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강화의 신(2)
그 유명한 백검조차도 소멸 위험이 있는 6강 이상으로는 도전하지 못하고 5강을 유지하고 있었던 신체 분쇄자가 아니던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야 백검이 사용하던 신체 분쇄자는 지금 나의 애검愛劍이 되어있는 상태였으니까.
지금은 그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해져서 14강이 되어있는 상태였으니 아마 이것을 백검이 본다면 광견병걸린 발발이처럼 덤벼들 것이었다.
여하튼 앞서 말했듯이 더 리셋 월드의 스트리머의 대리 강화중 가장 높은 등급은 레어 등급이였고 그마저도 최고로 높게 강화를 성공한 경우는 13강으로 알려져있는 실정이다.
'슬슬 시작해볼까.'
어느덧 3천 명에 이르는 시청자가 접속했고, 채팅창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개 중에는 서둘러서 강화를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기에 더 이상 간을 보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 이번에 맡은 대리 강화의 물품은 이것입니다."
크론이 내민 안개의 식인꽃의 옵션을 본 시청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올마이트 :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킹블루 : 우와······유니크 아이템 개쩐다.
재벌59세 : 급이 다르군.
만물상을 꿈꾸는 거지 : 이거 진짜 지를 거에요? 터지면 본주 최소 접을 각인데 ㅋㅋ
스파이트 : ㅋㅋ 접기 전에 크론님한테 고소장 접수할듯.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였다.
대부분의 유저가 처음보는 유니크 등급의 옵션에 감탄사를 흘리기 바빴고, 동시에 서둘러서 강화를 독촉했다.
뭐 그들의 마음이야 뻔하다.
빨리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소멸하는 것을 보고싶은 것이겠지.
시끌벅적하다 못해 시장 바닥 수준이 된 채팅창을 보면서 크론은 씩 웃었다.
이제부터 이 분위기는 자신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간에 지금 방송의 주체는 크론이였으니까.
"그럼 지금부터 강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스파이트 : 오오오! 가즈아ㅏㅏㅏㅏ
킹블루 : 20강까지 갑시다!
강화의 포부를 밝히자마자 사방에서 후원과 팔로우가 연달아 요청되었다.
확실히 강화는 돈이 된다.
단순히 질러서 얻게되는 아이템을 논외로 치더라도 방송을 통해 부가적으로 벌어들이는 금전의 양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아마 이래서 사람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것이겠지.
'물론 나에게는 통용되지 않지만.'
100%의 성공률을 지닌 것은 이미 도박의 틀을 넘어섰다.
빼도박도 못할 홀로 짜고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허나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이 성공을 반복하는 것은 시시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런식으로는 제대로된 이목을 끌 수 없다.
"나와주시죠, 쵸우지 센세."
크론은 씩 웃으며 손가락을 퉁기자 허공에서 쵸우지가 짠하고 등장했다.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아보이지만 실상은 그저 무無의 불가시화에 들어선 장고의 입 속에서 쵸우지가 나올 뿐이다.
록리아트리 : 허공에서 토끼가 나왔어!
길버트 : 마, 마술이다!
키리아인 : 호에에에엥.
재벌59세 : ㅋㅋㅋ 재밌네.
실로 간단한 연출이었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종종 써먹기로 결심한 크론은 준비해온 마스코트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쵸우지 센세. 이번의 강화가 성공 할 수 있을까요?"
"큐우웃?"
대뜸 질문을 요구하는 크론의 모습에 쵸우지는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듯 '?'를 띄웠다.
그렇지만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
어차피 지금 바라는 것은 쵸우지가 무슨 행동을 취해주는 것이 아니였다.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크론에게 있었으며, 쵸우지는 일종의 마스코트이자 유저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액막이인 셈이다.
"센세께서 이번의 강화는 무조건 성공이라고 하시는군요. 자, 못 믿으실 분이 계시겠지만 방송을 통해서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재벌59세 : 알았으니까 빨리 질러!
킹블리 : 가즈아ㅏㅏㅏ
똥참기444일째 : 형님 저 쓰러지겠습니다. 어서 질러주십쇼!
강화는 시도하지 않고 입만 나불거리는 크론의 모습에 채팅창이 난리가났다.
'안 그래도 지금 지를 거야. 이것들아.'
이제 남은 것은 녀석들이 놀라자빠지는 것만 남았다.
나의 타임 리프가 점칠된 쵸우지의 기적을 말이야.
입에 한 껏 미소를 머금은 크론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강화."
- 강화를 성공했습니다! +6 안개의 식인꽃을 얻었습니다. -
가뿐하게 성공이다.
강화라면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진저리나게 해왔기에 남들은 소멸의 위기에 덜덜 떨면서 지르는 6강쯤, 크론에게는 누운 상태로 떡을 먹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강화의 신을 따르는 하인 : 우오오오오!
킹블루 : 7강 가즈아!
우깽이 : 외쳐! 쵸우지 센세!
dasdwr : 쵸우지 센세!
시끌벅적하게 울리는 채팅창의 환호가 활자라는 한계를 넘어서서 환청이 들릴 정도다.
새끼들. 벌써부터 흥분하면 곤란한데.
똥참기444일째 : 형님 바로 강화 가시지 말입니다?
"기다려봐. 아직 쵸우지 센세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사방에서 강화를 부추겼지만 크론은 곧바로 강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평상시대로 강화를 시도했다가는 10강까지 도달하는 것에는 아무리 길게 잡아도 3분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크론의 입장으로서는 곤란하다.
대리 강화라는 컨텐츠를 내세웠는데 좀 더 질질 끌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지금은 유저들의 관심사를 안개의 식인꽃과 쵸우지에게로 시선을 돌려두는 편이 좋았다.
"쵸우지 센세. 이번에도 강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큐웃!"
[쵸우지는 칭찬을 원합니다.]
쵸우지는 알 게 뭐라는듯 머리를 들이밀며 쓰다듬을 요구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 앞에 복슬복슬한 흰 털이 다가오자 손으로 쓰다듬으며 채팅창을 의식했다.
"아직은 강화를 지르는 타이밍이 아니라고 합니다."
강화의 신 : 그런 것도 있었어요?
길버트 : 아몰랑 그냥 지금 질러라.
<길버트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크론의 말에도 불구하고 강화를 속행하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하긴. 따지고 보자면 자기 템 아니니까 빨랑 터지는 걸 보고 싶은 거겠지.
그런데 누가 그런 요청에 응해 줄 것 같아?
재벌59세 : 거지 새끼들은 꺼져라.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 명령질이야. 후원 배틀 뜰 자신 있으면 덤비던가.
<재벌59세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휘유~ 역시 통 큰 손이구만.'
더군다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모습 또한 마음에 들었다.
재벌59세의 화력 지원 덕분에 크론은 좀 더 여유롭게 후원금과 팔로우가 쌓여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아무리 재벌59의 화력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수의 힘이 가지고 있는 힘 또한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유입이 더뎌지고 채팅창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재벌59세 : 이, 이런 정신나간 것들이······.
소렌 : 제발 좀 조용히 좀 시청하면 안됩니까?
'새끼. 없는 줄 알았는데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냐.'
하여간에 소렌 저 녀석, 음흉스러운 부분은 알아줘야 한다.
'더 시간을 끌면 지금은 오히려 독이지.'
채찍질만 하면서 시청자와 팔로우를 유도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한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지금은 오히려 당근을 주어서 시청자들의 기분을 푸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
크론은 살살 쓰다듬던 쵸우지의 털을 좀 더 강하게 문질렀다.
난데없는 봉변에 쵸우지의 시뻘건 눈이 튀어나올듯 커졌다.
"큐, 큐우웃!"
[쵸우지가 갑작스런 손놀림에 당황합니다.]
"오, 쵸우지 센세가 감을 읽어냈습니다!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능글맞게 웃어보인 크론의 모습에 과열되었던 채팅창이 터질듯이 팽창했다.
그렇지만 아까까지의 성난 군중이 아니다.
그들의 요청인 '강화'가 수용되었기에 순수하게 열정을 불사르는 것이다.
펭귄고기 : 가즈아ㅏㅏㅏㅏ
우라늄 : 꺄아악! 오빠앗! 가는거야!
근데 왜 나는 저게 '빨리 터져버려라'로 들리는 걸까.
이런 악마같은 것들.
그렇지만······.
'나는 너희들의 위에 군림하는 신이란다.'
시청자들의 염원인 터져라는 이루어질 수 없다.
자신은 '쵸우지 센세'의 강화 성공을 예지받았으니까.
- 강화를 성공했습니다! +7 안개의 식인꽃을 얻었습니다. -
프로불편러 : 불-편.
ㅁr비노인 : 꺼억하고 싶드아 ㅠ.ㅜ
실패를 하자마자 본색을 드러낼 줄 알았다, 이 말이야.
나의 강력한 쵸우지 센세가 있는한 결단코 강화로 무기가 터지는 일은 없다고.
자, 이제 피날레를 열기위한 준비운동도 끝났으니 열심히 달려볼까.
피식 웃어보인 크론은 다시금 쵸우지의 머리를 강하게 문질렀다.
"큐, 큐큐우우웃!"
[쵸우지가 과격한 칭찬을 좋아합니다.]
"성공을 예지했습니다!"
- 강화를 성공했습니다! +8 안개의 식인꽃을 얻었습니다. -
"큐큣!"
"오오, 이번에도!"
- 강화를 성공했습니다! +9 안개의 식인꽃을 얻었습니다. -
순식간에 2연속 강화 성공!
당연하게도 채팅창은 용암마냥 활활 타올랐다.
소렌 : 미치이인! 외쳐! 쵸우지 센세!
재벌59세 : 쵸우지 센세!
프로불편러 : 아 씨발 내 눈······.
애니 : 엄마 나 저 토끼 사 줘!
킹블리 :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쵸우지 센세 만세잇!
애니 엄마 : 응, 안 사줘. 돌아가.
우연이 한 번 일어나면 그저 우습게 치부할테지만 그것이 두 번, 세 번 넘게 반복되다면 사람의 입장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난 컨셉에 흥미를 가졌었던 유저들이지만 상황이 이렇게 치닫게되자 시청자들도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쵸우지를 응원했다.
본래 사람이란 생물이 이렇게나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다.
지적인 면이 존재하기에, 분위기를 따르게 된다.
본능에만 충실하는 짐승들과는 달리 미신이라는 허풍을 믿게되어버리는 것이다.
'슬픈 생명이지.'
허나 그런 부분이 있기에 이렇게 방송이라는 1인 미디어가 흥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크론은 순식간에 불살랐던 분위기를 조금은 풀어나가기로 했다.
자고로 사람의 심리라는 것은 일종의 광물과도 같다.
철을 두들기기만 하면 단단해지기는 하지만 쉽게 부셔지는 성질을 띄게된다.
마찬가지로 사람 역시 주구장창 몰아붙이는 컨텐츠를 보여주게되면 한순간의 흥미를 얻을 지언정 지속적인 흥미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이런. 쵸우지 센세의 기운이 많이 떨어져버려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시청자들도 기다리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5강이었던 유니크 무기를 10강까지 끌어냈으니 지칠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 중에는 성질이 급하거나 더러운 시청자가 독촉했지만 수 많은 시청자들의 채팅에 순식간에 묻혀버렸다.
이제는 어느덧 시청하고 있는 숫자가 1만 명에 이를 정도다.
이제 막 트위찍 방송 2일 차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인데, 연예인도 아닌 크론이 이만한 인파를 몰고 다니게 된 것이다.
확실히 유니크 무기의 대리 강화는 남다른 어그로를 끌기에는 제격이라고 볼 수 있었으니까.
낚기에 특화된 미끼인 유니크 무기와 쵸우지 센세의 마스코트 컨셉.
거기에 화룡정점으로 크론의 타임 리프를 통한 8초 회귀의 무조건 적인 강화의 성공까지 곁들여지니 이만한 1인 미디어를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시점에서는 유니크 무기라는 것 자체를 애초에 대리 강화 시도할 수가 없을테니까.
쉬는 타임 동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샌드위치를 먹어치우던 크론은 진짜 극소량의 야채를 남겨서 쵸우지에게 건내었다.
덜컹덜컹-
쵸우지에게만 먹을 것을 건내주자 장고의 안에서 꿈틀이와 쇼닉이 배고픔을 표출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특별히 쵸우지 센세니까 주는거야."
"뀨!"
네다씹이요 : 카, 카와이이잉!
우라늄 : 졸귀탱. 볼살 동그라게 튀어나온 거 당겨보고 싶다.
애니 : 엄마 나 저 토끼······.
애니 엄마 : 안된다고 몇 번 말하니 쌍뇬아.
강화로 인해서 급격하게 치닫던 감정의 끈이 짤막한 먹방을 통해서 조금은 풀어지며 힐링되었다.
아니 그나저나 내가 샌드위치 먹을 때는 그만 쳐먹으라고 말하던 시청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괜스레 심통이난 크론은 채팅창을 위로 끌어올려서 그런 언급을 한 시청자를 찾아냈다.
'찾았다.'
<먹방계의 샛별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어차피 시청자는 차고 넘친다.
솔직히 먹는거 가지고 뭐라고 그러는 건 너무한 처사 아닌가.
먹을 때는 개도 안건드리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쵸우지의 식사도 끝난 상태였고 지속되던 팔로우와 후원도 조금 뜸해지기 시작했다.
요컨데, 대리 강화의 컨텐츠를 소모 시켜달라는 무언의 요청이겠지.
어차피 크론의 대리 강화 속에서 실패란 결단코 존재하지 않는다.
무패의 강화 성공.
그것이 크론이 앞으로 내세울 방송계의 크론인 것이다.
물론 억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크론은 운영자에게 무엇 하나 경고를 먹지 않았다.
실제로 크론은 이전의 PC게임에서 미친 강화 확률로 몇 번 신고를 먹은 적은 있었다.
물론 운영측에서는 크론에게 아무런 대처를 취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스템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크론이 선택하는 타임 리프라는 방법은 명백한 증거를 한 톨도 남기지 않는 종류의 초능력이였으니까.
즉, 운영자도 뭐라 못하는 것을 유저가 아무리 악바리를 써봐도 소용이 없다는 소리다.
게다가 의문을 품는 녀석들의 숫자도 쵸우지의 마스코트 전략으로 어느정도 중화시킨 상태다.
오로지 밀어붙이는 성공이 아니라,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진 상태로 이루어진 쵸우지의 행운을 믿는다는 식으로 시청자를 현혹시키는 것에 성공했으니까.
"쵸우지 센세. 이번 강화는 성공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