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키리 더 맨(5)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가 되면 스트리머도 성장을 할 테니 그 부분을 반영해서 재계약을 하면 되었으니까.
드림 컴퓨터.
과연 여러명의 스트리머들과 관계를 맺고있는 대형 스폰서 답게 스트리머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가막히게 잘 파고들고 있었다.
"최대한 조건에 부합했습니다. 충분히 만족스러우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화가 계약서를 내려놓자마자 이도현이 빠르게 치고들어왔다.
과연 대형 스폰서를 이끄는 수장답게 타이밍을 계산하는 능력은 타고났다.
"추후에 늘어나게 될 구독자의 숫자에 비례한 수익 구조도 추가했습니다. 혹시 불편하시거나 수정을 원하는 조항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아 수정할 곳은 전혀 없다고 자부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제화도 그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다.
"확실히 조건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계약 기간이 1년이라는 것도 그렇고요."
"그렇죠? 진짜 개념없는 스폰서들은 계약 기간을 3년에서 5년까지 잡는 녀석들도 있죠. 그런 녀석들은 악질입니다. 스트리머라는게 언제 어떻게 성장할 지 모르는데 계약 기간을 그렇게 오래 잡아버리면 완전히 뽑아먹겠다는 심보가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쉴새없이 입을 열먼서 혼을 빼놓는다.
그렇지만 제화도 나름의 대처 방안은 존재했다.
"다만, '신인'치고는 좋다는 것이지, '대형 스트리머'치고는 수익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 말대로 현재 제화는 방송을 시작한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 스트리머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제화를 '신인'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
크게 될 놈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옥튜버를 시작하자마자 구독자 수가 2만에 다르고 있는 것이 현재 제화의 크론TV다.
지금도 성장 속도가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고, 전 세계의 더 리셋 월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크론에 대해서 궁금증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한 것이 그 누구도 시도 못할 100:1을 실현시킨 유저였으며, 동시에 230만의 구독자가 넘는 1인 빅 미디어 스트리머인 백검에게서 홀로 승리를 쟁취한 유일한 유저이기도 했다.
그것이 몬스터들을 활용한 다구리든 뭐든간에 일단 혼자서 백검을 이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돋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뿐인가?
두 번 째로 올린 영상 역시 대리 강화를 통해서 유니크 무기의 12강을 성공시킴으로서 갓챠 확률에도 능통한 유저라고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상황이다.
전투도 잘하는 데다가 행운도 좋다.
거기에다가 쵸우지 센세와도 같은 미스터리 몬스터들의 존재 여부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은 유저가 매력이 넘쳐나는 존재가 인기 몰이를 하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경우였다.
"솔직히 묻겠습니다. 정말 저에 대한 가치가 이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제화가 정곡을 찔러넣었다.
이도현도 설마 이 정도로 강경하게 나올 줄은 예상 못한 것인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그들도 제화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가치는 높게 잡은 상태입니다. 확실히 신인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저는 최대한으로······."
"그렇다면 이번 계약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팬이라고 하셨는데 실망이 크게 느껴지는 군요. 사인은 그냥 휴지통에 버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원하시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고려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아쉬운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파는 법이다.
다급한 음성에 제화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우선 계약서의 조건에서 선 계약금 450은 필요 없으니 제외해주셔도 됩니다."
"초기 지원금인데 없으셔 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 돈이 급한 것도 아니다.
수중에 있는 돈도 여유가 있었고, 트위찍에서 후원받은 금액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쌓여있었다.
우선 밑밥을 깔은 제화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원하는 조건은 구독자 숫자에 따라서 지급되는 수익을 계약서의 명시된 금액의 3배로 수정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계약 기간은 1년이 아니라 6개월에 한 번씩 재계약으로 수정하도록하죠."
"3, 3배나 말입니까? 게다가 계약기간도 반토막이라니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뇨, 오히려 합당하다고 생각은 됩니다. 저도 이곳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제화님과 같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스트리머는 처음봤습니다. 유저 100명과 백검을 이기는 무력을 갖추고, 공식적인 선상에서 유니크 무기를 12강까지 강화에 성공하시기까지 하셨으니까요."
제화를 한껏 높여준 이도현이 이내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렇지만 보통의 첫 계약에서부터 이렇게 시작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형평성이라······.
확실히 얼버무리는 것에 있어서는 이것만한 무기가 없다.
그렇지만 겨우 그런 것에 물러설 것이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다.
"확실히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에 따른 무언가가 있어야 하겠죠. 그렇다면 한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제안 말입니까?"
"예. 한 달내로 구독자 50만을 찍어보겠습니다. 만약 달성하지 못한다면 1년 동안 드림 컴퓨터에 대해서 무료로 봉사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5, 50만 말입니까? 하, 한 달만에요?"
제화의 뜻에 도현이 당황한 듯한 뜻을 내비췄다.
오랫동안 스트리머 생활을 한 옥튜버도 아니고 이제 막 방송 시작한 지 이틀 된 스트리머가 한 달만에 50만 구독자를 찍는다고?
그게 말이 쉽지, 실제로 이루려면 진짜 장난이 아닐 것이다.
확실히 옥튜브는 전세계의 인구가 볼 수 있는 공통적인 글로벌 플랫폼이다.
수 천, 억이 넘는 인원이 옥튜브를 방문하며 여가생활을 보내기에 50만이라는 숫자는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옥튜브의 인기 스트리머들 중에는 200만을 넘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했고, 진짜 인기가 미쳤다고 봐도 되는 사과 파이는 6300만에 이르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가 초기의 리즈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톡톡 튀는 개성과 매력을 갖춘 이들은 많았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이 수 년의 세월을 투자하고 노력한 끝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의결과다.
그들 조차도 한 달만에 50만의 구독자를 찍을 수 있었던 이들은 그야말로 손에 꼽힐 정도로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순간적인 정보로 뇌에 과부하가 걸린 도현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진짜 별에 별 스트리머들을 만나본 도현이었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솔직히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멋있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그도 한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남자인 이상 야망이 있는 이의 포부를 듣는 것은 썩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제화가 한 달 내로 진짜 50만 구독자를 보유하게 된다면 현 계약서의 3배의 금액도 그렇게 크다고 볼 수는 없었다.
동시에 그러한 인물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면서 한 명의 동반자로서 지원을 해주는 점도 나쁘지 않다.
인기 있는 스트리머는 도와주는 만큼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었다.
"좋습니다. 조건에 맞도록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제화님께서 내세우신 제안도 계약서에 적어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 편이 편하시겠죠?"
"좋으실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제화는 당연하다는듯 웃어보였다.
당연히 이렇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초면부터 자신의 팬이라고 지칭했던 것만봐도 자신에 대해서 어느정도 사전 지식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장세를 따지고 본다면 신입 기준으로 3배의 금액은 오히려 싸게 먹힐 지경이다.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강하게 나선 것도 다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벌들이랑 키리의 호스트. 내 능력만 갖춰진다면. 50만은 기본이고, 100만도 가능하다.'
제화가 속으로 웃음을 머금는 사이 계약서는 제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끝나 있었다.
"내세운 포부를 믿고 앞으로 잘 지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인 계속 가지고 있는게 좋을 겁니다. 처음으로 해준 친필이니까요."
"아하하핫. 이거 백만장자되는거 아닙니까?"
그저 볼펜으로 휘갈겨있는 종이 조가리를 보면서 둘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헤어졌다.
"어디, 이번에는 육가공 안식처려나."
이도현이 가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푸짐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중년 아저씨가 들어섰다.
"반갑네. 조덕철이라고 하지. 육가공 안식처라고 고기 유통업을 하고있는 양반일세."
제화의 예상대로였다.
'육가공 안식처'는 그 이름 대로 수입산과 국내산의 육류를 다루는 대형 업체였다.
특수 부위등도 따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다가 내세우는 조건도 괜찮은 편에 속했다.
'쯧. 다들 나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당연히 '신인'치고는 좋은 금액을 내세웠기에 제화는 혀를 차면서 다시금 의견을 조율했다.
제화가 내세우는 구독자 50만의 포부를 들은 덕철의 반응은 이도현과는 사뭇 달랐다.
"허허허, 내가 잠시 잘못봤군. 자네같은 포부를 가지고 있는 젊은이라면 내 믿고 가도록 하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당황했던 이도현과는 다르게 조덕철은 넉살좋게 웃으면서 일절의 고민없이 승낙을 뜻을 비추었다.
"야망이 있는 남자라, 허허 좋지 좋아. 다만 너무 게임에만 매달리지 말고, 몸도 챙기도록 하게. 마음에 들면 더 좋은 고기로 챙겨주도록 함세."
제화가 마음에 들었는데 덕철은 계약 조건에 매 주 5KG의 특제 돼지고기를 붙여주는 조건도 추가해주었다.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 되실 겁니다."
육가공 안식처와도 무리없이 계약을 마친 제화는 이어서 2개의 스폰서와도 만남을 가졌다.
"하, 3배? 이거 너무 시건방진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만, 그런 무리한 부탁은 제 선으로 처리하는 것이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드림 컴퓨터와 육가공 안식처와는 달리 2개의 스폰서에서는 퇴짜를 놨다.
하긴 대형 업체인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흘러 넘치는 것이 1인 미디어를 하고있는 스트리머 였는데 제화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제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울며불며 매달려도 계약해주나 봐라."
지금은 아직 2만 명의 구독자지만 조만간 빠르게 치고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 제화였기에 크게 아쉬울 것이 없었다.
솔직히 지금의 스폰서와의 계약은 일종의 보험이지, 필수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시작이지."
제화는 앞으로도 수 많은 스폰서들과 계약을 치룰 것이다.
동시에 한형식을 중심으로 해서 선을 타고 올라가 재벌들과도 관계를 이어나갈 생각을 품고 있었다.
돈이 돈을 부르듯, 인맥도 인맥을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으니까.
"허니 커피랑 엔젤 마드모어. 너희 둘은 영원히 나한테 아웃이야."
제화가 품고 있는 가능성을 보지 못한 녀석들에게 협력 해 줄 이유는 없다.
그들은 돈은 잘 벌지언정 이도현과 조덕철과는 달리 사람 보는 눈은 한참 아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형편없었으니까.
"나쁘지 않아."
주문했었던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제화는 씩 웃었다.
이제부터 제화에게 남겨진 과제는 크론TV를 통한 방송 송출과 게임을 연계해서 돈다발을 쓸어담는 일만 남았다.
훗날 수 백만을 넘어가는 구독자를 갖추게 되는 순간 제화는 단순한 1인 미디어의 궤를 달리하는 대형 미디어 부럽지 않은 영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단순하게 스폰서들이 원하는 방송과 홍보용 배너를 영상에 추가 시키는 것만으로도 돈 방석에 앉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으며, 재벌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그들이 바라는 것을 츤츤거리면서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상당량의 후원을 노려볼 수도 있다.
"하아, 돈 벌기 참 쉽구만."
사실 이부분이야말로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연예인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인기를 상품화함으로서 꾸준하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는 상당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자, 우선은 일을 해볼까."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리머.
특히나 게임을 주 컨텐츠로 삼는 스트리머의 최고의 장점은 게임이 곧 수입과 직결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