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지하 도시(1)
"어휴, 더워 죽겠네 진짜."
크론은 신경질 적으로 판금 갑옷의 덮개란 덮개는 죄다 열어서 환기부터 시켰다.
물론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기는 커녕 진뜩하게 붙는 뜨거운 바람만 들러붙었다.
"개발자들도 참 고생이 많네. 사막 필드까지 구현할 줄이야."
현재 크론의 주변에는 숲은 커녕 잡초 한 가닥도 자라나지 않고 있었다.
황폐한 사막의 날씨.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앞서나간 결과 황무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도 수풀들이 무성한 숲과는 달리 주변이 훤히 보인다는 점 하나는 황무지 지역의 장점으로 손꼽을 수가 있다.
적어도 시야로 보는 한 기습을 당할 확률은 저조하다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다만 단점으로는 나침반이 없다보니 주변의 지리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부분과 사막 지역답게 더위와 갈증이 상당하다는 점이었다.
"이러다가 칼에 맞아 죽는게 아니라 갈증에 뒤지겠다."
갈증에 죽음을 겪는다니······100명의 유저와 백검을 이긴 명실공히 최강 유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이 부분의 해결사는 뜻밖에도 우리의 쵸우지 센세였다.
"뀨!"
[쵸우지가 주인을 부릅니다.]
행운의 상징인 토끼발의 화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쵸우지답게 토끼의 감각 확대 능력은 그야말로 달인 부럽지 않을 정도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사막에 고립되면 아무것도 못하고 말라 죽는 운명에 처하겠지만 행운이 따라주는 쵸우지 였기에 순식간에 오아시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처음에는 신기루라도 보는 것 같아서 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허나 몬스터 패밀리들 또한 크론과 마찬가지로 모두 갈증이 상당히 심했던 것인지 크론이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지들끼리 뛰어가서 오아시스의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얌마. 니들은 찬물도 위 아래가 있는 것도 모르냐?"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는 크론에 좀과 하리보는 알게 뭐라는듯 벌컥벌컥 물을 흡입했다.
하긴, 녀석들도 탈수 직전이였으니까.
"큐르르르."
[장고가 기운을 내라고 합니다.]
"하, 그래 너 밖에 없다."
그래도 장고 녀석은 찬물을 구별할 줄 아는 녀석이니까 다행이다.
장고의 몸을 거쳐서 적절한 차가움이 배가된 오아시스의 물은 그야말로 극찬을 해도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하지만 워낙 목이 텁텁했던 크론은 천천히 즐기다가는 환장할 수도 있었기에 다급히 마셨다.
물을 급하게 마시면 급격한 탈수 증세가 올 수 있지만 알 게 뭐야.
당장 죽겠는데 말이다.
"키야 물 맛 좋다."
꺼끌꺼끌 했던 목구멍이 세척된 기분에 행복을 만끽할 때였다.
크론이 시원한 청량감을 느낌과 동시에 알림음이 울렸다.
- 최초로 사막 필드에서 생명의 물 오아시스를 섭취하셨습니다. 칭호 '생명의 물을 받아들인 자(체력+8 갈증 면역력+10%)'을 얻었습니다. -
"대박인데?"
물 한 모금 먹었을 뿐인데 칭호를 얻다니, 완전히 꿀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확실히 이러한 점이야말로 더 리셋 월드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히든 클래스같은 것으로 밸런스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유일 스킬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최초로 무언가의 업적을 이루었을 때 보상이 결코 약하지가 않다.
이러한 부분이 존재했기에 실제로 몇몇 유저들은 캐릭터의 성장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 탐험에 중점을 두는 요상한 녀석들도 존재하기는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크론처럼 이런 지역에 먼저 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까지 오면서 크론이 맞닥뜨린 몬스터들의 숫자만 해도 네 자릿수를 넘어가는데다가 대치 했던 몬스터들의 레벨 역시 기본이 70을 넘었으니 다가오기도 전에 몬스터들의 밥이 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시간이 지날 수록 유저들의 성장도 가속될 테니 이곳까지 올 수야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고강화 무구의 가호를 받고 있는 크론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혜택이었다.
"사회 생활이든 게임이든 간에 뭐든지 앞서나가는 자가 독식하는 법이지."
실제로 여기까지 오면서 크론은 총 23개의 칭호를 얻은 상태였다.
그 중 20개가 전투에 관련된 칭호였고, 3개는 방금 처럼 오아시스의 물을 마시는 등의 특정한 행동을 취함으로서 얻은 칭호였다.
"후, 일단 사막 필드가 계속 될 것 같으니까 물은 보관해두는게 좋겠지."
남들이라면 빈 병으로 물을 채워야겠지만 크론은 그럴 필요성이 없다.
자신에게는 주인을 챙길 줄 아는 효자 장고가 존재했었으니까.
"장고. 최대한 보관할 수 있는 만큼 부탁할게."
"큐르르르-"
덜컹- 덜컹-
장고가 나서자 오아시스의 넘쳐나던 물이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보통의 미믹 몬스터였다면 어느정도의 한계선이 존재하겠지만 장고가 누구던가.
미믹 종족으로서 미스터리의 격을 갖춘 녀석답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것이 장고였다.
심지어 신선도 보장이라는 스킬 덕분에 물이 증발되거나 음식이 썩을 걱정도 없었으니 쓰기에 따라서는 몬스터 패밀리 중에서는 단연 톱이었다.
"역시 네가 최고야."
"큐르르."
[장고가 부끄러워합니다.]
크론은 오아시스를 완전히 동내버린 장고를 보면서 엄지를 세워보였다.
확실히 특성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몬스터 종류는 사냥하는 것보다는 길들이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잘 키운 미스터리, 열 네임드 부럽지 않다고.
그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주지 않던가.
그렇게 사막 필드에서 가장 문제거리라고 여겨지던 식수를 해결했으니 크론은 한층 여유롭게 행동에 나설 수가 있게 되었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한껏 여유가 생긴 크론은 씩 웃으면서 코멘트를 날렸다.
사막에 혼자 남겨져서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러한 것이 아니다.
현재 크론은 꾸준히 방송을 송출하는 중이였기 때문이다.
방송의 거의 대부분은 시청자들과 소통을 나누는 것보다는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인지 크론의 멘트에 곧바로 시청자들이 답변을 날렸다.
킹블리 : ㅇㅇ 한 마리 분양 가능?
재벌59세 : 미친놈.
저거너트 : ㅋㅋㅋㅋㅋ 욕먹을만 했네.
애니 : 나는 쵸우지 센세만 있으면 되는뎅.
크롱 : 저는 장고가 탐나네요. 농부랑 요리사가 직업이다보니 창고로 쓰면 딱인데.
"안타깝지만 제 밥벌이를 팔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들 전부 님들보다 쌥니다."
율희짱짱 : 팩트 폭격 지리고요.
재벌59세 : 명치를 제대로 가격하는구만.
크롱 : 털-썩.
크론은 빠르게 치고올라가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면서 흡족하게 웃음 지었다.
채팅이 많다는 것은 시청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는 이야기로 직결된다.
실제로 크론의 방송은 현재 1만 5천 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관람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트위찍은 전세계 유저들에게 송출할 수 있는 유명 플랫폼이기도 했고, 현재 크론이 진행중인 컨텐츠는 더 리셋 월드의 모든 유저들을 둘러보아도 오로지 크론만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유저들의 평균 수준으로는 이곳에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고 하드 유저들에 속하는 이들도 지금쯤이면 겨우겨우 쥬라기 베어정도를 잡고 있지, 100레벨 대의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사막 필드에는 발도 못 붙인다.
아무리 다수라고 할 지라도 몬스터 한 마리가 뜨는 순간 난리가 날 것이다.
고레벨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방어적인 능력이 뛰어난 데다가 거슬리는 특성들이 다수 존재했기 마련이니까.
그러했기에 크론의 방송이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몬스터 패밀리들과 크론만이 지닐 수 있는 시원스러운 액션과 쵸우지 센세의 대리 강화등과 같은 재미진 컨텐츠의 존재.
거기에다가 크론이 사냥하는 고레벨 몬스터들의 정보들도 미리 파악할 수 있으니 크론의 방송으로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제 좀 살 것 같으니까, 몹좀 몰아와라, 쇼닉."
"컹컹!"
재벌59세 : 양아치.
저거너트 : 그건 그런데 진심, 저건 동물 학대야. 주인이 아주 못돼먹었다니까. ㅉㅉ
리븡 : ㄴㄴ 동물이 아니라 몬스터니까 몬스터 학대라고 정정해주시죠. 불편하네요.
저거너트 : 아니, 님아. 진지충 등판 자제점요.
늘 그렇지만 몹을 몰아오는 역할은 언제나 쇼닉의 몫이었다.
그로인해서 몇몇 시청자들은 똥개훈련, 동물 학대등이라면서 비판이 일지만 어쩌라는 건가.
자신의 소유인 몬스터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서 활용하는 것 뿐인데 말이다.
또한 쇼닉은 자신이 맡은 몹몰이의 역할에 있어서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도 했다.
'나는 착한 남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란 생물은 본디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다.
@ @ @
스폰서들과 계약 이후 크론은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범인들처럼 동레벨 대의 몬스터를 잡는 것이 아닌, 고강화 무구와 또 그것으로 무장한 몬스터 패밀리들을 활용해서 자기보다 최소 30레벨은 높은 몬스터들을 사냥해왔다.
그야말로 한계의 굴레를 벗어난 사냥 덕분에 남들은 하루에 2레벨을 올리는 것도 쩔쩔매는 마당에 크론은 하루에 9레벨씩 올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간혹 네임드 몬스터들을 많이 마주치는 날에는 미친듯한 광업도 수시로 할 수 있었다.
자기보다 2~30의 레벨이나 높은 몬스터들을 하나 둘의 문제가 아닌, 대량으로 사냥한 덕분에 크론의 레벨은 88에 도달한 상태였으며, 몬스터 패밀리들의 경우에는 가장 레벨이 낮은 쵸우지가 83이였고 가장 레벨이 높았던 꿈틀이의 경우에는 95레벨을 찍은 상태다.
그러나 크론의 진정한 강력함은 단순한 레벨의 수치보다도 각종 유일 스킬과 칭호들의 독식이다.
고강화 무구라는 원동력을 토대로 크론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앞서 나갈 수 있었고, 그 부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그리고 이렇게 초반에 벌려진 한계는 시간이 지날 수록 좀 더 크론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었다.
애초부터 시간이라는 굴레는 크론에게 손을 들어주는 실정이였으니 말이다.
"20강. 도달할 맛이 좀 나겠는데."
크론은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시초의 망치를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타임 리프를 있는대로 때려부은 결과 현재 크론의 시초의 망치는 강화의 최고 수치인 20강을 기록했고, 그 만큼 얻어지는 어드밴티지도 상당했다.
[+20 시초의 망치(유니크)]
- 행운이 따르는 대장장이가 온 힘을 다해 제작해낸 망치입니다. 생명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힘으로 인해 신묘하면서도 웅혼한 힘이 깃들었습니다.
* 착용제한 : 레벨 30이상
* 내구도 : ∞/∞
* 공격력 +1,093
* 힘 +60
* 체력 +80
* 손재주 +110
* 행운 +45
* 특수 행동(제작, 수리)가능
* 상위의 제작품 제작 확률 대폭+ 증가
* 절대적 파괴 저항(패시브) : 내구도가 소모되지 않습니다.
* 생명의 샘(패시브) : 체력을 80증가시킵니다.
* 대지모신의 가호 - 절대 권능(액티브) : 시전자 반경 1,000M내에 대지의 가호를 발생시킵니다. 시전자와 아군으로서 파티 및 종속되어 있는 대상의 모든 스텟을 50증가시킵니다. 이 능력은 절대 권능으로서 디스펠 계열의 해제 마법을 사용해도 해제되지 않습니다. 지속 시간 10분 쿨타임 24시간
유니크 등급과 노말 등급의 차이 때문인지는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초보자용 검과 강인한 강철 갑주와는 다르게 시초의 망치는 20강에 도달한 순간 '대지모신의 가호'라 불리우는 스킬이 추가적으로 부여되었다.
효과는 보다시피 모든 스텟의 50증가로서 개인적인 발동으로도 충분히 사기적인 스킬이었지만 크론이 테이머라는 부분을 잊어서는 안된다.
1000M라는 넓은 범위에 영향을 끼치는 데다가 몬스터 패밀리들에게 적용이 된다면 크론의 군세는 추후 엄청난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록 24시간이라는 상당히 긴 쿨타임이 흠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효과와 파격적인 부분을 따지자면 이 정도의 단점은 충분히 수용될 만 했다.
일종의 필살기 느낌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며 따지고 보자면 행운의 동전의 범위형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으니까.
"다음 목표로는 신체 분쇄자 20강이려나. 어떤게 개화될 지 궁금해지는 걸."
아직 17강인 신체 분쇄자를 바라보며 크론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의 타임 리프로 인해서 무기들이 어떻게 변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강해질 지 내심 호기심도 일었으니까.
"컹컹!"
때마침 저 멀리서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쇼닉의 울음 소리에 크론은 기다렸다는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에는 압도적인 강함이 한몫 단단히 잡아주는 부분이다.
"애들아 준비해라."
전투 준비를 정비하면서 크론은 눈가를 좁혀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정보를 파악했다.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몬스터의 정체는 수탉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벼슬을 뽐내고 있는 코카트리스로서 경험치로나 전리품으로나 제법 쏠쏠한 보상을 주는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