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키리 더 맨(3)
"흠. 이왕 잘해드리는거 마음에 쏙 들게 해드리는 편이 더 좋겠지."
씨익 웃어보인 제화는 끝이 아니라는듯 대화의 주제를 하나 더 이어갔다.
[혹시 재료는 충분히 있으신가요?] - 크론
[쓸만한 건 없지만 원한다면야 구해줄 수는 있지.] - 한형식
[그렇다면 대장장이에 관련되어 있는 고급 재료들을 입수해주셨으면 합니다. 실은, 새롭게 시작할 방송 컨텐츠 중에서 대리 제작도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제가 직접 하나 원하시는 무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크론
[그렇게까지 해 주면 나야 고맙지만 강화도 공짜로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이러면 내 체면이 서지를 않아.] - 한형식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후원 해주신 금액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 크론
물론 이번 기회에 더 많은 후원을 해달라고 돌려말하는 셈이다.
재정 능력 하나 만큼은 탁월한 형식이였기에 무시 못 할 금액을 후원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흠, 좋네. 그렇다면 그 때의 내 성의는 후원으로 하도록 하지. 내가 좋아서 주는 것이니 거절하지는 말아주게나.] - 한형식
[감사히 받겠습니다.] - 크론
솔직히 그냥 현찰을 받는 것이 금전적인 부분으로는 더 이득이겠지만 길게 보면 열혈 회원으로 남는 것이 좋다.
종수야 어차피 자신에게 후원을 할 녀석이 아니지만 형식은 다르다.
건물주이자 금수저인 형식은 게임에 미쳤다기 보다는, 방송을 즐기면서 후원을 해주는 스타일이다.
동시에 후원 금액이 크게 터질 때마다 크론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가능성또한 높았다.
[그 밖에도 아이템을 직접 제작해서 팔거나 이벤트로 뿌릴 나눔할 예정도 있으니 방송에 종종 찾아뵈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게임을 같이 플레이 하시는 친구 분들과 함께 오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크론
[그래. 내가 아는 이들에게 제화 네 이름도 언급해주도록 하겠네. 그러면 그 때 보자꾸나.] - 한형식
제화의 또 하나의 목적인 재벌들을 끌어모으기도 성공했다.
건물주인 한형식이랑 알고 지내는 이들 또한 당연히 상당한 재벌들일 터.
그들과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제화는 돈방석에 앉는 것에 한 걸음 다가서는 일이다.
"일단 첫 문제는 해결했고."
제화는 다시금 코톡의 메세지를 하나하나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허언증이 가득한 관심종자들은 전부 삭제하고 차단까지 박아버렸다.
오로지 인증이 될 것 같은 사진이나 조목조목 설득성 있는 내용들만을 추리고 또 추렸다.
"하. 진짜 쓰레기 같은 것들 더럽게 많네."
수 백개가 넘는 메세지 중에서 쓸모있는 것은 고작 10개 안 팎이다.
새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얼마나 많은 관심종자가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되는 부분이다.
혀를 찬 제화는 쓸만한 정보들을 순서대로 읽어내려갔다.
[반갑습니다. BB회사 입니다. 스트리머님께서 순전히 영상에만 집중하실 수 있게 갖은 편의를 봐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혹시라도 생각이 있으시다면 모쪼록 좋은 답변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 BB회사 업무팀장 신현수
"내용은 좋긴 한데."
확실히 이런 쪽과 이어져서 계약을 하게 된다면 편하긴 할 것이다.
알아서 홍보해주거나 옥튜브의 수입인 달러를 편안하게 원화로 환전해주니까 영상을 올리는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허나 요즘 같은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적인 개념으로 뿌리박힌 사회에서 지원을 통한 선의는 없는 법이다.
제화가 다양한 편의를 얻게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로서 일종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나중에 자신이 관리하는 영상이 많아지게 된다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고작 2개의 영상만 옥튜브에 업로드 되어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굳이 영상을 홍보할 필요도 없이 지금의 영상들은 꾸준히 언급되면서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였다.
"아직은 아니야. 패스다."
솔직한 말로 지금의 제화에게 있어서 필요한 부분은 오히려 편의가 아닌 자금줄, 요컨데 스폰서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BB회사같은 종류의 업체와 연결이 되는 것은 적어도 구독자 수가 30만은 넘었을 때 하는 편이 이득이다.
판단을 내린 제화는 과감하게 BB회사의 내용을 삭제했다.
BB회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정보 2개를 더 넘기고 나서야 제화의 마음에 드는 정보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드림 컴퓨터를 운영중에 있는 사장 이도현이라고 합니다. 귀하의 영상을 보고 제가 꿈꾸는 이미지와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여 연락드립니다. 5대의 드림 컴퓨터와 소정의 금액을 지원해드리고 싶습니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연락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드림 컴퓨터
많은 이들이 오류를 범하는 것이 하나 있다.
가상현실게임이 등장하면 컴퓨터와 PC게임들이 사장 될 것이라는 예측인데 유저 숫자가 줄어들 뿐 결코 사라지지 않을 문명의 이기중 하나가 바로 컴퓨터다.
10년 전에 출시한 게임들도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으며 흔히들 고인물이라고 불리는 유저들이 랭커로서 자리를 잡고 플레이하며, 그 게임에 관련된 플레이 영상이 옥튜브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스마트폰이 생겼다고 해서 컴퓨터가 종말을 고하지 않았듯이, 가상현실게임이 생겼다고 해서 컴퓨터 시장이 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가상현실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에는 500만원이나 하는 거금을 투자해서 캡슐을 구해야한다는 점도 쉽게 넘어갈 부분이 아니였으니까.
"근데 컴퓨터는 어차피 종수 녀석 것도 있으니까."
컴퓨터의 증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추후에 방송에서 이벤트를 열어서 컴퓨터 나눔 이벤트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면 어느정도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에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 방법이 100%무조건 명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쉽게 모은 시청자들은 상당히 손쉽게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공짜로 돈이 생기면 흥청망청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스트리머 크론입니다. 보내오신 의견은 제 생각에 많이 일치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하나 의견을 드리자면 컴퓨터의 지원 대신에 돈으로 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크론
본디 이 세상의 진리는 돈이다.
그저 종잇 쪼가리에 불과한 것에 너무 목매는 것 아니냐고?
이거이거, 아직 헬조선을 너무나도 모르는 구만.
다른 곳도 아니고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곳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곳 대한민국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제화의 입장으로서는 컴퓨터를 받을 빠에야 돈으로 받는 것이 몇 배는 이득이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컴퓨터를 지원받으시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구독자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기도 좋고 말이지요.] - 드림 컴퓨터
"하, 이거 말귀를 못 알아 듣는건가."
속셈이 너무나도 뻔히보인다.
컴퓨터를 유통하는 업체인 만큼 계약 내용에 컴퓨터를 추가해서 계약금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냄새가 폴폴 풍긴다.
그렇지만 이러면 곤란하다, 이 말이야.
한참 뜨기 시작하고 있는 스트리머로서 슬슬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크론의 입장이다.
그렇기에 굳이 계약을 서둘러서 이룰 필요도 없을 뿐더러 질질 매달릴 생각도 없다.
자신은 '을'이 아닌 '갑'이 되는 것이 이번 목적의 가장 중요한 요점이였으니까.
[그렇다면 말씀은 없었던 것으로 하죠.] - 크론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침묵이 이어졌다.
분명히 읽었음으로 표시가 되었음에도 이도현은 답변을 하지 않는다.
아마 둘 중 하나겠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차단을 박았거나, 아니면 어느 쪽이 더욱 이득이 됄 지 저울질을 하고 있거나.
사실 제화로서는 크게 상관이 없다.
어차피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자신과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쉬운 것은 제화가 아니라 이도현일테니까.
솔직히 머리를 조금만 굴릴 줄 알고 돈을 벌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알량한 자존심이 얼마나 하찮은 것일지 알고 있을 것이다.
명색이 한 업체의 사장을 꿰차고 있는 인물이지 않은가.
후자였던 것인지 저울질을 끝마친 이도현의 급박한 답변이 도착했다.
[좋습니다. 말씀대로 계약을 하도록하죠. 가능하신 날짜와 시간대를 말씀해주신다면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드림 컴퓨터
하여간에 줏대 없기는.
그렇지만 그런 면이 있기에 업체를 성장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자존심은 사치였으니까.
"독소 조항같은 걸 넣는건 아니겠지?"
새삼 불안하기는 하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여차하면 계약서를 수정하면 되는 것이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엎어버리면 되는 부분이니까.
[청주 지역 모충동인데 찾아오실 수 있으십니까?] - 크론
[어디든 찾아뵈야지요.] - 드림 컴퓨터
[알겠습니다. 그럼 이 때 카페에서 뵙도록 하죠.] - 크론
[알겠습니다.] - 드림 컴퓨터
드림 컴퓨터와의 만남을 약속한 제화는 이어서 코톡을 살펴보면서 추가적으로 3개의 스폰서와도 일정을 약속했다.
쇳 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던가.
당일에 약속이 어떻냐고 묻자 그들의 입장으로서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좋았던 것인지 전부 수락했다.
이 부분 만큼은 다행이다.
제화의 입장으로서는 게임 캐릭터의 성장이 급한 실정이였으니 말이다.
"스폰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더 이상의 스폰서는 오히려 방송을 복잡하게 만드는 수가 있다.
어느정도의 선은 지켜나가는 마음가짐으로 과감하게 코톡을 삭제하던 도중 제화의 시선에 하나의 코톡이 유독 신경쓰였다.
[+5 혈옥을 다루는 사자의 손(유니크)]
- 과거에 피에 흠취했던 사자 다고스의 팔을 형상화한 건틀렛 입니다. 시전자의 생명력을 활용하여 다양한 공격이 가능합니다.
* 착용제한 : 레벨 38이상
* 내구도 : 133/133
* 공격력 +192
* 힘 +20
* 민첩 +20
* 체력 +20
* 피의 울부짖음(액티브) : 생명력 50~300을 소모하여 강렬한 사자후를 내뱉습니다. 소모한 생명력 수치에 따라서 피해량과 쇠약의 지속 시간이 증가합니다. 지속 시간 10초~30초 마나 소모 없음 생명력 소모 50~300 쿨타임 10분
* 비인혈조(토글/액티브) : 생명력 80소모 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무(無)속성 피해량 150%증폭. 명중시 100%확률로 대상에게 출혈 부여.
유니크 무기의 옵션과 착용자의 모습이 찍혀있는 사진.
혹시나 합성인가 싶었지만 보내온 대상의 이름과 캐릭터의 모습이 확연한 '키리 더 맨'인 것이 확인되어 있는 이상 속이려는 속셈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굳이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누군가를 사칭하는 노력까지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키리 더 맨은 제화도 어느정도는 알고있는 이였다.
제화가 대리 강화에 연관되어 있는 스트리머들을 조사 했을 때 가장 많이 검색되었던 존재가 키리 더 맨이었기 때문이다.
키리 더 맨은 레어+ 등급의 무구를 강화해서 12강이라는 놀라운 강화 수치를 공식적으로 방송시킨 인물로서, 강화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6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지닌 대형 스트리머였다.
물론 그와 동시에 무구 파괴자라는 별명 또한 가지고 있기도 했다.
많은 무구를 성공시킨 역사를 가진 만큼 많은 무구 역시 실패로 부숴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일으킨 제화의 일로 인해서 사실상 강화의 신이라는 타이틀은 빼앗겼다고 봐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