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55화 (55/122)

# 55화.

일성 백검(1)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학교에 담긴 철학과 의미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이들이 전문성을 내세울 것이다.

대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취업 전선과 대학교의 길 중에서 양자택일한 결과물이였으니까.

그렇지만 대학교를 선택하면서 얻는 결과가 과연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개인의 의사로 결정한 일인 만큼 책임도 따르겠지만 이미 들이부은 학비가 아까워서 대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다.

옛날과는 다르게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는 널리고 널렸다.

제화도 처음에 대학교를 진학 했을 때에는 남다른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어떻던가.

제화가 꿈꾸던 대학교의 이미지와 현실적 대학교의 이미지는 심한 괴리감을 주었다.

창의성을 기를 생각으로 진학한 대학교에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그것만을 가르켜준다.

이미 초, 중, 고등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들어온 제화의 입장에서 대학교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핟다는 것을 진즉에 깨닫고 있었다.

그래도 졸업까지 반도 남지 않았는데 포기하는 것이 아까웠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아까웠을 뿐.

그렇지만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 대학교를 억지로 다녀서 졸업한들 과연 남는게 있기는 할까?

솔직히 제화는 게임과 대학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내세운다면 주저없이 대학을 포기할 것이다.

가상현실게임이 도입되고, 각종 e-스포츠가 발달된 현대사회에서는 게임도 하나의 재능이고, 돈이 되는 사업이다.

특히나 제화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초능력, 타임 리프가 있었다.

솔직히 타임 리프가 존재하는 한 제화가 어디가서 굶어죽을 일은 없다.

마카오로가서 도박꾼이 된다면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활용해서 돈벌이를 극대화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은 부모님께서 원치 않으실테고, 제화도 원치 않는다.

게임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게임 캐릭터가 날아갈 뿐이지만,

현실에서의 도박은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간다.

'이 부분은 데오르에게 고마워 해야하려나.'

제화는 대학교를 자퇴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는 다름아닌 데오르다.

본래는 학교를 다니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예정이었지만 현 상황의 심각성은 단순히 강화랑 무구 제작만 하면서 놀기에는 심각하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졌기 때문이다.

학교와 게임의 선택로에서 게임을 선택한 제화는 각오를 다지고는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본래대로라면 고향으로 올라가야 되지만 지금 제화의 사정상 그럴 여유는 없었다.

심한 반대에 봉착할 줄 알았던 대학교의 자퇴에 관해서 부모님의 의견은 뜻 밖에도 허락이었다.

어차피 네 인생 네가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고, 학비와 생활비 등등을 제화가 직접 지불하면서 살아갔으니 결정도 제화의 몫이라는 것이 부모님의 의견이었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제화가 게임을 통해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음을 가지기도 하셨다.

무엇보다도 공부에 관해서는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서울대를 다니고 있는 남동생 제호가 존재했으니까.

덕분에 제화는 아무런 방해없이 대학교에 자퇴서를 처리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지도 교수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충고를 했다.

혹시라도 일이 있는 것이라면 휴학을 낸 뒤에 천천히 마음을 정리해보는 것이 어떻냐며 설득론을 펼쳤지만 제화의 마음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야. 자퇴할 거면 나한테 말이라도 해야되는거 아니냐?"

하여간에 귀도 참 밝다.

언제 자퇴 소식을 들은 것인지 종수가 불만 가득담긴 표정으로 제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너에 대한 얘기가 사이트에서 끊이지를 않는건데?"

"뭐가?"

"시치미 떼지말고, 새꺄! 후우······원래 억지로는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지금이라도 베히모스로 들어와라. 내가 책임지고 보호해준다."

종수의 말에 제화도 사람인지라 조금은 흥미가 동했다.

그러나 흥미만 동했을 뿐이다.

"됐다. 너한테 피해 끼칠 생각없다."

"자식아! 친구 사이에 그런거 따지는 새끼가 어디있냐! 그냥 금수저 믿고 기대라고!"

"그게 말처럼 쉽겠냐."

제화로서는 스스로가 저지른 일이다.

성격상 그러한 일로 발생할 피해를 종수에게까지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음만 받을게. 머리 좀 식혀라. 이건 나만의 문제인데 괜히 너랑 너희 길드원들에게 피해가 가면 쓰겠냐?"

"이 새끼······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가장 오랫동안 제화를 보아온 종수이기에 더 이상의 설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데오르면 나도 거래를 몇 번 텄을 정도로 정보계에서는 날고 기는 녀석인데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너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거냐?"

"글쎄. 그냥 한 번 죽였을 뿐인데 속이 어지간히도 좁은 것 같다."

1억이 가뿐하게 넘는 정보들을 훔쳤고, 당당하게 칭호도 앞에서 훔쳐주었다는 말까지 덧붙이지는 않았다.

옆에 데오르가 있었다면 당장에 제화의 면상에 죽빵을 꽂아넣을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제화는 게임 기기를 열었다.

"너 자신은 있는거냐?"

"내가 게임에서 지는거 본 적 있어?"

"하긴, 데오르의 말대로면 네가 어디가서 꿀릴 전력은 아니지."

보스급 몬스터인 시독 트롤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테이머로서는 말도 안되는 전력인데 그보다도 상위격 존재인 미스터리 몬스터를 5마리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말같지도 않은 경우였다.

그러나 정보를 유포한 데오르도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시독 트롤인 좀은 고강화 유니크 무구인 청동 거검과 초 강철 갑옷이라는 말도 안되는 능력치를 자랑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그 밖에도 쵸우지를 비롯한 미스터리 몬스터들에게도 레어+등급에서부터 유니크 등급의 무구가 착용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강화 수치가 적용되어있기도 했다.

몬스터 패밀리중에서 유일하게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존재는 하리보 뿐이었는데 하리보 같은 경우에는 그 동안 제작하거나 습득했던 아이템들을 섭취함으로서 능력치를 끌어올렸다.

특히나 창조력 스텟의 경우에는 자그마치 220까지 올리는 기념을 토해냈다.

이 정도의 준비가 되었기에 제화는 수 백이 넘는 유저들이 쳐들어와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내가 은원 관계는 확실한 거 알잖냐."

유치껄렁한 반응에 종수는 그저 웃음만 흘렸다.

같은 남자기는 하지만 어째 남자라는 종은 나이를 먹을수록 유치해지는 것만 같다.

"박살내라. 한 놈도 봐주지말고."

"오냐."

대학교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지금의 제화는 오로지 모든 시간을 더 리셋 월드에만 투자할 수 있다.

누군가는 대학교도 자퇴하고 게임에만 매달리는 제화의 모습이 게임 폐인이라며 혀를 찰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남의 시선 따위 무슨 상관인가.

한 번 살고 죽는 인생 배때지에 기름칠 할 정도의 돈만 벌고 즐기면 되는 것 아니겠나.

제화에게 더 이상 뒤는 없다.

이제부터는 앞만 보고 달려나가겠다.

@ @ @

데오르에게는 추적에 관련된 유일 스킬이라도 있는 것인지 전부 다 쳐죽였음에도 불구하고 크론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갱신되어가고 있는 상태다.

본래 크론은 던전을 마무리 짓고 어느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로그아웃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론의 접속 위치는 이루벤 상단에 대놓고 노출되어 있었다.

'이거 이루벤에 항의라도 해야되나.'

자신의 정보를 대놓고 노출해도 되냐고 따지고 싶기는 하지만 아마 예상하자면 꿈쩍도 안할 것이다.

데오르는 정보상인 만큼 이루벤에서도 나름 입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일 테니까.

"그 녀석 접속했어!"

크론은 접속하자마자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다.

대략 100명을 거뜬하게 넘어가는 숫자.

아직 저 정도의 숫자와 겨뤄본 적은 없기에 쉬울지 어려울 지는 가늠하기가 힘들다.

100명의 유저라는 존재는 100마리의 몬스터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였으니까.

"뒈져라!"

크론의 정보가 개시되어 있기는 했지만 테이머와 대장장이라는 직업인 만큼 심하게 얕보이기는 했나보다.

앞뒤를 재지도않고 달려드는 4명의 무리의 모습에 크론은 스킬을 사용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퍽! 퍽! 퍽! 퍽!

일타 일뚝.

4번의 공격만으로 달려들던 유저들의 뚝배기가 아작이 났다.

"뭐야, 저 새끼 대장장이에 테이머라며. 뭐가 저리 강해."

"테이밍된 몬스터들만 주의하면 되는거 아니였어?"

"괜히 북두칠성을 이긴 게 아닌가봐."

1:4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크론의 무력에 모여든 유저들에게서 술렁임이 울려퍼졌다.

하긴 강하다는 의미를 바로 앞에서 보는 거랑 듣는 거랑은 천지차이일 테니까.

"비켜, 버러지들아."

"뒈지기 싫으면 저리 꺼져!"

몰려있는 유저들 사이에서 유저들 중 대표로 보이는 자들이 앞으로 뛰어나왔다.

실력 좋은 대장장이인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 귀한 몬스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테이머이기까지 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크론의 가치는 유저들의 욕심을 자극했다.

크론을 향해 적대감을 품은 유저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크론을 소유하려는 욕구를 지닌 유저들도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이봐, 크론. 레이츠로 들어와라. 그 누구보다도 높은 최상의 대우로 대접해주겠다. 저런 밥버러지들이 들러붙는 것에서 지켜줄 수도 있어."

"어이, 선수치지 말라고 아재! 야, 친구 사이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알카르츠로 와! 외국 미녀들도 많다고. 네가 원한다면 소개도 시켜줄 수 있어!"

크론을 길드로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힘을 키울 수가 있다.

보통의 몬스터들을 다루는 것과 보스와 미스터리 몬스터를 다루는 것은 그 파워의 차이가 막대할테니까.

게다가 데오르의 언플 내용과 몬스터들이 착용하고 있는 무구들의 상태로 보아 크론의 대장장이 기술도 결코 낮은 경지가 아니다.

그야말로 1순위로 스카웃 할 만한 대상인 것이다.

허나······.

"거절한다."

최고의 대우, 막대한 지원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들 크론은 요지부동이다.

그런 것에 넘어갈 정도였으면 애시당초에 데오르와 손을 잡았을 것이다.

"요즘 젊은 것들은 참 버르장머리가 없어."

"벌레 새끼가······."

고위급 간부로서는 나름 귀한 시간도 줄여서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볼품없이 거절당했다.

"쳐 죽여버려!"

"알카르츠를 무시한 새끼다. 전부 조져!"

길드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적이라.

나쁘지 않은 사고 방식이다.

"곱게 뒈져라! 케헤엑!"

가장 앞으로 도달한 유저를 걷어차면서 반동으로 뒤로 물러선 크론은 태세를 정비했다.

크론이 한 싸움 한다고는 하지만 100명의 인파에 포위당한다면 결코 좋은 꼴 못본다.

"다들 나와. 깽판칠 시간이다!"

"큐르르르르!"

잠복술을 펼치고 있던 장고에게서 좀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떼거지로 흘러나왔다.

"뭐, 뭐야!"

"저기 뭔가 흐릿한 물체가 있다!"

달려들던 유저들의 입장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와서 심히 놀라기는 했을 것이다.

개 중에서 감이 발달된 녀석은 장고의 잠복술을 파악했지만 몬스터들을 죄다 뱉어낸 장고는 이미 공간 이동을 통해서 다시금 숨었다.

"드루와 새끼들아.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줄테니까."

자신을 공격하러 온 유저들이다.

아가리를 벌린 채 들이밀었으니 친히 사랑니고 어금니고 간에 다 뽑아줘야하지 않겠는가.

"쇼닉, 헤이스트."

파츠으으으!

쇼닉의 버프가 크론을 비롯해서 몬스터들에게 적용되었다.

순식간에 빨라진 상황 속에서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은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쇼닉이었다.

사방으로 윈드 커터와 윈드 스피어를 시전하면서 유저들에게 갉아먹기 공격을 시전하는 모습은 전장의 광풍이라 불려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쇼닉에게는 어제 새롭게 제작해준'행운을 품은 강철 부츠'를 비롯해서 각종 방어구를 착용시켰기 때문이다.

타임 리프가 몇 번 없어서 +7밖에 안되는 강화 수치로서, 고강화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각각의 등급이 레어+이기에 저렇게 날뛰어도 왠만한 공격은 방어력으로 상쇄할 수 있을 터였다.

"플랜A로 간다!"

앞으로의 전투는 대부분이 난전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몬스터마다 명령을 일일이 내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판단에 크론은 몇가지 플랜을 짜두었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화된 명령의 통일로서, 플랜 A는 각개전투였다.

육체적 힘과 스킬을 각자의 판단에 맞춰서 사용을 허가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플랜 A에서는 생명력이 30%이하로 내려갈 시 무조건 장고의 몸으로 숨으라는 보조적인 명령도 있었다.

장고의 잠복술은 뛰어난 간파 스킬이나 민첩 및 마력의 스텟 수치가 높지 않다면 쉽사리 찾을 수 없다.

공격적인 기능이 전혀 없는 대신 장고는 그 만큼의 패널티를 잠복술과 공간 이동에 몰린 미스터리 몬스터였으니까.

게다가 공간 이동을 통한 도주력을 생각하면 몬스터들의 생존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가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와 조사 끝에 알게된 것인데 테이밍된 몬스터들은 테이머 유저가 로그아웃이나 사망 등으로 더 리셋 월드에서 벗어나게 될시 5분 후 이차원의 공간에 휴면 상태로 보관되는 시스템 구조였다.

즉, 전투를 치르지 않고 숨어있는 덕분에 온존하게 체력을 보존한 장고의 존재 덕분에 크론은 마음 놓고 전투에 임할 수가 있었다.

"이 자식!"

좀이 막아서고 있는 벽을 넘어온 3명의 딜러가 크론을 향해 육박했다.

딴에는 옆과 뒤를 노려서 기습을 취할 생각이였는데, 전혀 소용없는 짓이었다.

레벨업 할 때마다 체력에 전부 투자한 덕분에 크론의 체력 스텟은 이미 일개 유저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크론의 높은 행운 스텟을 공격력과 방어력으로 치환해주는 패시브 계열의 유일 스킬인 토끼발의 가호와 오스온의 비기 강철의 심장의 방어력 증가 효과가 주는 시너지 효과도 결코 무시할 수도 없다.

그것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방어적 능력을 갖출텐데, 크론에게는 하나 더 방어기제가 존재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고강화 방어구였다.

평범한 강화 수치를 넘어선지 오래인 17강부터 18강을 자랑하는 크론의 방어구들의 방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었다.

특히나 크론이 착용하고 있는 '행운을 품은 강인한 강철 갑주'같은 경우에는 무려 19강이었다.

"씨발! 뭐 이렇게 단단한건데!"

"이건 너무하잖아!"

"주제를 알고 덤벼. 멍청한 것들아."

3명이 동시에 죽일 마음을 품고 회심의 일격을 가했는데 크론으로서는 모기가 문 듯 가려울 뿐이었다.

그리고 피를 빠는 것을 들킨 모기의 최후는 당연하게도 죽음 뿐이다.

"이 정도면 굳이 힘을 다 뺄 필요도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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