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68화 (68/122)

# 68화.

강화의 신(3)

"뀨웃?"

크론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강화'를 소리쳤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정해진 대로다.

- 강화를 성공했습니다! +10 안개의 식인꽃을 얻었습니다. -

우깽이 : 오오오! 믿습니다 쵸우지 센세!

주문은 쵸우지입니까 : 쵸우지 센세. 아니, 쵸우지 카미사마!

소렌 : 윽, 크흐흑!

재벌59세 : 너는 왜 울고있냐?

이제는 하다하다 쵸우지에 대한 신앙까지 생길 정도다.

『소렌 : 정말, 크흑, 고, 고마워어엉 어흐흑!』

채팅창에 이어서 귓속말 연타를 때리기까지하니 소렌이 눈물을 흘려대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다.

여간해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 녀석인데 어지간히도 기쁜가보다.

하긴, 10강 유니크 무기.

크론도 타임 리프가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귀한 아이템일테니까.

'흐음······.'

생각외로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크론은 잠시 고민했다.

확실히 자신이 약속했던 10강은 도달한 상태다.

여기서 더 강화를 지속한다면 우선 잃게되는 것은 당연하게도 타임 리프의 횟수다.

크론은 하루에 30번의 제한력이 생성된다.

하루라고 해서 딱 정시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크론이 인지하는 순간 24시간을 기점으로 생겨나는 개념이다.

그리고 굳이 세지 않더라도 제한력이 몇 번 남았는지는 몸이 알아서 기억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여하튼간에 앞서 말했듯이 잃게되는 것은 타임 리프의 횟수다.

우선 10강까지 가는 동안 총 4번의 실패가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강화는 고강화로 갈 수록 성공 확률히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마도 여기서 더 시도한다면 소모할 타임 리프의 횟수도 한 번은 생각해 볼 문제다.

'하지만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잃는 것을 따져보았듯이 얻는 것도 따져보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강화를 더욱 시도한다면 확실시 되는 것은 소렌으로부터 뜯어낼 금액과 신뢰가 더욱 두터워진다는 것이다.

소렌이 강해지는 것도 크론으로서도 썩 나쁜 조건은 아니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현재도 이렇게 들끓고 있는 분위기인데 더욱 강화를 성공시킨다면 스트리머로서의 크론의 입지를 좀 더 확고하게 굳힐 수가 있게된다.

쿨라우에게 보내게될 영상의 질도 향상될테니 당연하게도 옥튜브에 올라갈 영상의 인기도 한 껏 올라갈 것이었다.

크론의 고민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시도하는 편이 좋겠어.'

어차피 타임 리프의 제한력이야 하루가 지나면 다시금 생성되는 데다가 지금의 크론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길들인 몬스터 패밀리들의 힘도 그렇고 크론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본신의 힘도 타 유저들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압도적이다.

랭킹 1위인 백검도 발랐으니 사실상 개인전으로 따져봤을 때 크론을 이길 수 있는 유저는 더 리셋 월드 전체를 뒤져봐도 없다.

하루 정도의 타임 리프는 스트리머로서의 입지를 올리는 편이 좋다는 결론으로 도출되었다.

크론은 우선 감명 스킬을 통해서 쵸우지에게 명령했다.

[쵸우지 육탄전차.]

"큐우우웃!"

쵸우지가 커다란 귀를 팔랑팔랑 거리더니 이내 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명백한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

그렇지만 모습은 사람들이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법이다.

"오오옷! 쵸우지 센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과장되게 반응하는 것은 스트리머로서의 미덕이다.

힐끗 채팅창을 살펴보자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당황했다.

하긴, 풀만 뜯던 순해보이던 녀석이 갑자기 괴물마냥 부풀어올랐으니까.

"행운이 넘쳐 흐르는 상태입니다! 지금의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되겠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연기였지만 어쩌겠냐, 제대로된 연기를 배우지를 못했는데.

그래도 당황한 시청자들 덕분에 이 방법이 나름 먹히고 있었다.

"강화. 강화!"

크론은 주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2연속으로 강화했다.

그 과정 속에서 자그마치 11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타임 리프로 점칠된 사기극 덕분에 제대로된 시간을 거친 시청자들의 눈에는 2번의 성공만이 방송을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

시청자들은 그저 입만 벌린채 12강에 도달한 안개의 식인꽃의 옵션을 확인하기 바빴다.

유니크 등급의 +12 안개의 식인꽃의 옵션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요기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방송은 나 밖에 없을 거다.'

12강은 본디 스트리머들이 가장 높게 강화를 성공한 수치다.

허나 그것도 레어 등급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으로 12강을 찍는 것을 방송으로 송출시키는 것은 현재까지는 전대미문의 일이다.

처음에는 3천의 시청자들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8천 명에 이르는 인파로 늘어난 상태다.

지금도 꾸준히 시청자들이 유입되어가고 있는 상태였으며, 그들 모두가 한 입을 모아 쵸우지 센세를 외치고 있었다.

보마나마 터질 때까지 강화를 시도하라고 요청하는 모습이지만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여기서 굳이 더 강화를 시도할 필요성은 없다.

이미 타임 리프도 이미 절반에 해당하는 15번이나 사용한 상태이기도 했고 더 강화를 시도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목을 과도하게 끄는 방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무난했으니까.

뭐, 사실 이미 적당한 선은 가뿐하게 넘어거린 것 같기는 하다만.

"본주님께서 요청하신 강화 수치는 여기까지입니다."

재벌59세 : 재밌게 잘봤습니다.

우라늄 : 더 강화하면 안될까요?

기미마스 : 그냥 더 지릅시다. 본주님 보고 있어요? 까짓거 더 달리자고요.

애니 : 네 무기 아니라고 말하는 꼬라지보소. 이런 앙마같은 생퀴.

물론 시청자들의 입장으로서는 그런 것 알 빠 아니겠지.

그들은 안개의 식인꽃이 터지거나 어디까지 갈 지 궁금할 뿐이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20강 까지 달릴 꼴이였기에 크론은 쵸우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제지에 나섰다.

"쵸우지 센세의 기력도 다 한 상태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방송 때 봅시다."

후원받은 현금과 옥튜브로 만들어낼 영상감도 충분히 뽑았기에 크론은 방송을 종료했다.

이대로 더 질질 끌다가는 시청자들의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정도로 기세가 거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쩔?

방송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크론이였고, 자신이 마음에 안들면 종료 한 번 누르면 되는 건데 말이다.

본디 이런 것은 기가막힌 타이밍에 끊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었다.

12강에 이르게된 안개의 식인꽃을 보며 크론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크론 : 얌마. 너는 나한테 엎드려서 절을 해야할 거다.』

『소렌 : 암요, 평생을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걸로 소렌에게 확실한 빚을 짊어지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소렌의 길드인 베히모스를 움직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과 연관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활동으로는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크론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몸이 한 개인 이상 한계란 존재하는 법이였으니까.

[+12 안개의 식인꽃(유니크)]

- 사람을 잡아먹는 안개의 식인꽃의 정수를 모아서 제작한 신묘한 힘이 깃든 단도입니다. 시야를 흐리는 안개를 생성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성된 안개는 사용자가 아군으로 인지한 대상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착용제한 : 레벨 39이상

* 내구도 : 188/188

* 공격력 +350

* 힘 +15

* 민첩 +65

* 체력 +20

* 마력 +30

* 식혈食血(패시브) : 생명체를 죽이거나 생명력 100을 제물로 바칠 때마다 민첩 스텟이 5증가합니다. 전투 종료후 1분뒤 해제 최대 중첩 10

* 안개의 늪(액티브) : 시전자 반경 250M에 안개의 늪 필드를 생성합니다. 적 개체로 인식된 이의 시야를 흐리며, 이동 속도를 35%저하시킵니다. 지속 시간 7분 마나 소모 300 쿨타임 20분

"확실히 강화시킨 보람이 있네."

대리 강화를 시작하기 전인 5강의 안개의 식인꽃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옵션의 상승폭이 놀라울 정도다.

게다가 이번의 강화에서는 타임 리프를 나름 적게 사용한 편에 해당된다.

이전에 현재 14강에 이르는 신체 분쇄자를 12강까지 강화하는데 크론은 26번의 타임 리프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의 안개의 식인꽃은 고작 15번만으로 띄워낸 것이다.

이렇게 되니 새삼 쵸우지의 행운이 진짜로 영향을 끼친 것만 같은 기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사람들이 미신을 믿게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1%의 확률이라고 하더라도 미신이 따라준다면 성공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이 사람인 법이니까.

"고생했다 쵸우지."

"큐웃!"

[쵸우지가 칭찬을 원합니다.]

오늘 영상에 지대한 공헌을 한 쵸우지의 머리털을 헝그러트리며 크론은 찍은 영상을 통으로 쿨라우에게 보냈다.

"2번 째 데뷔전을 치루어볼까."

새롭게 올라가게 될 옥튜브의 2번 째 영상 컨텐츠, 대리 강화.

훗날 강화의 신의 강림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전설이 불러올 파장은 크론의 예상을 아득히도 뛰어넘었다.

@ @ @

"미친거 아니야 이거?"

크론이 보내온 통짜 영상 40분.

사실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내용은 하나같이 감탄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일단 시작을 끊을 때 부터가 5강의 유니크 아이템을 시작으로 했으며 마지막에는 무려 12강의 유니크 무기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이룩해냈다.

단순히 노강 유니크 아이템도 부르는게 돈인데, 12강까지 강화를 성공시켰으니 이건 진짜로 부르는게 값인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이거 어디를 끊어내서 편집할 지 부터가 문제네."

보통 40분에 이르는 긴 타임의 영상은 옥튜브에서 꽤나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전부 보기도 전에 나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자고로 영상을 어떻게 다듬어서 인기를 끌어내게 만드는 것에는 영상 편집자의 기량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크론이 보내온 영상에는 속칭 하이라이트라고 부를 만한 장면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우선 5강부터 한 개씩 강화를 성공해서 12강까지 이르는.

즉, 7번의 강화를 치루었으니 40분의 영상 속에는 총 7번에 이르는 하이라이트가 들어가 있는 셈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쵸우지라고 불리는 귀여운 토끼가 귀엽게 양상추를 먹어치우는 먹방과 몸을 부풀려서 거대 솜사탕이 된 부분도 적절하게 끼워넣는다면 인기를 끌어모으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다.

"크론 이 사람은 무슨 제물도 안바치고 당연하다는 듯이 강화를 질러대네."

보통의 스트리머라면 강화를 지를 때 제물이라고 칭해지는 버리는 무구를 강화에 던져서 터트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렇지만 크론이라는 스트리머는 그런 것 따위가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강화에 던지는 족족 성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듯 강화가 성공했으니까.

행운이 따르는 남자라는 것은 종수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지만 진짜로 놀랄 노자다.

"그나저나 컨셉 하나는 제대로 선택한 것 같네."

영상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토끼형 미스터리 몬스터인 쵸우지다.

통칭 쵸우지 센세에게 강화의 성공 유무의 조언을 바라는 부분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어느정도의 재미를 이끌어냈다.

"풋. 소라고동님이냐."

나름 진부한 전략이기는 하지만 요즘같은 스트리머 세계에서는 꽤 먹히는 편이다.

솔직히 스트리머가 무미건조하게 '강화'만 외치면서 대리 강화를 한다면 그게 무슨 재미겠나.

적절한 컨셉과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트리머야 말로 지금 같은 1인 미디어 세계에서 살아남는 비법일 것이다.

특히나 쵸우지와 같은 몬스터를 길들이고 있는 테이머는 크론이라는 유저가 최초일 테니까.

"크론. 정말 신기한 사람이야."

실력있는 대장장이인 데다가 격을 갖춘 몬스터들을 거느리고 있는 테이머. 그러면서도 유저들과 난투전을 펼칠 정도의 전투력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그 유명한 일성 백검에게 승리를 거머쥐었으니 이 부분은 그 누가 오더라도 항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옥튜브 전문 영상 편집자 쿨라우.

현실쪽으로는 주미란의 이름을 사용하는 그녀는 크론이라는 유저의 영상을 자신의 손끝으로 다듬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절로 두근거렸다.

영상의 질과 자신의 영상 편집 실력이 합쳐진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가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30만 정도의 조회수는 기본으로 먹고들어가리라 예상되었으니까.

실제로 크론의 첫 영상인 깽판물은 수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현재 2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50만을 찍는 일도 머지 않았으리라.

물론 옥튜브의 수 많은 영상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높은 조회수는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크론은 아직 신참 스트리머라는 부분을 말이다.

처음 시작부터 이 정도의 클라스를 보여주는 스트리머라면 추후에는 한국을 넘어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칠 수 있는 인기 스트리머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팬심으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자신의 흥미를 이렇게까지 끌어내는 인물은 미란으로서도 정말로 오랜만이다.

어떤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 만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차피 자신과 크론과의 관계가 그렇게 돈독한 것도 아니였고 돈을 받고 영상을 편집해주는 일종의 비지니스 관계였으니까.

다만 만나고 싶은 것은 그저 영상 편집자로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영상을 수시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을 만나보고 싶은 일종의 호기심이였으니까.

"솔직히 이런 친구를 사귀고 있는 종수 오빠가 부럽기는 하다."

영상 속에 나오는 대리 강화의 물품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종수라는 것을 미란은 알고있다.

같은 길드에 속해있는 유저다보니 늘 자신에게 자랑하는 것을 보기도 했으니 베히모스의 길드원이라면 방송을 접하는 즉시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해먹으려는 생각은 없다.

종수는 소규모 정예 길드인 베히모스의 중축이였으며 금수저다.

꼰대끼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 사람은 끔찍이도 아끼는 종수였기에 종수가 안개의 식인꽃의 주인이라는 정보는 유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다.

헬조선에서 금수저 건드려서 좋은 꼴 볼 가능성은 0%에 수렴하니까.

"후. 일단은 집중하자, 집중."

지금 중요한 일은 영상을 편집하는 것이다.

자신이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인 이상 작업의 퀄리티를 떨어지게 만들 잡념에 사로잡히면 안될 노릇 아닌가.

짜악-!

강하게 자신의 볼따구를 내려친 미란은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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