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스트리머 크론(5)
"후우."
살벌하게 반짝거리는 고강화 유니크 무기를 양손에 착용한 상태로 크론은 방송을 보고 있을 시청자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제목대로 실천해줄테니까 거기서 눈 크게 뜨고 잘 지켜보고 계세요."
파아앗!
크론의 발이 땅을 박찼다.
슈슈슈슈슈-!
바람 걷기를 통해서 생성되는 바람을 밟아가며 날아가는듯한 속도로 육박한 크론의 위치는 순식간에 쥬라기 베어의 앞에 당도했다.
"선빵 필승!"
"꾸어어어어어!"
온 힘을 실어서 후려친 망치의 일격에 쥬라기 베어가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냈다.
그렇지만 괜히 70레벨 대의 몬스터가 아니라는듯 꿋꿋이 버텨내고는 크론을 향해 흉성을 토해냈다.
"쿠어어!"
맹렬한 기세가 실려있는 앞발 후려치기!
크론은 피하는 것보다는 녀석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도 명색이 첫 방송인데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남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자고로 첫인상이란 중요한 법이다.
이번의 전투는 영상으로 남겨서 옥튜브에도 올릴 예정이였으니까.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다, 짜식아!"
"꾸, 꾸워어어어엉!"
크론은 망치로 재차 녀석의 대갈통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이번에는 제법 치명타로 들어간 것인지 쥬라기 베어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더니 미친듯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정신나간 공격력으로 인해서 타격이 장난이 아닌듯 해보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고레벨의 몬스터라는듯 죽지는 않는다.
정말이지 징한 생명줄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허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크론에게는 시초의 망치말고도 타임 리프의 힘을 빌어서 14강까지 강화시킨 크론의 (신)여자친구, 신체 분쇄자가 있었으니까.
"사검死劍 - 육사분해肉死分解"
"꾸워어어엉!"
신체 분쇄자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쥬라기 베어의 육체를 말 그대로 분단시켜버렸다.
머리통이 터진 데다가 몸 곳곳에 사선이 그려져서 조각난 이상 제 아무리 강인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들 버틸 수는 없다.
한 마리의 쥬라기 베어가 숨통이 끊겼다.
"쿠워어어어!"
동료의 죽음에 격분한 3마리의 쥬라기 베어가 길길이 날뛰면서 크론을 향해 거대한 육체를 들이밀었다.
그렇지만 크론은 문제 없었다.
비록 일격을 한 번 먹었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고강화 방어구를 갖춘 데다가 정신나간 체력 수치를 지닌 크론의 막강한 방어 능력에는 흠집도 안 간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크론 본인이 1마리를 처리했으니 사실상 자신이 해야할 몫은 다했다고 봐도 된다.
자신의 활약이 담긴 영상은 충분히 담겼고, 이제 남은 것은 몬스터 패밀리들의 활약상을 담는 것이였으니까.
"곰탱이 새끼 시끄러워 죽겠네. 애들아, 밟아."
"끼에에에에엑!"
기다렸다는듯이 튀어나온 꿈틀이가 묵직한 몸통 박치기를 시전하는 것으로 전투의 포문을 열었다.
"육체 강화."
"좀은, 방해되는 놈들 죽인다!"
하리보는 창조력 스텟과 레벨이 오름으로서 새롭게 얻게된 스킬, 육체 강화를 시전했다.
보유한 스텟 수치만큼 하리보의 몸이 단단한 금속 처럼 방어 능력과 공격 능력이 크게 상승한 상태로 좀과 함께 쥬라기 베어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3마리 정도면 너희들끼리 알아서 처리할 수 있겠지?"
귀찮게 엉겨붙는 쥬라기 베어를 후려처서 거리를 벌린 크론은 장고에게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꺼내서 맛난 식사를 즐겼다.
그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상처입은 쥬라기 베어가 달려들었지만 곁에 자리하고 있던 장고가 놈을 한 입에 집어삼켰다.
"귀찮으니까 그거 꿈틀이한테 넘겨줘."
"큐, 큐르르르-"
장고는 대답과 함께 급하게 공간 이동을 시전했다.
삼킨지 얼마 안됬지만 벌써부터 안에서 쿵쾅거리면서 쥬라기 베어가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일반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레벨의 차이가 상당하다보니 오랫동안 가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장고가 공간 이동을 마친 곳의 밑에서는 꿈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쩍하고 입을 벌린 상태였으니까.
저것이야말로 친한 이들끼리만 할 수 있는 애정이 가득담긴 모습이다.
그야말로 콩 한 쪽도 나눠먹는 우애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뭐, 먹히는 쥬라기 베어의 입장으로서는 속이 타겠지만 어쩌랴.
"크어어어엉! 꾸어어?"
몸의 자유를 찾은 쥬라기 베어가 앞발을 사방으로 휘저었지만 결국에는 꿈틀이의 입 속으로 화려하게 골인했다.
이른바 돌려먹기라고 칭할 수 있는 장면을 크론은 훈훈하게 샌드위치를 씹으면서 바라보았다.
"개쩔죠?"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채팅창을 보면서 소통하는 매너까지.
그야말로 태생이 스트리머였던 것이다.
쥬라기 베어를 삼킨 꿈틀이는 곧장 땅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단 2마리.
좀과 쇼닉, 그리고 하리보와 쵸우지가 각각 1마리씩 맡아서 다구리를 쳤다.
제 아무리 레벨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지만 레벨의 수치가 힘을 발휘할 때는 동일한 선상에 있을 때에나 적용될 이야기다.
일반 몬스터 밖에 되지 않는 녀석들이 미스터리의 격을 갖춘 크론의 몬스터 패밀리에게, 그것도 고강화 무구를 착용한 다구리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였다.
지속되는 싸움 속에서 점차 지쳐가는 쥬라기 베어들의 모습을 보면서 크론은 곧 있으면 끝날 것을 예상하였다.
"멋있게 끝내라. 수 천 명이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고."
"육체 조작 - 속박의 형상."
크론의 말에 가장 먼저 호응한 것은 하리보였다.
몸을 수 백 가닥으로 분열시킨 하리보는 쥬라기 베어의 육체를 감싸듯이 꽁꽁 옭아매었다.
제대로된 반항도 못한 채 옴짝달싹 못하게된 쥬라기 베어가 포효했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수 많은 무구들을 포식하면서 상승한 하리보의 스텟 수치는 무구를 착용한 그 어떠한 몬스터 패밀리들보다도 상위에 해당했으니까.
또한 하리보의 새로운 육체 조작인 속박의 형상은 오로지 몸을 묶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리보의 젤리들이 몸 곳곳을 손쉽게 침투한 상황인 지금, 하리보는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가시 지옥."
파바바밧!
"꾸, 꾸어······."
한 때 크론을 고생하게 했던 스킬이 펼쳐지면서 쥬라기 베어의 몸 곳곳에 구멍이 생겨나며 피가 튀겼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고통이 치밀어오를 것 같은 최후를 당한 쥬라기 베어의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없었지만.
'훌륭해.'
크론은 충분하게 만족스러웠다.
저 정도면 나쁘지 않은 영상감을 뽑아낼 수 있으리라.
"죽인다! 기가 슬래시!"
마지막으로 남은 쥬라기 베어도 금방 최후를 맞이했다.
좀의 기가 슬래시를 얻어맞은 영향으로 경직 상태에 빠진 녀석은 쵸우지의 박치기와 쇼닉의 윈드 스피어의 일격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오일주세요 : ?
똥참기444일째 : ?
전투를 넘어선 학살에 가까운 현장.
자신감있게 호언장담한 것처럼 70레벨대의 몬스터들을 묵사발낸 크론의 행태에 채팅창은 '?'가 연이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옥튜브에 오른 크론의 영상을 보고 찾아왔기에 크론이 강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는 것과 편집된 영상을 보는 것은 꽤나 다른 기분이 들었으리라.
'나쁘지 않은 반응이야.'
시청자들의 반응은 크론이 유도했던 반응과 크게 상반되지 않았기에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크론이 내세울 방송은 압도적인 무력이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뭣 모르는 코찔찔이 유저들은 거를 수 있지 않겠는가.
약한 유저들 수 십을 잡는 것보다는 백검처럼 진짜배기 유저를 사냥하는 편이 더욱 이득이었다.
실제로 100명의 유저들을 사냥해서 얻은 아이템보다 백검에게서 얻은 신체 분쇄자가 월등히 좋았으니까.
크론은 앞으로 그런 유저들도 영상을 촬영할 것이다.
인기 있는 유저를 죽이는 것 만큼 홍보 효과를 끌고오는 것 또한 없으니까.
동시에 타임 리프로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중 가장 좋은 것이 나올 때까지 돌리면 되는 것이고.
'곧 있으면 레벨업 하겠는 걸.'
크론은 순식간에 오르는 경험치바를 보면서 씩 웃었다.
몬스터 패밀리들과 경험치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70레벨 대의 몬스터라는듯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올려주었다.
여간한 던전을 도는 것보다도 풍족한 경험치의 양은 크론이 더욱 상위 몬스터들을 사냥하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중 하나였다.
똥참기444일째 : 깝치지 않겠습니다, 형님. 와아 근데 진짜 더럽게 쌔시네요 ㅋㅋㅋ 존경하겠습니다.
"이제라도 알면 됐다."
금방 침묵이 깨지고 크론의 전투 능력에 대한 감탄사가 채팅으로 흘러나왔다.
자신을 찬양하는 목소리였기에 크론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니다.
마음같아서는 하나 하나 전부 읽어주고 싶었지만 시청하는 숫자가 어느덧 3천 명에 이르다보니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다.
"쇼닉. 가서 사냥감 좀 몰아와봐."
"컹컹!"
동물애호가 : 똥개 훈련 너무해.
지니주의자 : ㅋㅋ 동물 학대잼
발발이 마냥 뛰어가는 쇼닉의 모습이 꽤나 안쓰러웠나보다.
뭐 그렇다고해서 명색이 주인인 크론이 직접 나서서 똥개 훈련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원망하고 싶다면 빠르게 태어난 운명을 원망해야할 것이다.
다시금 몰아오는 쥬라기 베어들을 크론은 가볍게 육편으로 썰어버렸다.
"오늘은 이대로 계속 가볼까."
지금 크론에게 놓여진 가장 중요한 일은 아무래도 레벨업일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스트리머로서 활동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자신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즉, 들어오는 수입의 상승과도 직결되는 문제였으니까.
흉악한 면상과 떡대를 자랑하는 몬스터인 쥬라기 베어들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장면도 나쁘지않지만 좀 더 강력한 조미료가 필요하다.
요컨데 쉽게 사냥할 수 없는 몬스터 중에서도 특출난 녀석을 말이다.
"크르르릉!"
"진국이 왔군."
이번에 쇼닉이 몰고오는 몬스터는 단 한마리 뿐이였지만 풍겨져 나오는 포스는 조금 전까지 사냥했던 쥬라기 베어를 월등히 상회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이름을 가지게된 네임드 몬스터.
흔히 돌연변이를 일으킨 몬스터들은 대게 일반 몬스터들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격의 차이란 따지고 보자면 강함을 수치화한 것이니까.
"쿠어어어어어!"
크론의 존재를 눈치챈 티아로쿠스가 포효성을 토해냈다.
- 티아로쿠스의 피어에 영향을 받으셨습니다. '강인한 정신력IX'으로 저항합니다. -
- 저항에 성공하였습니다! 경직이 1초로 줄어듭니다. -
저릿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힐끗 주변을 둘러보니 몬스터 패밀리들도 각자의 개성으로 피어를 저항하거나 무시했다.
하긴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해도 명색이 미스터리의 격이 있는데 고작 네임드 따위에게 꿀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가볍게 다구리 좀 까볼까."
아, 물론 자존심이 있다고 해서 다구리를 깔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에게는 '협동'이라고 하는 좋은 다구리 언어가 존재했으니까.
"플랜C다. 밟아."
짧게 명령을 내린 크론은 망설임없이 티아로쿠스의 뚝배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몬스터 패밀리들 역시 크론의 뒤를 따라서 티아로쿠스를 거침없이 짓밟았다.
잔인무도한 생김새를 지닌 티아로쿠스가 짓밟히는 모습은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다.
<레부아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비토스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쿠쿠나이트님께서 팔로우를 하셨습니다.>
······.
어처구니 없는 다구리를 합리화하는 모습에 방송으로 유입되는 시청자들의 후원과 팔로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옥튜브의 영상을 시작으로 첫 스타트를 끊은 크론의 방송.
티아로쿠스의 멱을 따는 것을 마지막으로 크론의 총 시청자 수는 무려 6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