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60화 (60/122)

# 60화.

일성 백검(6)

크론이 소유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좋은 아이템과 유일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미스터리 몬스터라는 부분과 그가 착용하고 잇는 무구들이 측정하건데, 아무리 낮아도 레어 이상. 어쩌면 유니크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논리정연하게 나열했다.

과연 사신 데오르라는 이명 답게 속칭 '유저 죽이기'의 언플답게 사람들의 욕심과 질투심을 자극하는 내용도 알게 모르게 간간히 섞어넣었다.

몬스터만 주의하면 된다.

크론이라는 유저는 테이머면서 대장장이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크론은 그냥 걸어다니는 보물상자라는 느낌을 가득 전달해주었다.

이른바 '손쉽게 죽일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꾸준히 인식 시키면서 유저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신 녀석다운 대처로군."

괜히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PK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백검조차도 그 내용을 보면 잡아서 보상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솔직한 말로 대장장이랑 테이머를 직업으로 두고 있는 유저를 죽여서 레어는 따놓은 당상이고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거기다가 미스터리 몬스터와 휘황찬란한 무구를 착용하고 있는 시독 트롤을 죽여서 얻는 보상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유저들에게 있어서 유일 스킬의 존재는 자신의 캐릭터를 남들보다 특별하게 꾸밀 수 있는 포장 용지와도 같았으니까.

"그렇지만 여기에 낚이는 것들은 멍청한 나귀들 뿐이지."

물론 데오르의 언플은 실질적으로 따지고보면 보상적인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으면서 욕망을 자극하는 반면, 크론이 강할 수도 있다는 부분은 철저히 숨긴채로 이야기 했다.

다량의 미스터리 몬스터와 보스급 몬스터를 길들인 테이머가 갖춘 힘을 아직 제대로 겪지 못하기도 했고, 욕심으로 인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완전히 마모되어 버린 것이다.

앞에 당근을 매달아주면 먹고싶어서 혀를 날름거리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당나귀처럼, 데오르가 걸어놓은 미끼에 멍청한 유저들은 그대로 낚인 것이다.

도착지점이 도축장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한 번 된통 당하면 두 번 다시 쳐다봐서는 안 될 나무라는 것을 알겠지만, 세상에는 멍청한 녀석들은 흘러 넘치다 못해 박이 터질 지경이었다.

"붙어볼까."

백검은 그런 멍청한 녀석들을 상대할 가치를 못느꼈다.

오히려, 그런 관심을 이끌어낸 크론과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

백검은 캐릭터의 성장에 시간을 쏟아붓는만큼 강한 대상과 전투를 치르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전투광이다.

개인으로는 늘 자신의 만족감을 끌어올릴 수 없어서 늘 다수를 상대하거나 일개 유저들보다 격의 차이가 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풀었지만, 자신과 비등한 유저와도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저 호기심을 이끌 뿐이었던 테이머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크론은 백검에게서 투쟁심을 이끌어내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백검은 대게 망설이지 않고 실행하는 편이다.

크론을 찾아가면서 낭비하게될 시간과 랭킹이 밀릴 수 있는 위협?

그런 것 따위 백검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설사 자신의 레벨이 따라잡힌다고 하더라도 백검은 다시금 1위의 자리를 쟁취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범인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게임적 재능과 행동력.

그것이 지금의 백검을 있게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이건 마음에 드는군."

크론의 위치는 데오르의 정보력으로 인해서 실시간으로 표시가 되었기에 굳이 고생해서 찾을 필요성은 덜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위치만을 알 수 있을뿐 상태까지는 알 수 없었기에 백검은 미리 심어둘만한 인물이 필요했다.

재능있는 인물 역시 백검이 굳이 찾으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유저를 탐색하는데에 있어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녀석이 자신의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으니까.

육성 아리안느.

본 직업 궁수와 보조 직업 사냥꾼인 그녀의 추적 능력은 상위권 중에서도 극에 이른 상위권에 해당한다.

전투 능력 평범한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었지만 사실 백검의 눈에는 일개 유저나 아리안느나 거기서 거기였다.

다만 유저를 추적하는 능력만큼은 백검 또한 높게 사고있는 바다.

『백검 : 아리안느.』

백검은 즉시 아리안느를 호출해서 명령을 내렸다.

물론 길마라고는 하지만 각자가 스트리머인 만큼 자존심 또한 상당했다.

당연하게도 자기 성장하기도 바쁜 시점인데 테이머 유저를 살펴보고 있으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백검 또한 그러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자신의 열혈 시청자들에게 아리안느의 이름을 언급해주기로 합의를 봐준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조건을 걸자마자 아리안느는 띠꺼웠던 기색을 지우고 생기발랄하게 조건에 응했다.

독보적인 랭킹 1위를 자랑하는 백검의 방송을 시청하는 이들 중에서도 열혈 시청자들은 백검에게 상당한 후원을 쉴새없이 해주는 이들이다.

그들 대부분이 대부호이며, 그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즐기기 보다는 백검의 게임 플레이의 시원스러운 액션을 통해서 사이다와 대리만족을 느끼는 인물들이다.

그들 중에서 한 명이라도 자신의 방송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골드적인 가치로 따질 수 없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였다.

『백검 : 위치는 여전한가?』

『아리안느 : 응. 그 녀석 지금 여기서 유저들이랑 박터지게 싸우고 있어. 얼추 세봤는데 100명이 넘어.』

『백검 : 서둘러야겠군. 녀석이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아리안느 : 그럴 필요도 없어. 크론 그 녀석······유저들을 오히려 담궈버리고 있어.』

『백검 : ······.』

과연 놀랍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녀석이다.

상황이 종료되고 녀석이 벗어날 수도 있기에 백검은 속도를 끌어올렸다.

유일 스킬인 요수의 발걸음까지 사용하면서 거리를 좁혀갔다.

『아리안느 : 오, 오빠 걸렸어! 꺄아악!』

『백검 : 버텨.』

거의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 쯤 아리안느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지만 짧게 응답했다.

아리안느가 뒤지던 말든간에 그것은 백검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제부터 크론과 붙을 수 있다는 사실만이 백검의 머리에 가득차올랐으니까.

"괴물이군."

싸움의 결과는 백검의 패배였다.

사실 백검은 몬스터들은 쉽게 생각했었다.

미스터리 몬스터쯤은 혼자서 몇 번이고 격퇴한 경험이 있었기에 크론의 미스터리 몬스터들 또한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크론의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무구를 착용한데다가 강했다.

몬스터들의 공통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들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생명력과 강력한 무구까지 더해지니 백검으로서도 답이 없었다.

그 마저도 1,2마리라면 이길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것들이 5마리나 덤벼드니 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춘 백검으로서도 가망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대로 죽어버리면 안 될 일이다.

오버 샤프니스와 오러 소드. 리빙 소드의 버프 효과까지 곁들인 상태로 필살의 일격 귀기歸期 - 살殺까지 사용했다.

나름 동귀어진이라도 할 생각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녀석의 한 수로 인한 결과는 백검의 쓸쓸한 죽음뿐이었다.

허나 후회는 전혀 없었다.

간만에 제대로된 전투를 치른 덕분에 백검의 기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으니까.

"간만에 배가 부르구만."

풍만해진 배를 두들기며 수호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게임에 미쳐서 내달리다보니 늘 라면과 인스턴트 식품들과 함께 했었는데 오랜만에 시청자가 보내준 스테이크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식사를 하는 사이 사망한 직후 거의 1시간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게임에 관련된 시간관념만큼은 투철한 참 된 게이머라고 할 수 있으리라.

"카오도 아니였으니까."

캡슐에 올라탄 수호는 잠시 아이템에 대한 걱정을 했다.

어떤게 드랍됬을지 궁금했지만 사망 패널티로 인해 잃는 것은 게임을 접속하지 않는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톡 까놓고 말해서 골드는 얼마나 드랍되든 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골드야 어차피 사냥하다보면 자동적으로 쌓이기 마련이었고, 부족하다고 방송에서 푸념하듯 말하면 귀신같이 후원을 쏴주는 돈가방들이 많았으니까.

문제되는 것은 당연하게도 백검이 착용하고 있는 무구들이다.

자고로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뛰어난 무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것이 지금의 더 리셋 월드다.

이제 막 오픈하고 한 달을 넘어가는 시점이었으니 값진 무구들은 대부분 팔지 않고 본인들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백검은 수 많은 고레벨 몬스터들을 혼자 사냥했고, 그로 인해서 얻은 무구들의 가치도 보통을 넘어선다.

독불장군이 이래서 좋다.

보통은 나눠서 가져야되는 것들을 백검은 당연하게도 혼자서 먹어치울 수 있었으니까.

"설마 그걸 드랍하겠어."

당연하게도 그러한 무구들 중에서도 백검이 유독 아끼는 무구가 존재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신체 분쇄자라는 살벌한 이름을 가진 검이다.

주 직업 기사 보조 직업 무사라는 것에 걸맞게 백검은 검을 다루는 직종을 선호하는 편이다.

자고로 검은 검객에게 있어서는 여자친구와도 같은 것!

백검의 무기는 미스터리 몬스터 2개체에서 나온 주재료와 각종 값비싼 부재료들을 실력있는 대장장이 NPC에게 맡겨서 탄생시킨 유니크 등급의 무기다.

혹시나 소멸할 가능성도 있어서 나름 강심장인 백검 조차도 5강 이상을 시도할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5강이라는 강화 수치에도 불구하고 유니크 무기라는 것에 걸맞게 상당히 높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백검의 전투에 혁혁한 공을 세워주기도 한 보배와도 같은 녀석이다.

강력한 공격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탑재되어있는 스킬인 사검死劍 - 육사분해肉死分解이다.

백검이 지닌 공격 스킬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강력함을 자랑하는 데다가 쿨타임도 짧은 편이었기에 간간히 섞어줘서 사용하면 꿀맛같은 데미지를 보장해주는 녀석이기도 했다.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뭐랄까, 시장판에서 애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불길한 기분이 몰려온다.

하지만 애써서 마음을 다스렸다.

본래 카오가 아닌 상태에서는 값진 장비가 드랍될 확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제 아무리 행운이 좋은 녀석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여러번 죽이는게 아니라면 무구를 노려서 드랍시키는 것은 결단코 불가능한 일이리라.

"계정 실행."

빛무리와 함께 접속한 백검은 곧장 장비 상태부터 살폈다.

방어구, 악세사리등 전부 멀쩡했다.

다만 텅 비어있는 공간이 하나 존재했다.

무기 모양을 자랑하고 있으면서 늘 고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신의 애검인 신체 분쇄자.

본래 있어야할 녀석이 사라져있다.

혹시나 싶어서 가방도 뒤져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없다.

"······."

이것이 뜻하는 바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끄아아아아아!"

여친으로 여길 정도로 귀중한 아이템이 드랍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경우가 또 있을까?

애초에 크론을 상대하러 갈 때부터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

아이템 드랍을 각오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장 좋은 무구를 드랍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크론, 죽여 버리겠어."

자신의 여친을 빼앗아가다니. 검에 대해서 만큼은 삐뚤어진 애정(?)을 가진 백검은 제대로 빡쳤다.

그러나 백검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게이머로서는 프로인 백검답게 겉은 부글부글 타올랐지만 속마음은 오히려 차갑게 사그라들었다.

어린 아이도 아니고 정당하게 자신의 드랍품을 얻은 크론에게 찾아가서 되돌려달라고 땡깡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나.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녀석을 이길 수 없다.

가서 땡깡 부리다가 탈탈 털리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일 지경이다.

"재밌어졌어."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난 기분이다.

아이템을 잃은 것은 뼈아픈 실책이지만 몬스터가 아닌 유저로서 상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녀석을 발굴해낸 부분은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기부터 갖춰야겠군."

유일한 무기였던 신체 분쇄자를 잃었기에 백검은 후원자들을 통해서 쓸만한 무기의 제작을 요청했다.

아무리 열혈 시청자라고는 하더라도 유니크 등급을 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레어+등급 정도는 능히 구해올만한 능력이 있는 믿음직한 대부호들이다.

"기다려라."

이를 갈아붙인 백검은 결심했다.

언제고간에 크론을 찾아가서 한 번 더 시원스럽게 붙어볼 날을 고대하기로.

그렇지만 그에 앞서서 우선은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백검은 언젠가 다시 만날 크론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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