석들의 레벨은 각각의 개체가 110을 거뜬히 넘어가는 몬스터였으니, 일반 몬스터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코카트리스는 결코 얕보면 안되는 녀석들입니다. 아주 사납고, 좀 못지 않은 썩은내를 풍기는데다가 뿜어내는 눈깔 광선에 맞으면 몸이 굳어버리게 되는 치명적인 상태이상을 받게되죠."
일부러 과장되게 시청자들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남겨 경각심을 일깨우며 씩 웃어보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제 점심이죠."
자신의 대사를 만족스럽게 여기면서 크론은 슬슬 다가오는 코카트리스를 대비하며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하리보는 쵸우지랑 왼쪽 녀석. 쇼닉은 좀과 함께 앞에 녀석. 꿈틀이는 장고랑 번갈아가면서 애정테스트하고. 남은 한 녀석은 내 꺼다."
복잡한 명령이었지만 몬스터들은 순조롭게 이해하고 행동에 나섰다.
성장을 통해서 지적 능력이 향상된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도 크론의 명령 스킬의 단계 상승을 통한 이해력이 올라간 부분이 더욱 컸다.
Ⅶ단계에 도달한 명령 스킬은 크론의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명령도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게 해주었다.
- 10분 동안 명령을 받은 몬스터들의 공격력이 70상승합니다. -
- 10분 동안 명령을 받은 몬스터들의 공격 속도가 50%상승합니다. -
- 10분 동안 명령을 받은 몬스터들의 회피율이 20%상승합니다. -
- 10분 동안 명령을 받은 몬스터들의 방어력과 항마력이 50상승합니다. -
- 15분 동안 100에 이른 충성도의 영향으로 공격력이 45상승합니다. -
명령 스킬은 초기 단계에는 스킬명대로 단순한 명령을 내리는 선에 불과하지만 단계가 올라가면 테이머의 일종의 버프 능력이 추가 된다.
모두가 테이머의 초입 부분만 겉핧기를 하다보니 쓰레기 취급을 했던 것이지 크론처럼 이렇게 깊게 파고들어가다보면 이만한 만능 직업이 또 없다.
물론 그 성장 기간이 심히 오래걸리는데다가 보통 유저의 테이머는 미스터리 몬스터는 커녕 네임드 몬스터도 겨우 길들이게 된다는 부분을 망각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써 줄 정도로 크론은 오지랖이 넓지 못하다.
"지금부터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을 조용히 만들도록 할테니 잘 봐주시죠, 시청자 여러분."
제 할 말만 마음껏 내뱉은 크론은 채팅창을 시야에서 내리고는 곧장 앞으로 내달렸다.
푸다다다닥!
"꼬꼬꼬꼭!"
날개를 푸다닥거리며 크론을 맞이해주던 코카트리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쇼닉을 쫒을 때는 몰랐지만 코 앞에서 크론을 마주하게 되니 알게 된 것이다.
크론이 지니고 있는 칭호 '최초의 코카트리스 살해자'와 '치킨을 즐길 줄 아는 자'을 파악하고는 당황을 한 것이다.
도망을 칠 지 싸움을 붙을 지 고민하는 녀석을 향해 크론은 우유부단의 종지부를 찍어주기로 했다.
"도망치기는 글렀으니까 그냥 싸워라 빙닭아."
"꾸아악! 꾸악!"
크론의 도발적인 미소를 받아들인 코카트리스가 지랄발광을 하며 몸을 뒤로 돌렸다.
달아나려는 기색을 보였기에 크론은 주저하지 않고 바람을 걸으며 녀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진짜 귀찮네."
코카트리스가 애초에 살아가는 터전인 사막이었고, 그에 따라서 녀석의 발 또한 사막을 거닐기 편하게 진화되었다.
거기에 조류임에도 불구하고 닭의 모습을 한 녀석 답게 날지는 못하지만 이동 속도 하나 만큼은 타조와 비견해도 될 정도로 빠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바람 걷기를 활용한 크론의 속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녀석의 뒤를 붙잡은 크론은 주저없이 놈의 다리를 향해 시초의 망치를 휘둘렀다.
퍼어어억!
-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혔습니다. 상처가 회복되기 전까지 코카트리스의 이동 속도가 40%저하됩니다. -
"꾸와아아악!"
발에 큰 상처를 입은 녀석의 행동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동 속도의 저하로 인해서 도주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난동을 피우며 크론을 제거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사방으로 석화 광선을 뿌려대는 통에 크론도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 코카트리스의 맹독 발출에 영향을 받으셨습니다. 1분 동안 방어력이 150, 항마력이 130감소하며 초당 10의 생명력이 감소됩니다. -
- 코카트리스의 석화의 시선에 영향을 받으셨습니다. 높은 행운과 '강인한 정신력Ⅵ'으로 저항합니다. -
- 저항에 성공하였습니다! 1분간 석화에 면역됩니다. -
보통 방어력과 항마력이 저렇게 깎여나가고 생명력이 총 600이나 깎여나간다면 죽으라는 것과 진배없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크론에게 결코 치명적일 수가 없다.
크론의 방어력은 20강 방어구로 튼튼히 방어가 되고 있는 상태였고, 체력에 올인을 한데다가 칭호및 아이템의 효과로 올라간 생명력의 총 수치만 해도 4,850에 이르고 있었으니 600정도의 피해쯤은 자연 회복으로도 퉁칠 수 있을 수준이다.
다만 몸의 활동을 제한하는 석화 능력은 크론으로서도 까다롭다.
처음 공격이야 스킬과 행운으로 넘겼다지만 만약의 경우라는 것이 존재했으니까.
파바밧!
거대한 코카트리스의 몸을 타고 올라간 크론은 녀석의 떨리는 눈을 마주하며 씩 웃어주었다.
아마 이후에 벌어질 일을 녀석도 대충 예견을 했을 터.
다만, 너무 늦었다.
"망치 나가신다!"
퍼억! 퍽-
"끼아아아아악!"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코카트리스의 눈이 터져나갔다.
석화 광선 자체가 눈을 통해서 발동되는 종류인 만큼 이제 녀석이 자랑하는 석화 능력은 봉쇄된 셈이다.
덩달아서 도주는 꿈도 못 꿀 것이다.
시야를 잃은 데다가 다리에 부상을 입은 녀석인 이제 죽어서 훌륭한 혼종 닭고기가 되는 일만 남았으니까.
푸드드드드득!
"끼아아아아아아!"
- 코카트리스가 광란 상태에 빠져듭니다. -
- 코카트리스의 괴조 피어의 영향을 받으셨습니다. 2분 동안 모든 스텟이 15감소하며, 30초간 이동 속도가 20%저하됩니다. -
확실히 곱게 물러설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이래뵈도 110레벨을 자랑하는 몬스터로서 현 시점의 유저들은 사냥할 엄두도 못내는 몬스터가 바로 괴조 코카트리스다.
솔직한 말로 지금 저 녀석을 상대로 1:1을 할 수 있는 유저는 크론을 제외하고는 백검 정도만 언급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제 아무리 백검이라고 해도 크론처럼 이렇게 압도적으로 코카트리스를 옭아맬 수는 없을 것이다.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서 크론보다는 일시적으로 뿜어낼 수 있는 전투력과 우월한 전투 센스가 있는 백검이라지만 고강화 무구를 둘둘말이한 크론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미 백검의 레벨은 따라잡은지 오래인 크론이기도 했고, 높은 생명력을 기반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코카트리스의 맹독이지만 생명력의 통이 그렇게 크지 못한 백검으로서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여간에 성질만 더러워가지고."
"꾸아아악!"
크론이 다가온 것을 인지한 녀석이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들이밀었지만 애석하게도 크론의 방어력을 뚫을 수는 없었다.
맹독 공격 또한 크론의 높은 생명력과 항마력 앞에서는 소용없는 일.
크론은 되돌아가려는 코카트리스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망치를 내려찍었다.
"게헤에에엑!"
피를 토하며 몸을 비틀며 괴로운듯 고통의 소리를 내질렀다.
물론 불쌍하게 느껴지기는 커녕 수탉과 뱀이 뒤섞인 녀석의 모습 탓에 징그럽게 보일 뿐이다.
"잘가라. 사검死劍 - 육사분해肉死分解."
크론은 훤히 드러난 코카트리스의 목덜미를 향해 신체 분쇄자를 꽂아넣었다.
높은 공격력 덕분에 질긴 놈의 가죽은 순두부마냥 손쉽게 꿰뚫고 들어갔다.
"끄르르륵!"
목이 꿰뚫린 코카트리스는 가래를 끓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쿠구구궁-
9M에 이르는 크기를 자랑했던 탓인지 육중한 거체가 무너지면서 사막의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꾸아아아아악!"
- 코카트리스가 광란 상태에 빠져듭니다. -
동료가 죽은 사실을 깨달은 코카트리스들이 난리를 피워대는 모습에 크론은 짧게 혀를 찼다.
"녀석들. 아직도 1인 1닭이 안되다니, 쯔쯔."
사실 이 부분은 크론이 시초의 망치에 강화를 올인한 덕분에 일어난 일이라 몬스터 패밀리들의 입장으로서는 심히 억울할 일이다.
크론의 몬스터 패밀리들이 아무리 고강화 무구를 둘둘말기도 했고 보스급과 미스터리 급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레벨의 힘과 차이라는 것이 무릇 존재하는 법이다.
비록 일반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대형 몬스터로 구별되는 코카트리스의 레벨은 무려 110이다.
당연히 코카트리스와 1:1로 붙어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몬스터는 고작해야 높은 생명력과 잡아먹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꿈틀이 정도 뿐이고, 좀과 하리보의 경우에는 나름 버틸 수는 있지만 사냥에는 제법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개 중에서 정면 승부에는 빈약한 쇼닉과 쵸우지의 경우에는 코카트리스와의 전투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모를 정도였다.
뭐, 그렇다고 해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속도 능력이 특화된 쇼닉은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 뿐이지, 도주 능력 하나 만큼은 발군이였고, 쵸우지는 여간한 공격은 토끼발의 축복과 가호 버프로 무시하는데다가 치명타는 맞을 일이 없을테니까.
허나 1+1은 2라는 공식은 치열한 전투 속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법칙이다.
특히나 미스터리와 보스의 격을 갖추고 있는 몬스터 패밀리들이 지닌 특수성은 결단코 무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또한 크론은 몬스터 패밀리들 중에서도 상성이 좋은 녀석들로 엮어서 공격을 명령한 상태다.
실제로 녀석들의 전투 방식만 봐도 시너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구를 착용하지 않았음에도 스텟적인 우위를 지닌 하리보는 육체 조작을 통해서 쵸우지의 몸에 들러붙어서 육탄 전차의 파괴력과 속도를 끌어올렸고, 좀은 무슨 야구 선수마냥 쇼닉을 집어던지면서 가속도에 따른 추가적 데미지와 함께 생긴 틈을 비집고 기가 슬래시를 꽂아넣는 방식으로 딜교를 진행하고 있었다.
꿈틀이와 장고의 경우에는 거대한 코카트리스를 서로 먹고 뱉고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은 심히 불쌍했기에 넘어가기로 하자.
재벌59세 : 저 치킨은 못먹겠구만.
고든 렘지잉 : 음, 이 음식은 최악일세
슈가맨 백종철 : 이래서 장사 해먹겠어?
이제는 치킨으로 구별되는 코카트리스의 운명이다.
"그만 끝내줘야겠구만."
새삼스럽지만 전투는 빠르게 끝내면 끝낼 수록 좋다.
그래야 이후의 사냥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법이였으니까.
크론이 마음먹고 전투에 참전한 이후부터의 진행 속도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110레벨의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20강에 이른 유니크 무기는 코카트리스의 뚝배기를 여지없이 뒤흔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꾸아아아악······."
마지막으로 꿋꿋이 버티던 코카트리스 마저도 처리한 크론과 몬스터 패밀리들은 먼지 투성이가 된 몸을 털어내면서 전투의 잔재를 흘려보냈다.
"휘유, 많이도 올랐다."
상당한 레벨을 자랑하는 몬스터답게 주어지는 보상도 풍족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보통 88레벨의 유저라면 레벨업을 위해서는 밤낮을 불태우면서 뛰어다녀야 하지만 크론은 그럴 필요가 없다.
몬스터는 쇼닉이 데려오면 되는 일이고, 자신은 고강화 무구를 바탕으로해서 손쉽게 사냥에 나서면 되는 것이였으니까.
하긴 보통의 유저였다면 30레벨이나 차이나는 몬스터를 누가 혼자서 사냥할 엄두를 내겠는가.
솔직한 말로 조금 돌아가더라도 무난한 방법을 선택하기 마련일 텐데 말이다.
허나 크론은 고강화 무구들 덕분에 굳이 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보다 월등히 강력한 적이라고 해도 데미지가 크게 안박히는데다가,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것이였으니까.
그리고 자신보다 월등히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어지는 보상 중에서도 크론의 마음에 가장 드는 것은 풍족한 경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