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스트리머 크론(2)
"속도 맞춰서 잘 따라와야 된다."
"큐르르르-"
[장고가 걱정도 팔자라고 나무랍니다.]
"가즈아!"
이제부터는 광렙의 시작이다.
@ @ @
더 리셋 월드를 즐기는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뉘어진다.
물론 대부분이 캐릭터를 강해지게 만드는 것을 꿈꾸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몇몇 유저들은 농사나 낚시 등의 플레이를 하면서 더 리셋 월드를 하나의 휴식처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은 편은 아니었다.
현실에서의 고중과는 다르게 가상현실에서는 쉴새없이 농사를 짓더라도 허리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스태미나만 회복되면 고통도 씻은듯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유저 김태공의 경우에는 그 중 후자에 속했다.
주 직업은 어부였으며, 보조 직업은 요리사를 택한 그는 물고기를 낚고 그것으로 회를 떠서 먹거나 매운탕을 해먹는 것을 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보니 게임을 하드하게 플레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시간을 내서 낚시를 하러가기도 힘든 것이 현실의 인생이다.
그렇지만 가상현실은 그저 캡슐에 올라타서 접속만 하면 되는데다가 물고기를 낚는 맛도 현실과 비교해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촤라라락! 파닥-파닥!
"월척이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 물고기를 낚아올린 태공은 신나게 웃으며 낚은 물고기를 어망에 담았다.
어망에는 벌써 4마리의 생선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이것들을 요리해서 먹거나 팔면 제법 쏠쏠한 용돈벌이도 겸할 수 있었다.
"크, 이 맛에 낚시를 끊을 수가 없다니까."
찰진 손맛을 느끼면서 강을 향해 미끼를 끼워넣은 찌를 던진 태공은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 전에 시스템을 조작했다.
"드라마는 슬슬 지겹고. 흐음, 옥튜브나 트위찍이나 찾아볼까."
낚시는 확실히 손맛이 좋지만 미끼를 물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심심하기 마련이다.
태공은 옥튜브를 실행시켜서 자신이 구독한 채널을 살펴보았다.
"키야. 정말 봐도봐도 대단한 친구야."
몇 번이고 봤지만 여전히 놀라운 백검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태공은 연신 감탄사를 내질렀다.
"어떻게 저런 플레이가 가능한거지? 나는 죽어도 안되겠던데."
당연하다는듯 몸을 비틀고 파고들면서 천천히,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보스급 몬스터를 유린해나아간다.
레벨 55의 보스 몬스터 지옥불 킹 가고일은 지속된 피해에 불길을 토해내며 페이즈가 변화되었다.
그렇지만 백검은 전혀 당황함의 기색없이 가뿐히 피해냈다.
아무리 요수의 발걸음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것은 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대목이다.
발광하는 킹 가고일을 상대로 백검은 꾸준히 갉아먹기 식의 공투를 나누면서 끝내는 승리를 거두었다.
공략 당시 백검의 레벨이 43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2레벨이나 차이가 나는 보스급 몬스터를 혼자서 사냥한 것이다.
"키햐! 지리는구만."
자신도 백검처럼 저렇게 플레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당장에 좆같은 부장에게 싸대기를 후려치면서 일을 때려칠텐데 말이다.
그러나 꿈과 현실의 경계는 확실히 알고있는 태공이다.
자신에게는 저런 게임적 재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당장에 직장을 때려치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태공에게 있어서 더 리셋 월드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공간이지, 일터가 아니었다.
"엥? 크론이라고?"
크론이라는 캐릭명은 더 리셋 월드에서는 꽤나 유명인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도 그럴것이 미스터리 몬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테이머이면서 리셋 이루벤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대는 화제의 유저였으니까.
그 유명함이 옥튜브에서도 영향을 준 것인지 크론이 등록한 영상의 조회수는 이제 막 1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10만이라는 놀라운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 이 새끼 이거 어그로 좀 보소."
크론이라는 유명한 이름도 이름이지만 그보다도 제목의 어그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1+몬스터 VS 100+백검의 혈투)
유저 혼자서 100명의 유저를 이긴다고?
하, 무슨 말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나불거리고 자빠졌다.
무슨 막장 소설도 아니고 그런게 가능할 리가······.
"어? 뭐야 이거. 조, 조작인 건가?"
영상을 플레이한 태공은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 제목 그대로 시작과 함께 떼거지같은 유저들이 크론을 향해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 흉흉한 기세에 태공은 절로 억압되는 기분이었지만 당사자인 크론은 전혀 밀림없이 유저들을 상대했다.
유저들의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손에 쥔 망치로 머리통을 깨부수면서 난리를 피우는 크론의 모습은 저것이 과연 테이머랑 대장장이의 직업을 가진 녀석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전투 직업을 일삼고 있을 100명의 유저들을 상대로 오히려 압도하며 전투를 펼쳣으니까.
그렇지만 영상의 백미는 크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랄맞은 성공 확률 때문에 사장되어버린 직업 테이머.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직업을, 크론이라는 저 망치 살인마는 선택했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미, 미쳤다."
영상이 클로즈업 되면서 몬스터들이 포스를 뿜어내면서 등장했다.
트롤, 슬라임, 토끼, 늑대 등.
기본적인 베이스의 종족은 뻔했지만 과연 미스터리 몬스터라고나 할까?
트롤은 중세시대의 흑기사마냥 거검을 휘두르며 적의 진영을 붕괴시켰고, 슬라임은 몸을 분열시키더니 사방으로 총탄을 난사했다.
약해보이던 토끼는 갑자기 몸을 부풀리더니 하나의 털복숭이가 되어서 유저들을 깔아뭉갰다.
파란색의 문신이 새겨진 늑대는 제대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뛰어다니면서 유저들의 다리만 집요하게 물어뜯고, 바람 계열의 마법을 난사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땅을 뚫고서 나온 10M에 이르는 놀랍도록 거대한 자이언트 웜이다.
척 보기에도 단단해보이는 막대한 크기의 갑옷을 두른 자이언트 웜은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한 번에 2~3명의 유저를 입 안으로 꿀꺽 삼키고는 땅 속으로 다시금 파고들어갔다.
"이거 같은 게임 맞는거지?"
분명히 같은 더 리셋 월드를 플레이하고 있을텐데 여기서 보이는 영상은 무슨 괴수 영화의 학살극을 찍어서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영상을 편집한 녀석의 실력도 대단하지만, 그 전에 저런 몬스터들이 1~2마리가 아닌 5마리나 되지 않았다면 결단코 불가능했을 일이다.
"개 쩔잖아 이거!"
몬스터들의 활약과 편집효과도 대단했지만 크론이라는 녀석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혼자서 열 댓명의 유저들에게 둘러 쌓였음에도 당황한 기색없이 오히려 코웃음치면서 박살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100명의 유저들을 깔끔하게 처리한 크론은 시체들도 가만 놔두질 않았다.
콰드득! 콰드드득!
드랍된 아이템을 챙기면서 시체를 자이언트 웜에게 던져주면서 씨익 웃는 장면이 클로즈업 되었을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까.
뒤이어 화면이 넘어가고, 크론은 한 사내와 대치했다.
『네가 크론이냐?』
"배, 백검!?"
태공은 진짜로 백검이 등장하자 화들짝 놀랐다.
제목이 어그로를 끌기위해서 백검을 넣은 줄 알았는데 진짜로 백검이 등장하다니?
본래 백검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극한의 이득충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그렇기에 보통 올라가는 영상은 혼자서 사냥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가끔씩 이벤트성으로 백검을 노리는 유저들을 떼거지로 쓸어담는 영상도 올려주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조차도 1:다수였지, 유저와 1:1구도가 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해도 무관하다.
당연하게도 백검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밸런스 붕괴를 일으키는 유저다.
백검과 1:1을 치를 수 있는 유저는 더 리셋 월드에서 운영자밖에 없다는 속설까지 나돌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일단 한판 붙어보자.』
늘 귀찮다는듯 손을 휘적이던 백검은 온데간데 없이 눈빛이 불길로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아니, 진짜로 CG를 넣어서 눈에 불길을 담았다.
이거 편집자가 약간 오버하는 거 같은······.
뭐 영상이야 재밌으면 그만이니까.
"오, 오오오!"
백검은 우선 특유의 빠른 발놀림과 함께 크론을 향해 선공을 찔러넣었다.
아무리 크론이라도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백검의 일격이었지만 크론은 멀쩡하게 뒤로 물러서면서 전투를 정비했다.
"마, 말도 안돼!"
백검의 구독자인 태공은 가끔 백검의 자리를 노리고 도전하는 멍청한 유저들이 백검의 노련한 일격에 절명하는 장면을 몇 번이고 봤었다.
그렇기에 이번의 일격으로 죽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중상은 입힐 줄 알았는데 힘든 기색 없이 크론은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조져.』
그 이후의 전투는 그야말로 다구리의 정석을 보여줬다.
명령을 받은 크론의 몬스터들이 백검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었고, 백검은 몬스터들을 막기 급급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백검이라지만 1~2마리도 아니고 무려 4마리다.
그 뿐만으로도 힘들 텐데 하나하나가 미스터리 급인데다가 무구를 갖춰입은 녀석들이다보니 백검은 제대로된 반격을 취할 수도 없었다.
아니, 간혹 반격을 먹이기는 했지만 몬스터들은 흠집도 안난 채로 백검을 비웃는 능욕을 선사했다.
그 정도의 능욕이면 이해하겠지만 몬스터에게 백검을 맡긴 크론은 완전히 여유로웠다.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다는듯 상자에 앉은 상태로 팝콘을 먹으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강건너 불구경.
최상의 능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랭킹 1위 유저를 상대로 뻔뻔스러운 그 모습에 태공은 어이가 없었다.
"저, 저런 개같은 새끼가!"
백검의 구독자로서 태공은 백검이 승리하기를 바랬다.
그렇지만 크론에게는 아직 몬스터가 더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끼에에에에엑-!!!』
귀를 찢어발길 듯한 괴성을 내지르며 백검을 한 입에 집어삼켜버렸다.
"아아······."
이미 이 전의 전투로 저 자이언트 워에 잡아먹힌 유저들의 최후가 어땠는지를 지켜보았던 태공이다.
갑옷으로 둘러쌓인 데다가 튼튼한 표피를 둘러싸고 있는 녀석의 입 안으로 먹힌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렇지만 백검이 누구던가.
랭킹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대들보이며, 25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게이머의 실력자였다.
『리빙 데드의 망령 - 삼록수의 껍질 니겔룸.』
백검의 최강 스킬중 하나인 리빙 소드.
그 파편이라고 할 수 있을 망령, 리빙 데드와 함께 자이언트 웜의 배 속에서 빠져나온 백검의 모습에 태공의 표정의 환희에 물들었다.
"죽여버려!"
니겔룸으로 몬스터 2마리를 속박하고 백검은 압도적인 전투 센스를 발휘하면서 남은 2마리의 몬스터들도 뚫고 지나갔다.
놀라운 속도로 크론의 앞까지 당도한 백검은 일체의 틈도 주지 않고 곧장 검을 꽂아넣었다.
웅혼한 기운을 품은 검이 크론의 몸을 찌르면서 폭발할 것 같은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며 뿌연 먼지 바람을 일으켰다.
"됐다, 됐어! 이겼······."
태공의 말이 끊어졌다.
백검의 혼신의 일격이 분명히 제대로 꽂혀들어갔지만 크론은 비웃음을 흘리며 살아있었다.
"저, 저런 괴물같은!"
보통 유저들의 생명력은 공통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탱커에 관련된 직종도 아닌 대장장이와 테이머를 갖추고 있는 유저라면 더더욱 부족할 터다.
헌데 어떻게 백검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버 샤프니스와 리빙 소드가 적용된 일격, 귀기歸期 - 살殺을 맞고도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인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제는 조작이 아닌가 싶었지만 저 놀라운 스피드와 리빙 데드를 부리는 유저는 더 리셋 월드에서는 오로지 백검 뿐이다.
그도 그럴것이 리빙 데드는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유일 스킬, 리빙 소드의 파생 스킬이였으니까.
파다다다닥!
낚싯대의 찌가 격렬하게 흔들렸지만 태공은 신호도 못듣고 영상에만 푹 빠져있었다.
강력한 일격이 실패로 돌아간 백검의 현재의 상황.
그 뒤의 결말은 너무나도 뻔했다.
니겔룸이 사라지면서 속박으로 부터 자유를 찾은 몬스터들이 백검을 다구리로 짓밟았다.
『인정하지.』
무차별적인 다구리에 몸 곳곳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성한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의 상태까지 치달은 백검이 짓씹듯 내뱉었다.
『죽여라. 다만, 곱게 죽어 줄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