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키리 더 맨(2)
키리는 한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크론이라는 유저가 처신만 제대로 한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재벌들이 순수하게 크론에게 부탁만 할 리는 없었다.
돈을 부려서 게임에서 억압을 시켜서 자신들의 수중에 넣으려고 안간 힘을 쓸 수도 있다.
크론이 대장장이이자 테이머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이기에 제압해서 써먹는 다면 쓸만한 쾌락의 소요 물품으로 써먹을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다.
"쉽게는 안되겠지만."
그러나 크론을 얕봐서는 곤란하다.
어느정도 상식이 있는 재벌이라면 크론에 대한 조사 정도 쯤은 했을테고, 그들의 희노애락을 충족시키던 백검을 이긴 유저라는 사실쯤은 알아채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향으로 우회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무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재벌들은 현실에서 손을 쓰는 방법도 있다.
유그라드실에서 계정의 개인 정보를 제공해주지는 않겠지만 헬조선에서는 돈으로 안되는 일이 없었으니까.
법의 테두리는 어쩔거냐고?
앞서 말했듯 헬조선에서는 돈으로 안되는 일이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들먹이면서 크론을 압박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힘내라 새끼."
키리도 몇 번 거지같은 재벌들을 만났지만 오랜 경력으로 다져진 노련함으로 마수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크게 느낀 교훈 중 하나가 이 세상에는 별에 별 미친놈이 많고, 돈많다고 해서 전부 교양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있는 놈이 더한다고, 진짜 쓰레기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폭력은 기본 탑재고 대마초에다가 고급 춘약으로 여자들을 가지고 노는 새끼들도 많았다.
물론 미친놈이 들끓는 세상이라고 해서 돈 많은 것들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개 중에는 진짜 교양있고 비지니스를 할 줄 아는 녀석들도 상당히 있었으니까.
이에는 이, 돈에는 돈인 법이다.
그들이 자신을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듯이 키리 또한 돈으로 재벌의 인맥을 구했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으로 미친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아무리 미친놈들이라고 하지만 같은 재벌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법칙 정도는 알고있을테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크론에게 조언을 남겨주거나 할 생각은 없다.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것만큼 오지랖이 넓으면 좋을 것 없다는 것 또한 하나의 교훈중 하나였으니까.
"그나저나 진짜로 멋있는 놈이네, 이 새끼."
이미 영상을 끝까지 완주한 상태였지만 키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0강에서 12강으로 연속 강화하는 장면을 계속 되돌려보았다.
찬란한 성공 이펙트를 뿜어내는 장면은 절로 탄성을 내지를 정도였다.
"원래 12강이 이렇게 쉽게 되는 거였나."
키리도 12강까지 성공한 기록은 있었지만 그 전에 제물로 바쳤던 것도 상당히 많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갓챠이자 도박인 강화에 있어서 미신과도 같은 '제물'은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였으니까.
허나 크론은 함께 등장한 쵸우지 센세의 선택에 따라서 너무나도 손쉽게 강화를 성공시켰다.
그것도 무려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12강까지 도달시키는 결과를 내면서 말이다.
혹시나 싶어서 더 강화를 시도할까 내심 궁금하면서도 경각심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대리 강화를 통한 방송으로 강화의 도달 수치는 12강으로서 현재까지의 스트리머들 중에서도 키리가 최고로 높았다.
뭐 레어+ 등급이기에 유니크 등급과는 비빌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12와 13이라는 숫자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니까.
『본주님께서 요청하신 강화 수치는 여기까지입니다.』
"휴."
그나마 다행이게도 크론의 대리 강화는 12강이 끝이었다.
키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편으로는 유니크 무기를 12강까지 대리 강화를 맡긴 본주의 대담함과 뻔뻔함이 놀라웠다.
솔직한 말로 지금 유니크 무기를 5강 이상으로 마음껏 지를 수 있는 유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실제로 강화의 신이라고 칭해지는 키리조차도 유니크 무기는 6강 이상으로 쉽사리 강화를 시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내 무기도 어디가서 꿀리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키리의 무기인 '혈옥을 다루는 사자의 손', 줄여서 혈사자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이 놈 역시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유니크 등급의 무기였다.
명색이 대리 강화로 먹고 사는 스트리머인 만큼 소유하고 있는 무기 정도는 폼나야하지 않겠는가?
상당한 투자와 인맥을 통해서 겨우 구한 물건이였지만 차마 소멸의 위험도 떄문에 강화의 시도는 엄두도 못내고 5강에서 멈춘 상태였다.
창피하기는 하지만 한 번의 클릭으로 억 대의 돈이 날라간다면 손이 떨리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본능이지 않겠는가.
그것을 가장 잘 알고있는 키리였기에 새삼 저 대리 강화를 맡긴 본주가 부러웠다.
"씨발. 존나게 치고 올라가서 단숨에 랭커로 등극하겠지?"
12강의 유니크 무기.
그 가치는 수 많은 몬스터들을 학살하는데 확실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만약에라도 저런 거물급 아이템이 리셋 매니아에 올라가기라도 한다면 과연 얼마가 측정 될 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가 않는다.
수 많은 유저들과 재벌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는 더 리셋 월드는 석유 부자로 널리 알려져있는 맨수르도 플레이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키리는 크론의 마지막 영상에 떠오른 글귀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대리 강화를 맡기고 싶으시다면 적어도 지금 제가 강화를 시도한 이 아이템 못지 않은 물건을 가져와주셨으면 합니다.』
실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조금만 내용을 해석해보자면 사실상 유니크 등급의 무구를 가지고 와야지만 대리 강화를 생각해보겠다는 소리와 일맥상통 했으니까.
그렇기에 키리는 마음 한 편으로는 크론에게 자신의 무기, 혈사자의 대리 강화를 맡기고 싶었다.
사실 이것은 그의 스트리머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명색이 옥튜브의 강화의 신으로 재림하던 이 키리가 다른 놈에게 강화를 맡기는 꼴이였으니까.
"하. 자존심이 무슨 밥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키리는 자존심보다는 성장을 선택했다.
솔직히 유니크 무기를 12강까지 제물도 없이 다이렉트로 성공시키면 저 정도로 오만해도 되지 않겠는가?
실제로 그 힘의 여파로 쵸우지 센세의 팬카페도 생겨나고 있었으며, 옥튜브의 영상은 꾸준하게 조회수를 올려가며 갱신중에 있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하더라도 크론TV의 성장력은 얼마 안 가서 옥튜브를 크게 흔들 것이 자명했다.
64만의 구독자를 지니고 있는 키리조차도 초기에는 크론 만큼의 성장력을 갖추지 못했었고, 여태까지 스트리밍을 하면서 크론 수준의 매력을 보여주는 옥튜버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다.
"아니, 어쩌면 제 일의 옥튜버가 될 수도 있겠지."
237만의 구독자를 지니고 있는 백검조차도 꺾었으니 64만의 키리가 비빌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있다.
자신은 텃세를 부리는 꼰대가 아니였기에 크론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생각했다.
『대리 강화 및 대리 제작 문의는 코코아톡 : zmfhs으로 친추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영상에 적혀있는 크론의 코코아톡을 보면서 키리는 무의식적으로 친구 요청을 했고, 자신에 대해서 소개글을 보냈다.
혹시나 싶어서 자신을 인증할 수 있는 셀카도 함께 찍어서 보내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코톡의 세계에서는 남을 사칭하는 관심종자가 많다는 것쯤은 기본 중의 기본 이였으니까.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하는 법이지."
키리는 자존심을 버리고 크론에게 자신의 혈사자의 대리 강화를 맡기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 이전에 미리 방송의 컨셉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열혈 회원의 유니크 무기인 '화염의 꽃'은 자신이 대리 강화를 시도했다.
유니크 무기를 강화함으로서 인기를 끌어모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자신의 무기를 강화할 엄두는 나지 않았으니까.
"나만 빼고."
훗날의 이야기지만 열혈 회원의 자랑스러운 '화염의 꽃'은 순조롭게 8강을 시도하는 순간에 거짓말같이 소멸했다고 전해진다.
@ @ @
"나쁘지않아. 확실히 종수가 사람 볼 줄은 안다니까."
옥튜브에 올라간 자신의 2번 째 영상인 대리 강화를 보면서 제화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CG처리와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서 영상의 시간을 줄이면서 질을 상승시켰다.
거기에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임팩트 있는 효과와 브금의 조화는 옥튜브의 수 많은 영상들 중에서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우우웅- 우웅!
"그 새를 못참고 또 연락이 왔네."
연신 진동으로 울어대는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처리하고는 코코아톡을 살펴보았다.
"쯧. 하여간에 대한민국은 관종이 너무 많아사 탈이야."
제화는 짧게 혀를 찼다.
자신의 첫 번째 영상과는 다르게 두 번째 영상은 대리 강화와 대리 제작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설정해서 코코아톡의 아이디를 남겨둔 여파다.
별에 별 어그로를 끌어대는 코톡 내용들을 빠르게 차단하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제화의 주름은 다시금 원상복귀 되었다.
제화는 자신의 코톡 아이디를 아무런 생각없이 올린 것이 아니다.
어그로들을 쳐내면 결국 남는 것은 제화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관종들을 제외하면 쓸만한 내용도 상당량 존재하고 있었다.
우선 가장 첫 번째로는 종수의 아버지인 재벌59세와의 연락이 닿았다는 부분이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는 허위 제보도 잔뜩 있었다.
제화가 대리 강화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내뱉었던 재벌59세의 대리 강화를 진행해 줄 수 있다는 발언 덕분에 재벌59세를 사칭하는 코톡의 요청이 수 십, 수 백개는 온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재벌59세가 이미 종수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제화는 가짜 제보나 쓸모없는 것들은 전부 차단과 함께 삭제를 실행했다.
[나 재벌 59세일세. 내 아들이랑 친하게 지내줘서 늘 고맙네.] - 한형식
[아닙니다. 아버님께서 게임에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 크론
[허허. 다른 건 몰라도 가상현실게임이다 보니까 흥미가 동하긴 하더군. 아이템을 맞춰나가는 과정도 만족스럽고 말이야. 내가 강해지는 기분도 좋고 말이야.] - 한형식
다른 시청자들과는 달리 재벌59세와는 돈독한 연을 이어가는 편이 좋다.
현재 제화의 첫 열혈 회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재벌59세는 따지고보면 자본줄로서 자신의 숨겨진 무기나 다름 없는 셈이니까.
실제로 수 많은 스트리머들의 열혈 회원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방송 초창기 때부터 인연이 이어져온 경우가 왕왕 있었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니까."
형식에게서 퍼져나오는 템귀를 바라는 냄새에 크론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종수 녀석이 아이템에 환장하는 것은 아마도 아버지의 DNA를 짙게 타고났기 때문이리라.
[흠흠. 그래서 말인데 제화군 하나 부탁을 해도 되겠나?] - 한형식
[말 편하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 크론
[그렇다면 제화라고 부르도록 함세. 허허허. 실은 말이야, 내가 요즘 입수하게 된 유니크 등급의 무기가 있어서 말일세.] - 한형식
잠시 텀을 둔 형식은 채팅을 이어나갔다.
[강화를 해두기는 했는데 좀 더 강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있어서 말이지.] - 한형식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만족스럽게 강화시켜드리겠습니다.] - 크론
[정말 그래도 되겠나?] - 한형식
[미리 약속도 했지 않습니까. 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녀석 아닙니다.] - 크론
[허허허, 마음에 드는군. 그래, 돈은 얼마 정도면 괜찮겠나?] - 한형식
[돈은 괜찮습니다. 그냥 제 방송을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 크론
방송을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제화의 입장으로서는 큰 이득이다.
애초에 돈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 방송에 찾아와서 상황에 따라서 상당한 금액을 후원해주는 것이 바로 큰 손이자, 열혈 회원이었으니까.
무엇보다 금수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절친인 종수의 아버지라는 부분에서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