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스트리머 크론(3)
"크······."
물러섬 없이 말하는 백검의 저 태도에 태공이 감탄했다.
저 당당함과 뻔뻔한 태도에 취해서 구독을 누른 것이 아니였던가.
『재밌었다.』
『그래.』
결국 마지막으로 휘둘러진 크론의 망치 공격에 백검의 몸이 허물어졌다.
"······."
명불허전 랭킹 1위인 백검의 죽음을 태공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확실히 백검도 무적은 아니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인 데다가 독불장군인 이상 그를 시기하는 유저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간혹 대형 길드 몇 개가 연합해서 백검을 치거나 강력한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실수로 너무 많이 끌어서 죽은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그의 구독자로서 말할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1:1의 상황에서는 결코 패배한 전례가 없었다는 것을.
그것이 아무리 강력한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백검은 뚫고 나아갔었다.
그랬던 백검이 유저 한 명과의 혈전 끝에 죽음을 당했다.
아무리 몬스터들의 다구리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몬스터들은 엄연히 테이머인 크론이 직접 길들인 몬스터다.
막말로 네크로맨서가 스켈레톤이나 좀비들로 공격을 취한다고해서 치사하다고 하지는 못할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 따져도 유저끼리의 1:1 전투인 것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진짜배기였어."
백검이 인정한 최초의 유저, 크론.
태공은 더 이상 크론을 욕하지 않았다.
영상을 전부 살펴보면서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으니까.
어그로가 가득담긴 제목과 테이머로서의 특별함. 그리고 수 많은 유저들과 백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실력까지.
모든 것을 아우름으로서 탑 옥튜버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바다.
당연하게도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오르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백검이 죽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던 영상은 아직 뒷내용이 남아있었다.
화면이 넘어가고 판금 투구의 가리개를 전부 올라간 크론의 맨 얼굴이 나타났다.
『반가워요, 여러분. 저는 크론이라고 합니다. 하핫. 다들 저 알죠? 빌어먹을 새끼가 언플해준 덕분에 유명세를 잔뜩 타게되서요. 존나게 고맙네요.』
킥킥거리는 얍실한 웃음을 날려주면서 크론은 옆으로 다가온 몬스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편집자가 센스있게 클로즈업을 해주자 귀여운 인상의 토끼가 '뀨-!'하는 느낌으로 웃음을 흘렸다.
"저런 요망한 녀석같으니!"
털복숭이처럼 몸을 말아가지고 유저들을 가차없이 깔아뭉개던 장면을 기억하는 태공이기에 저 가증스러운 애교에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베이스가 귀여운 토끼이다보니 차마 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도 저 토끼의 보들보들해 보이는 털을 쓰다듬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으니까.
『이 녀석은 쵸우지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미스터리 몬스터에요. 애교가 많지만 그것은 저한테만 한정적이라는 거 영상을 봤다면 아시겠죠?』
태공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저기에 크론이 아니라 자신이 있었더라면 처참하기 깔려죽었을 테니까.
『쵸우지 말고도 영상 속에서 등장한 저의 몬스터들은 많습니다. 우선 하나하나가 결코 약하지 않을 미스터리 몬스터와 보스급 몬스터들 뿐이죠. 또한 언플의 내용대로 저의 직업은 테이머고, 대장장이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조합으로 제가 겁나게 강해서 불만있나요?』
피식 웃으면서 크론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꼬우면 덤비세요. 어떤 녀석이고간에 피하지 않고 뚝배기를 날려줄테니까.』
"미쳤냐, 새끼야."
100명의 유저를 상대로하고 승리를 거둔 것으로도 모자라서 백검의 뚝배기를 날려버린 녀석한테 덤비라면 대형 길드가 연합해서 조져야할 것이다.
실제로 백검을 죽인 전례가 있는 대형 길드들은 2개가 연합.
총 200명이 달려들어서 백검을 죽였었으니까.
아마 크론을 죽이려면 3개의 길드 정도는 연합해야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크론에게는 몬스터 패밀리들이 있었으니까.
"이루벤에서 언플하던 새끼 좆되겠는데?"
리셋 이루벤에 개시되어있는 언플의 내용 중에는 크론의 무력에 대해서는 일체 나열해두지 않은 상태다.
그도 그럴것이 질투심을 끌어올리는 대상이 강하다는 사실의 언질이 있으면 언론 플레이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테니까.
당연히 크론을 노리고 덤벼든 유저들은 크론의 직업이 대장장이와 테이머라고 설명되어 있었으니 몬스터들만 주의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까보니 크론이라는 인물은 몬스터들 못지 않게 상당한 무력을 갖추고 있는 유저였다.
백검의 혼신의 일격을 맞고도 살아남았으니 적어도 상위권에 드는 실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까.
한 번 각인된 첫인상은 자고로 평생을 가는 법이다.
만약 크론이 제대로 방송을 시작한다면 상당한 인파를 구독자로서 끌어들일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트위찍에서 크론이라는 이름으로 방송할 겁니다. 그러니까 궁금하면 언제든지 찾아와서 팔로우 눌러줘. 구독, 좋아요는 필수인거 알지? 댓글은 애정이다 애들아.』
신생 옥튜버이자 스트리머로서 활동을 천명한 크론.
태공은 자신도 모르게 구독 버튼을 눌렀다.
@ @ @
사신 데오르.
그녀는 조금 특별한 유일 스킬을 하나 가지고 있다.
최초로 미스터리 몬스터를 10마리째 발견했을 때 얻은 유일 스킬의 이름은 파악하는 자의 시선.
그 이름답게 효과는 자신과 접촉한 유저의 위치와 레벨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의 쓰임새는 사용에 따라서 한 명의 유저를 지독히도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지만 파악하는 자의 시선도 만능 스킬은 아니었다.
일단 유일 스킬치고는 전투나 보조에 관련되서는 아무런 혜택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는 점과 유저가 착용한 장비나 현재 처한 상태까지는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허나 유저의 위치를, 심지어 로그아웃을 행한 위치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는 이 스킬은 한 번 걸리면 데오르가 원하지 않는한 결코 풀 수 없는 영원한 주박이다.
걸린 대상은 자신이 이 스킬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조차도 알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크론에게 당당하게 협박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으흐흐흐. 넌 이제 좆된거야 크론. 감히 나를 건드려?"
자신의 언플에 선동당한 멍청한 유저들의 숫자를 보면서 데오르는 조소를 지으며 미친듯이 웃었다.
그에게 선동된 인원들의 숫자가 상당했으니 적어도 100명 이상은 크론을 족치러 갈 것이다.
제 아무리 강력한 유저라고 해도 세 자릿수를 넘는 유저를 상대로 홀로 이길 수는 없다.
실제로 랭킹 1위의 백검 조차도 대형 길드의 연합에 패배해서 죽음을 겪은 영상이 있었으니까.
당연히 하루도 안되어서 크론이 처참하게 죽어나가고, 그의 몬스터 패밀리들도 박살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크론은 그녀의 예상을 훠어얼씬 넘는 괴물이였다는 것이다.
크론에게 달려들었던 100명의 유저들은 크론에게 장난감마냥 몰살당했고, 뜻밖에도 크론을 찾아온 백검마저도 크론에게 패배했다.
그 뿐만 아니라 크론은 말도 안되는 속도로 달려나가면서 63레벨의 사냥터로 추정되는 곳에서 몬스터들을 학살하며 레벨을 올렸다.
유저들을 사냥해서 43을 찍었던 크론의 레벨은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50에 도달했다.
몬스터들과 경험치를 나누는 테이머의 불리한 부분이 있을텐데도 고레벨의 몬스터존에서 사냥을 하면서 미친듯한 광렙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크론과 몬스터 패밀리들의 레벨이 미친듯이 오르고 있는 상태였기에 데오르는 좀 더 지독하게 언플을 하면서 그의 사냥을 부추겼다.
"씨발 것들아 힘 좀 내봐 버러지같은 새끼들! 죽이면 떡고물이 장난이 아니라니까?"
다행히 그녀의 화려한 언플에 힘 입어 대형 길드에서도 몸을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허나 100명의 유저들도 가볍게 썰어버리는 크론의 실력을 얕보지는 않았다.
대형 길드 1곳과 중형 길드 3곳이 전리품을 나눈다는 조건하에 뭉쳐서 사냥을 하고 있던 크론의 뒤를 후려쳤다.
그렇지만 그 결과 역시 참패를 당하며, 리셋 이루벤에서는 크론에 대한 존재가 시끌벅적하게 떠돌며 언급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데오르의 언론 플레이는 그녀가 원하는 방향에서 헛돌아버렸다.
오히려 유저들에게 크론이라는 유저의 관심을 올려버리는 일종의 증폭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안돼, 이러면 안된다고!"
게다가 크론이 옥튜브에 영상을 업로드를했다.
마지막으로는 화룡정점으로 트위찍에서 방송을 시작하겠다고 선포까지 해버렸으니 이제 크론에게 남은 길은 꽃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노리는 유저들의 주머니를 갈취하는 것 뿐이다.
요컨데, 데오르는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크론의 구독자 수를 늘려주는 역할을 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돈 한푼 받지 못하고 공짜로 말이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크론에게 빼앗긴 1억 중반의 금액까지 합친다면 명백하게 적자를 본 그녀다.
"이런 개같은 새끼가!"
@ @ @
"계획대로 착착 풀리는구나."
인기의 파도를 제대로 탄 조회수의 상승 기류를 보면서 크론은 만족스럽게 웃어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편한 자세로 광고업주들에게 스폰을 받아서 영상 중간 부분마다 적절하게 섞어넣기만 한다면 돈을 끌어모으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영상의 질이야 고강화 무구를 토대로한 크론의 말도 안되는 스팩과 마찬가지로 고강화로 무장한 몬스터 패밀리들의 활약이 어우러지면 진짜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손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고로 방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방송하는 이가 펼칠 수 있는 역량이 어느정도이냐에 따라서 사람들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는데 크론의 능력이라면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도 어렵지가 않다.
일단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인 사람들의 시선 모으기는 데오르와 자신을 위해 희생해준 100명의 유저와 백검 덕분에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두 번째 과제는 모은 시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더욱 많은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서 컨텐츠를 개발하는 단계다.
사실상 크론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다른 이들의 컨텐츠를 배껴서 사용할 필요가 전혀없다.
크론에게는 그 만이 가지고 있는 타임 리프라는 초능력을 토대로 해서 다양한 방법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이 제일 자신있는 강화를 해도된다.
유저들은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강화를 통해서 다른 이가 강화를 실패해서 무구가 날라가는 장면을 보면서 쾌락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반대로 무구가 성공하면 못볼 꼴 봤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PC게임때부터 이어져오던 강화 방송은 이곳 더 리셋 월드에서도 제법 흥행하는 편이였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본성을 유혹하는 컨텐츠였으니까.
게다가 크론은 상당한 고강화 무구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으며, 그것을 경매 방식으로 방송에서 판매를 하는 방법도 있었다.
아이템에 목을 매는 유저들의 습성상 잘만 다룬다면 상당히 짭짤한 수익과 많은 숫자의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그 밖에도 대장장이로서 무구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꽤나 신박한 컨텐츠가 되어줄 것이다.
현재 크론의 무구 제작 단계는 무려 X단계였으며, 오스온의 비기인 강철의 심장과 우리의 광물 생산 공장이라고 할 수 있을 하리보의 존재는 크론에게 '유일한'이라는 뛰어난 컨텐츠를 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크론의 보조 직업인 테이머를 통해서 길들인 크론의 몬스터 패밀리들.
하나 하나가 각각 개성이 넘쳐나는 녀석들 뿐이었으니 상당히 많은 양의 컨텐츠를 뽑아낼 가능성이 높았다.
"원래는 숨기려고 했었는데. 쩝. 이렇게 된 이상 오히려 보여주는 게 낫겠지."
그 동안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감추는게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데오르로 인해서 어차피 자신의 위치는 공개되고 있는 실정인데 굳이 감추려고 해봤자 의미없는 행동이다.
차라리 그걸 기회로 해서 스트리머로서 직업을 가지게 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스트리머를 전문적으로 하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많았지만 어차피 크론은 마음먹고 대학교도 자퇴를 하고 온 몸이었다.
자고로 미련하게 숨기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신이 왜?
뭐가 부족하고 찔려서 숨긴단 말인가.
지금까지 운영자들의 제재가 가해오지 않는 것을 보면 타임 리프는 명실공히 합법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그리고 크론은 타임 리프를 토대로해서 다른 유저들은 결코 불가능할 업적을 여러개 세우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아무런 힘이 없던 극 초창기 때와는 다르게 크론은 제법 한가락 하는 유저들이 떼거지로 몰려와도 가볍게 이길 자신이 있다.
여차해서 자신이 불리해지면 장고라는 히든 카드와 타임 리프를 활용해서 최대한 몬스터를 살리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짜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