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강철의 심장(2)
진정하게 타임 리프 본연의 힘을 끌어올리게 해주는 본 직업은 어디까지나 대장장이다.
자신의 강점은 초능력 타임 리프가 기초적 토대다.
크론의 최우선 목적은 최고 강화 수치인 20강에 이른 무구들을 자신과 길들여진 몬스터들이 착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크론은 쉴새없이 무구를 만들었다.
다행히도 무구 제작같은 경우에는 타임 리프가 필요하지 않다.
타임 리프가 필요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강화'였으니까.
무구 제작을 통해서 크론은 상당량의 걸작품들을 대거 제작했다.
배럴 광산에서 채광해온 상당량의 광물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부분에서는 하리보의 도움이 컸다.
광산에서 발견된 미스터리 몬스터답게 유일 스킬인 '광물의 혼'을 통해서 광물의 순도율을 극에 이르도록 정제시켜 주었으니까.
걸작품 덕분에 크론은 오스온이 내주었던 퀘스트 중에서 1제자인 막심을 제외한 5명의 제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짭짤한 보상도 챙겼다.
다만, 이미 가지고 있던 무구들이 강화도 되어 있기도하고 성능상 더 좋은 영향으로 인해서 그나마 괜찮은 것들은 전부 하리보의 뱃 속으로 들어갔다.
팔아서 골드를 버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20초보자용 검을 팔아서 목돈도 있었고, 정보의 구매는 타임 리프의 꼼수를 이용하면 되었으니 차라리 하리보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잡은 것이다.
그리고 남은 타임 리프는 틈틈히 발동 시켜서 무구를 강화하는데에 사용했다.
덕분에 10강이였던 시초의 망치는 1주일 만에 16강에 도달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 밖에도 많은 무구들이 강화의 과정을 거쳤는데, 좀이 사용하는 거검 역시 강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11 행운을 품은 청동 거검(유니크)]
- 상당한 실력과 행운을 갖춘 대장장이가 만들어낸 거대한 검입니다. 강철과 청동이 적절한 밸런스로 섞여있는 상태입니다. 재료의 본질을 한계까지 끌어올렸기에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 착용제한 : 힘 150이상
* 내구도 : 165/165
* 공격력 +437
* 힘 +50
* 체력 +10
* 민첩 -10
* 거검의 위세(패시브) : 공격력 30%증가, 무게 상승.
* 행운 - 기가 슬래시(액티브) : 무無속성 피해량 500%증폭. 명중시 99.9%확률로 대상에게 경직 부여. 쿨타임 30분
이 녀석을 강화하느냐고 투자한 타임 리프의 횟수가 두 자릿수를 가볍게 넘어갔다.
만약 여기에 사용했던 타임 리프를 시초의 망치 쪽에 투자했다면 못해도 18강까지 띄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테이머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크론은 혼자서 강해지는 것은 썩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시초의 망치를 20강 찍는 것은 곧 있으면 충분히 실현할 자신이 있었기에 길들여진 녀석들이 사용하는 무구들도 함께 겸해서 강화해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참고로 쵸우지에게는 레어+등급의 무구를 선물해주었는데,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은 갑옷으로 몸을 말아서 전차처럼 돌격하는 쵸우지의 특성에 맞추어 제작했다.
장고같은 경우에는 전투력이 전무하기는 했기에 순수하게 방어력과 속도에만 중점을 둔 갑옷을 만들어주었다.
[+10 행운이 깃든 영롱한 사슬갑주(레어+)]
- 순도 높은 보석을 엮어서 밸런싱을 조절한 사슬갑주입니다. 대장장이의 세공 실력의 미숙함으로 재료의 본질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 착용제한 : 민첩 120이상 레벨 30이상
* 내구도 : 88/88
* 방어력 +69
* 체력 +10
* 민첩 +30
* 회피율 30%증가
* 깨끗한 보석의 빛(패시브) : 이동속도 소폭 증가
설명에 나오다시피 장고에게 입힌 갑옷은 하리보의 몸에서 정제된 보석들을 세공해서 제작했다.
아무래도 광물이나 합금에 비해서 보석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좋은 재료를 활용했지만 아직 보석 세공이 익숙치 않아서 완성된 작품은 레어+등급이였지만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반면에 하리보의 경우에는 착용할만한 무구를 제작할 수가 없었다.
애써서 무구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종족이 슬라임인데다가 육체 조작 스킬을 통해서 몸의 크기가 작아지기도하고 커지기도 하다보니 틀을 잡기가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한 쪽으로 맞춤 제작해준다고 해도 육체 조작으로 인해서 신체 구조가 변경되어버리면 장비는 그대로 해제되어 버리니 까다로울 수 밖에.
"너만 없다고 서운해하지마. 나중에 가면 형상기억합금 같은 성질을 띈 광물도 있겠지."
"그게 뭐지? 먹는건가?"
"응 먹는건데 아직은 없다 일단은 이거나 먹어라."
"오옝-"
식욕에 관해서는 어째 트롤 급의 지능을 갖춘 하리보다.
실패작인 매직 등급의 무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하리보를 뒤로하고 크론은 시초의 망치를 움켜쥐었다.
"그럼 시작한다."
크벨루그루벨의 등장 조건은 간단하면서도 무식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저 땅을 향해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는 것이였으니까.
콰아아아앙!
16강에 이르는 시초의 망치가 그대로 땅을 향해 힘을 발산했다.
주변이 웅웅거릴 정도의 위력에는 새삼 크론도 놀랐다.
확실히 자신이 강한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16강의 유니크 무기가 지닌 잠재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다.
만약 20강까지 도달한다면 어떠할지 기대가 될 지경이다.
이 공격력이 땅이 아닌 유저에게 향했다면 어땠을까?
제대로된 방어력과 체력을 갖추지 못한 유저라면 일격에 뚝배기가 날아갔겠지.
허나 아직은 조건을 충족되지 않은 것인지 크벨루그루벨의 움직임은 전무했다.
하긴 이 정도로 등장한다면 미스터리 등급이라는 이명을 버려야할테니까.
"올 때까지 시끄럽게 굴어볼까."
스킬 공격을 통한 세밀한 컨트롤은 힘들지만 체력하나는 자신있다 이거야!
이를 악 문 크론이 땅을 향해 시초의 망치를 재차 내리쳤다.
쾅! 쾅- 콰앙-!
"아, 거 게임 혼자하십니까?"
"저희도 여기서 사냥해야하는데 제발 좀 조용히 해주세요."
5분 정도를 내리치며 소음 공해를 일으키자 인근에서 사냥하던 몇몇 유저들이 항의하는 뜻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그들을 일일이 신경써 줄 크론이 아니다.
남의 시선 생각했으면 애초에 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을 터.
크론은 시초의 망치를 손에 쥔 상태로 좀을 향해 조용하게 만들라고 명령했다.
뭣하면 죽여버려도 된다.
카오가 된다고 해서 인근의 유저들중 자신을 이길 유저는 없으니까.
다행히 유저들은 더 이상 시비를 털지 못했다.
인상 더럽기로는 둘 째가라면 서러운 좀이 눈을 부라리자 꽁무니를 말고 달아났다.
쿠구구구구궁-!
"왔다."
지축이 흔들리더니 마치 모세의 기적을 실현하려는듯 땅이 갈라지면서 크벨루그루벨의 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아아아아아아-!"
"오마이갓!"
저건 거대한 지렁이라는 수준을 넘어섰잖아!
대강 어림짐작만으로 10M는 가뿐히 넘어갈 것 같은 녀석이 크론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입 곳곳에 박혀있는 톱날 모양의 이빨로 보아 녀석에게 먹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날로 저승 급행열차에 탑승하는 꼴이다.
"이름은 하리보에 맞춰서 꿈틀이로 지으면 적당하겠어."
자신의 작명센스를 자화자찬하며 크론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키아아아아!"
요약하자면 '죽어라!'라고 외치면서 크벨루그루벨이 달려들었지만 크론은 코웃음치며 시초의 망치를 들어올렸다.
쿠구궁-!
"키이익!?"
16강의 시초의 망치를 얕보면 곤란하다.
물론 이대로 녀석의 힘이 버티면 지는 것은 크론이다.
10M에 이르는 육중한 체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흉기다.
허나 크론은 개인으로는 지더라도 단체로서는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크론에게는 막강한 지원군이 존재했으니까.
"건방진 지렁이!"
"육체 조작 - 창의 형상!"
"키아아아!"
득달같이 달려든 좀이 크벨루그루벨의 몸에 검을 꽂아넣고, 동시에 달려든 하리보가 창의 모습으로 변해서 녀석의 몸을 관통했다.
피보라가 몰아치며 고통에 찬 비명성을 내지른 녀석은 상황의 불리함을 깨닫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장고! 집어삼키기!"
"큐르르르-!"
장고가 가진 위력은 단순한 잠복과 이동 뿐만이 아니다.
장고의 종족은 미믹.
미믹은 뭐든지 집어삼키는 블랙홀 같은 성향을 띄기 마련이다.
그리고 집어삼키기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깡그리 무시했다, 미믹이였으니까.
쩌어어어억!
크게 입을 벌린 장고가 도주하려는 크벨루그루벨을 집어삼켰다.
1M도 안되는 상자가 10M의 지렁이를 먹어치우는 장면은 새삼 놀랍지만 크론은 바쁘게 움직였다.
장고의 집어삼키기는 그 대상의 힘이 크면 클수록 지속시간이 짧아진다.
같은 격의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레벨의 차이가 상당하니 금방 뛰쳐나올 터였다.
그 사이에 크론은 녀석에게 대응할 두 번째 포메이션으로 넘어갔다.
"하리보는 쵸우지의 몸에 함께 휘감겨있도록! 쵸우지가 녀석을 훑는 동안 하리보는 상처로 파고들어가! 좀은 내가 붙잡는 동안 기가 슬래시 꽂아넣고!"
창의 형상을 갖추고 있던 하리보가 몸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곧장 쵸우지에게로 날아갔다.
쵸우지에게 도달하자마자 사방으로 분해되며 쵸우지의 몸에 들러붙었다.
슬라임이라는 생명체는 보통 먹잇감을 포식할 때 자신의 몸 안으로 삼켜서 녹이거나 부폐시키는 등의 공격을 취한다.
보통 슬라임의 몸은 산성의 성질을 띄기 마련이였으니까.
그렇지만 하리보는 다르다.
명색이 미스터리의 격을 갖췄는데 단순한 슬라임들과 비교하면 미안하지 않겠는가?
육체 조작을 통해서 변화되는 창의 형상같은 무기들은 유저인 크론이 들고 전투를 펼칠 수도 있을 정도로 섬세하다.
물론 16강의 시초의 망치를 가진 크론은 굳이 쓸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는 편이지만 같은 몬스터인 쵸우지와 합동 공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끼발의 화신인 쵸우지의 특성, 극대화된 치명타와 피해 면역의 효과는 쓰기에 따라서 사기적은 효율을 자랑해주니까.
"큐, 큐륵!"
"무리하지말고 이제 뱉어!"
푸화아아악--!
"키이익!"
몸의 자유를 찾자마자 크벨루그루벨이 땅으로 도주하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가만히 지켜볼 크론이 아니다.
"불운 주입."
아껴두었던 불운 주입의 스킬.
처음에 힘을 감소시켜서 크론은 타임 리프를 발동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크론이 원하는 것은 힘이 아닌 민첩의 감소다.
두 번의 타임 리프를 통해서 마침내 민첩이 감소된 것을 확인한 크론은 행동을 개시했다.
"오르아!"
"키아아아아!"
양손으로 움켜쥔 시초의 망치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놈이 몸을 휘청거렸다.
"기가 슬래시!"
미리 짜두었던 대로 크론이 시간을 버는 동안 준비를 갖춘 좀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녀석을 베었다.
생명력이 뭉텅이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땅을 향해 도주하려는 마음을 불태우는 녀석의 모습에 크론이 혀를 찼다.
"이제 그만 하리보의 친구 꿈틀이가 되라고! 쵸우지!"
쿠구구구-
경직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진 놈을 향해 쵸우지의 육탄 전차가 달려들었다.
가시가 돋은 갑옷은 쵸우지에게 있어서 방어구이자, 무기다.