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스트리머 크론(4)
『소렌 : 영상 편집은 마음에 들어?』
『크론 : 그럼. 누구 솜씨인데 마음에 안들겠냐. 아주 좋았다고 전해줘.』
『소렌 : 오호. 라우가 아주 좋아하겠다. 이 녀석 영상 보면서 너한테 완전히 푹 빠졌어.』
현재 옥튜브에 올라간 영상의 편집자는 소렌의 길드인 베히모스 소속의 쿨라우라고 하는 유저였다.
처음에는 제화가 자취방에서 영상 편집하는 꼬라지를 보고 한숨을 내쉰 종수가 소개해준 유저였다.
종수의 말로는 영상 편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녀석이라고 한다.
실제로 옥튜브에 올라간 영상중 꽤 많은 영상이 쿨라우의 손을 거쳤으며, 개 중에서 하나 틀어준 레이드 영상이 있었는데 확실히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 편에 속했다.
적절한 클로즈업과 과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CG처리. 분위기에 맞는 브금도 돋보였다.
"괜찮네."
그 길로 제화는 곧장 게임에 접속해서 쿨라우라는 유저와 귓속말을 통해서 영상을 보내주었다.
처음에는 깐깐한 분위기가 풍겼었지만 영상을 보고 온 뒤로 쿨라우는 크론에게 상당히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렌 : 그나저나 라우가 너에 대해서 엄청 궁금해 하더라.』
『크론 : 왜?』
『소렌 : 왜기는 임마. 혼자서 괴수 영화랑 먼치킨을 찍었는데 안 궁금하면 그게 말이냐. 여태까지 받아서 작업한 영상 중에는 단연 1위라고 치켜세운다.』
계속되는 칭찬에 크론은 멋쩍게 코를 쓱하고 흘겼다.
확실히 내가 좀 쩔긴했지.
『소렌 : 근데 백검 녀석 붙어보니 어때?』
『크론 : 확실히 강하긴했어. 솔직한 말로 100명의 오합지졸보다도 위협적이더라.』
심지어 백검은 몬스터 패밀리들을 뚫고와서 크론을 죽이는데 성공한 유일한 유저였다.
비록 타임 리프라는 사기적인 초능력 앞에서는 자신의 죽음도 무효화할 수 있는 크론이지만 어찌되었든 한 번 죽은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랭킹 1위의 백검을 얕잡아보고 불운 주입을 아낀 것 부터가 사실상 크론의 실책이였으니까.
『크론 : 앞으로도 쓸만한 영상 자주 보내줄테니까 잘 좀 부탁한다. 그리고 라우 계좌번호좀 알려줘. 카톡으로 찍어줘.』
『소렌 : 알았다.』
앞으로도 찍을 영상은 차고 넘친다.
혼자서도 타임 리프와 직업을 활용해서 잔뜩 펼칠 수 있는데, 몬스터 패밀리들까지 있으니 이건 뭐 걸어다니는 방송 기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당장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컨텐츠와 퍼포먼스가 한가득인 상태였다.
당연히 그런 만큼 실력있는 편집자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괜찮은 상황이다.
특히나 그 인물이 가장 믿음직스러운 종수의 길드 소속이었으니 뒤통수를 후려맞을 일도 없다.
뭐 애초에 뒤통수를 후려친다면 결코 가만히 있을 크론도 아니었지만.
『크론 : 아 맞다 이제부터 방송 킬꺼니까 와서 후원해주면 감사요.』
『소렌 : 엿이나 쳐드세요.』
『크론 : 고맙다. 덕분에 오래살듯 ㅋㅋ』
자, 이제 오래 살 수 있도록 욕도 쳐먹었으니 이제는 자신의 유명함을 퍼트릴 때가 다가왔다.
"음, 그래도 막상 방송을 시작하려니까 조금 떨리긴 하네."
첫 영상이 성공적으로 히트하면서 상당한 조회수와 관심을 불러왔기에 지금의 방송 시작은 크론에게 나쁘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리셋 이루벤에서는 실력있는 우리의 홍보과장인 데오르가 언플을 동원하면서 지속적으로 화제글로 띄워졌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방송 닉은 그대로 크론으로하고, 방 제목은 흐음······처음은 평범하게 가보자."
옥튜브의 영상은 어그로를 끄는 부분이 많았으니 트위찍에서의 첫 방송만큼은 조금은 평범하게 가기로 했다.
(현재 렙 50. 70레벨 몬스터 사냥 솔플 너무나도 쉬운 것)
"좋아, 이 정도면 완전 수수하군."
수수한 걸 넘어서서 건방지기 짝이 없는 제목이다.
현 시점에서 보통의 하드 유저들의 레벨 대는 평균 45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70레벨의 몬스터?
물론 마음만 먹으면야 사냥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유저들은 직업군들이 다양하고, 그것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서 협동한다면 자신보다도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니까.
허나 단언컨데 그러한 몬스터를 솔플레잉으로 잡을 수 있는 유저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괜히 백검이나 역귀같이 실력있는 스트리머들이 인기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필드에 등장하는일반 몬스터도 동레벨대의 유저들에 비하면 스텟이 대부분 더 높은 편에 속한다.
또한 초보자 사냥터에서 상대했던 고블린들처럼 더 리셋 월드의 몬스터 AI는 상당히 발달된 편이다.
명색이 VR시스템이 접목된 가상현실게임답게 PC게임 종류와는 차원의 궤를 달리하는 데이터를 조합해낼 수 있으니까.
실제로 게임 내의 NPC들만봐도 평범함을 달리하지 않았던가.
뭐, AI가 아무리 똑똑해봤자 크론의 고강화 무구와 칭호로 인한 어드밴티지를 이겨낼 수는 없을테지만.
"오, 들어온다."
방송을 키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크론은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플레이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사실상 크론의 치부를 전부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크론이 기분이 좋을 때와 뭣같을 때 등의 태도가 고스란히 트위찍의 방송을 통해서 송출되는 구조였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지미뉴트런 : 오, 방송 시작하셨네. 방가요.
오색팔색질색 : 크하-
강태공태공 : 영상 재밌게 봤습니다!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를 건내주는 시청자들에게는 인사를 건내주고,
똥참기444일째 : 제목 좆나 마음에 안드네. 건방지기 짝이 없는 새끼.
니가가라지잡대 : 70레벨이 쉽다고요? 어그로 자제좀.
"꼬우면 덤비시던가요."
틱틱거리는 츤데레들에게는 츤츤으로 보답했다.
츤데레의 아이콘인 하리보에게 츤츤을 전수받았기에 이러한 대처는 너무나도 손쉬운 것이다.
재벌59세 : 처음 왔는데 인사 치레좀 해볼까.
<재벌59세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좋은데 잘쓰겠습니다."
처음으로 들어온 후원에 크론은 만연에 미소를 띄웠다.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받는 경험은 꽤나 색다른 기분을 전달해주었다.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명색이 방송 시작하고 첫 후원인데 말 그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리보, 연습했던 리액션 가자."
"맡겨만 달라고, 주인! 육체 조작 - 분열."
하리보가 꾸물텅거리면서 몸을 분열시켰다.
4개의 몸으로 나뉘어진 미니 하리보 4마리가 얼른 시작하라는듯 손을 까딱거렸다.
"간다!"
준비 완료 되었다는 행동에 크론은 지체없이 강철 네 개를 꺼내서 공중으로 흩뿌리듯 내던졌다.
쭈와아아악!
흩어지는 강철을 향해서 미니 하리보들의 몸이 쭈욱 늘어나면서 공중으로 내달렸다.
마치 던진 공을 받아오듯 광물을 덥썩- 하는 느낌과 함께 마크한 하리보가 광물을 맛나게 먹어치웠다.
공중에서 펼쳐졌던 미니 하리보들의 퍼포먼스와 광물 먹방의 조화.
이 정도면 나름 첫 리액션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먹보가될래 : 미친 별에 별 먹방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광물 먹방이라니······.
재벌59세 : 재밌네.
<재벌59세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재벌59세님이 팔로우를 하셨습니다.>
채팅창을 힐끗 보니 다행히도 나쁜 반응은 아니다.
이어지는 후원에 크론의 입은 승천할듯 찢어졌다.
'돈 벌기가 이렇게 쉬웠나.'
이럴거면 진작에 방송을 시작할 걸 그랬다.
크론은 이번의 후원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리액션을 펼쳤다.
물론 이번에는 하리보의 차례가 아니다.
아무리 신기한 리액션이라고는 해도 같은 것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은 재미가 반감되는 행동이였으니까.
가방을 뒤적여서 사냥했던 몬스터 고기를 땅으로 내던졌다.
"꿈틀아. 밥이다."
쿠구구구구구-!
"끼에에에에엑-!"
[꿈틀이는 늘 배가 고픕니다.]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자이언트 웜인 꿈틀이는 등장만으로도 리액션 그 자체다.
본래는 표피에 싸인 살덩어리가 흉측해보이지만 크론이 제작해준 유니크 방어구 '행운을 품은 강철의 점보'로 뒤덮여서 오히려 폼나게 보였다.
촵촵- 촵촵-
하리보의 광물 먹방에이은 꿈틀이의 고기 먹방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먹보가될래 : ㅋㅋㅋㅋ 광물이랑 생고기가 맛있어보이다니.
고트림 : 내 평생 이런 방송은 처음이다. 엌ㅋㅋ
대체적으로 신선하다는 평의 채팅과 배가 고파졌다는 채팅이 주를 이루었다.
하긴 그 누가 자이언트 웜과 변이 슬라임을 길들여서 이런 컨텐츠를 내세울 수 있겠는가.
오로지 크론만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방법이리라.
먹방조아 : 먹방을 더 원한다!
<먹방조아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먹방조아님이 팔로우를 하셨습니다.>
<크롱님이 팔로우를 하셨습니다.>
자잘한 후원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크론은 짬짬히 시간을 내서 리액션을 연습해둔 것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헌데 크론은 과연 알 수 있을까?
나중에 가서는 하리보의 값비싼 무구류 먹방과 꿈틀이의 시원한 먹방이 꽤나 히트를 치게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 밖에도 쵸우지의 귀염터지는 매력과 쇼닉의 에어쇼.
장고를 찾아라! 등의 컨텐츠도 나쁘지 않은 평을 자랑했다.
"좋구나."
지속되는 후원도 좋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돈 이전에 성장이다.
보통 사냥을 나설 때는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예를 들자면 몬스터를 몰아오는 등이나 미리 사용할 공격 스킬을 캐스팅을 하는 등 말이다.
물론 크론이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
부려먹을 대상이 넘쳐흐르는데 굳이 자신이 움직일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크론의 몬스터중에는 몹몰이에 특화된 녀석이 존재했다.
속도도 가장 빠른데다가 캐스팅이 수월한 바람 계열의 마법을 익혀서 원거리로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고오는 것의 전문가인 쇼닉이 있는데 뭣하러 사서 고생한단 말인가.
"컹컹!"
저 멀리서 몬스터를 끌고오는 쇼닉을 보면서 크론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쇼닉과의 상봉이 반가워서가 아니다.
쇼닉의 뒤에서 함께 달려오는 4마리의 쥬라기 베어.
녀석들을 도륙할 생각에 절로 미소가 어려지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녀석들은 큼지막한 크기답게 경험치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이였으니까.
"쿠워어어엉!"
"꾸어어어!"
쇼닉은 푸른갈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문신이 새겨진 생김새 답게 상당히 영리한 늑대다.
기껏 끌은 쥬라기 베어의 어그로가 끊기지 않게 거리를 크게 벌리지도 않을 뿐더러, 공격 범위에 들어갈 정도로 좁히지도 않는다.
그 동안 꽤 많은 레벨업을 해서 49레벨에 도달한 미스터리 등급의 격을 갖춘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쥬라기 베어는 명실공히 70레벨 중반대에 이르는 고레벨의 몬스터다.
여간한 유저들은 파티 사냥이 아니고서는 결코 사냥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반 몬스터계의 거물이다.
"크르르릉!"
쇼닉의 입장으로서는 괜히 공격을 히트 당해서 생명력의 손해를 전혀 볼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크론이 있는 곳까지 배달을 완료하면 쥬라기 베어들은 훌륭한 육편이 되어줄테니까.
"어우 언제봐도 생긴 거 참 괴랄하다니까."
6M에 이르는 거체에다가 다양한 종류의 공룡과 곰이 뒤섞여있는 형상을 갖춘 쥬라기 베어의 가장 큰 특징은 지랄맞게 높은 방어력과 생명력이다.
동시에 녀석들이 휘두르는 앞발 후려치기와 물어뜯기의 공격력은 여간한 고렙 탱커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위력을 품고 있기에 보통의 유저들에게는 기피되는 몬스터중 하나다.
허나 그러한 것은 크론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크론의 유니크 무기는 녀석의 방어력을 간단히 뚫어버릴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방어구는 녀석의 공격을 거뜬히 막아낼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크론이 그 동안 주어진 시간에서 강화에 타임 리프를 투자한 덕분에 현재 크론의 갑옷은 20강에 도달했고, 신체 분쇄자는 14강. 시초의 망치는 18강까지 강화에 성공했다.
당연히 일반 유저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