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화 실패를 리셋한다-54화 (54/122)

# 54화.

사신 데오르(3)

죽음으로 인한 패널티는 카오가 되어서 달려들었던 유저들을 처리하는 것과 셈셈이치면 오히려 압도적으로 이득적인 부분이 크다.

크론을 죽이려면 적어도 수 십의 죽음은 각오해야할테니까.

본래대로라면 문제가 되었을 몬스터들의 죽음은 장고의 존재와 크론의 희생으로 살리면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다시금 되살아난 크론과 살아남은 몬스터들이 받아치면 된다.

상당한 숫자의 유저를 처리하면 크론의 레벨도 덩달아서 높게 올릴 수 있었다.

"그렇죠? 당신이라면 이해할 줄 알았습니다."

"뭔소리야. 뒤지게 쳐맞을 소리라는 뜻인데."

"······."

데오르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긴 보통 이 정도로 협박을 하면 보통 유저들은 넘어오기 마련이다.

당연히 못이긴 척 승낙의 뜻을 비출 줄 알았는데 공격의 뜻을 표하다니.

데오르는 즉시 귓속말로 추종자들에게 도주를 명령하려고 취했으나, 크론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장고, 집어삼키기."

무어라 반박하려던 데오르의 육신이 장고의 몸에 집어삼켜졌다.

솔직히 당장에 시초의 망치를 휘둘러서 데오르를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메인 디쉬는 마지막에 먹는 것이 가장 달콤한 법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자신을 협박한 간 큰 녀석인 만큼 곱게 죽여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달아나!"

갑작스러운 크론의 행동에 추종자들이 발빠르게 반응했다.

이미 데오르를 통해서 크론의 전력을 파악하고 있었던 그들은 숫자적인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도주를 선택했다.

현명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도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이다.

애초에 도주를 할 생각이었다면 데오르가 크론을 협박하던 이전에 행동에 옮겼어야만 했다.

뭐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살아나갈 수 있는 녀석들은 끽해야 1명에서 많아봤자 3명 정도쯤일 테지만.

물론,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한 명의 생존조차 어림도 없는 소리지만.

"다 뒈졌어."

생성된 바람을 밟으며 크론이 땅을 박찼다.

파가각!

크론과 가장 가까이 있던 한 추종자의 목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였다.

단 한 방.

17강에 이르는 시초의 망치의 공격력은 일개 유저가 버틸 수 있는 데미지가 아니다.

괴랄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몬스터나 유저들 중에서도 탱킹 능력이 탁월한 이들이나 겨우 버틸 수 있는 일격이다.

그러한 것을 도적으로 추정되는 이가 얻어맞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산개해! 최대한 뿔뿔이 흩어져라! 녀석의 몸은 한 개라서 한계가 있다!"

"지랄하고 있네."

크론의 몸은 한 개가 맞지만 성능 자체가 남달랐다.

본래 판금류의 갑옷은 튼튼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대신 속도를 늦추는 패널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허나 그것도 강화의 수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패널티가 무색할 정도의 민첩 스텟을 제공해준다.

더군다나 칭호를 통한 높은 스텟과 이번에 얻게된 바람 걷기를 통한 속도의 증진 덕분에 크론의 속도는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였다.

"끄아아악!"

명령을 내리던 추종자를 처리한 크론은 도주하는 유저들을 보고는 입가를 이죽였다.

상당수의 숫자가 자신을 향해서 공격을 퍼부었다면 혼자서도 쳐죽일 수 있겠지만 도적의 직업을 갖춘 이들이 도주에만 집중하니 아무래도 혼자서는 잡기가 힘들다.

물론 중간마다 좀과 하리보가 도주로를 차단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명령이 필요했다.

"쇼닉, 녀석들을 못 도망치게 다리를 공격해. 그리고 모두에게 헤이스트를 시전해."

"크르르르릉!"

[쇼닉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릅니다.]

쇼닉의 문양이 흰 빛을 뿜어냈다.

- 헤이스트가 적용되었습니다. 공격 속도가 120%, 이동 속도가 180%증가합니다. -

"괜찮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적용시키고 날뛸 걸 그랬다.

몸을 감싸는 바람의 기운을 만끽하는 사이 쇼닉은 눈으로도 쫒기 힘든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쫒듯이 달아나는 유저들을 향해서 쇼닉의 윈드 커터가 쏟아져 내렸다.

데미지는 약하지만 다리만 집중 공격을 한 덕분에 이동 속도에 패널티를 가할 수가 있다.

"이런······."

도주에만 집중하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여간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해서 쇼닉을 공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데다가 공략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쇼닉보다도 무서운 적들이 사방에 포진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이봐요. 지금이라도 저희들과 거래를 하시기로 마음을 바꾸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데오르님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턱도 없는 조건이다.

크론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듯 손짓으로 추종자들을 가르켰다.

"하리보. 전부 묶어버려."

"맡겨줘."

츄와아아악!

상당량의 무구를 먹어치운 덕분에 하리보의 창조력은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창조력 스텟이 높으면 높을 수록 하리보는 좀 더 다양한 형상을 취할 수 있으며, 그 크기 또한 마음껏 커질 수 있다.

육체 조작을 통해서 커다란 그물의 형상을 취한 하리보는 추종자들을 한 데 묶어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살아남은 14명의 추종자들이 벌레처럼 발버둥치는 모습이 심히 볼만 했다.

"그만 밍기적 거리고 나와라. 밥 준비됬다, 꿈틀아."

게임만 하는 아들내미를 부르는 듯한 엄마가 된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들내미가 식탐이 꽤 되는 덕분에 두 번 부를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도?

쿠구구구구-!

"키아아아아!"

[꿈틀이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크론이 추종자들의 도주에도 여유만만했던 이유가 있었다.

땅을 유영하고 있던 꿈틀이의 기습 속도는 쇼닉과 맞먹을 정도로 빠르고, 파괴력은 비교할 바가 못된다.

만약에라도 크론이 지정해둔 위치를 벗어났다면 그 순간 꿈틀이의 공격에 추종자들은 산채로 씹혀먹혔을 것이다.

뭐 어쨌거나 먹잇감을 이쁘게 한 곳으로 모아놨기 때문인지 꿈틀이의 기분이 한 껏 업된 듯 했다.

물론 먹힐 입장인 유저들은 그만한 절망도 없겠지만.

"으, 으아아아!"

"꺄아아아악!"

"씨발 새끼야! 사신이 너를 가만둘 것 같아?"

발작하듯 난리치는 녀석들의 행태가 지난 번에 봤던 녀석들과 비슷해서 데자뷰를 보는 것만 같다.

아마 길드 이름이 충무공이라고 했던가?

크론은 그 때 그대로 말을 내뱉었다.

"그냥 죽고, 꼬우면 찾아와라. 내가 독불장군으로 지내는 이유를 알려줄테니까."

크론이 독불장군으로 존재하고 있는 이유.

무뚝뚝하고 지랄맞은 성격 탓도 있기는 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욕심 때문이다.

소렌만큼 특별하게 밥값을 하는 녀석들은 솔직히 보기 드물다.

그들이 탁월한 게임 센스가 있거나, 아니면 돈이 많은 금수저가 아닌 범인의 실력만 갖춘 이라면 있느니만 못한 존재지 않는가.

크론은 그런 녀석들하고 보상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야말로 단순하고 지극히도 정론이었지만 그것을 설명해 줄 틈도 없었다.

콰득! 콰드드득!

활기가득한 꿈틀이의 먹방.

솔직히 크론이라도 꿈틀이의 입 속에서 죽음을 겪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다.

호러 영화의 재림도 아니고 무슨······.

"나만 아니면 되는거 아니겠어."

추종자들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을 일이지만 알 빠 아니었다.

추종자들을 정리함으로서 디저트를 마무리 지은 크론은 메인 디쉬를 먹을 채비를 했다.

"장고, 뱉어."

오랜 시간 동안 장고의 입 속에서 발버둥 치던 것인지 입을 열자마자 데오르의 육체가 볼품없이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데오르는 크론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습니까?"

"그러는 너는 그런 짓을 하고도 멀쩡히 살아돌아갈 것 같았어?"

크론이 씩 웃으면서 턱짓으로 꿈틀이를 가르켰다.

지금도 연신 입을 오물거리는 꿈틀이의 흉측한 생김새를 본 데오르의 몸이 떨렸다.

"너도 곧 산채로 씹혀먹힐 거야."

"이 천인공노할 자식!"

"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만날 때도 그렇고 협박할 때까지도 존댓말을 써서 영 거슬렸던 크론이다.

물론 처음보면서 반말을 하는 것도 띠껍기는 하겠지만 협박하면서 존댓말 하는게 솔직히 더 띠꺼웠었다.

비유하자면 망치로 죽빵을 날리고 싶었던 충동을 겨우 참았달까?

"너, 너는 내가 반드시 매장 시켜버린다. 두고봐라 씨발 새끼!"

"아, 예예. 매장이고 자시고간에 거 낮짝이나 좀 봅시다."

크론은 버둥거리는 데오르의 로브 자락을 움켜쥐었다.

당연하게도 데오르는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난리블루스를 쳐대면서 크론에게 공격을 감행했지만 일절 피해를 입힐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속에서 스텟의 수치는 절대적이다.

데오르에 비해서 힘이고 간에 체력이고 간에 꿀릴 것 없는 크론이였기에 손쉽게 데오르의 로브 자락을 들출 수 있었다.

"목소리가 앙칼지다 싶었더니, 역시 여자였네."

이런 수치는 처음 겪어보는 것인지 칼처럼 벼려진 눈빛이 크론을 노려보았다.

뭐,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다.

그런 것에 꿈쩍할 크론이 아니었기에.

"버러지같은 새끼!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만 좀 빽빽거려라. 어차피 너랑 나랑 좋은 의도로 만남을 가진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힘이나 아껴두셔.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으면 꿈틀이의 입 속에서 발버둥 쳐야할테니까."

"······."

일순간 데오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꿈틀이의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심히 감동한 모양이다.

마음같아서는 그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꿈틀이의 입에 쳐넣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마침 쓸만한 대상을 찾고 있었는데 네가 나타나서 정말 다행이다."

"이, 이 새끼 저리 꺼져!"

"별 거 아니니까 걱정마. 그저, 먹어치울 뿐이니까."

"시, 싫어! 저리 가!"

아무래도 크론의 말뜻을 오해한 것 같았지만 굳이 정정해 줄 이유가 없기에 크론은 데오르를 향해 입을 벌렸다.

"포식."

꿈틀이에게서 계승했던 유일 스킬, 포식.

그 스킬명만 보면 크론이 데오르를 잡아먹는 식인 행위를 할 것이라 추측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크론이 먹는 것은 육체를 포식하는 것이 아닌, 대상자로 지정한 이가 소유한 칭호를 골라서 포식함으로서 빼앗는 것이다.

하긴, 가상현실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게임이다.

식인등과 같이 법에 저촉될만한 행위를 쉽사리 행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 지정한 대상의 칭호 '상급 탐구자(모든 스텟+5)', '현명한 탐구자(지능+10)', '등산을 오른 자(체력+3)······중 하나를 선택해서 포식하실 수 있습니다. -

"역시나 예상대로 쓸만한 칭호가 많네."

확실히 정보상으로 활동하는 만큼 던전이나 각종 미지의 곳을 탐험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다보니 데오르의 칭호칸은 골라잡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크론은 칭호 중에서 볼 것도 없이 상급 탐구자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특정한 전투 직업군이 없는 크론의 입장으로서는 모든 스텟을 올리는 편이 가장 효율이 좋을 터였으니까.

- 지정한 대상의 칭호 '상급 탐구자(모든 스텟+5)'을 포식합니다. -

- 포식 스킬의 소켓이 소모 됩니다. 현재 소켓 현황 1/1 -

모든 스텟을 5의 수치만큼 올려주는 칭호는 다수의 칭호를 보유한 크론으로서도 꽤나 상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취하는 크론과는 달리 데오르는 허망한 표정으로 이를 갈아붙였다.

"너, 너······."

차마 무어라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졸지에 칭호까지 빼앗겼으니 그 원통함이 어떻겠는가.

게다가 효율이 최고로 좋은 칭호를 빼앗겼다.

그 공허함은 녀석에게 있어서 상당히 억울하고 원통할 일이었다.

엄연히 따지자면 크론은 가해자고, 데오르는 피해자였다.

허나 협박을 하는 순간부터 그런 관계는 모호해지기 마련이다.

애초에 하나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은 녀석은 크론의 성질을 제대로 건드렸다는 부분이였으니까.

"그러게 상대를 봐가면서 덤볐어야지."

"후회할 거다. 이 새끼야."

"응. 후회를 누가 할 지 궁금해지네. 네가 좋아하는 언플 마음껏 하세요."

귀를 후비며 대답한 크론은 거침없이 데오르의 멱살을 잡고 공중으로 내던졌다.

부유감을 느끼며 데오르가 손짓 발짓을 동원하며 발버둥쳤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데오르가 떨어지는 낙하 지점에는 미리 준비를 갖춘 꿈틀이가 입을 쩍 벌린 채 먹잇감을 마중나와 있었다.

콰드드득!

고통은 크지 않겠지만 가상현실 특성상 생생한 경험으로 인해서 잊지 못할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자, 그럼 준비해볼까."

이제부터는 꽤나 힘든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조금의 휴식이나 개인적 이유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사이를 틈타서 유저들은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사실 그렇기에 게임의 랭커가 더욱이 게임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게임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법이였으니까.

"미리 알아두길 잘했네."

타임 리프가 애매하게 남아서 데오르와 코알루의 던전을 기록해두었던 크론으로서는 나름 선견지명이었다.

아마 이제부터는 리셋 매니아에 관련된 정보가 싹 다 내려갈테니까.

크론은 지금이라도 로그아웃해서 리셋 매니아의 정보를 긁어모을까 고민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어차피 알고있는 던전의 개수만 해도 데오르 걸로 2개. 코알루의 것으로 4개다.

6개의 알려지지 않는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상당히 바쁠 터.

크론은 즉시 데오르의 던전 공략에 나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