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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실패를 리셋한다-50화 (50/122)

# 50화.

강철의 심장(4)

자신이 빠르게 뛰어간다고 해서 이미 앞질러간 사람이 가만히 기다려줄리가 없었으니까.

애초에 레어급 무구도 겨우 제작하는 대장장이와 유니크등급의 무구를 제작하는 크론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크론에게는 실례인 셈이다.

"커험! 이거 시간을 많이 빼먹게되서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사형. 덕분에 좋은 구경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야 영광이지! 흐흐, 놀라지 말라고. 사제에 대해서 떠올리면서 제작하다보니 뜻밖의 걸출한 녀석이 나왔어. 사제의 무구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녀석이라고."

호탕하게 웃어보인 막심이 투박해보이는 반지를 건내주었다.

- 강철의 패도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

- 강철의 대장장이로서의 길III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

[강철의 패도(유니크)]

- 강철과 보석을 활용해서 제작한 반지입니다. 투박해보이지만 강철의 힘이 깃든 보석의 힘은 사용자의 힘을 강화해줍니다.

* 착용제한 : 레벨 30이상

* 내구도 : 35/35

* 방어력 +25

* 체력 +5

* 힘 +15

* 강철의 힘(패시브) : 힘 +35증가

'유, 유니크?'

나름 신경써서 제작하던 것 같더니만 덜컥 유니크급 장신구를 건내줄 줄이야!

만약 자신이 막심의 입장이였다면 생각보다 뛰어나게 제작된 영향으로 꿀꺽하고 다른 것을 제작해서 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 걸출해보이는 스킬을 탑재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단순 계열로서 힘을 35나 증가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금빛 나래처럼 쓰기에 따라서 극히 효율적인 종류의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런 식의 스텟 증가 계열의 스킬이 크론으로서는 더욱이 환영이었다.

'이건 하리보에게 주기 아깝다.'

지금까지 받아온 막심을 제외한 제자들의 보상도 썩 나쁘지 않은 무구들이였지만 크론이 만든 것 보다는 좋지 않아서 전부 하리보의 입 속으로 직행했었다.

허나 유니크 급의 반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화해서 자신이 착용하면 하리보가 얻는 성장치보다 더욱 높은 효율을 뽑아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래, 내 자식을 잘 써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코를 흘긴 막심이 문뜩 궁금하다는듯 물음을 구했다.

"그런데 사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다음 마을이나 도시로 향하면서 수련을 하려고합니다. 스킬의 숙련도도 끌어올리고 레벨업도 틈틈히 할 예정입니다."

"역시 그렇구나. 하긴, 모험가니까."

NPC들의 기본 지식중에 모험가들은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고 하는 존재로 정의되어있다.

죽음이란 늪에서 자유롭다보니 유저들의 도전은 쉬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다.

한 곳에 머무르는 유저들도 존재는 하겠지만 대부분이 좀 더 강한 몬스터를 대면하기 위해서 나아가고, 크론 또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것을 더욱 즐기는 부류였다.

아무래도 계속 한 곳에 남는 것보다는 더 강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것이 더욱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록 좀 더 강한 미스터리 몬스터나 네임드 몬스터와 재회할 수도 있을 터였고 말이다.

솔직히 이곳에 남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최상급 대장간으로서의 위엄에 걸맞는 용광로와 모루등의 도구들은 무구 제작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데에는 제격이였으니까.

그 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배럴 광산은 상당량의 매장량을 갖춘 광산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크론은 지금에 만족할 유저가 아니었다.

그의 주 직업에 맞춰서 무구 제작을 통한 스킬 숙련도의 상승을 꾀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강함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힘 없는 자가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 그 최후는 뻔했다.

지금이야 대형 길드가 달려들어도 받아칠 자신이 있었다.

자신에게는 우월한 스텟과 각종 유일 스킬들, 거기에 고강화 무구들이 뒷받침 되어주었으니까.

거기에 길들인 몬스터들까지 더해진다면 자신은 이미 개인이 아닌 하나의 집단 세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허나 그래봤자 일개 개인일 뿐이다.

숫자 앞에 장사없는 법이라고, 자신이 이곳에서 여유롭게 무구 제작만 하는 동안 빠르게 치고나간 다른 유저들 그룹이 자신을 먹잇감으로 정의를 내리는 순간 일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현재 크론의 레벨은 35였다.

높다면 높은 레벨에 속하지만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간 유저들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낮은 레벨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크론이 아무리 많은 무구를 제작했다고 한들 사냥에만 집중한 유저들의 효율만큼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여태까지 크론이 행한 사냥은 미스터리 몬스터들의 길들이기 뿐이다.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에 성공하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이 부분에서 치명적으로 드러나버리는 것이다.

'조만간 레벨업에 박차를 가해야겠어.'

물론 따라잡을 자신은 충분히 있었다.

크론에게는 타임 리프가 있었고, 그것을 활용만 하면 리셋 매니아에 떠돌고 있는 값비싼 던전에 대한 정보들이 크론에게는 공짜였으니까.

데오르를 비롯한 수 많은 정보상들이 들었다면 당장에 멱살을 잡아 뜯어도 할 말이 없을 생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몸 건강히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사형."

"그래. 네가 있는 동안은 나도 상당히 재미있었다고. 너도 잘 지내고, 강해지도록 해 사제."

막심과 헤어진 크론은 즉시 오스온에게로 향했다.

오스온에게로 향하는 문을 앞에두고 크론은 많은 생각을 했다.

디메른 마을에서는 예상외로 상당히 오랫동안 있게 되었다.

최상급 대장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 부여받은 연계 퀘스트로 인해서 발목이 묶였다고 보는 것이 맞으리라.

그렇지만 크론은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두 걸음 전진하기 위해 한 걸음을 뒤로 물러선다는 생각으로 임했었다.

이제부터의 만남이 마지막이라는 것은 새삼 아쉬운 부분이다.

"스승님."

"그래, 찾아온 것을 보아하니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 것에 성공했나보군."

오스온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듯 씩 웃어보았다.

하긴, 자신의 인정을 받은 대장장이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인정을 못받으면 강철의 대장장이라는 자신의 이명이 울 것이다.

"그래, 이리로 따라오도록."

씩 웃어보인 오스온은 크론을 데리고 자신의 작업장으로 향했다.

한 켠에 놓여있는 철광석과 석탄을 들고온 오스온 두 개의 광물을 용광로에 집어넣고 풀무질을 시작했다.

"네가 알고있는 강철은 무엇이지?"

"철과 석탄을 5:1비율로 맞춰서 제작하는 합금입니다. 가장 가성비가 좋고 강도와 경도또한 출중하죠."

"그래, 그것이 '모두'가 알고있는 합금으로서의 강철이지. 가성비 최고의 투박한 합금. 그렇기에 가장 많은 이들이 강철로 만들어진 무구를 사용하지."

말을 마친 오스온이 다시 물음을 구하듯 크론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강철을 사용하다가 추후에는 다른 금속으로 만든 무구를 사용한다. 은광석과 금광석은 물론이고 나중에가면 미스릴과 보석류를 활용하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크론은 고민했다.

정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정답을 말하는 것이 정답일지가 의문이었다.

보편화된 정답.

크론은 고민끝에 입을 열었다.

"한계입니다. 강철로서는 재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정답이다."

오스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에 웃음을 머금었다.

확실히 합금의 기본인 강철은 가장 기초적인 합금인 만큼 한계가 명확하다.

강도와 경도가 뛰어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낮은 광물들을 비교했을 때에 가성비가 좋다는 이야기다.

미스릴은 상대도 안되고 당장에 은과 금광석만 따져봐도 강철이 가지고있는 강도와 부여 효과가 밀리는게 현 실정이었다.

여기서 하나의 문제.

오스온이 어째서 이러한 질문을 구한 것일까?

아마 그것은 오스온의 이명과 관계가 있을 터였다.

강철의 대장장이.

그가 게임 세상의 대장장이로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게 되는 그 이명 속에는 분명히 '강철'이 들어가있다.

오스온은 풀무질을 멈추고 용광로에 강철의 제련을 끝마쳤다.

사실 일반적인 대장장이의 제련은 여기서 끝날 터였다.

철광석과 석탄이 녹아든 쇳물은 거푸집 속에서 합금인 강철로서 그 모습을 갖추게 될테니까.

그렇지만 크론은 과정이 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보기좋게 딱 맞아들었다.

오스온이 거푸집에 담긴 쇳물을 향해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강철은 가장 기본적인 합금인 동시에 가장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광물이지."

말을 하는 오스온의 손에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모름지기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기본인 법. 황금과 갖가지 보석들의 잠재력은 강철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나도 인정하는 바. 그렇지만 귀중한 광물과 보석들은 그 소유량이 극히 저조할 수 밖에 없네. 그로인한 품귀 현상으로 인해 수 많은 인물들이 착용할 수 있는 무구를 만들기에는 결코 불가능해. 반면에 강철은 가능하지. 그렇기에 나는 기본에 나의 모든 힘을 쏟아붓는 방향으로 성장을 거듭했어."

우우우웅-!

오스온의 빛과 공명하며 강철의 쇳물이 점차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강철과는 다르다.

빛을 머금은 영향인 것인지 윤택이 흐르는 모습이 결코 투박한 강철을 떠올릴 수가 없는 효과를 자랑하고 있는듯 했다.

"이것이 나 오스온의 비기 '강철의 심장'이다. 한정적이지만 강철의 효과를 강화시켜주지. 강철의 심장이 입신의 경지에 이른다면 미스릴보다도 뛰어난 강도를 지닐 수 있다고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지."

완성된 강철을 보라는듯 오스온이 크론을 향해 강철을 들이밀었다.

[패도를 머금은 강철(재료)]

- 패도의 길을 걷는 존재의 힘을 부여받은 강철입니다. 일반적인 강철보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더욱 뛰어납니다.

* 순도율 : 93%

"······."

크론은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비기라고 해서 기대는 했었다.

유일 스킬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 비기다.

오로지 NPC들.

그들 중에서도 수위에 오른 자들만이 익히고 있는 비장의 기술.

그렇지만 이건 상상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것 아닌가?

재료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비기라니, 크론은 속으로 넘치는 기쁨을 뿜어내지 못한 점이 새삼 아쉬웠다.

잘만 활용한다면 하리보의 광물의 혼과 연계한다면 강철이 얼마나 많은 잠재력을 품을지도 기대되었다.

본디 대장장이에게 있어서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재료도 중요하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재료가 가지고 있는 그릇이 작다면 그것을 제대로 담을 수 없는 법이니까.

채광을 통해서 얻는 희귀한 광물들은 아무래도 공급이 저조하다보니 크론도 주로 활용하는 광물이 강철이었다.

그 말대로 가성비가 월등한 강철은 가장 공급이 원활한 철광석과 석탄을 제련해서 만드는 합금이였으니, 앞으로 크론이 제작할 무구들의 가치는 좀 더 올라갈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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